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84화
46장 폰 안의 개인비서(1)
"이 정도 서버 수준으로 서비스 출시는 어림도 없습니다. 보셨잖아요. 겨우 500만 명이 사용했을 뿐인데 2분 31초 만에 먹통이 됐잖아요."
"데이터센터 확장을 해야겠습니다. 아니, 아예 프리덤 전용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어야겠어요."
오철현이 굳은 결심을 한 듯이 말하자 최국성이 깜짝 놀라서 끼어들었다.
"대표님, 그럼 우리 출혈이 너무 큽니다."
실비아가 프리덤 소유권을 갖고 있다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1차 계약 기간은 3년이다.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어놨는데 3년 후 하수영이 계약 연장을 안 해주면, 그 비용만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차라리 백업 자원만 새로 구축하고, 여기 센터를 통째로 프리덤이 쓰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게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요, 일단 오해를 풀어드려야 할 거 같은데요."
하수영이 끼어들자 오철현과 최국성은 살짝 긴장해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먼저 데이터센터를 새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프리덤의 인공지능은 제가 구축한 전용 시스템 안에 들어 있어요. 귀사의 서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톡 유저들을 상대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겁니다."
"프리덤을 우리 서버로 아예 옮겨오는 것은 아닙니까?"
"네, 본체는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놔두고, 여기 서버 자원을 활용해서 비서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거죠. 애초에 이런 초대형 서버 시스템은 프리덤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집입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럼……."
"문제는 서버 세팅이에요. 운영관리 체제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되어 있어요. 세팅이 프리덤한테 맞지 않는 형태로 되어 있으니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버벅거리는 겁니다."
비효율적이라는 말에 오철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무래도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운영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것 같네요. 작업을 마치면 실톡 온라인 서비스 속도나 효율도 지금보다는 더 좋아질 겁니다."
데이터센터장이 그 말에 펄쩍 뛰었다.
"센터 운영 세팅을 갈아엎는다고요? 그건 절대 하루아침에 될 작업이 아닙니다! 그동안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는 것은 또 어떻게 하고요?"
"센터장님, 일단 가만히 있으세요. 개발자님 말씀 듣는 게 우선입니다."
하수영은 안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메모리 카드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었다.
"걱정 마세요. 이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전용 운영 세팅을 새로 만들어 왔습니다. 서비스 잠시 중단하고 세팅 설치한 다음에 재기동하면 될 거예요. 넉넉히 한나절이면 다 끝날겁니다."
"네? 뭘 만들어오셨다고요?"
"어차피 갈아엎어야 할 게 뻔하니까 오늘 오기 전에 미리 만들어뒀어요. 무에서 창조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서버 운영 프로그램을 조금 조율해 봤습니다."
"……."
"……."
오철현과 최국성은 할 말을 잃었다.
이거 지나치게 풀액셀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쳤다.
"그럼 지금 바로 설치할까요?"
"자, 잠시만요!"
오철현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비록 자신이 대표이사이기는 하지만, 데이터센터 운영 프로그램을 갈아엎는 것은 혼자서 함부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사회 논의 정도는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럴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면…….
'기껏 시간 내서 운영 프로그램까지 짜온 사람인데 당연히 불쾌함을 느끼겠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해서 데려온 사람이다.
겨우 이런 절차 문제로 작업이 지연된다면, 당연히 불쾌함을 느낄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애초에 상대는 '난 건물주라서 사실 개발자 같은 거 안 해도 됨.'이라는 인물 아닌가.
오철현은 즉시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지금 바로 작업하지요."
"대, 대표님! 그래도 이건 이사회 심의 정도는 거쳐야 하는……."
"아, 내가 대표이사인데 됐다고 하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이사회 안에서 나보다 서버에 더 정통한 친구 있어? 영업 뛰는 조 이사, 회계장부 숫자만 볼 줄 아는 박 이사, 그 친구들하고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해?"
"그래도 이건 좀……."
