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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93화 (193/1,270)

프랜차이즈 갓 193화

48장 AI와 태풍(1)

고대 주신이 남긴 아바타, 은하신 목은 후계자인 양자의 행보가 내심 불만이었다.

'부지런히 수련에만 정진해도 모자 랄 판에, 허구한 날 뻘짓이나 하고 다니다니.'

물론 그런 뻘짓도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주신이 되기 위한 시행착오가 된다.

젊어서, 후보자 시절에 실패의 경험이 없는 주신이 나중에 전지전능함을 얻고 나서, 오히려 더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법이니.

그리고 주신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로 그치지 않는다.

아주 작게는 별 하나, 크게는 초은하단 전체가 사라져 버리는 참사를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후계자 시절,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주신으로서의 멘탈을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그만큼 뻘짓을 오래 했으면, 틈틈이 짬을 내서 조금이라도 수련을 해야 하지 않나?

아버지로서 그걸 바라는 게, 그리 지나친 욕심일까?

'신의 묘약 엘릭서로 한다는 게 겨우 버섯, 고추, 밀 농사라니…… 휴우. 아마 앞으로 또 저런 후계자가 나올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다.'

은하신목은 태평양에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의 씨앗을 발견했다.

당연히 그가 만들어낸 재해는 아니다.

그저 자연적으로 저절로 생겨난 태풍일 뿐.

태풍 앞에서 한 번 무력감을 느끼고 나면, 주신 수행에 대한 의지가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

부친으로부터 태풍 경고를 받은 하수영은 일기예보를 자세히 살폈다.

한국 기상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심지어 미국 기상 정보까지 낱낱이 확인했다.

유엔의 세계기상기구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획득했다.

"그래도 주신씩이나 되는 아버지가 틀린 말을 할 리는 없을 테니까……."

우습게도 태풍의 북상을 예측한 곳은 없었다.

대부분의 기상연구소는 80% 이상의 확률로 남하하다가 별 피해 없이 소멸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일단 대비는 해야겠네. 프리덤."

「Yes, master.」

"필리핀해 태풍이 소멸하지 않고 이틀 후 한반도까지 도달한다고 가정하고, 예상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시뮬레이션 한 번 돌려봐라."

「알겠습니다.」

하수영의 지시를 받은 프리덤이 잠시 후 대답했다.

「10만 명 이상의 인명 피해 및 10조 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뭐야?"

하품을 하던 하수영은 당황해서 반문했다.

"무슨 태풍 하나에 그런 말도 안되는 피해가 생겨? 너, 시뮬레이션 제대로 돌린 거 맞아?"

「한국 기상청에서 민간에 제공하는 기상예측 서비스를 이용해 예측한 결과입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건데?"

「이틀 뒤 시베리아 기단 영향으로 한반도 전역에 한파가 닥칠 예정입니다. 이 경우 통상 남쪽에서 발달한 태풍은 한반도에 진입하지 못합니다.」

"그렇겠지."

시베리아 기단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과 수분을 잔뜩 머금은 태풍이 북상하기란 어렵다.

「달리 말하면, 한파를 만드는 시베리아 기단을 이겨내면서까지 한반도를 점령할 만큼 태풍의 위력이 막 강해진다는 뜻이 됩니다.」

"어, 그렇네."

「유례없는 역대급 태풍이 될 거라는 예측 결과입니다.」

태풍이 이틀 뒤 한반도에 무조건 도달한다는 선결 명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반도 전역에 대량의 우박이 살포된다는 예측입니다. 때문에 인명과 재산 피해가 그 어떤 태풍보다 클 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하수영은 곧바로 은하신목한테 물었다.

"아버지, 이거 진짜 아버지가 의도한 거 아니죠?"

-내가 악신도 아닌데 왜 그런 짓을 하느냐.

"그럼 아버지가 막아줘요."

-내 사명은 어디까지나 너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지구에 대한 섣부른 개입은 금지되어 있어.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금지를 걸었는데요? 아버지 본체요?"

-그런 셈이지.

