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77화
43장 재가동(2)
프라임컴퍼니가 자체적으로 출시한 라면은 황비버섯라면 한 종류다.
물론 황비버섯 첨가량에 따라 그 안에서 다시 종류가 나뉜다.
버섯 50g이 들어간 라면은 1,400원, 80g이 들어간 라면은 1,800원에 팔린다.
여기에 태양심에서 인수한 윤라면 등 여러 라면 브랜드에도 황비버섯을 넣어서 판매한다. 이런 라면들에는 40g 이상의 황비버섯이 첨가된다.
또 JM식품이 가진 라면에도 제휴를 통해 황비버섯을 공급한다.
즉 국내 라면시장은 프라임컴퍼니 가 완벽하게 제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라면 신제품개발에는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 쏟아붓는 편이다.
라면보다는 컵밥, 스낵류 등 다 식품으로 눈을 돌리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었으니.
하수영은 프라임컴퍼니에 공급하는 황비버섯의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그래 봐야 100그램당 200원 수준이다.
버섯 공급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라면값만 올려도 상관은 없지만, 이미 언론플레이를 통해 말해놓은 게 있기 때문에 굳이 버섯 가격을 올린 것이다.
***
어느덧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하기 전, 하수영은 새농장의 내부 세팅을 다듬는 데 정신이 없었다.
먼저 건물 내부에 온도 및 습도 조절 장비를 대대적으로 설치했다.
자동 스프링클러 및 배수시설을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본가에 있는 메인시스템과 연동시켜, 농장에 없더라도 언제든 농장내부 상황을 훤히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농장 내외부에 고성능 CCTV도 대량으로 설치해 사각지대가 전혀 없도록 만들었다.
또 농장 외벽 안에 따로 창고를 만들어, 로봇들이 버섯 포장박스를 쌓아둘 수 있도록 했다.
창고 입구는 대형 화물차들이 출입이 용이하도록 크고 높게 만들었으며, 원격 통제 기능은 물론이고 비밀번호 입력을 통해 직원들이 출입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외벽에는 공기순환장치 등 다양한 부수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군데군데 뚫려 있는 틈이 있었다.
하수영은 겨울이 다가오기 전 미리 그 뚫린 부분들에 공기순환장치 등 필요한 설비를 모두 설치했다.
"고추밭 면적도 이 정도면 충분히 확보한 거 같고."
완벽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도입하지 못했지만, 이 시대의 기술이 적용된 로봇기술로도 어느 정도 생산량 증대는 꾀할 수 있다.
"레스토랑 라면에 넣을 고춧가루하고 레스토랑에서 나갈 김치 담그는 양으로는 충분하겠지."
얼마 전 5억에 산 충남 김치공장규모 정도면 수영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제공할 김치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을 관리하는 주희도한테서 연락이 왔다.
-삼성역점과 압구정역점 가맹점주를 모집했습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최종 선정을 하는 데 좀 애를 먹었습니다만, 믿을 만한 사업주로 구했습니다.
"수익 배분율이 9 대 1인데도 경쟁이 치열한가 보네요."
-이미 강남역점이 일 매출 5,000만 원을 기록하는 것을 다들 봤으니까요. 그리고 적자가 나는데도 무조건 90%를 떼어 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수영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계약은 가맹점의 월 영업이익이 2,000만 원 밑일 경우는 5:5, 월 영업이익이 500만 원 밑일 경우에는 가맹점주가 모두 가져가는 구조로 맺어진다.
장사가 안 될 경우까지 책임지고 배려를 해주기 때문에, 가맹점 가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드는 상황이었다.
-테이블은 각각 60석 규모로 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100석 이상을 희망했지만 설득해서 규모를 조정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가맹점이 자꾸 늘어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본점에서도 테이블이 놀게 되는 날이 올텐데, 너무 무리해서 큰 가게를 잡을 이유는 없지요."
-네, 그리고 또…….
주희도는 그밖에도 프랜차이즈 사업 진행에 있어 중요한 보고 사항을 요약해서 설명했다.
이미 이메일로 보고 내용을 정리해서 전송했지만, 그래도 정말 중요하다 싶은 것은 자기 입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서 알려 주었다.
-이상입니다.
"네, 앞으로도 수고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보니 충남의 안희철로부터 톡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마다 정중함이 듬뿍 담긴 메시지는 포장한 김치를 배송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람은 김치 몇 킬로그램 보냈다고 한 줄로 쓸 수 있는 말을 무슨 50줄이 넘는 말로 늘려 쓰고 그래."
하수영은 간략히 알았다고 답변을 보낸 뒤, 한옥 사랑채에 누운 채 뒹굴거리면서 농장 현황을 확인했다.
"음, 전자 노예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군. 바람직해."
농장에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한 하수영은 다시금 포털 부동산사이트에 들어가서 좋은 매물이 있는지를 검색했다.
매물이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상관없다.
그저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는지 없는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미 청담동의 모든 부동산은 그 위치와 면적, 시세, 소유주 등의 정보가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들어있지만,
"하 사장, 나 왔어. 여기 있나?"
그때 사랑채 밖에서 최우석 노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하수영의 배려 덕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한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아, 어르신. 저 마침 안에 있습니다."
하수영이 문을 열어주자 최우석은 신발을 벗고 사랑채 안으로 들어섰다.
"요즘 하 사장 자네도 여기 한옥에 매번 있는 거 같네그려."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여기가 확실히 영기가 있긴 있나 봅니다."
"그래, 미래가 보인다거나 그런 건 없고?"
"네, 없네요. 아직까지는요."
"내가 알려달라고 보채지 않을 테니까 편히 말해도 되네."
"저도 굳이 숨길 마음은 없는데요. 나중에 미래를 보게 되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말해도 되겠다 싶은 미래라면요."
