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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82화 (182/1,270)

프랜차이즈 갓 182화

45장 자동 딥러닝(3)

-프리덤 개발자를 만나보고 싶다.

그동안 매장으로 그런 문의가 무수히 많이 들어왔다.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회사들이 개발자를 만나보고 싶어 했다.

수영레스토랑 매장이라면 최소한 개발자 연락처 정도는 알 테니까.

하지만 하수영은 모른다는 말로 묵묵히 거절했다.

전성렬이나 정서희 같은 주변 사람들이야 자신이 개발했다는 걸 알지만, 굳이 세상에 그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개발자 행세해서 뭐해. 너무 지겨워. 그리고 빌딩 수집에 별 도움도 안 될 건데.'

정유 사업을 기피하는 것은, 그쪽으로 돈을 벌다가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버리면 CIA의 감시를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그런 거창한 이유까지는 없었다.

'이 나라에서 개발자 같은 거, 어차피 해봤자지.'

한국 시장에서는 CIA의 감시를 받을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지기 힘드니까. 정유 사업과는 전혀 다르다.

그냥 농사일과 임대업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

그랬었는데…….

"모든 공실을 저희 회사가 채워드리겠습니다."

"사실 제가 개발자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연락처를 주시면… 네? 뭐라고요?"

"프리덤을 개발한 건 바로 접니다."

"예에?"

하수영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원스럽게 인정했다.

'공실을 전부 채워준다잖아!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휴민트타워는 은근히 공실이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물론 건물의 가치나 환금성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지만.

'하는 제안 보니까 이 사람들 그래도 생각은 제대로 박혀 있네. 이렇게 손도 크고 매너 좋은 세입자는 구하기가 힘들지.'

"네, 제가 바로 개발자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수영레스토랑 오너가 아니셨나요? 저희는 프리덤의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큰 음식점을 운영하는 건물주가 프리덤 같은 앱을 단독으로 개발했다니. 선뜻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아, 코딩은 그냥 취미로 하는 거 라서요."

그 말에 오철현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하수영의 풍성한 머릿결로 향했다.

-막 강남에 건물 수십 채씩 갖고 있어서 그냥 놀고먹으면서 취미로 코딩을 하는 백수 대머리인가?

프리덤은 분명히 그 말에 반응을 한 것 같은데, 자신이 이스터에그를 건드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설마?

'가발?'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천문학적인 가치의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며, 발군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가졌는데도, 모발은 가지지 못했다니.

'신은 모든 것을 주시지 않는 것인가…….'

아마도 가발아래 존재할 그의 스킨헤드에 정중한 경의를 표하며, 오철현은 최대한 숙연함을 억눌렀다.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프로그래밍하고는 관련이 없으신 분 같아서요."

"관련이 없긴 합니다. 그냥 취미삼아서 제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정도만 개발해서 쓰는 편이라서요."

"프리덤의 AI 구현성이 대단히 놀라웠는데, 혹시 인공지능 개발 쪽으로 공부를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독학으로 이것저것 좀 파긴 했습니다. 그리 내세울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허허, 내세울 만한 수준이 아니라니요. 지금 프리덤 때문에 이쪽 업계가 얼마나 발칵 뒤집어졌는지 알면 절대 그런 말씀 못 하실 겁니다."

가벼운 칭찬으로 분위기를 좋게 다듬은 오철현은 진작부터 준비해 두었던 제안을 떠올렸다.

천재성을 지닌 은둔 개발자를 상대로 만든 제안이 과연 먹힐까?

'수영레스토랑 본점 매출만 하루에 50억이라고 했는데.'

게다가 8,000억짜리 건물도 하나 갖고 있는 사람 아닌가.

레스토랑 본점이 있는 550억짜리 건물이 차라리 초라해 보일 정도다.

"저희 회사는 하수영 님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대단히 높이 사고 있습니다. 해서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에 하수영 님을 영입하고 싶습니다."

"제가 본업이 따로 여러 개 있어서 프로그래머 생활을 본격적으로 할 순 없어요. 그리고 어디까지나 취미로 하는 수준이라서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저는 전권을 가지고 왔습니다. 물론 휴민트타워 공실을 저희 회사가 채우는 것은, 영입과는 전혀 별개입니다."

개발자를 소개해 주면 공실을 채워 주겠다고 했으니, 이미 그 건은 시원하게 이야기가 끝난 것이다.

영입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조건을 내밀어야 한다.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 가끔 머리 식히실 겸 코딩만 좀 봐주셔도 좋습니다. 굳이 회사 인사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주로 하자는 거네요?"

"그, 그렇죠! 그때그때 상황 보셔서 꾸준히 외주만 봐주셔도 대만족입니다."

원래 물에 들어가기 전, 처음에는 손발부터 조금씩 적시며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맛 들여서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도 있는 거고, 하수영은 잠깐 생각했다.

'공실을 모두 채워주겠다는 통 큰 세입자인데… 이런 슈퍼 을은 있을 때 잘해줘야 맞겠지.'

좋은 세입자를 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수영은 잘 알고 있었다.

3호기 빌딩(강훈 빌딩)을 구입할 때만 해도, 지하에 세 들어 있는 유흥술집 때문에 얼마나 골치가 아팠던가.

"그럼 페이는 어떻게 해주실 거죠?"