"됐어, 더 토 달지 마. 수영 씨, 바로 진행합시다. 한나절이면 된다고 하셨죠?"
"네, 넉넉히 잡아서요."
"어차피 센터 2개니까 순차적으로 하면 서비스 끊길 일도 없으니. 진행하죠."
그렇게 센터장 및 센터 관리직원들이 불안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하수영은 세팅 작업을 시작했다.
메모리카드를 꽂고 설치프로그램을 실행시키자 수많은 서버들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센터 전체 리부트가 진짜 한나절만에 된다고? 대체 뭐 하는 친구야?'
센터장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직원들이 제대로 날 잡고 몇 날 며칠이고 매달려야 하는 게 기본 운영체제 세팅 작업이다.
차라리 대형 여객기를 하루 만에 뚝딱 하고 찍어내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오철현 대표이사가 깍듯하게 대하는 걸 보면 보통 실력자가 아닌 듯한데, 그러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설치되는 동안 저는 잠시 자리 좀 비울게요. 챙겨야 할 게 있어서요."
"아, 네. 다녀오십시오."
"뭐 건드리지 마시고 그냥 놔두세요. 알아서 세팅하고 점검까지 다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하수영이 자리를 비우자 센터장은 꾹 참고 있던 답답함과 궁금증을 터뜨렸다.
"대표님, 저 친구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입니까?"
"앞으로 우리 회사 CTO가 되실 분이에요. 그러니 센터장도 저분 앞에서 주의하세요."
"네? CTO요?"
센터장은 황당해서 반문했다.
저런 새파랗게 어린 친구가 최고기술경영자 내정자라고?
"물론 저분은 그럴 마음이 아직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더 주의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저하고 회장님이 손잡고 공들여 설득 중인데, 별거아닌 걸로 기분 상해서 안 하겠다고 하면 우리 회사 손해가 너무 커요."
"진짜 대체 뭐 하는 친구, 아니, 분입니까?"
"음……."
오철현은 잠시 고민했다.
하수영이 프리덤 개발자라는 것은 극소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기밀 사항이었다.
'실톡에 프리덤 서비스 제공기능이 들어가면 어차피 센터장도 눈치챌텐데.'
지금까지 하수영이 보인 퍼포먼스가 있으니, 모른다면 그게 더 바보다.
그래서 오철현은 센터 직원들은 잠시 자리를 비키게 한 후, 센터장에게만 조용히 소곤거리듯이 말했다.
"저분은 사실 프리덤 개발자입니다."
"네? 뭐라고요?"
예상대로 센터장은 펄쩍 뛸 듯이 놀라워했다.
"조만간 우리 실톡에서 프리덤과 연동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아까한 것은 사전 과부하 테스트였고요."
"아, 어쩐지. 그래서 그랬군요."
"아무튼 센터장만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눈치채고 수군거리더라도 모르쇠로 일관하세요. 괜히 경쟁사한테 저분 뺏기기라도 하면 난리 납니다."
"알겠습니다. 입에 지퍼 단단히 채 우겠습니다."
"이제 다 됐네요."
하수영이 돌아와서 시스템을 검토한 후에 그렇게 말했다.
센터장은 반신반의해서 물어봤다.
"그럼 이제 서비스를 개시해도 되는 겁니까?"
"네, 이전보다는 효율이 높아졌을 겁니다."
센터장은 하수영을 연신 힐끔거렸다.
그 소문이 무성한 프리덤 개발자가 이렇게 젊은 친구라니. 선뜻 믿어지 지가 않았다.
'말도 안 돼. 그럼 그런 앱을 혼자서 개발했단 말이야?'
"그럼 지금 바로 연동 작업 시킬까요?"
"네?"
오철현의 당황한 반응에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곧바로 서비스 시작하시죠?"
"아직 아닙니다. 서비스 개시 전에 제대로 크게 마케팅도 하고, 또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습니다. 서버자원도 모자라지 않습니까?"
