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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98화 (198/1,270)

프랜차이즈 갓 198화

49장 부족한 것은 절실함(2)

-신어란 말이다, 주신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권능이다.

은하신목의 목소리가 근엄하게 울렸다.

-별은 물론이고 은하, 나아가서 세계 그 자체를 창조할 수도 있는 권능이다. 그런데 아들아.

은하신목의 목소리가 꾸짖는 듯이 변했다.

-너는 고작 이런 산들바람 하나도 소멸시키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구나.

"창조보다 파괴가 수억 배는 쉬운 것인데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구나 싶으신 거죠."

-어허, 이제는 이 아비의 말까지 먼저 가로챌 셈이냐??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각인이 됐습니다."

-정신력이 부족하다. 집중력이 부족해. 절실함이 부족하구나. 열의가 없어. 근성도 없…….

"위대한 대자연이 낳은 바람의 신이시여, 부디 이 하수영의 간절한 소망을 조금이나마 굽어살피시어, 이 자그맣고 초라한 대지를 보호해 주십시오!"

쏴아아아! 콰아아앙!

"먼 훗날 제가 만약 고대 주신의 자리에 오른다면……."

-프랜차이즈 갓! 왜 세련된 새 이름을 놔두고 자꾸 구닥다리 옛 이름으로 부르는 거냐!

"제가 프랜차이즈 갓의 자리에 오른다면!"

'별로 고대 주신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지만!'

"위대한 귀하의 존재에 지금보다 더 거대한 권능을 진상할 것을, 저의 영혼에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러니 부디 우박과 태풍을 물려주십시오!"

콰아아앙! 번쩍! 쏴아아아!

은하신목의 쉰 듯한 음성이 쩌렁쩌렁 울렸다.

-근성이 부족하다! 절실함도 없어!

"아, 쯤. 멈추라고, 이 개 같은 바람아."

* * *

태풍 상륙 4일 차.

대통령은 여전히 해외에 머무른 채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 상황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통령은 지금 중동 지역을 순방하며 석유 왕족들과 친분을 쌓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사실 한반도 전역이 태풍권에 놓인 상태에서 전용기가 들어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지금도 한반도의 모든 공항은 항공기의 이착륙이 중지된 상태였다.

재난안전관리본부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해서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장관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관리본부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들의 생각이었다.

현장 경험은커녕, 재난에 대한 지식 자체가 전무한 장관은 쓸데없는 의견만 주야장천 내놓았다.

"지금 서울이 온통 암흑이잖나. 서울 전력부터 어서 복구시키란 말이야."

"장관님, 이런 날씨에는 전력 복구작업이 불가능합니다. 현장 작업자들만 위험해집니다."

"그렇다고 서울을 이대로 어둠 속에 놔둘 건가?"

날이 밝자 서울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력이 전혀 들어오지 않은 터라 서울 시민들은 암흑 속에서 밤을 지새우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금 통신 상태는 어떻지?"

허진 차관의 질문에 한 직원이 잽싸게 대답했다.

"3대 이통사에서 밤새 복구 작업을 한 덕분에 최소한의 통신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신이 복구되자마자 119에 밀렸던 신고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이통사에 연락해서 제한 걸라고 해. 영상통화는 금지, 음성통화는 긴급 전화만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송수신 속도에도 제한을 걸어."

"예!"

지금 서울의 통신망 자원은 평소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당연히 엄격한 제한을 걸고 아껴써야만 한다.

"사망자는?"

"없습니다. 실종 신고도 없습니다."

"정말 기적이군."

"프리덤 서비스가 생각보다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난본부에서 이번에 주목한 것은 프리덤의 대활약이었다.

한국에서 프리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1,800만 명.

프리덤은 적극적으로 이용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재난 대응에 관해서 경고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리덤이 제시하는 조언을 보면 어찌나 현장 상황에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허진 차관도 관련 내용을 보고 감탄했을 정도였다.

"프리덤이 그렇게 대단한가?"

장관이 못마땅한 듯이 묻자 허진 차관이 얼른 대답했다.

"예, 웬만한 재난 전문가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 가는 지식과 침착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AI 아닌가?"

"지금 1,800만 명의 재난 전문가가 우리나라 전역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아직까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겁니다."

"일본은 어떻지?"

"이미 사망자와 실종자 수만 1,000명이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풍에 휘말린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과 북한도 우박과 태풍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인명 피해 규모에서, 한국은 상상할 수 없는 격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흘 정도면 지나갈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근데 왜 우박이 그칠 기미가 없지?"

"저희는 기상전문가가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모릅니다."

그때 직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부장님, 이미 나흘째 사람들이 집 밖에서 나오지 못하고, 전기마저 끊긴 상황입니다."

"어서 말하게."

"집에 먹을 게 떨어진 가정이 적지 않을 겁니다."

"……."

"특히 취약계층 같은 경우는 비상식량이라도 공급을 해줘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집에 먹을 게 없다는 신고 문의가 3만 건 넘게 들어와 있습니다."

허진 차관은 장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장관님, 아무래도 군대를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군대를?"

"병력을 동원해서 전투식량이라도 풀어야 할 상황입니다."

군대라는 말에 장관의 표정이난처해졌다.

