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86화 (186/1,270)

프랜차이즈 갓 186화

46장 폰 안의 개인비서(3)

이용자 천만.

오철현은 바로 깨달았다.

이용자 수가 한계에 도달한 순간 프리덤은 자체적으로 더 이상 이용자를 받지 않고 있음을.

그 숫자는 하수영이 미리 설정을 해두었거나, 혹은 프리덤이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계산한 부하를 통해 자체적으로 정한 수치일 것이다.

하수영이 미리 예측한 수치이기도 하고.

"어떡하긴, 그럼 서버 확장해야지."

"지금도 신 데이터센터 서버 예비자원을 30%만 남겨둔 채 풀가동으로 운영 중입니다. 늘릴 데가 없어요."

최국성이 마른 입술을 핥으며 덧붙였다.

"이용자가 이제 겨우 천만인데 신데이터센터가 최대 부하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려면 똑같은 서버실을 다섯개는 더 지어야 할 겁니다."

프리덤은 이용의 편의성이 극대화된 보조 앱이다.

IT문물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인층에 더욱 유용한 서비스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버거워하는 노인 사용자들에게 있어, 그저 말로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반색할 일이니까.

"젠장, 컴퓨팅 자원만이라도 어디서 사오거나 임대해 올 수 없나? 어차피 프리덤을 옮겨오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 않아?"

"국내에서 그만한 서버 자원을 팔만한 곳도 없는데요."

"이런, 망할. 내가 그래서 처음에 센터 지을 때 이왕이면 4배 이상 규모로 짓자고 했는데."

"그때야 우리 회사 자금 사정이 워낙 빠듯했고요."

물론 프리덤이 운용하는 데이터센터는 지금도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에 달하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한다.

적어도 그 당시 실비아가 국내에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을 생각하면, 향후 10년 정도는 추가 확장이 없어도 끄떡없을 거라고 기대되었다.

"프리덤이 워낙 시스템 자원을 많이 먹어치워서 그런 겁니다. 우리 데이터센터가 모자란 게 아니구요."

"같이 데미안 읽고 독서 토론까지 해주는 개인비서 아바타를 천만 개나 실시간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 정도면 시스템 자원을 많이 처먹는 것도 아니지."

프리덤은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된 후, 월 구독 형식의 유료 서비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원래는 겸손하게 최소 10%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를 보면…….

'30%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박은 이미 확정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하지만 서버 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내가 그래서 바로 당장 서비스 개시하지 말고 충분히 준비하자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회장이라는 양반이 그렇게 엉덩이가 가벼워서야!'

박덕준 회장은 그저 대박 서비스를 시중에 빨리 내놓고 싶은 마음에서 서두르라고 재촉했을 것이다. 원래 그런 양반이니까.

"대표님, 이거 어떡하죠? 지금 신규 사용자들이 왜 프리덤을 실행할 수 없냐고 항의가 쏟아지고 있어요."

"항의성 글이 지금까지 500만 개가 넘게 들어왔습니다. 엄청난 반응이에요."

"이거 빨리 서버를 늘리던가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어차피 나중에 무료 서비스 끝나면 오피스앱 같은 구독식 유료 서비스로 전환될 테고, 전환률을 25%내지 30% 정도로 잡으면, 거기에 맞춰서 시스템 자원을 확장하면 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지만, 대체로 프리덤 최종 구독자 수는 4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세였다.

"제 생각에는 프리덤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한 번만 써보고 마는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요."

"무료라면 당연히 그렇지. 하지만 이건 월 유료 구독 서비스로 진행될 거야. 모든 사람이 매달 돈 나간다는 부담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없이 사는 사람은 월 몇천 원도 아끼려고 프리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돈 없고 빡빡한 사람일수록 더 프리덤을 사용하려고 할 거 같은데요."

소수 개발진은 프리덤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더라도, 사용을 중단하는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철현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월 이용요금은 9,900원으로 해야겠어."

"네? 원래는 1,900원 정도로 생각하신 거 아니었나요?"

"그땐 내가 프리덤의 잠재력을 너무 낮게 본 거지. 이 정도까지 크게 열풍을 불러올 줄은 몰랐으니까."

대단한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덕준은 지분 분배까지 생각하면서 하수영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보물상자에 은괴가 들어 있는 줄 알고 뚜껑을 열었는데, 그 안에 찬란한 다이아몬드가 한가득 들어 있었던 상황이다.

"9,900원이면 유료 구독자가 2천만을 넘기기는 힘들겠는데요."

"그래도 2천만이면 월 매출이 1,980억 원이네요."

"가만, 프리덤은 데이터 사용량 자체는 얼마 되지 않으니까 망 이용료도 거의 없다시피 하지 않나?"

"프리덤은 컨텐츠 확보 비용이나 관리인력 인건비 같은 게 추가로 소모되지 않으니까…… 사실상 데이터센터 전기료만 나간다고 보면 되고."

단일 서비스의 월 매출이 2,000억원 가까이 기대된다.

게다가 추가로 잡다하게 나가는 항목이 적어, 이익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크게 나가는 돈이라고 해봐야 데이터센터 전기료 및 유지비 정도일까.

'이건 무조건 돈이 된다!'

오철현은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하수영을 재빠르게 찾아냈다는 것, 다른 경쟁사에 뺏기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한껏 밀려들어 왔다.

"서버 자원 확장할 방법은 하루빨리 알아봐.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든, 외부에서 시스템 자원을 임대하든, 아니면 우리 다른 서비스 트래픽을 줄이든 간에."

"알겠습니다."

대충 분위기가 정리되자 회의는 해산되었다.