"여기 데이터센터를 고스란히 쓴다면 아쉽지만 당장 서비스 시작할 정도는 될 겁니다. 운영 프로그램도 갈아엎었으니까요. 물론 나중에 서버 확장은 필수로 해야 해요. 지금으로써는 1,000만 명 정도가 한계일거라고 봅니다."
천만.
오철현은 그 숫자를 머릿속에 단단히 집어넣었다.
"최고권한 설정만 해주시면 됩니다. 프리덤의 인공지능이 여기 데이터센터의 서버 자원을 도구로 활용해서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니까요."
"권한 설정 문제야 당연히 저희가 해드려야죠."
"사실 그냥 강제로 탈취할 수도 있지만 절차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수영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오철현은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저 사람이라면 정말로 이곳 데이터센터의 최고관리자 권한을 강제로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
***
오철현은 곧바로 박덕준을 찾아가서 보고했다.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를 싹 갈아엎었다고?"
"네, 프리덤이 센터의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초작업입니다."
"프리덤을 우리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게 아니었어?"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센터가 프리덤이 활용하는 도구가 되는 겁니다."
"기존 실톡 기반 서비스는 그럼 어떻게 해? 1번 센터로 몰아주기 해야 되나?"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 되겠죠? 신데이터센터는 프리덤한테 몰아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느 세월에 새로 지어서 서비스합니까. 좀 불안하긴 하지만 당분간 실톡 서비스는 2번 데이터센터 하나로 유지하는 게 낫습니다. 서버 자원을 가상 분할하면 백업이나 안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고요."
"아무튼 프리덤은 언제든지 서비스가능하다는 거지?"
"네, 수영 씨 말로는 언제든 말만 하면 바로 된답니다."
박덕준은 시원스럽게 결정을 내렸다.
"그럼 지금부터 바로 서비스 시작해."
"네?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홍보도 해야 하고, 관련 부서도 편성을 해야 하고…"
"홍보할 게 뭐 있어? 그냥 실톡에 광고 한 번 띄우면 되는 거지. 사용자들이 알아서 쓰다가 좋다고 느끼면서 자기들이 적극 홍보해 줄 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관련 부서가 뭐 필요해?"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객있어야 문의를 처리해야 할 부서할 거 아닙니까."
"문제가 생기면 프리덤한테 직접 물어보겠지. 애초에 프리덤 자체가 뭐든지 알아서 도와주는 만능비서 개념이잖아?"
"……."
오철현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뭔가 말이 안 되는 억지인 거 같은데, 듣다 보니 설득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전 홍보고 뭐고 할 거 없어. 그냥 지금 바로 서비스 시작하자고 수영 씨한테 연락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너도 명색이 대표이사인데이 정도는 웬만하면 네 손에서 알아서 결정을 해도 되지 않냐? 언제까지 이 형이 필드에서 뛰어다닐 순없잖아. 형은 말이다, 정치하는 양반들하고 드잡이질하기에도 정신이 없어요. 우리 회사에 손 벌리는 그런 양반들을 상대로 최전선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단 말이다."
"힘들게 싸우긴요, 맨날 신나서 정치인들하고 으?으? 술 마시고 골프 치러 다니는 거 같던데."
"그게 다 회사를 위한 기반 다지기야. 법안 하나 잘못 통과되면 회사 흔들리는 건 순식간이다. 너도 내 자리 올라와 보면 안다."
"안 올라가 봐도 압니다. 그래서 안 올라갈 거고요."
****
박수원은 수영라면 매니아였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꼬박꼬박 수영라면을 사 먹는다. 예약과 결제에는 당연히 프리덤 앱을 사용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실톡에서 낮익은 아바타를 발견했다.
"뭐야? 프리덤이 왜 실톡에 있어?"
신생 IT 재벌인 실비아는 국민 메신저 실톡으로도 유명하지만, 온갖 인수합병을 마다치 않는 공격적인 확장성으로도 유명했다.
"설마 실비아 이놈들이 프리덤까지 삼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