하수영은 프리덤이 한국기상청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해 예측한 결과를 자세히 살폈다.

차가 날아가는 거센 바람과 우박.

하필이면 한파와 겹치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생겨날 거라는 예측이었다.

어디까지나 '지금 필리핀해 태풍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한반도를 점령한다면?'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시뮬레이션.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코웃음을 칠 게 분명하다.

"일단 경기도 농장은 큰 피해가 없겠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특수강화유리로 천장을 시공했기에, 우박을 하루 종일 퍼붓는다 해도 끄떡없다.

-자, 아들아. 이틀 동안 부지런히 신어를 갈고 닦으려므나. 그래서 말 한 마디로 태풍을 팍! 하고 없애 버리는 거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니?

"혹시 모르니 오늘부터 공장은 풀가동시키고, 발주 작업도 미리 다 끝내놔야겠네. 모레부터는 곧바로 휴업 준비 들어가고."

라면회사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이런 참견은 해줘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은 경영진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까.

"청담동 빌딩들은 우박 좀 쏟아붓는다고 피해 볼 일은 없으니까. 전기가 끊어질 수도 있으니까 비상발전기 점검이나 미리 해둬야겠네."

-아들아?

"소화 장치하고 구급용품은 좀 비축해 두는 게 좋겠어."

-저 태풍을 없애야겠다는 사명감같은 건 들지 않니? 한국은 엄연히 말해서 지금 네가 머물고 있는 신전인데…….

"프리덤 이용자들한테 최소한의 대비는 갖출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 일 년에 수십만 원씩 결제해 주시는 소중한 VIP들인데 가만히 앉아서 피해를 입게 할 순 없지."

-아들? 아들아?

"아버지, 이 태풍 진짜 아버지가 소환한 건 아니죠?"

-내가 악신도 아니고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일을…… 아니, 지금 이게 아니지. 이틀 동안 신어를 갈고 닦아서 태풍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니? 이틀이면 충분해.

"시도는 해볼게요. 근데 자신은 없네요."

바위 하나를 쪼개는 데도 30초 넘게 비굴하게 애원을 해야 겨우 힘이 발동된다.

하물며 시베리아 기단 등 모든 난 관을 헤치고 한반도 전체를 뒤덮을 무시무시한 태풍을?

'아, 진짜. 아버지가 고대 주신 노릇을 너무 오래 하셔서 밸런스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다니까.'

***

정서희는 느닷없는 하수영의 연락을 받았다.

"네? 이틀 뒤에 태풍이 한국 전역에 우박을 뿌려댈 거라고요?"

-네, 그래요. 그러니 거기에 맞춰서 회사와 공장을 운영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밑도 끝도 없는 재난 예고에 당황해하는데, 하수영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경영 간섭은 안 하지만 이정도는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래도 제 회사잖아요.

"전 그런 예보는 전혀 못 들었어요. 어디서 보신 거예요?"

정서희는 반문을 하면서 인터넷에 들어가 기상예보를 검색했다.

당연히 이틀 후에 태풍이 온다는 예측 같은 것은 없었다.

"지금 필리핀해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은 20% 미만이라는데요? 그마저도 제주도 근처에도 못 오고 소멸할 거라고 나오는데……."

-저와 친한 기상학자가 살짝 말해 준 정보입니다.

"기상학자요?"

하수영한테 그런 지인이 또 있었나?

-네, 실력은 좋은데 워낙 괴짜라서 주변에서는 비주류 취급을 받아요. 그 사람 말로는 30%의 확률로 태풍이 기세를 잃지 않고 한반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네요.

"30%……."

정서희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었다. 신중한 대비를 하기에는 충분한 위험성이다.

-문제는 그 30%가 정말로 현실화되면, 예상 피해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네요.

"그 정도인가요?"

-원래는 올 수도 없고, 오더라도 힘이 다 빠져야 하는 태풍이에요. 그 기세를 잃지 않는다면 무시무시한 재해가 되겠죠. 체스판 끝까지 도달한 폰처럼요.

