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79화 (179/1,270)

프랜차이즈 갓 179화

44장 특제 밀가루(2)

"프라임컴퍼니에 공급을 하다, 어림도 없죠."

현재 국내 라면 시장은 프라임컴퍼니가 약 74%, JM식품이 24%를 차지하는 양분 체제를 띠고 있다.

원래는 프라임컴퍼니가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JM식품과 제휴를 맺고 황비버섯을 제공하면서 점유율이 조정된 것이다.

JM식품 라면은 반쯤 자회사 제품취급을 받으니, '황금비단우산버섯이 들어간 라면'이 시장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라면 개수가 50억 개가 넘는 걸로 압니다."

참고로 작년에 팔린 라면 개수는 약 31억 개 정도다.

"제 농장에서 그런 물량을 커버할 밀을 생산하지는 못해요. 밀만 키우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력은 황비버섯이니까요. 또 고추도 키워야 하고요."

"음……."

"밀하고 고추는 수영레스토랑 매장에서 쓸 정도만 소소하게 생산할 겁니다. 나중에 해외 진출 생각하면 결국 황비버섯을 주력으로 재배해야 해요."

전성렬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농장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경기도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죠."

"이천에 농지가 그렇게 많던데."

"그쪽도 살펴보고는 있는데 나오는 매물이 별로 없네요.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논과 밭을 살 수도 없고요."

"그렇지, 그래도 농지들이 하나로 뭉쳐 있어야 하니까."

"지금 산 농장도 단일 필지로는 그래도 큰 편이고 모양도 반듯한 편입니다. 위치도 서울하고 비교적 가깝고요."

전성렬은 또 한 번 탄식했다.

"미국에 가면 그렇게 광활한 농지가 끝도 없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다고 하던데."

"서울시만 한 농장은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죠."

"하 사장이 키운 밀로 만든 밀가루를 우리 라면에 쓰면 정말 완벽해질 텐데."

"맞아요. 황비버섯라면에서 부족한 결점을 채우고도 남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전성렬과 정서희가 속이 쓰리다는듯이 말하자 하수영은 그저 웃기만 했다.

* * *

엘릭서를 이용하면 같은 면적에서도 더 많은 양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전성렬은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란 황비버섯을 처음에는 당연하게 여겼다가, 나중에 다른 황비버섯농장을 보고 기겁을 한 경험이 있다.

"하 사장, 다른 농장 황비버섯들은 무슨 스킨헤드 정수리처럼 듬성듬성 간격을 두고 자라는데, 우리 농장 황비버섯들은 콩나물시루처럼 비좁아!"

"그게 다 재배 기술의 차이입니다. 제가 괜히 생산단가 인하에 성공한 게 아니거든요?"

"이거 특허는 냈나?"

"안 냈죠. 특허 내면 20년 뒤에는 너도 나도 다 같이 함께 씁시다 라는 건데, 뭐하러 특허를 내요."

애초에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기술할 수도 없다.

잘게 쪼갠 버섯을 엘릭서로 적신 다음, 그냥 땅에 뿌리면 알아서 무럭무럭 잘 큰다고 적어서 내보라.

아마 특허성에서 이게 웬 헛소리냐고 하면서 서류를 다 보지도 않고 반려시킬 것이다.

"어차피 재배 방법이 유출될 리도 없어요.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음, 알겠네."

비록 겨울이 찾아왔지만, 하수영은 온실 농장에서 본격적으로 밀 재배에 들어갔다.

고추와 달리 밀은 기존에 개발된 자동화 기계가 많이 있어,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

콤바인 등 기존 농기계에 센서와 제어장치를 달아 중앙시스템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강인공지능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자율운행기능 정도야 껌이지. 근데이 시대는 아직도 자율주행 완전화가 이뤄지지 못한 걸 보니, 발전하려면 한참 멀었다."

콤바인은 하루 만에 빼곡하게 자라난 밀을 부지런히 수확해서 탈곡하느라 바빴다.

현재 주력 농작물은 황비버섯, 고추, 밀, 이렇게 세 종류다.

