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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78화 (178/1,270)

프랜차이즈 갓 178화

44장 특제 밀가루(1)

어느덧 12월이 다가왔다.

하수영은 이미 겨울나기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새 농장에 온도 및 습도 조절 장치, 환풍장치, 비상발전장치, 원격 통합메인 시스템 도입이 전부 끝났다.

이제는 굳이 농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어플(물론 하수영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을 통해 원격으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시스템 통제는 은하신목이 있는 본가로 이전한 개인용 슈퍼컴퓨터가 연산하고 제어한다.

그리고 전성렬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정원이 딸린 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었거든."

그는 집들이에 가장 먼저 하수영과 정서희를 초대했다.

하수영이 도착하자 정문까지 마중을 나온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맞이했다.

"집이 넓고 좋네요. 정원도 멋지고요."

"그래도 청담동 자네 새집만 하겠나. 무려 천억이 넘어가는 집인데."

"그건 투자하려고 산 겁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고급 빌라 100가구를 지어서 세를 놓고 말 거예요."

"난 지금 그대로 쭉 자네 집으로 써도 좋을 것 같던데."

전성렬의 새집은 대지면적만 150평에 달하는 고급 단독 주택이었다.

자연석으로 된 계단을 오르자 넓은 정원의 중심에 서 있는 3층짜리 고급 주택의 시원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사장님은요?"

"이미 먼저 와 있네."

"그럼 제가 늦은 거군요."

"전혀 안 늦었어. 그리고 자네는 얼마든지 늦어도 상관없네. 우리 대주주님 아니신가."

저택에 들어서자 널찍한 응접실에 앉아서 하지희(전성렬의 처)와 이야기 중인 정서희의 모습이 보였다.

하수영이 들어서자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인사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아이고, 우리 회장님 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하지희는 마치 까마득한 상사라도 만난 것처럼 과장스럽게 하수영을 반겼다.

"우리 회장님 덕분에 제 팔자에 이런 근사한 집도 살아보고,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이 정말. 누가 들으면 그 전에는 옥탑방 셋방에서 살았는 줄 알겠어. 그래도 나름 강남 아파트였다고."

"아유, 강남 아파트여도 이 집에 비하면 그냥 닭장집이죠, 닭장집. 회장님, 얼른 여기 앉으세요."

하지희는 호들갑을 떨며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하수영은 자리에 앉으면서 태연한 웃음을 보였다.

"이거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갑자기 너무 달라지셔서 적응하기 어렵네요."

"우리 바깥양반 동업자가 아니라 고용주잖아요, 고용주, 당연히 제가 귀하게 모셔야죠."

"고용주라뇨, 여전히 동업자입니다. 제가 지분을 좀 더 많이 갖고 있을 뿐이죠."

"아이, 그래도요."

하지희는 하수영에게 정말 깍듯하게 대했다.

이전에는 남편의 어린 동업자를 대하는, 다정하면서도 친근한 태도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남편의 상사를 대하는 태도였다.

"따님들은 어디 가셨어요?"

"놀러 나갔어."

"저런, 오랜만에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안 그래도 우리 딸들도 하 사장 자네 보고 싶어 했는데, 이 사람이 실수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한사코 오늘은 밖에 나가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전성렬은 말을 하다 말고 윽, 하고 가벼운 신음을 내면서 말을 멈췄다.

어색하게 웃는 하지희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옆구리라도 찔린 것 같다.

"전 귀여운 여동생 같아서 같이 있으면 유쾌하던데요. 다음에는 굳이 내보내지 마시고 함께 시간 보내요."

"거봐, 그렇다잖아. 당신이 괜히 유난 떤 거야."

"아유, 우리 애들 얼마나 촐싹대는지 당신이 몰라서 그래. 하늘같은 회장님 앞에서 실수라도 하면 당신 사장 자리가 남아날 거 같아?"

"저 회장 아닙니다만."

"저한테는 회장님이에요, 회장님. 누가 뭐래도 회장님."

그 말을 듣고 정서희가 옆에서 쿡쿡거리며 웃었다.

