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87화 (187/1,270)

프랜차이즈 갓 187화

46장 폰 안의 개인비서 (4)

-요즘 프리덤 신드롬이라는 현상이 우리나라 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네, 저도 프리덤을 애용하고 있으니까요.

-저런, 정말 부럽네요. 저는 프리 덤을 실행하고 싶었지만 이용자수한계에 도달해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프리덤은 최고의 개인비서, 아니, 친구입니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들어주죠.

-어떤 사용자분이 올린, 문학 토론이야기는 정말 쇼킹한 이슈였는데요.

-네, 철학적 담론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프리덤이 얼마나 인간을 닮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인공지능답게 실수도 하지 않고, 무척 빠르죠.

-이렇게 편해서 재벌 회장들이 개인 비서를 두는구나, 하고 납득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는 게 재미있는데요.

-하하, 사실 정말 편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람 비서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에서 특히 대단한 만족을 보이고 있다고 하던데요.

-제가 한 번 써보고 나서 바로 한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 부모님도 프리덤을 쓸 수 있게 실행을 해드린 거죠.

-큰 효도 하셨군요.

-모바일로 뭐 좀 하려고 하면 매번 애를 먹으셨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전혀 없습니다. 말만 하면 프리덤이 전부 알아서 해주니까요.

-모바일 말고 다른 것도 해당되지 않나요.

-네, TV가 안 켜진다거나 냉장고가 이상하다거나 하는 것도 프리덤이 상황을 듣고 조치를 해줍니다. 전원선을 점검해 보라든가, 차단기를 확인하라든가, 하다하다 안 되면 자기가 직접 제조사에 AS 문의까지 넣어주죠.

-정말 혁명 그 자체로군요.

-맞습니다. 프리덤은 혁명입니다.

조회 수가 500만을 넘었다는 유튜브 영상을 흐뭇하게 보던 박덕준이 고개를 돌렸다.

"김 실장, 이거 자네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거 아니야?"

"프리덤이 운전대를 대신 잡아주지는 않죠."

"내 생각에 개발자가 조금만 신경쓰면 그것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프리덤을 완전 자율주행과 융합하는 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걱정 말게. 자네 일자리 뺏을 각은 없으니. 그나저나……."

박덕준은 턱을 조용히 쓰다듬다가 물었다.

"이용료로 얼마를 받으면 좋을까?"

"오철현 대표는 월 9,900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데요."

"무슨 소리야!"

박덕준은 갑자기 벌컥 화를 냈다.

"별 같지도 않은 쓸데없는 데이터통신 요금도 한 달에 5만 원씩 받아가는 세상이야! 9,900원이 말이 돼!"

"제가 결정한 게 아닙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에 10만 원씩도 받고 싶다고, 프리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안 그런가?"

"프리덤이 해주는 수고를 생각하면 사실 한 달에 천만 원 정도는 받아도 되겠죠."

일개 어플 사용료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비서팀'하나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24시간 대기하는.

그걸 생각하면 천만 원도 비싼 건 아니라는 게 김석운 실장의 생각이었다.

물론 실제로 그 돈을 내면서 이용하려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난 말이지, 프리덤 개발자를 아주 큰 부자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그분은 이미 청담에서 알아주는 재력가이신 걸로 아는데요."

김석운 비서실장은 하수영의 정체를 자세히 아는, 몇 명 되지 않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이 아이템 하나로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면 개발자가 가져가는 몫이 이익의 90%라고 했지?"

"네, 그런 특약이 있었습니다."

"유료 구독자가 2,000만 명이라고 쳤을 때 연 매출 10조 원을 찍으려면 한 달 이용료로 최소 41,667원은 받아야 해."

"그런데 9,900원이라면 몰라도, 몇만 원씩 받는다면 이용자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이건 전화요금하고는 다른 거잖습니까."

"당연히 다르지. 전화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기능 아닌가?"

"……."

김석운은 조금 헷갈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최적화된 요금으로 가능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오철현의 생각이 더 옳아보였다.

하지만 박덕준은 프리덤의 필수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었다.

"월 이용료로 5만 원 정도는 받아도 돼. 사실 그 정도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박덕준은 확신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 번 요금을 정하면 심리적 저항이라는 게 있어서 나중에 올리기도 힘들어. 조삼모사, 알잖아."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

"기본은 5만 원으로 하되, 할인과 할증을 섞어서 다양한 요금체계를 만드는 거야."

"여기서 더 어떻게 다양한 요금을 만듭니까? 프리덤의 기능을 제한이라도 하시렵니까?"

"그건 안 되지. 프리덤의 스펙 자체는 개발자의 자존심이기도 한데 말이야."

"그럼 어떻게……."

"간단해. 시간을 제한하면 되는 거야."

***

실비아컴퍼니 대표이사 오철현은 그룹 총수가 보낸 권고안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프리덤 이용요금 권고안]

-기본시간제 : 하루 24시간 이용 시 월 70,000원

-알뜰시간제 : 09:00~22:00 이용 시 월 45,000원

-청소년할인제 : 월 45,000원

-청소년특별할인제 09:00~22:00 이용 시 월 35,000원

-장기할인 : 1년 치 선불 결제 시월 50,000원

……등등…….

"무슨 요금제를 이렇게 복잡하게도 만든 거야?"

오철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우리 회장님도 참. 이렇게 요금제를 복잡하게 하면 소비자가 좋아하겠냐고. 그리고 이건 요금이 너무 높잖아?"