그건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결정이다. 적어도 총리나 대통령 선에서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총리님께는 내가 보고하지."

"부탁드립니다."

장관은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상황실을 나섰다.

***

「주인님, 현재 윗집이 비상상황입니다.」

라면을 먹고 설거지 중이던 박정식이 반문했다.

"비상상황?"

「윗집 거주자가 식량이 떨어져서 지금 30시간째 굶고 있습니다.」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 윗집사람도 프리덤 이용자인 거야?"

「아닙니다. 그렇다면 식량이 떨어지는 상황 자체를 애초에 만들지 않았겠죠.」

"역시 넌 태풍이 올 걸 미리 알고 있었구나."

「그건 최악의 가능성을 대비했을 뿐입니다. 현재는 비상상황이니만큼, 실톡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긴급 방침입니다.」

"갑자기 실톡 회사가 너무 좋아지는데. 맨날 무겁고 광고만 잔뜩이라서 욕했었는데……."

「회사에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지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애용해 주십시오.」

윗집 거주자도 현재는 임시로 프리 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대신 서버 자원의 한계 때문에, 평소보다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제부터 굶었다니……."

거리에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기도 끊어졌다.

상가는 당연히 모두 문을 닫았고, 배달 음식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집에 비축한 식량이 전혀 없다면, 그저 굶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박정식은 잠시 식량을 살폈다.

라면과 햇반, 계란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안 되겠어. 지금 태풍이 3일이면 지나간다고 했는데 그럴 조짐이 없잖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나도 최대한 식량을 아껴 먹어야지."

「주인님, 상황은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일기예보는 아직도 절망적이잖아."

「그래도 윗집에 식량을 나눠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감기까지 겹쳐서 거주자의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입니다.」

"그럼 구조대를……."

「구조대는 지금 고양이 발이라도 빌려야 할 판입니다. 하루 정도 굶은 것은 구조대가 출동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

「주인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식량을 나눠주시기를 권고합니다.」

"갑자기 웬 내 미래?"

그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박정식은 생각에 잠겼다.

마음에서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을 결국 이기지 못한 그는 라면 5개입 한 봉지와 햇반, 계란을 들고 일어났다.

"윗집이라고 했으니까 702호 맞지?"

「네, 맞습니다.」

계단을 통해 윗집에 올라온 박정식은 현관문 앞에 잠시 멈췄다.

"근데 누구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냐?"

「윗집 거주자는 몸을 움직일 힘이 전혀 없습니다. 비밀번호를 알려드릴 테니 바로 열어서 들어가십시오.」

"야, 그건 주거침입이잖아!"

「긴급피난이 인정되는 상황이니 불법이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거주자도 이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뭐? 알고 있다고?"

무슨 말인가 싶었던 박정식은 이내 납득했다.

임시로 도움을 주는 프리덤한테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프리덤끼리는 지금 전국적으로 서로 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으니.

"좋아, 들어간다."

박정식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룸에서는 한 젊은 여자가 이불을 덮어쓴 채 누워 있었다.

박정식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불 위로 살짝 드러난 눈과 마주치자 박정식은 난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바로 아랫집 사는 사람이에요. 프리덤한테 들었어요. 30시간째 아무것도 못 드셨다고요."

"가, 감사합니다…… 저도 들었어요…"

여자는 거의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였다.

박정식은 얼른 냄비를 찾았다.

"라면밖에 없지만 금방 끓여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박정식은 가지고 온 휴대용 가스버너에 냄비를 올려서 먼저 햇반을 데웠다.

그 다음 라면을 끓이고, 계란까지 풀어서 여자의 머리맡으로 가져갔다.

"……못 일어나겠어요."

"일으켜드릴게요."

박정식은 얼른 여자의 상체를 부축해서 일으켜주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예, 예쁘잖아?'

초췌한 안색이지만, 여자는 깜짝놀랄 만큼 예뻤다.

그녀는 박정식의 부축을 받아 라면을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기 시작했다.

면발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힘이 나는지, 나중에는 혼자서 밥을 말아먹을 정도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여자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정식은 난처해하다가 여유분의 라면과 햇반, 계란을 보이는 곳에 내려놓았다.

"이것들은 여기에 두고 갈 테니까 아껴 드세요."

"저…… 근데 가스버너가 없어요. 지금 가스가 안 들어오는 상황인데……."

"그, 그래요?"

어떻게 할까 난처해하고 있는데, 돌연 여자의 폰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식사를 할 때는 주인님이 박정식 님의 집으로 가셔서 함께하는 게 가스 절약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 역시 동의합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박정식의 프리덤이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말을 받았다.

"그, 그렇게 하세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식사할 때마다 말씀드릴 테니까 저희 집에 오세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폐가 되는거 같아서…"

"괜찮습니다. 온 나라가 이 모양이 꼴인데 이웃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감사했다.

"아참, 제 이름은 박정식입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요."

"유현미예요."

"네, 현미 씨라고 부를게요."

뭔가 더 머무르며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박정식은 일단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문을 닫자마자 프리덤이 말했다.

「남자 친구 없습니다.」

"너, 설마 아까 내 미래를 위해서 어쩌고저쩌고 했던 말이……."

「최고의 제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맙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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