프랜차이즈 갓 204화
50장 기청제(4)
"조회 수?"
"네, 왜 아직 10만 명밖에 안 본 거죠? 이거 혹시 유튜브에서 일부러 영상 노출 제한이라도 걸었나요?"
하수영은 영상이 올라온 날짜와 재생 시간, 조회 수와 댓글 수까지 자세히 살폈다.
"댓글 반응도 별로 시원치 않네요. 사람들 왜 이래. 이런 멋진 기청제를 보고도 겨우 이런 반응이라니. 말도 안 돼요."
"하 사장, 아까는 누가 허락도 없이 이런 걸 올렸느냐고 했으면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나온 영상이 조회 수 10만밖에 안 된다는 게 중요한 거죠."
전성렬이 보기에, 하수영은 진심으로 그게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업로더가 촬영에 소질이 없네요. 하, 이딴 식으로 찍어서 올릴 거면 차라리 나한테 미리 말을 해주던가. 그럼 내가 찍어서 넘겨줬을 텐데."
"……."
"내가 영상 하나는 기막히게 잘 뽑을 수 있는데. 하……."
영상에 달린 댓글 개수는 수백 개정도였지만, 반응은 대체로 놀랍다는 감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거 지금 뭐하는 거임?
-제목 보면 모르냐. 기청제 지내는 모 회사 직원들 모습이라고 하잖아.
-웬 기청제?
-태풍 맞아가면서 기청제를 지내다니…… 소망이 간절한 건지 사업주가 악덕 갑질러인 건지 모르겠다.
-와, 개신기하네. 어떻게 기청제가 딱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태풍이 멎지?
-합성 아님? 아무리 봐도 합성 같은데.
-우박 안 보이는 걸 봐서는 이거 합성임. 이번 태풍에 얼마나 우박이 많이 왔는데.
-응, 태풍 막바지에 우박 안 내렸음.
-하늘 맑아지는 타이밍 보고 소름돋는 거 나뿐임?
-나도 소름 돋았음. 넌 혼자가 아니야.
-이거 어디 회사냐?
수백 명의 사원이 간절히 기청제를 올린 직후 곧바로 태풍이 멎어버린다.
특히 맑아진 하늘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수백 명 직원들의 표정이 연기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놀랍다는 감탄을 터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합성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아! 이제 겨우 11만 찍었네요!"
"……자네 채널도 아닌데 뭐 그리 좋아하나?"
"이래서 대체 어느 세월에 100만 찍지? 갈 길이 멀다. 멀어."
***
태풍이 멎고 전력이 복구되자마자, 수영레스토랑은 곧바로 영업을 개시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프리덤을 통해서 가게가 영업을 한다는 알림이 떴기에, 수영라면이 그리웠던 손님들이 몰려든 것이다.
현재 수영레스토랑 본점은 3호기 1층과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100석짜리 1층 매장만으로 월 55억에 가까운 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지하 매장까지 합쳐서 400석이 된 지금은 130억 정도의 이익을 남긴다.
"이제 테이블이 예전처럼 풀로 꽉꽉 차지는 않네요."
"음, 역시 태풍 때문일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저번 달에도 비슷했어요."
"지점이 여럿 생겼으니까요. 회전율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거죠."
수영라면에 대한 인기가 식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35,000원이나 되는 라면을 매일같이 꾸준히 사먹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금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롱런을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바쁘기만 한 것보다는 낫죠."
한 달에 55억이 떨어지는 레스토랑이라니.
직원들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듣자 하니 우리 사장님이 가진 건물 다 합쳐도 월세가 6억 조금 넘는다면서요?"
"본업이 임대업이신 건지, 아니면 레스토랑 운영이신 건지 모르겠네요."
"농사가 본업 아니었어요? 우리 레스토랑에서 쓰는 식재료들 상당수가 사장님이 손수 재배하신 거라던데."
"셋 다 본업이라고 치죠, 그냥. 전에 잠깐 말씀 들어보니 모두 중요시하시는 거 같던데요."
"그럼 인공지능 개발은 부업이신 거구요?"
"……."
"프리덤이 이번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다던데."
"……."
"유료이용자가 지금 5,000만 명이 넘었다죠? 저도 이번에 가입 절차뚫려서 얼른 가입했어요. 한 달에 69,000원 요금제로 가입했죠."
직원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수영의 주업은 과연 뭘까?
건물들을 모두 다 합쳐도 그 수익이 레스토랑 하나를 범접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 개발로 떼돈을 벌어들였다.
"5,000만 명한테서 한 달에 5만 원씩만 받아도 한 달 매출이 2조 5,000억 원 아니에요?"
"우와. 한 달에 2.5조 원이라고요?"
"네, 그나마 겸손하게 잡은 거."
"에이, 그거 세금도 내고 또 실비아가 떼어가는 게 있으니까 고스란히 사장님 통장에 들어가진 않을 걸요."
"그래도 엄청난 거죠. 저 같으면 레스토랑 운영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인공지능 개발에나 몰두하겠어요."
"진짜 대체 사장님은 못하는 게 뭐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 사장님 출근하셨어요."
호랑이라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고, 하수영이 매장에 나타났다.
그는 검은 면바지에 흰색 셔츠를 걸친 깔끔한 차림이었다.
왼손에는 흔한 디자인의 디지털시계를 차고 있었다. 아마 1만 5,000원에 산 거라고 했던가.
"빈 테이블이 많이 보이네요."
"네. 오픈 초기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
"이제 오픈빨 떨어지고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거죠. 프랜차이즈 지점들까지 따지고 보면 전체 손님은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하수영은 본점 손님이 줄어든 것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택진 셰프님, 우리 빌딩 2층에 있는 참치횟집 말인데요."
