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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81화 (181/1,270)

프랜차이즈 갓 181화

45장 자동 딥러닝(2)

[휴민트타워 401호 탐방 일정이 잡혔습니다.]

스마트폰에 떠오른 메인통제시스템의 알림에 하수영은 놀라서 확인했다.

"뭐야?"

황당해진 그는 얼른 자세한 상황을 확인했다.

-목적물 : 휴민트타워 401호

-임대 목적 : IT회사 사무실

-방문 일정 : xx월 xx일 15:00

-특이사항 : 최초 이용자 이벤트당첨, 3개월분 월세 면제 조건

"아니, 이거 왜 이래?"

"무슨 일인데요?"

마침 정유사업 이야기를 하러 하수영을 찾아왔던 정서희가 의아해서 물었다.

"프리덤 앱 하위 기능은 대부분 제가 만들기만 하고 꺼놨는데, 저절로 활성화가 된 게 있어서요. 이거 황당하네."

"무슨 기능인데요?"

"직방 같은 거예요."

"직방이요?"

정서희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하수영은 그렇다는 듯이 끄덕여 보였다.

"네, 세입자 구할 때 쓰려고 만들어둔 거죠."

원래 프리덤은 수영레스토랑 예약결제를 위해 만들어진 어플이지만, 다른 범용적인 용도로도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하위 기능 중에 부동산 중개거래 기능도 끼워 놓았다. 물론 자신이 세입자로 받을 사람들을 찾아 내서 직접적으로 거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만 아직 활성화를 해놓지 않았는 데, 느닷없이 프리덤이 예약을 잡아버린 것이다.

"그럼 버그인가요?"

"에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버그가 있겠어요? 제가 프리덤 이놈을 술 먹고 졸면서 코딩을 짜긴 했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버그가 나올 수는 없는데."

하수영은 다시금 알림 내용을 확인했다.

프리덤의 부동산중개거래 기능은 분명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활성화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진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딩실패라니, 대우주시대를 누빈 전생의 자신의 인격이 들었다면 이 무슨 코웃음을 칠 일인가.

그는 일단 로그 내역을 확인했다.

원인을 파악해야 했다.

"청담동, 건물, 이 키워드에 반응해서 부동산중개거래 기능이 활성화된 거구나."

"무슨 뜻이에요?"

"프리덤이 어떤 유저와 대화를 하다가 청담동, 건물, 임대차, 대충 이런 단어에 반응해서 활성화가 된 거 같아요. 일단 로그로 보면 그렇게 나오네요."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거야 모르죠. 그런 기능은 없으니까. 그게 있으면 도감청 어플이잖아요."

정서희는 아하 하며 납득했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개인정보보호 정신을 준수합니다. 불필요한 데이터는 저장하지도, 전송받지도 않아요."

"프리덤한테 주문결제 외에도 다양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들은 거 같아요. 실은 저도 종종 쓸데없는 질문을 무심코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라면 예약 결제 인공지능한테 청담동에서 임대할 만한 사무실 좀 있냐고 물어볼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하위 옵션인 부동산중개거래 기능은 어디까지나 세입자를 간편히 구하기 위한 기능이기에, 당연히 하수영 소유의 부동산 중에서 소개한다.

"근데 그런 질문을 한 것만으로도 그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나요?"

"그러니 이상하다는 거죠. 제가 켜기 전까지는 활성화가 안 되어야 정상인데…… 키워드에 반응한 것은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활성화가 되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일단 그 부분을 다시 살펴보려고요."

정서희는 어깨너머로 언뜻 화면을 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복잡한 기호들이 빠른 속도로 휙휙 지나간다.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러운데, 하수영은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지 빠르게 훑고 있다.

'참 대단하단 말이야…….'

언제 프로그래밍을 배웠을까?

버섯농사에만 특출한 소질이 있는 줄 알았는데, 프로그래밍과 슈퍼컴퓨터 설치 등에도 일가견이 있을 줄이야.

정서희는 언젠가부터 하수영이 달리 보이고 있었다.

"아하, 이렇게 된 거구나."

"어떻게 된 건데요?"

"제가 술 먹고 졸면서 코딩하는 바람에 실수를 했네요."