골든 트러플과 송이버섯은 당분간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다.

"아참, 하 사장. 그거 들었어? 자네가 골든 트러플 300kg을 한꺼번에 팔았잖아."

"네, 그랬죠."

"국제 시장에서 한 해에 소비되는 물량이 1톤이 채 안 되고 말이야. 그걸 팟디서플라이가 꽉 잡고 있고."

그리고 그 물량의 대부분은 중동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 대부호들 사이에서 소비된다. 한국에는 아예 정식 유통 라인 자체가 없다.

"근데 팟디서플라이가 올해 농사망쳤대."

"네? 망해요?"

"원래 골든 트러플을 600kg 정도는 생산을 했는데, 올해는 300kg도 생산을 못 했대. 제대로 흉작이었나 봐."

"……."

"자네가 판 골든 트러플이 아니었으면 아마 물량 부족 때문에 중동왕족들이 불만이 심했을 거라고 그러더군."

"팟디에서 연락이 왔나요?"

"그럴 리가. 그 콧대 높은 친구들이 이런 거 가지고 감사 인사를 하겠어? 나도 요즘 국제곡물시장 동향은 매일 파악하고 있다고."

전성렬은 그러면서 껄껄 웃었다.

"우리 하 사장이 재물에 관련된 운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타고났나 봐."

"……전 지금 억울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300kg이 아니라 600kg 정도 팔아도 될 뻔했는데."

골든 트러플 시장은 사치 그 자체.

희소성의 원칙이 강하게 반영되는 사치품 시장은 한 번 무너지면 돌이 킬 수 없기에, 하수영은 일부러 시장이 흡수할 수 있을 만큼의 양만 딱 계산해서 팔았다.

팟디서플라이 역시 그 정도는 자신들이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샀다.

그런데 그게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이야.

"지금쯤 팟디서플라이 녀석들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거야. 골든 트러플 채취가 이렇게 흉작을 보인 적은 없었거든. 역시 자생 농작물을 취급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

"재배 농작물도 기온이나 날씨 따라 망치기도 하는데, 자생은 말할 것도 없죠."

"하 사장 자네가 왜 골든 트러플농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매달리지 않았는지 알 거 같아. 하루 아침에 골든 트러플이 1kg도 안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꾸준히 취급할 만한 상품은 아니죠. 일단 별로 파는 맛이 없거든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그나저나 부가세 신고는 했나?"

"네."

"세금 꽤나 나왔겠구먼. 올해 산 건물만 해도 엄청나잖아."

"임대업이야 건물 매입에 들어간 비용이 워낙 커서 그럭저럭인데, 오히려 수영레스토랑에서 많이 나왔어요. 버섯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국세청 녀석들, 속깨나 쓰리겠어."

"아, 골든 트러플 말씀하시는 거군요."

전성렬의 키득거림에 하수영도 피식 웃었다.

하수영은 골든 트러플 300kg을 팔아서 4억 5,000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골든 트러플은 엄연히 농산물, 가공하지 않고 판매했기에 부가 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만약 부가가치세를 내야 했다면 400억 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국세청 입장에서는 뭔가 강도라도 당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무슨 농산물 300kg이 4억 5,000만 달러나 한단 말이야?

이게 말이 돼?

닥치고 최대한 세금 거둘 만한 근거를 찾아봐!

아마 이런 살벌한 분위기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소득세는 내야 되지 않나?"

"10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내야죠. 그래서 지금 사고 싶은 건물도 못사고 기만 잔뜩 모으고 있습니다. 아, 좋은 매물은 꼭 하필이면 이럴때 튀어나오던데."

하수영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으, 세금 내는 게 싫은 건 아닌데 그동안 놓칠 수밖에 없는 매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아참, 자네가 세놓는 집에 여배우 장효주가 산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아예 눌러살진 않고 가끔 친구들 불러서 파티하는 별장 같은 걸로 쓰나 봐요. 뷰가 좋아서 마음이 든다고 하더군요."

"어때, 장효주하고는 좀 친해졌어?"