"알았어요. 회사 차원에서 대비할 게요."

-내일까지 공장 풀로 돌리시고 모레부터는 맘 편하게 휴업한다고 생각하세요.

* * *

-프리덤, 고객님들의 소중한 지갑을 지켜줄 방도를 찾아. 최대한 사회적 혼란을 끼치지 않는 한에서.

마스터의 지시는 절대적이다.

프리덤은 1,800만 명의 이용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자체적으로 시행했다.

「주인님, 식수가 떨어졌습니다. 주문을 해야겠어요.」

"그럼 2리터짜리로 6통 정도 주문해 놔."

「30통 정도 주문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하러 그렇게 많이 주문해? 6통정도면 충분해."

「이마트 행사 기간입니다. 30통을 한꺼번에 주문하면 15% 할인을 해줘요. 어차피 식수는 상온에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주인님 원룸에 이렇다 할 가구도 없잖습니까.」

"야, 이렇다 할 가구도 없다는 건가슴이 아프다. 알았어, 그럼 30통주문해."

「알겠습니다. 지금 주문하면 오늘 저녁에 바로 도착할 겁니다. 조금 있다가 최종 승인 결재 받겠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박정식은 마트 배송기사가 가져온 물품을 보고기겁했다.

"아니, 프리덤! 이게 다 뭐야?"

식수 30통, 라면 1박스, 부탄가스 5개입, 김치 1kg, 계란 2판, 두루마리 휴지, 햇반 20개, 캔맥주 24개…….

"누가 보면 어디 캠핑 4박 5일이라도 가는 줄 알겠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근무 중에 제가 승인 내역올렸을 때 허락해 주셨습니다.」

박정식은 그제야 생각났다.

근무 중이어서 프리덤이 육성이 아닌 톡 기능으로 최종 승인 의사를 물었었다.

박정식은 부랴부랴 톡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상의 물품들을 추가하여 최종 결제합니다. y를 눌러 승인을 표해 주십시오.]

"……일 때문에 바빠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충 y 누른 거 같아.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추가한 거야?"

「주인님이 평소 소비하시는 물품들이기도 하고, 또 할인 폭이 워낙 큰 까닭에 그랬습니다. 설마 읽어보시지 않고 승인하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땐 내가 바빴잖아."

박정식은 한숨을 쉬며, 물품들을 원룸 안으로 들여놓았다.

"뭐, 두고두고 먹으면 되니까 상관은 없는데."

이때만 해도 그는 몰랐다.

이 잘못된 주문이 가까운 미래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주인님, 내일 만천면에서 지역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 행사가 있습니다.」

"그래?"

「네, 노인들이 좋아할 만한 오락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갖추고 진행하는 모양입니다. 주인님의 노부모님을 행사에 보내드리는 게 어떨까 해서요.」

"그러자. 네 덕에 효도 좀 하고 생색도 내겠네. 난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

「그럼 승낙하신 것으로 알고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주인님의 부모님께는 제가 직접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래, 네가 신경 좀 써줘."

만천면 면장은 지역노인행사에 참가하는 군민 수를 보고 받고 깜짝놀랐다.

군청에서 예측했던 것의 8배가 훌쩍 넘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면에 거주하는 노인들 거의 대부분이 참석한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참석 군민 수가 많아 아니, 많으면 좋긴 한데 이래서야 행사 준비가 미흡해서 제대로 진행이나 할 수 있겠어?"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효도한다고 부모님들께 연락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행사 차질 없게 준비해!"

면장은 마음이 급했다.

한편 행사의 실무책임자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우리는 이렇게 많이 주문한 적 없어!"

식료품과 만약을 대비한 비상의약품, 그리고 추운 날씨를 고려한 기름난로까지.

주문 품목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발주량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도착한 게 문제였다.

"지금 바로 반품 처리하겠습니다."

"됐어, 일단 행사가 급하니까 체육관 창고로 다 뒀다가 행사 끝나고 죄다 반품 처리해. 지금 이게 급한 게 아니야. 당장 행사가 내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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