"역시 버그였던 거죠?"

"버그는 아니구요, 그냥 실수예요."

"코딩 실수해서 버그 생겼다는 말이 아니에요?"

정서희는 하수영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살짝 헷갈렸다. 그게 그거 아닌가?

"비몽사몽 상태에서 코딩하느라고 제가 실수로 딥러닝 코드를 몇 줄넣었어요."

"딥러닝 코드요? 그거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는 기능 방식 말하는 거죠? 그걸 실수로 넣었다고요?"

"네, 유저들이 예약 결제 편하게 하라고 기능을 꾸미다 보니 술김에 코딩을 살짝 과하게 했네요."

"……?"

"제가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좀 더 강하게 들어갔어요."

"그럼 설마 그 세입자 구하는 기능이 활성화가 된 게……."

"딥러닝 코딩 덕분에 프리덤 이놈이 자기학습을 거쳐 점점 발전을 했어요. 이놈이 키워드에 반응해서 스스로 켠 거예요. 중개영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나 봐요."

정서희는 황당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도 기업가로서 인공지능이니 IT대강의 기술 수준은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하수영이 말하는 게 심상치 않다는 것도 이해한다.

'지금 뭔가 엄청난 걸 말씀하시는거 아니야? 프리덤이 자기 스스로 장사해야겠다고 판단해서 기능을 활성화한 거라고?'

이 정도면 사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 수준 아니야?

그걸 술 먹고 졸린 상태에서 코딩하느라고 실수로 몇 줄 더 넣은 결과물이라고?

"역시 술 먹고 졸면서 하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네. 너무 과하게 힘을 줬어. 아, 어쩌지? 지금쯤 상대는 횡재했다는 생각에 신이 나 있을 텐데."

"수영 사장님, 지금 그게 중요한 거예요?"

"중요하죠. 아직 서비스 개시 전이라서 기능을 다시 꺼버리고 미팅도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상대방은 크게 실망할 거 아니에요."

"……."

"프리덤 이놈이 심지어 최초 이벤트라고 3개월분 월세 면제라는 조건까지 제시했네요. 그나저나 청담동에 50명 이상 근무 가능한 IT회사 사무실을 찾을 정도면 전망이 밝은 건실기업일 텐데……."

"제 생각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이게 중요하죠. 세입자로서 매우 우수한 VIP가 나타났는데, 이쪽 과실로 개시된 서비스니까 철회하자고 하면, 그 회사는 더 이상 프리덤을 신뢰하지 않을 거잖아요. 나중에 다시 활성화해도 한 번 나빠진 이미지는 복구하기 힘들다고요."

첫발부터 불신의 돌이 쌓인다면, 차후 부동산중개거래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더라도 두고두고 안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프리덤이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라면 우리 그룹이 IT 쪽에도 진출을 할 수 있지 않나요?"

"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딩 짤 생각 없습니다. 그리고 프리덤은 그냥 사람 흉내만 낸, 구형 모델이에요. 상업성 별로 없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는 상업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요."

"저 같으면 이런 인공지능은 돈 얹어주고 쓰라고 해도 안 씁니다. 대안이 없으니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쓰고 있는 거죠. 이거 봐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가 멋대로 판단해서 기능 활성화하고, 지가 알아서 세입자 미팅까지 잡는 놈이잖아요."

정서희는 헷갈렸다. 그게 더 뛰어난 거 아닌가?

물론 미래 영화처럼 인공지능 사고 같은 위험이 있겠지만, 자가 판단 기능을 잘 활용하면 좋은 사업거리가 되지 않을까?

***

정해진 날이 찾아오자, 오철현은 최국성을 데리고 직접 휴민트타워를 찾았다.

빌딩 아래에 선 그는 위를 올려다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5,000억짜리답게 아주 늠름하게 생기셨네. 쳐다보는 것조차 황송할 지경이야."

"최근 거래 가격은 8,000억이랍니다."

"5,000억이나 8,000억이나. 내 지분 다 팔아도 이 빌딩은 못 사겠구나."

참고로 오철현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7,000억 원이다.

물론 경영권 방어 때문에 단 1주도 팔지 못하고 고스란히 쥐고 있어야 하지만…….