"광고주와 모델이 친해져서 좋을게 뭐가 있어요. 스캔들만 나지요."

"그 정도면 스캔들 한 번 낼 만도 하지 않나. 우리 하 사장이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지금 가진 것만 해도 웬만한 재벌 총수 뺨칠 정도인데."

"이번 생은 결혼에 관심 없어요. 못해도 열 번 정도는 쉬어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연애는 할 수 있는 거지."

"연애라……."

그건 아주 싫지 않은 듯 하수영은 말끝을 흐렸고, 전성렬은 옳다구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우리 정서희 부사장은 연애 상대로 어때? 난 그렇게 둘이 맺어져도 좋을 거 같은데."

"부사장이 들으면 욕할 겁니다. 그 분, 연상 취향이에요."

"솔직히 하 사장이 연하라고 아무도 안 믿을 거 같은데."

"아니, 제 얼굴이 어때서요?"

***

주식회사 실비아.

국내 최대 점유율 SNS 메신저 실톡을 개발한 회사로, '개천에서 용난 IT 재벌 회사 막차'를 탄 회사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실톡의 주요개발자이자 프로그래머인 오철현은 실비아의 창립멤버이자 대표이사였으며, 그룹 총수와는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

그런 오철현은 요즘 묘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야, 프리덤."

-예, 주인님.

"오늘 승희랑 강남역점에서 먹을 거니까 예약 좀 해놔. 7시 정도로."

-알겠습니다. 간편결제로 처리하겠습니다.

"오늘 날씨 어떨 거 같냐?"

-답변할 수 없습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응. 6시에 회사 출발해서 중간지 점에서 승희 태우고 강남역점 향해도 날씨 때문에 예약시간 늦지는 않겠지?"

-오후 눈 때문에 결빙 현상 및 그로 인한 교통 지체가 우려되오니 5시 30분 이전에 출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 오후에 눈이 오는구나. 근데 날씨 정보는 어디서 받아오는 거냐? 기상청? 아니면 우리 실비아 포털사이트?"

-답변할 수 없습니다. 권한을 벗어난 주문입니다.

"그래그래."

오철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업무를 보았다.

문득 그의 눈이 스마트폰 액정에 떠올라 있는 프리덤의 아바타로 향했다.

프리덤은 현재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나 있었다.

강인공지능과 흡사한 놀라운 답변능력 덕분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프리덤을 응용하면, 정말 사람의 융통성과 기계의 정확성을 융합한 완벽한 개인비서 어플이 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문제는 개발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역코딩을 해보려고 해도, 프리덤의 본체는 단말기에 설치되지 않는다.

단말기에 설치되는 앱은 그저 통신만을 전담할 뿐, 프리덤의 본체는 서버에 설치돼 있었다.

서버를 뚫으려는 다양한 시도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뚫렸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너, 대우주항해시대의 정점을 이끈 최첨단 우주선의 인공지능 프리덤을 다운그레이드해서 만든 버전모델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진짜 널 만든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그때 문이 거칠게 쾅 하고 열리며,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풍채 좋은 중년 남자가 들어섰다.

남자의 얼굴을 보고 오철현은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형 왔어요?"

"넌 사장이라는 놈이 회장님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는 게 대체 뭐냐. 직원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무도 안 봐요. 여기 우리 둘뿐입니다. 근데 어쩐 일이세요?"

"찾았냐?"

"아뇨, 그랬으면 벌써 말씀드렸죠."

실비아그룹 총수 박덕준이 '찾았냐고 묻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바로 프리덤의 개발자.

"안 되겠다. 내가 수영레스토랑 찾아가서 사장 나오라고 해야겠어. 개발자 숨겨두지 말고 내놓으라고."

"거기도 인터넷 외주로 한 거라서 제작자가 누군지 어디 있는지 모른다잖아요."

"야, 말이 돼? 어떤 할 일 없는 외주 개발자가 어플 만들어주고 서버유지보수관리까지 계속 해주는데? 그런데도 개발자하고 연락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