"내가 언제 죽게 되는지 그런 걸 보면 꼭 말해주게. 그래도 죽기 전에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고 가야 할 거 아닌가."
"네, 꼭 말씀드릴게요. 근데 워낙 정정하셔서 한 이십 년은 더 건강하실 거 같은데요."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지금 내 나이에 이십 년을 더 사는 건너무했지."
"그래도 막상 99세 되면 109세까지 더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실 걸요."
최우석은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히 앉아 있다가 구석에 있는 나무로 된 농을 열었다. 안에서 바둑판과 바둑알을 꺼낸 그는 익숙한 손길로 바닥에 늘어놓았다.
"혼자 바둑 두시게요?"
"형신이 가고 나서 종종 혼자 두곤 했어. 혼바둑도 나름 손맛이 있더군. 혹시 한판 할 텐가?"
"좋아요, 9점 깔고 시작하죠."
"그렇게 자신이 없나? 하긴, 내가 이래 봬도 바둑만 50년을 둔 사람이야."
최우석이 껄껄 웃으며 백을 가져가려고 하자, 하수영은 손을 턱 내밀어서 제지했다.
"제가 백 쥡니다. 어르신이 9점 까세요."
"……뭐라고? 나더러 9점을 깔라고?"
최우석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봤지만 하수영은 눈빛을 굽히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더 깔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어르신 체면을 봐서 9점만 놓는 겁니다."
"……자네, 고수인가?"
"아마 어르신 상상 이상일 겁니다."
진지한 눈빛을 보니 허튼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최우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굳은 얼굴로 흑을 쥐고는 돌 9개를 깔았다.
하수영은 백알을 쥐고는 곧바로 수를 놓았다.
탁. 탁. 탁. 탁. 탁. 탁.
"으, 으억! 난 돌을 던지겠네!"
"어르신, 바둑 제법 두시테요?"
"아니, 내가 9점 깔고도 불계패(일종의 기권패)를 선언했는데 제법 잘둔다는 말이 왜 나오나? 지금 농락하는 겐가?"
"저는 한 5수는 더 둬야 어르신이 졌다는 걸 깨달을 줄 알았거든요. 전세 판단을 빨리한 것만 해도 잘하시는 겁니다."
"지금 나를 칭찬하는 건지, 본인 얼굴에 금칠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어르신 실력을 칭찬하는 겁니다."
아무렇지 않게 돌을 정리하는 하수영을 보며, 최우석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내가 프로 9단한테도 5점을 깔고 이겼던 적이 있는 사람인데.'
물론 그 프로가 지도바둑을 둔 것 이니만큼 자신을 많이 봐줬겠지만, 그래도 하수영과는 너무 차이가 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절벽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듯이 막막한 느낌이다. 압도적이라고 밖에는 못하겠다.
"바둑을 어디서 배웠나?"
"그냥 독학했는데요. 가르쳐준 사람은 없어요."
"도, 독학으로 그런 실력이 가능하다고? 그런 사람이 어째서 바둑 기사를 안 하고……."
"부동산 임대업이 돈이 더 되잖아요."
"……아, 그렇군."
최우석은 민망해서 입을 다물었고, 하수영은 태블릿PC로 눈을 돌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이제 겨울 되면 한동안은 못 오시겠네요."
"왜? 겨울에 여기 저택 공사라도 하나? 출입문 닫아두려고?"
"어르신은 한옥 때문에 오시는 건데 겨울에는 추워서 못 오시잖아요. 여기 보니까 보일러나 온돌도 전혀 안 되어 있던데요. 아무런 난방이 없어요."
그 말에 최우석은 껄껄 웃었다.
"그건 걱정 말게. 이 한옥은 겨울에도 온돌을 데운 것처럼 따뜻하단 말이야."
"아무런 난방이 없는데요?"
"가끔 미래도 보여주는 한옥인데 겨울에 따뜻하게 해주는 게 뭐가 대수겠나. 반팔만 입고 있어도 전혀 안 추워. 아무 걱정하지 말어."
'주신의 기운이 깃들어서 그런지 별걸 다 하네. 자동 온도 조절 기능도 다 있고 말이야.'
***
공장 인수를 마친 프라임오일컴퍼니는 본격적인 정제작업을 시작했다.
경영진이 아직은 정유 사업을 해본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공장 운영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아무리 JS칼텍스에서 사람을 파견해서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타회사다. 진정한 자립 노하우는 스스로 익히고 깨우쳐야 한다.
시범적으로 생산한 유류품이 나왔고, JS칼텍스의 도움을 받아 품질 검증까지 마쳤다.
아직 독자적인 판매처가 없는 까닭에, 프라임오일에서 생산한 유류는 모두 JS칼텍스를 통해서 시중에 유통하기로 했다.
JS칼텍스는 프라임오일을 통해 질좋은 원유를 시세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어, 강력한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다.
부동의 1위였던 SC이노베이션은 만년 2등인 JS칼텍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서 추격해 오자 바짝 긴장했다.
SC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차라리 에스크오일 인천공장에 불이 나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프라임오일이 JS칼텍스와 손을 잡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출을 하는 게 나았다, 그런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 한 해 소비하는 원유가 약 11억 배럴 정도인데, JS칼텍스는 매년 3억 배럴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으니, SC이노베이션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만년 2등의 반란! SC이노베이션, 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하다!]
[정유사 간의 담합은 이제 옛말? 순번 경쟁 앞에서 동업자끼리의 상부상조 없어.]
[JS칼텍스, 내년에는 국내 1위 등 극하나?]
1위와 2위가 그렇게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 프라임오일컴퍼니는 정유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부지런히 습득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황비버섯라면으로 유명한 프라임컴퍼니, 정유사업에 진출하다.]
아직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자그마한 기사 한 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