"월세만 3,000만 원인데, 정말 여기 사무실 빌리시게요? 아직 우리 판교 사옥에도 공실 많잖아요. 덕준이 형, 아니, 회장님이 아시면 격노하실 겁니다."

"원래 회장은 격노하는 게 업무고 일상이고 캐릭터야. 그리고 나도 강남에 사무실 하나쯤은 두려고 했어. 매번 판교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로워서 말이야."

"아무 수확 없이 필요도 없는 사무실 임대차 계약만 덜컥 해버리면 어떡해요?"

"그러니까 뭐라도 건지고 돌아가야지. 너도 정신 바짝 차리고 협상에 집중해."

"네, 사장님."

본사 외에도 강남에 사무실 하나 정도는 내려고 했다.

본래는 삼성동 쪽을 생각했지만, 청담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덜컥 계약을 하더라도 어차피 회삿돈이 나가지, 자신의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이 미팅이 프리덤 개발자로 이어지는 희망의 끈이라는 것이다.

드디어 약속 상대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하수영이 나타나자 오철현은 어디서 봤다는 듯한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주식회사 실비아의 대표이사 오철현입니다."

"하수영입니다."

그제야 오철현은 아 하고 소리 없이 탄성을 내질렀다. 하수영이란 이름에서 깨달은 것이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수영레스토랑 매니저였잖아. 근데 저 사람이 여기는 왜? 잠깐, 근데 레스토랑 이름하고 본명이 서로 같은 거지?"

"혹시 수영레스토랑에서 근무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가게에서 몇 번 뵌 거 같습니다."

"맞아요. 수영레스토랑도 제 거라 서요."

"네?"

레스토랑'도'라고?

"제가 수영레스토랑이 입점한 건물하고 여기 건물하고, 두 채 모두 소유주라서요. 그래서 나온 거죠."

"네?"

오철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레스토랑 매니저가 아니었어? 그리고 이 건물이 얼마짜리인데 저런 젊은 청년이 소유주라는 거야?

만나자마자 머릿속이 패닉이 돼버리니, 기껏 생각해 두었던 유도 질문들이 마구 헝클어져 버렸다.

"실비아라면 국내 최대 메신저 어플 실톡 개발 회사죠? 401호를 임대한다고 하더니, 역시 큰 회사를 운영하고 계셨군요.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실비아그룹 정도면 강남에 이 정도 사무실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지요."

"네, 그게……."

상대는 화려한 언변을 마구 구사하며, 휴민트타워 임대차가 어째서 탁월하고 현명한 선택인지를 거듭 강조했다.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건물주가 아니라 부동산중개업을 20년 정도는 한 사람 같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고 하는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차! 내가 뭐 하는 거야?'

번쩍 정신을 차린 오철현은 일단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도장을 내려놓았다. 그는 하수영의 눈가에 희미하게 스친 실망감을 놓치지 않았다.

'하마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장을 찍을 뻔했어.'

"아, 그런데 중요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세요."

"제가 수영레스토랑 라면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먹고 있죠."

라면 이야기가 나오자 하수영의 표정이 다소 풀어졌고, 오철현은 안심한 채 말을 이었다.

"근데 프리덤 앱은 원래는 라면 예약 결제를 해주는 앱이 아니었나요? 부동산 소개까지 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매물을 단번에 찾아서 소개한 점도 놀라웠고요. 저도 부동산 중개 어플을 개발하는 부서를 거느려봐서 아는데, 저희 회사에 도입하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원래 프리덤은 제가 운영하는 사업 전반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앱입니다. 수영레스토랑 예약 결제 기능은 일부일 뿐이죠."

"외주로 개발하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개발자 연락처를 알 수 없을까요?"

"……."

하수영이 말이 없자 오철현은 바짝 긴장했다.

지금까지 직원들을 시켜 레스토랑에 문의도 넣고, 직접 찾아가게도 해보았다. 하지만 '모른다,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우연히, 그리고 힘들게 잡은 기회다. 오철현은 자신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를 던지기로 했다.

"만약 개발자와 자리를 만들어주신다면, 여기 휴민트타워의 모든 공실을 저희 회사가 채워드리겠습니다."

어때, 건물주 양반.

이래도 안 넘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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