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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89화 (189/1,270)

프랜차이즈 갓 189화

47장 협력보다는 빼앗는 게 이득(1)

-국제자원투자회사가 원유를 공짜로 갖다 주니, 장사가 잘될 수밖에. 이걸 망해 먹으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전성렬은 껄껄 웃었다.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마음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훤히 느껴진다.

-정유 사업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게. 너무 잘돼서 법인세가 얼마나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거든.

"……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싶습니다. 부디 CIA에서 조용히 찾아오는 일만 없기를 바랄 뿐이에요."

-자네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이미 많이 겪어본 일이거든요, 라고 하수영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래도 프라임오일 가지고 하 사장을 찾아가는 사람은 없지? 연락이 온다든가 하는 것도.

"네, 아직까지는 전혀 없더군요."

-우리가 JS칼텍스에도 단단히 일러뒀거든. 오일 관련 일은 무조건 나 아니면 정서희 부사장한테만 말하라고, 하 사장은 이런 일에 신경쓸 여유도, 생각도 없다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해주세요."

-그런데 프리덤은 혹시 회계 업무같은 건 못 하나?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세요?"

-내가 프리덤한테 물어봤거든. 혹시 프라임오일컴퍼니하고 JS칼텍스회계 검증 한번 해줄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그건 회계사 자격증이 필요한 거라서 안 된다고 하던데. 전문 영역이라서 자기는 못 한다나?

"그거야 맞는 말이죠."

-근데 조금 이상하잖아. 능력 부족이라서 못 한다고 하면 되는데 전문영역이라서 못 한다고 하니까.

"프리덤은 개인비서입니다. 전문가가 아니에요."

-프리덤이 하는 거 보면 회계장부 검토쯤은 그냥 손쉽게 해낼 거 같아 보였는데.

"다시 말하지만 프리덤은 만능 전문가가 아닙니다."

-근데 실비아는 만능비서라고 홍보하지 않았나?

하수영이 권한 승인만 해주면 프리 덤은 얼마든지 개인고문 회계사 노릇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덤은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영역 안에서 만능인 겁니다."

-이동 동선을 짜거나 질문에 대답하는 걸 보면 뭐든지 즉각 나오던데? 화학식에 관해서 물어보니까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던데, 그 정도면 전문가 아닌가?

"인터넷은 지식의 보고잖아요. 프리덤은 그 안에 존재하는 자료를 찾아서 그걸 대로 조언을 해주는 뿐입니다. 이 정도는 비전문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난 절대 그 정도는 못 해.

"자료를 충분히 검색하고 정독할 시간, 서로 다른 자료들을 출처와 기관의 권위성을 비교 분석해서 어느 게 더 정확한 자료인지를 구별할 시간, 그게 없을 뿐이죠."

-음…….

"일반인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순식간에 찾아내서 설명하기 좋게 잘 정리를 할 뿐이에요. 그래서 프리덤이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인터넷에 연결된 인공지능이라서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좀 똑똑한 일반인 여럿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검색해서 공부를 한 다음에 조언을 해주는 거나 똑같다, 뭐 그런 뜻인가?

"네, 맞아요. 프리덤은 그걸 짧은 시간에 해낼 뿐이죠. 회계사나 의사, 물리학자 같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전문 조언'같은 건 못해요."

-저번에 흉통 증상에 관해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에 의사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대중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의학칼럼 같은 건 대형병원이나 학술논문지 같은 곳에서 얼마든지 찾아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덤이 결국 이런 말을 하지 않던가요? 정확한건 병원에 가서 의사 진료를 받아야 알 수 있는 거라고."

-맞아, 그런 말을 했었어. 기억이나.

"회계 업무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님 같으면 아무리 회계 공부를 오래 한 똑똑한 친구여도, 회계사 자격증도 없는데 정식 검토를 맡길 수 있겠어요?"

-그건 아니지.

"그래서 프리덤이 안 된다고 거절한 겁니다."

하수영이 프리덤에 건 제한은 간단했다.

이용자에게 의사, 약사, 변리사, 과학자 등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조언은 일절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시대의 과학기술 개발 속도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프리덤은 비서이자 집사일 뿐이다.

그 영역 안에서는 타인과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것을 잘해낸다.

-그럼 프리덤이 나중에 전문가 못지않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만큼 발전할 수도 있나?

"네, 언젠가는요."

아마도 자신의 마음이 동하는 바로 그 순간.

물론 조건이 붙는다.

"근데 그러려면 아마 코엑스만 한 크기의 전용 서버를 별도로 만들어야 할 겁니다."

-뭐? 그렇게 큰 컴퓨터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미국이나 중국에는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지금 전자기술로 프리덤이 전문가 역할까지 해내려면 그 정도 서버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SF 영화처럼 전용 로봇 비서를 데리고 다니는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지금 기술 수준으로 소형화는 어림도 없어요. 그런 세상 쉽게 안 옵니다. 제가 왜 고추재배 때문에 그렇게 골머리 썩다가 우회했는데요."

***

서해전자 스마트폰사업부 AI개발팀.

AI개발팀은 요즘 살얼음판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듯한 분위기였다.

팀장은 항상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했고, 팀원들은 감히 기침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서해전자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들여서 개발한 인공지능 '버스터'가 시장에서 찬밥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인공지능 사업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초기 투자 단계였다.

경쟁사인 래플사의 스마트폰 AI 시릴라도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으니.

사용자들은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인공지능을 '신기한 애플' 이상으로 쳐주지 않는다.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거나.