그리고 마치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박덕준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철현아, 프리덤 지금 완전 대박이라며?

"지금 근무시간이고 이건 공식 내 선입니다, 회장님."

-아이고, 우리 오 대표님. 내가 너무 마음이 급해서 그만. 아무튼 지금 신규 이용자 증가가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네, 지금도 신 센터 서버 예비 자원이 30% 정도입니다. 한계치에 도달해서 프리덤이 더 이상 이용자를 받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서버를 더 늘려야겠네? 한 다섯 배 정도 더 늘리면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쓰는 사람들은 전부 상대할 수 있겠지?

"무슨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어요. 아무리 좋은 거라도 돈 내야 한다면 등 돌리는 사람이 과반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럴 돈이 어딨습니까."

-돈이야 내가 조달하면 되지. 나 조금 있다가 S은행장이랑 식사할 예정이야.

"S은행장하고 약속 있습니까?"

-그래, 얼마면 되겠냐? 우리나라 모든 스마트폰 유저한테 서비스 제공한다 치고 서버 확장하려면, 얼마나 필요한데?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그래도 최소…… 3조 원 이상은 있으면 좋겠습니다."

-알았다. 형만 믿고 있어라.

"회장님, 근데 아무리 1금융권 기업 대출이어도 3조 원이나 빌리면 이자가……."

뚝.

박덕준은 더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참 사람이 한결 같으시단 말이지."

오철현은 헛웃음을 지은 채 업무에 몰두했다.

프리덤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져 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날 밤, 박덕준한테서 실톡 메시지가 왔다.

[돈은 마련됐다.]

[이율은요?]

[1.5%, 이 정도면 무이자나 다름없어.]

[용케 그런 큰돈을 마련하셨네요.]

[2,500억 원은 정부지원기금이다. 그래서 그건 이자 안 내고 나중에 잘 갚으면 돼.]

S은행장을 구워삶아서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오늘 박덕준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을까.

돈이 마련되자 오철현은 한결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찌뿌둥함을 떨치려고 기지개를 켜는데, 여자친구 최승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기야, 오늘 간만에 수영라면 갈거지?]

[오늘 촬영 없어?]

[없어. 나도 이제 한물갔나 봐. 요즘 괜찮은 일거리가 안 들어오네.]

[그런 말 하지 마. 여배우 최승희가 어디가 어때서.]

짧게 잡담을 잡고, 약속도 잡았다.

하수영에게 톡 메시지를 남겨놓은 것은 아직 대답이 없었다.

'다른 일 때문에 바쁜 건지, 아니면 귀찮은 건지.'

사실 당장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무리가 없는 내용인지라, 재촉하기에도 그랬다.

실비아 입장에서 하수영은 갑보다 더 무서운 슈퍼 을이었다.

***

프리덤 신드롬이라 불리는 사회적 현상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프리덤을 설치한 이들은 24시간 내내 프리덤을 찾았다.

중요한 자료 검색 및 의사 결정부 터 시작해서, 식사 장소를 선정하는 사소한 문제까지, 모두 프리덤에게 조언을 구했다.

프리덤은 그야말로 부족한 점이 없는 만능비서였다.

어떤 질문을 하던 간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척척 대답을 내놓았다.

"이건 개인비서가 아니라, 나만을 위한 자문기구를 거느리고 있는 거 같아."

"대통령이 거느리는 싱크탱크 같은거?"

"어. 그것도 24시간 언제나 3초 대기 모드인 자문기구."

"이건 비서의 영역을 넘어섰지. 어떤 비서도 이렇게 만능이지는 못한다구."

"이 맛에 재벌 총수들이나 기업가 들이 개인 비서실을 따로 거느리고 있는 거구나. 뭐든지 말만 하면 곧바로 결과물이 튀어나오니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리덤의 성능에 만족했다.

더 이상 프리덤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프리덤이 제공하는 편의성에 푹 빠져 있었다.

근데 과제는 왜 대신 안 해주는 거냐?"

"도덕 기준에 위배된다고 해서 안된다잖아.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자료 검색 같은 걸 도와주는 게 어디야."

"아쉬워. 감사 편지 같은 건 아무리 길어도 대신 술술 써주고 그러면서……."

이처럼 프리덤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대부분은 과학 등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었다.

"프리덤, P-32번 실험이 이번에는 성공할까? 벌써 3년째 제자리걸음이라서 너무 답답한데."

「잘될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뭐 조언 같은 거 해줄 수 없어? 네 생각을 한 번 듣고 싶은데."

「밝혀지지 않은 과학실험에 대한 분석이나 조언은 제 영역 밖입니다. 저는 기존에 존재하거나 정립된 지 식과 정보를 검색해서 조언을 해드릴 뿐입니다.」

"세상 모든 과학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면, 그것들을 총망라해서 미처 주목하지 않은 통찰력을 발휘할 수도 있잖아. 그런 조언은 못해?"

「제 능력 밖입니다.」

과학자, 의학자, 약사 등 첨단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기 전공 관련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덤은 전문 과학 및 기술에 대한 조언은 철저히 능력 밖이라고 대답을 삼갔다.

이미 존재하고 정립된 과학지식에 대한 질문은 칼같이 대답을 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사소한 조언조차도 능력 밖이라고 거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점을 아쉬워했다.

"네가 강인공지능은 아니긴 한가 보구나. 이미 알려진 지식 안에서만 대답할 수 있다니."

「죄송합니다.」

"그런데 문학적 토론은 왜 이렇게 술술 잘하는 거냐?"

「문과 감성 알고리즘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농담은 이과 감성 같은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