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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90화 (190/1,270)

프랜차이즈 갓 190화

47장 협력보다는 빼앗는 게 이득 (2)

서해전자 성종식 사장은 MIT 컴퓨터공학부 박사 출신이었다.

그는 경영실적을 위해 고용된 월급 사장으로, 스마트폰사업부 공동사장 직을 맡고 있었다.

서해전자의 주력 제품인 '겔드폰'개발에 있어 컴퓨터공학 연구지식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성종식은 또한 겔드폰에 들어가는 비서 AI '버스터'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는 요즘 들어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게 된다고?"

"되니까 이렇게 보란 듯이 출시를 했겠지요."

"말도 안 돼. 이런 인공지능은 아직 나올 수가 없어.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런 건 없어."

"없으니까 래플사도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요? '고글'내부 분위기도 엄청 살벌하답니다."

성종식은 프리덤이 보인 퍼포먼스에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사람처럼 스스로 사고할 줄 아는, 융통성 있는 인공지능.

아직은 먼 꿈이라고 생각한 이상향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대단한 걸 겨우 한 달에 5만 원만 받고 개개인한테 서비스한다고? 이게 말이 돼?"

"이미 그 돈 내고 이용하는 유료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마저도 실비아에서 이용자 수를 1,000만 명으로 제한해 놓은 상태라서 그렇다네요."

서버 확장이 끝나고 이용자 수 상한 제한이 풀리면, 댐 물 터지듯이 이용자 수가 폭증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룹 전략기획실장 함석조가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사장님이 보시기에는 어느 정도입니까?"

"함 실장, 자네는 아직 프리덤 안써봤어?"

"써봤습니다. 저도 지금 잘 사용하고 있죠."

"그럼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말이야."

"대단한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겔드폰 인공지능 버스터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알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차이?"

"네, 성능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우리 회사와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따라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나 비용, 노력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당연히 그룹 오너에 보고하기 위해 서일 것이다.

성종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하긴, 구체적인 전문기술 영역은 자네도 설명이 필요하겠군."

"네, 전 아무래도 문과니까요."

"성능 차이라…… 내가 자세한 설리를 알 수 없어 퍼포먼스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네."

"내가 만든 버스터가 기어 1단짜리 자전거라면, 프리덤은 페라리 정도 되겠군."

"네?"

함석조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랐다.

"생각해 봐. 이제 겨우 기어 1단짜리 자전거나 겨우 만드는 회사가 페라리 제조사하고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겠나?"

"……."

"격차 수준? 짐작이 안 돼. 어쩌면 페라리가 아니라 자기부상열차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F-22? 아, 이건 너무 나간 거 같긴 하군."

"……그 정도입니까."

"따라잡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고? 그런 가정은 지금으로써는 무의미해."

성종식은 단정 짓듯이 말했다.

"회사에서 매년 50조 원 이상씩 10년 동안 군말 없이 퍼부어준다고 해도, 프리덤에 버금갈 만한 건 못만들어내."

"그건 전문가로서 사장님의 소견입니까?"

"그렇다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군요."

함석조 실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성종식은 굳이 듣지 않아도, 그 뒤에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실비아컴퍼니는 신흥 IT재벌이지만, 서해전자의 위엄에 비하면 중소기업 수준이다.

서해그룹이 가장 잘하는 것.

바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빼앗거나, 혹은 태연히 숟가락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그룹 박덕준 회장이 우리 서해전자 출신 인물이었지?"

"네, 10년 전쯤에 퇴사한 것으로 압니다."

"지금도 우리 그룹과는 각별한 인연이겠어."

"물론이지요. 불미스러운 일로 퇴사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야기가 잘 통하면 좋겠는데."

"잘 풀리게 만들어야겠죠."

함석조의 냉담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성종식은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눈에 선했다.

"서둘러야 할 거야. 지금 실리콘밸리도 발칵 뒤집혔어. 고글 회장이 우리나라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말도 있어."

"그렇지 않아도 입국 사실을 확인 했습니다."

"그럼 더욱더 서둘러야겠군."

"네, 더는 지체할 수 없지요."

***

실비아컴퍼니는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쥐어짜 낸 서버 자원을 프리덤에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 폭을 최대한 제한하면서까지 프리덤을 지원한 것이다.

이용자 한 명당 평균 월 50,000원의 수입이 들어오는 서비스이니,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반발도 생각보다 적은 편이었다.

실비아컴퍼니는 다양한 모바일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막상 실속은 적은 편이었으니.

"그냥 차라리 프리덤 하나에 올인해서 집중하는 게 회사나 이용자나 더 나을 수도 있어."

"덤으로 국세청도 말이지."

"국세청은 왜 갑자기 끼어드냐?"

"엄청난 부가가치세도 걷고, 법인 세도 걷고, 일거양득이잖아."

"아하."

서버 자원을 몰아준 덕분에, 프리 덤은 이용자 수를 1,800만 명까지 늘릴 수 있었다.

"지금으로써는 한계입니다. 다른 회사에서 서버 자원을 사오거나, 서버를 하루빨리 확장해야 합니다."

"서버 확장 작업은 언제쯤 끝나나?"