식사는 응접실에서 편안히 앉아서 가졌다.

하지희는 가정부라도 된 것처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요리를 날랐다.

전성렬은 양주 한 병을 꺼내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내가 아끼던 술이야. 옛날에 큰맘먹고 산 건데, 오늘 오픈해 보려고."

"어머, 당신. 그거 평생 눈으로만 마시다가 무덤 가기 전에 오픈할 거라고 했던 그 술이잖아요. 웬일로 당신이 그 술을, 회장님, 우리 바깥 양반이 이렇게 회장님을 애틋하게 여기고 있답니다."

"……여보, 민망하니까 제발 그만 좀."

하수영은 유쾌한 어조로 키득거렸고, 정서희도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손으로 입을 막고 조용히 웃었다.

"그럼 지금 집들이는 처음 하신 거예요?"

정서희의 물음에 하지희가 반색을 해서 대답했다.

"가족 말고 외부인을 초대한 건 처음이에요. 우리 양가 부모님하고 형제들도 아직 이 집에 못 왔어요."

"어머, 저런."

"회장님 덕분에 팔자 펴서 마련한 집이니까 당연히 회장님부터 초대해야 한다고 우리 남편이 얼마나 극성이던지."

"내, 내가 언제 그랬다고!"

"어머, 그런데 제가 사장님보다 먼저 들어와 버렸으니 이거 어떡해요."

"괜찮아요, 괜찮아. 우리 부사장님이 너무 부지런하신 거죠. 그거 알아요? 사실 부사장님한테는 20분 정도 시간을 늦게 알려준 거예요."

"제가 괜히 30분 일찍 왔네요. 그냥 딱 맞춰서 올 걸 그랬어요. 하급 자라서 나름 눈치 본 게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하게 돼버렸네요."

"우리 서희 부사장님은 얼굴도 이뻐, 유능해, 부지런해, 정말 흠잡을 데가 없네. 남자 친구는 있어요?"

"없어요. 좋은 남자가 안 보이네요."

"바로 옆에 두고 뭘 그리 멀리서 찾아요."

두 여자는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수다에 접어들었다.

전성렬을 민망한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다가 하수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이거 안사람이 날 너무 민망하게 만드는군."

"그만큼 사이좋아 보이셔서 흐뭇하기만 한데요."

"예끼, 결혼도 안 한 총각이 그런 말을 하면 쓰나."

집들이 분위기는 밝았다.

올 한 해 회사가 잘 돼도 너무 잘됐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사장님, 신년축사 한 마디 해주세요."

"그럴까?"

정서희가 생글생글하게 웃으며 권하자 전성렬은 기분 좋게 잔을 채우고 높이 들어 올렸다.

"우리 1대 주주님, 그리고 2대 주주님, 오늘 이 자리가 정기주주총회라 생각하고 대표이사로서 한마디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3대 주주 3명이 다 모였네."

"올 한해 우리 회사 너무 대박이 났습니다. 믿고 맡겨주신 1대 주주님께 감사드리고, 부사장으로서 열심히 경영부서 이끌어주신 3대 주주님께도 깊이 감사 전하겠습니다."

하지희는 살짝 떨어진 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제 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한해는 라면으로 돈 많이 벌었으니, 내년에는 기름 장사로 한 번 떼돈벌어보겠습니다!"

"와아아! 사장님, 최고!"

"……."

하수영과 정서희의 반응은 반대로 나뉘었다.

정서희는 박수까지 치면서 진심으로 좋아했고, 하수영은 '이 아저씨가 기어이?'라는 표정으로 술잔만 기울였을 따름이었다.

전성렬은 그렇다고 기가 죽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 최대 주주님께서 뭘 걱정하는지는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너무 큰 염려할 것 없습니다. JS칼텍스와 제휴를 한 덕분에 우리 그룹, 지금 매우 안전하게 정유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지금 상황을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정유 쪽으로 덩치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큰손들이 달라붙어서 귀찮아지는 게 싫은 거죠.'