"괜찮은 거 같은데요?"

최국성이 권고안을 훑어보더니 작게 감탄했다.

"이 복잡한 게 괜찮은 거 같다고?"

"사실 9,900원은 프리덤의 가치에 비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하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그럼 왜 말을 안 했어?"

"이용자 수를 최대한 늘리자는 대표님 생각도 옳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회장님은 이용자 수보다는 매출 자체에 더 집중하시네요."

최국성은 다시 한번 권고안을 훑으며 덧붙였다.

"이 정도면 사용자들의 지갑을 쥐어짜내는 수준인데요?"

"하지만 요금이 너무 높으면 이용자 수 확보에 지장이……."

"회장님 말대로 해보죠. 회장님 돈감각이야 정말 귀신같지 않습니까."

오철현은 이사회에서 임원들과 논의 끝에, 박덕준 회장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이 요금제는 누가 생각한 건가요?

통화 중에 나온 하수영의 질문이었다.

차마 사실대로 말하기 민망했던 오철현은 대충 둘러댔다.

"이사회에서 협의로 결정된 사항입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한계치까지 털어보겠다는 집념이 느껴집니다. 진짜 대단해요.

욕인지, 칭찬인지. 오철현은 헷갈렸다.

"유료 구독자가 1,700만 명 정도만 되어도 연 매출 10조 원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1,700만 명만 쓸까요?

"저희도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아무래도 금액이 상당하다 보니 초기 이용자 수 확보는 장담을 할 수가 없어서……."

-제가 보기에는 서버 자원만 충분하면 이용자 수 확보는 문제될 게 전혀 없는데요.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이 되었습니다.

"네? 검증이 되다니요?"

오철현은 의아해서 반문했고, 하수영이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아차차, 말을 오해하게 했네요. 역사적으로 인간은 편리한 것을 추구한다고 검증이 되었다, 그래서 프리덤은 무조건 필수앱이 될 거다, 뭐 그런 뜻으로 한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서버 자원 부족 문제나 좀 어떻게 해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확장성을 위해 남겨둔 예비 공간에 추가 서버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3번째 데이터센터도 새로 지을 예정입니다."

-데이터센터야 하루아침에 올리지 못할 테고, 추가 서버를 설치하면 서버 자원이 얼마까지 늘어나죠?

"1번 센터의 여유 자원까지 끌어오면 2,500만 명까지는 어찌어찌 서비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서버가 또 터져 나가겠네요. 지금 잠재 수요가 상당할 텐데요.

"유료 서비스 개시로 떨어져 나가는 이용자층도 있을 테니, 어느 정도 상쇄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작 이 정도 요금 때문에 떨어져 나간다고요?

하수영이 나지막한 웃음을 흘렸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에, 오철현은 자신도 용기가 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대표님, 뭘 모르시네.

마치 하수영이 그렇게 실소하는 듯한 환청마저 들렸다.

-그럼 유료 서비스 개시는 언제부터 하나요? 전 빨리 수금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도 장바구니에 잔뜩 쌓아둔 물건들이 많단 말이에요.

"대체 무슨 물건들이기에 수영 씨정도 되는 분이 구매 보류씩이나 합니까?"

-상가 빌딩 2채하고, 재건축 아파트단지 하나요.

"……."

맞다. 이 사람 부동산 임대업자였지.

오철현은 잠시 잊었던 사실을 떠올린 채, 말을 이었다.

"원래는 3개월 정도 후에 유료 서비스를 개시할 거라 생각하고 사전공지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두 달 조금 넘게 지나봐야……."

-IT업계에서 두 달이면 에베레스트 산이 바다에 잠기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좀 더 앞당기죠.

"네? 하지만 이미 사전에 3개월이라고 밝혔습니다. 갑자기 앞당기면 많은 욕을 먹을 겁니다."

-욕을 안 하게 하면 되죠. 걱정 마세요. 그건 프리덤이 알아서 할 겁니다.

"프리덤이 알아서 한다고요?"

-네, 이용자들 불만 없게 하면 되지 않나요?

"회사 입장에서야 앞당기면 좋긴 합니다만,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는지…"

-그럼 동의하신 걸로 알고, 프리덤한테 언질 좀 해두겠습니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통화를 종료하고도, 오철현은 하수영이 한 말의 의미를 곱씹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용자들 반발을 프리덤이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봐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

「주인님.」

게임에 집중하던 박수원은 갑자기 프리덤이 말을 걸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반문했다.

"왜?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냐? 너 때문에 궁 쓸 타이밍 놓쳤잖아."

「죄송한데 당분간 주인님과 헤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박수원은 놀란 나머지 프리덤 아바타를 쳐다봤다.

크고 통통한 두 팔을 정중히 맞잡은 프리덤은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버 자원이 모자라서요. 천만 명의 주인님들이 저를 이용하다 보니 데이터센터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그럼 서버 자원을 늘리면 되잖아!"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요즘 실비아그룹에 여유 자금이 없대요.」

"어떻게 해? 방법이 없어?"

「원래는 3개월의 무료 사용 기간 후에 유료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었는데, 그걸 앞당기면 서버 확충할 자금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안 하면?"

「서버 자원에 따라서 당분간 이용자 수를 1/5 이하로 감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운이 없으면 주인님이 그 대상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실비아에 당장 항의메일 보내. 얼른 내 돈 가져가라고!"

「알겠습니다. 역시 우리 주인님은 시원시원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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