반쯤 마음을 굳힌 대답에 오철현은 반색해서 얼른 대답했다.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죠. 높은 연봉을 드릴 수도 있고, 아예 회사 지분을 나눠드릴 수도 있습니다."

동행했던 최국성이 놀란 눈으로 오철현을 바라보았다.

'지분까지 나눠준다고?'

프리덤 AI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최국성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분까지 나눠줘?

실비아는 이제 더 이상 벤처도 아닌, IT에서 1, 2위를 다투는 당당한 대기업인데?

"저는 현금이 좋습니다. 지분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러시다면……."

"그냥 깔끔하게 반띵하죠. 제가 손댄 프로그램으로 창출한 수익의 절반을 제가 갖는 걸로. 원래 반띵이 제일 시원하고 간단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최국성은 다시 눈이 튀어 나올 듯이 놀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발자 1인에게 창출 이익의 절반을 나눠준다고?

소규모 회사가 아닌 이상 그런 전례는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이 사실은 외부에 공포하지 않고 서로 비밀로 유지했으면 합니다. 저희 회사 임직원들의 사기 문제도 있고, 또다른 회사에서 뭐라고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거야 제가 바라던 바죠. 제가 프리덤 개발자라는 사실이 여기저기 유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별로 문제 될 건 없는데 귀찮아지는 게 싫어서요."

"이해합니다. 저희도 레스토랑 매장에 너무 귀찮다 싶을 정도로 문의를 넣었었죠."

그렇게 서로가 기분 좋은 거래를 마쳤다.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한, 하수영은 휴민트타워의 공실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비아그룹은 초천재로 알려진 프리덤 개발자를 영입함으로써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하수영은 본격적인 프로그래머 삶에 뛰어들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적당히 시간 날 때마다 한두 개씩 손 좀 봐주면 되겠지.'

아무튼 공실 걱정은 이제 덜었다.

"프리덤의 인공지능은 어떤 수준입니까?"

"당연히 딥러닝 학습 방식을 적용한 모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 정보를 얻어 사고능력을 발전시키고 있죠."

"역시 그랬군요. 어쩌다가 그런 대단한 인공지능을 혼자서 개발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레스토랑 예약과 결제 관리를 좀 편하게 하고 싶어서요. 겸사겸사 제가 가진 건물에 받을 세입자도 편하게 구해서 거래도 하고요."

"위대한 발명은 사소한 필요성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습니다."

오철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하수영과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그 자리에서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일부 보여주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수영은 그저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해당 코딩의 문제점을 단번에 짚어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회사의 수준에서 가능한 수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까지 했다.

어느 정도 의구심을 갖고 있던 최국성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놀라워했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실력자면 진짜 회사 지분을 줘서라도 한 식구로 끌어들이는 게 맞겠어.'

프리덤의 놀라운 인공지능 수준이 맨바닥에서 솟아난 게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오철현은 다시금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조건 이 사람을 우리 회사 CTO(최고기술경영자)로 끌어들여야 한다. 다른 회사에 뺏기면 안 돼!'

직접 만나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니 더 확실히 알았다.

이 사람의 천재성은 세계 최정상급수준이라는 것을.

프리덤 개발자를 찾기 위해 안달이나 있는 다른 회사들한테는 반드시 비밀에 부쳐야 한다.

"본업이라면 부동산 임대업과 수영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네, 그리고 경기도에 자그마한 농장도 따로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가게'에서 파는 음식들에 넣을 농산물을 제 손으로 직접 키우고 있죠."

"와, 정말 다방면에 걸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군요. 그 와중에도 틈틈이 프로그래밍 독학을 통해 프리덤 같은 인공지능도 만드셨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황비버섯라면도 엄연히 '내 가게에서 파는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니, 틀린 말은 아니다.

"제가 청담에 건물을 십수 채 갖고 있는데, 그거 관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청담 땅값이 장난 아닌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설마 전부 휴민트타워 같은…"

"에이, 그럴 리가요. 휴민트타워 같은 걸로만 십수 채 갖고 있으면 제가 지금 이러고 있겠어요? 이거 휴민트타워도 정말 돈 박박 긁어모아서 힘들게 샀습니다. 지금 안 사면 다시는 못 살 매물이라서요."

***

다음 날, 실비아그룹 총수 박덕준이 직접 찾아왔다. 물론 오철현도 함께였다.

"박덕준입니다. 귀하신 분을 뵙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사전에 자세한 설명을 들은 박덕준은 하수영을 보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

"강남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크게 하신다고요."

"아직은 소소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강남 전역이 아니라 청담에서만 해요."

오늘은 박덕준과 하수영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외주 계약을 체결하는 날이었다.

계약 체결이 끝난 뒤 박덕준이 물었다.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메신저서비스 '실톡'을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저도 실톡 쓰고 있는데요. 주변 사람들 죄다 실톡 쓰니까요."

"어떻게, 어플을 쓰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셨습니까?"

"광고가 너무 많아요. 광고 때문에 너무 무겁기도 하고요. 제가 오죽답답하면 스마트폰이든 어플이든 둘중 하나를 개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허허, 어플을 개조하면 서비스를 이용 못 하실 텐데…… 우리 하수영개발자님한테는 별 문제가 안 되나 보군요."

아마 이 사람이라면 어플을 뚝딱개조하더라도 서버 보안인증에서 문제없게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박덕준은 한껏 진지함을 담은 채 제안했다.

"우리 실톡 서비스에 프리덤을 개인비서 기능으로서 탑재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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