"네, 거기 맛있죠."
"제가 거기 인수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참치횟집을 인수하신다고요?"
이택진은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레스토랑 장사도 잘되고 있는데, 갑자기 참치횟집을 인수하겠다니.
"그…… 인공지능 개발관리 때문에 바쁘신 거 아닙니까? 요즘 프리덤이 한창 핫하던데요."
"그건 취미로 하는 거죠. 안 바빠요."
"……."
"그리고 취미 때문에 본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잖아요."
이택진은 머릿속이 팽글팽글 돌았다.
도대체 뭐가 취미고, 뭐가 본업이라는 거야?
"요즘 중금속 오염 문제 때문에 참치 소비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더라고요."
"그건 그렇습니다."
"때문에 2층 가게에서도 힘들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지금이 저점인 거 같으니 발 담그기에는 적기인 거 같아서요."
"손해가 크실 겁니다. 지금 참치회시장은 꾸준히 침체기를 걷고 있어요. 작년에 30대 산모가 유산한 사건이 뉴스를 엄청 탄 이후로 사람들이 참치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작년, 참치회를 너무 좋아했던 산모가 중금속 과다축적 때문에 태아를 잃은 사건이 있었다.
꼭 중금속 과다가 원인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중의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충분했다.
"참치가 중금속 축적을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적정량만 섭취하면 문제없죠. 그때는 언론들이 너무 공포심을 부채질했어요."
"그래도 이 시기에 참치횟집은 좀……."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참치소매업이요. 도매시장에 내다 파는 것밖에 못 해봤거든요."
"예? 도매시장에 내다 팔아요?"
"네, 예전에 남방참다랑어 잡아서 새벽 경매 시장에 내다 판 돈으로 근근이 생활비 벌었던 적이 있어요."
"……?"
이택진은 혼란에 빠졌다.
하수영의 나이는 올해 스물하나인 것으로 안다. 성년이 된 작년부터 임대업, 레스토랑업을 했다. 거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인공지능 개발도 했을 테고.
근데 또 남방참다랑어는 언제 잡아다가 팔고 그랬대?
"정말 가게를 인수하실 생각이세요?"
"그럼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당장 올라가서 물어봐야겠어요."
하수영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고, 약 30분 정도 지난 뒤에 내려왔다.
"가게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권리금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건물주가 매장 인수할 때는 보통 그게 갈등이 되던데요."
"권리금은 없어져야 하는 제도죠. 뿌리부터 잘못됐어요. 하물며 빌딩주인인 제가 물어주는 건 말도 안되죠."
이택진은 의아했다.
권리금도 못 챙기는데 가게 인수를 승낙했다고?
물론 건물주인 하수영이 권리금에 대한 의무는 일절 없지만, 그럼 임차인 입장에서는 다른 인수자를 찾는 게 낫지 않나?
"아, 이야기가 잘됐어요. 인수자가 너무 오래 안 나타나서 임차인분도 고민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권리금은 커녕 월세만 계속 까먹고 있다고요."
"그런가요."
"참치횟집 계속할 거면 자기를 직원으로 고용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저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이야기가 잘 풀렸네요. 다행입니다."
"어차피 매장을 제가 일일이 관리할 순 없으니 월급사장이 필요했는 데, 잘됐죠."
하수영은 다음 날, 참치횟집 주인 유태준과 매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참치 프랜차이즈 계약은 제가 파기했습니다. 그러시는 게 사장님이 편하실 것 같아서요."
"잘하셨습니다. 위약금이 많이 나오진 않았나요?"
"여기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인테리 어고 뭐고 전부 제가 비용을 부담했는데요. 그냥 남은 금액만 정산하면 끝입니다."
"그럼 간판은 바꿔 달아야겠네요."
"네, 프랜차이즈 상호 들어간 냅킨이나 젓가락 같은 소모품들은 재고분까지는 그대로 써도 됩니다."
인수 계약은 간단했다.
3억 원을 지불하고, 매장의 모든 것을 하수영이 가지게 된다는 조건이었다.
본래는 임대차계약도 승계하게 되지만, 하수영이 건물주이므로 임대 차 계약은 소멸하게 된다.
"지금 4억 5,000만 원 입금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하수영은 보증금 1억 5,000만 원을 합쳐서 4억 5,0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입금했다.
입금 내역을 확인한 유태준은 홀가 분하면서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6년을 운영한 가게인데…… 참 아쉽네요."
"가게를 떠나시는 것도 아닌데요."
"그래도 사장으로서 운영하다가 일개 직원으로 일하려니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일개 직원이라니요, 총지배인으로서 일해 주셔야 하는데요."
"네?"
"제가 1층 수영레스토랑 말고도 하는 일이 좀 많이 있습니다. 가게에는 자주 나오지 못할 겁니다. 때문에 사장님이 거의 맡아서 운영해 주셔야 해요."
"그, 그건……."
"대신 넉넉한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수익의 %로 해서 지급하겠습니다."
유태준은 근로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나 많이 주시는 겁니까?"
"가게 문제없이 잘 관리해 달라는 뜻에서 넉넉히 드리는 겁니다. 주인 의식은 바라지 않고요, 받은 만큼만 제대로 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태준은 안색이 밝아져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참치 공급은 기존 도매처를 그대로 쓰셔도 될 겁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문제가 되지 않나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 도매처도 여기저기 다양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납품을 하는 걸요."
"음…… 당분간은 그 도매처에 발주해서 쓰세요."
"당분간이라고요?"
"네, 실은 제가 내일 계약하러 출장을 가거든요."
"아, 좋은 참치를 공급하는 도매처가 있나 보군요."
"도매처는 아니고요, 제가 참치 어장을 인수하려고 해요."
유태준은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참치 어장을 인수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