물어본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의 대답을 하거나.

정해진 틀을 넘어선 대답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등, 기계로서의 한계가 명확해서다.

팀장이 들어오자 팀원들은 바짝 긴장해서 자세를 잡았다.

팀원들을 잠깐 훑어보던 팀장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사님 만나고 오는 길이다."

"……."

"이사님이 그러시더라. 내가 지금 부회장님 만나고 오는 길인데, 그 앞에서 숨을 쉴 수가 없겠더라고.

면목 없어서 어디 회사 공기 마음껏 마실 수가 있겠냐고."

"……."

"다들 잘하자, 응?"

팀장은 누가 봐도 분노를 꾹 참는 표정이었다.

"수천억 넘게 들여서 개발한 단말기 전용 인공지능이 일개 SNS 메신저톡 부가기능 인공지능보다 밀린다는 게 말이 돼? 실비아컴퍼니 시가 총액이 우리 회사의 한 1/10은 되나?"

팀장의 목소리에 서린 노기가 커졌다.

"당연히 오래전부터 연구진 갈아넣고, 돈도 수천억 갈아 넣고, 기술도 갈아 넣고 한 우리 회사 인공지 능이 훨씬 뛰어나야 하는 거 아니야?"

"……."

"이래서야 AI개발팀이 존재하는 의의가 있어? 그냥 부서 싹 해체하고 실비아에 굽실거려서 프리덤 이용권 사오고 말지. 안 그래?"

팀장의 목소리가 서서히 갈라지고 있었다.

팀원들은 팀장의 잔소리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 후, 팀장이 달라진 톤으로 말했다.

"이상이 상부의 생각이다."

"……고생하셨습니다,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사실 버스터가 그렇게 못 만든 건 아니에요. 프리덤이 말도 안 되는 스펙인 게 문제죠."

"솔직히 전 처음 프리덤이 인공지 능이 아니라 사람이 대신 대답해 주거나 대사를 써주는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인데요."

"그런 인공지능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못 만듭니다. 지금 래플사도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요. 프리덤 때문에."

잔소리가 끝나자 팀원들은 한껏 팀장을 위로했다.

팀장은 지친 표정을 한 채 의자에 앉아 목의 단추를 풀었다.

"아니, 기술의 발전 속도도 정도라는 게 있는 거야. 하루아침에 이런게 뚝딱 떨어지면 우리 같은 개발자들은 대체 어떻게 살라고."

"맞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이런 게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20년은 멀었다고."

"테슬라에서 근무하는 친구는 지금 울상이던데요. 자기들이 지금까지 고생해서 만든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소용없게 됐다면서."

"프리덤이 자율주행까지 할 수 있어?"

"자율주행이 결국 주변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핵심아닙니까. 그래서 꾸준히 데이터 축적하고 알고리즘 다듬고, 근데 고전가지고 독서 토론하는 인공지능을 대체 무슨 재주로 이겨요?"

"그게 테슬라 측 생각이라는 거지?"

"친구는 거의 확신하고 있던데요. 문제는 실비아에서 아무래도 막아놓은 거 같다는 거죠."

다른 팀원도 얼른 말했다.

"저번에 제가 수동차 운전 연습하다가 기어 변속이 뭐 잘못돼서 자꾸 시동이 꺼지는 거 같다고 했는데, 프리덤이 그 자리에서 제 말 듣고는 바로 뭐가 잘못됐는지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 말대로 하니까 시동 안 꺼지고 제대로 운전이 되더라 이겁니다."

"……하."

"물론 엄청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고 수동차 매뉴얼만 꿰뚫고 있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인공지능이 그런 조언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 말대로라면 확실히 프리덤한테 운전 맡겨도 잘하겠네."

"그래놓고 하는 말이 자기는 운전 못 한답니다. 그런 '전문적인'일은 능력 밖이라네요."

"……."

"……."

잠시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그들은 부서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임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오너가 AI개발팀을 달갑지 않게 본다는 증거다.

"이사님이 그러시더라. 어떻게든 우리 장점을 살려서 프리덤을 역설계해 보라고, 그래서 특허 피해서 비슷하게 새로 만들어보라고."

패스트 팔로워.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적절하고 빠른 모방을 통해 후속 주자로서 시장을 단숨에 점령한다.

서해전자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전략이었고, 커다란 성공을 거둔 스타일이기도 했다.

"단말기에 설치되는 앱은 그냥 단말기 부품을 통제하고 정보통신만 하는 용도잖습니까. 역코딩해 봤자 나올 것도 없어요."

"코딩을 정말 기가 막히게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짜서 감탄하긴 했지만, 그게 전부인데요?"

"이사님이 그걸 몰라서 하는 말 같아?"

팀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반문하자 팀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실비아컴퍼니 서버를 해킹하든, 산업 스파이를 써서 디스크를 탈취하든,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 그런 것조차 못 할 거면 너희가 왜 있냐고 하시면서."

한 팀원이 침울해서 말했다.

"시말서 미리 준비해야겠네요."

"사직서도 같이 준비해놔."

"팀장님. 그건 너무……."

"너무한 말이라고?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팀장은 품에서 봉투 한 장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겉면에 쓰인 '사직서'라는 단어에 팀원들의 표정에 짙은 그늘이 졌다.

"실비아톡에 프리덤 출시된 그 날, 바로 사직서 써뒀다."

"……."

"너희들도 마음의 각오는 해두는 게 좋아."

팀원들은 정말 부서가 날아가게 생겼다는 불길한 예감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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