"적어도 두 달은 걸립니다. 주문한 서버가 도착하고 설치하고 세팅하고,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해요."

"이용자가 1,800만 명이면……."

"한 명당 5만 원씩 잡으면, 연 매출 10조 8,000억 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매출이 9조 원을 넘었습니다. 할인을 위해 일 년 구독 결제를 한 이용자가 1,500만 명이 넘었거든요."

임원들은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출시한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벌써 매출이 9조 원을 넘다니.

박덕준 회장은 오철현 사장을 돌아보며 대견한 듯이 말했다.

"오 대표, 자네 공이 정말 컸어."

"아닙니다. 제가 뭘 했다고……."

"자네가 프리덤 개발자를 찾아내서 설득하지 못했으면 이런 성과는 없었을 거야."

"근데 프리덤 개발자가 대체 누구입니까?"

어느 한 임원이 말을 꺼냈고, 하수영의 존재를 아는 이들의 표정이 불편해졌다.

오철현이 정리하기 위해 말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프리덤 개발자가 자기 신원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자기 존재를 최대한 숨겨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임원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건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오철현은 딱 자르듯이 말했고, 말을 꺼낸 임원은 궁금증을 억누르며 물러났다.

박덕준이 말했다.

"여러분, 내가 그간 경영에서 반쯤 손을 뗐다가 이번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다들 알 겁니다. 그만큼 프리덤이 우리 그룹의 미래에 중요한 아이템이라서 그래요."

"네, 회장님."

"그러니 다 함께 조심합시다. 전역을 1시간 59분 앞둔 말년병장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다녀야 합니다. 프리덤 개발자가 누구인지 궁금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많이 있어요."

"참, 회장님.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까요?"

"50 대 50 아니었어?"

"특약에 연 매출 10조 원이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프리덤 개발자가수익의 90%를 가져가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박덕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맞아, 그런 특약이 있었지. 잊고 있었군."

"외면하고 싶으셨던 거겠죠."

"으…… 설마 이렇게 빨리 매출이 고공 상승할 줄 누가 알았겠어."

다른 임원이 발언했다.

"제가 특약조항을 살펴봤는데,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문구였습니다."

"그래서요?"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프리덤 개발자와 협상을 해보면……."

오철현은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귀찮다고 안 하겠다고 하는 걸, 저와 회장님이 힘들게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분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식으로 대하자고요?"

"……."

"프리덤이 우리 겁니까? 프리덤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코딩 한 줄이라도 아는 분 있습니까? 개발자는 마음에 안 들면 계약 파기하면 그만 이에요."

"그럼 천문학적인 위약금이……."

"그런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한번 계약서 살펴봐요."

"……."

가만히 듣고 있던 박덕준도 못마땅한 듯이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이건 알아둬요. 프리덤 개발자가 나보다 더 재산이 많아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 많은 자산 운용하면서 취미로 코딩하는 사람입니다. 조금이라도 잘못 보였다가는 우리 회사와의 인연은 없는 게 되는 거예요."

"……."

박덕준이 가진 회사 지분의 가치는 조 단위다.

그런데 박덕준보다 더 뛰어난 재력 가라니. 임원들은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튼 10조 원 돌파는 이미 기정사실이니만큼, 수익 배분율을 9대 1로 하긴 해야 할 텐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지가 애매하군요."

"계약서에서는 10조 원을 돌파한 때부터 배분율을 조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

오철현은 고민이 많았고, 박덕준도 입맛이 썼다.

집행하는 금액의 단위가 너무 크다 보니, 아무래도 총수인 박덕준이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냥 처음부터 9 대 1로 하기로 했다. 가정하고 수익 배분을 해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오철현은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고 곧바로 수긍했다.

다른 임원들도 조금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결국 이견 없이 그 의견을 따랐다.

***

"속이 쓰리지 않으십니까?"

"쓰린 건 사실이지.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계약을 했으니 어쩔 수 없잖아. 길게 가려면 초반에 좋은 인상많이 심어둬야지."

박덕준은 허허 웃으며 덧붙였다.

"애초부터 우리 몫은 딱 10%만큼이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지."

"부가세 제하고, 서버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 제하고, 기타 마케팅 비용 제해도 대충 연 수익이 9조 원은 넘겠는데요."

"그럼 우리가 일 년에 9,000억 이상은 가져가겠네. 이만한 효자 아이 템이 없지, 암."

"아참, 거기서 따로 법인세도 내야 합니다."

"……갑자기 슬퍼지려고 그래."

박덕준의 재킷 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오철현은 의아해서 입을 다물고 살폈고, 박덕준은 검지를 입술에 갖다댄 후 전화를 받았다.

"네, 부회장님. 박덕준입니다. 네…… 그럼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네? 아… 네… 네, 잘나갑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편하신 날짜로 알려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박덕준이 전화를 끊자, 오철현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서해그룹입니까?"

"맞아. 어떻게 알았어?"

"회장님이 고개를 숙이고 깍듯하게 대할 '부회장'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박덕준만 일방적으로 굽실거렸지만, 오철현은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알 것 같았다.

"프리덤 때문에 전화했군요."

"부회장님께서 서해전자 겔드폰에 프리덤을 탑재하고 싶다고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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