"그냥 저는 먹거리 사업, 임대업에 충실하고 싶은 거라서 그래요."

"알지, 알아. 그러니 우리 하 사장은 전혀 걱정하지 말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산 팍팍 늘어나게 해줄 테니까. 나중에 프라임오일컴퍼니 배당금 받아서 청담동은 물론이고 강남구 전체를 다 사 버리라구. 상가뿐만 아니라 주택까지 전부 다 사버려!"

"사장님, 근데 주택까지 전부 다 사버리려면 보통 배당금으로는 안될 거 같은데요?"

정서희가 농담 섞인 어조로 한마디 거들었고, 전성렬은 뭐가 대수냐는듯이 껄껄 웃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대주주님한테 배당금을 듬뿍안겨드려야지."

하수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추구하는 길이 다르지만, 별수 있나. 그냥 한 번 겪어보고 부딪쳐보고 깨져봐야 알겠지. 자본가들의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게 얼마나 지옥인지는…….

"참, 우리 하 사장은 신년 계획이 어떻게 되나?"

"뭐, 농사 규모 더 확장하고, 수영레스토랑 가맹점도 늘리고, 빌딩도 늘리고 그러겠지요. 그런데 현금 가진 게 없어서 빌딩 수집은 당분간 고착 상황일 거 같습니다."

"저런, 그러니 우리가 부지런히 기름을 팔아서 배당금을 두둑이 쥐여줘야겠어."

"……네, 꼭 부탁합니다. 저도 앉은 자리에서 편안히 빌딩 한번 수집해 보고 싶네요. 뼈 빠지게 농사짓고 라면 팔아서 빌딩 사려니 기 모으는데 너무 시간이 걸리네요."

하수영은 적당히 받아주며 술을 마셨다. 하지희가 만든 요리는 굉장히 맛이 있었다.

"사모님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 신데요."

"전업주부를 몇십 년을 했는데 이정도는 해야죠.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아니, 그렇다고 보기에는 솜씨가 너무 상당합니다. 이 정도면 정식 요리사를 하셔도 되겠어요."

"아유, 요리사는 무슨. 전 그런 거 못 해요, 회장님."

하지희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중에 한 번 생각 있으시면 저하고 진지하게 얘기해 봐요. 제가 요식업 쪽 구상하고 있는 게 여럿 있거든요."

"우리 집사람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에이, 솔직히 레스토랑에 쓰기에는 아까운 솜씨죠."

"어머, 그럼 나중에 연락 주세요. 회장님 분부라면 뭐든지 해야지요. 아, 맞어. 김장은 하셨어요? 안 하셨으면 제가 가서 해드릴게요."

"괜찮습니다. 김장은 이미 다 했어요. 저 혼자서는 다 먹지도 못해서 주변에 나눠줘야 할 판입니다."

하수영은 충남에 김치 공장을 아예 샀다는 설명은 굳이 붙이지 않았다.

"내년에는 밀 농사도 본격적으로 지을 겁니다."

"밀?"

"네, 제가 직접 키운 밀로 만든 밀가루를 수영레스토랑 전 매장에 공급하려고요."

"아니, 거기서 밀가루 맛까지 완벽해지면 정말 수영라면은 흠잡을 데가 없잖은가."

"지금은 흠잡을 데가 있긴 한가요?"

"비싼 가격이 그나마 아쉽긴 한데 품질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 아니니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기도 참 애매… 그나저나 요즘에는 황비버섯만 생산하고 있는 거 같던데."

"시기도 그렇고, 상품성도 그렇고, 당분간 황비버섯에 집중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그래도 마케미야 대표님과 맺은 송이 거래 계약은 완료해서 마음 놓고 있습니다."

"당분간 송이 생산이 어렵다고 하니까 마케미야 대표님이 얼마나 아쉬워하시던지."

"어쩔 수 없죠. 평지 비닐하우스에서 송이를 양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갔다.

"참, 그 밀가루 말인데…… 프라임컴퍼니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은 되나?"

하수영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엄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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