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68화
41장 재물운 MAX(2)
"에이, 파산은 무슨, 문화재청이 어떤 기관인데."
노후한 학자 한 명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무리 값비싼 문화재라 해도 떼돈은 못 받아요. 법이 그렇거든. 상한선을 정해놨단 말이야."
"그거 올해 들어서 법이 바뀌었어요. 정확히는 몇 달 전이죠."
"……뭐라고?"
"올해부터 보상금에 상한선을 두던게 없어졌어요. 아, 상한선이 있긴 있죠. 문화재 감정가의 50%를 넘지는 못한다고 했거든요."
늙은 학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눈을 크게 뜬 채 듣기만 하고 있었다.
"언제부, 아니, 왜 그렇게 법이 바뀌었어?"
"작년에 떠들썩했잖아요. 고려청자 밀매 사건."
"……아, 그거."
그제야 기억을 떠올린 늙은 학자는 납득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추정 감정가가 대충 50억은 넘어가는데, 예상 보상금이 1억 원도 안될 거라는 말에 발견자가 유물 수집가한테 비싸게 팔아버린 그 사건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문화재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보상금을 현실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지."
"네, 이번에 법이 통과됐고 효력도 발휘됐어요."
"그럼 보상금도 상당하겠네."
"처음 나온 열 몇 점에 대한 보상금이야 땅주인이 발견자와 함께 나누겠지만, 나머지 보상금은 온전히 땅주인 몫이죠."
문화재의 진정한 소유주(혹은 그 후손)가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보통 이런 경우는 그럴 일이 없다.
문화재는 국고에 귀속되고 국가는 그에 상당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조심스러운 발굴 작업을 통해, 말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금 조각상들을 보며, 늙은 학자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근데 무슨 죄다 금덩이뿐이야? 저거 유물들 원주인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었대?"
한편 학자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전성렬은 어처구니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하 사장이 참 재물운이 강하긴 해.'
될 놈은 뭘 해도 된다, 라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일까.
물론 하수영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참 아쉽다. 당장 막혀 버린 버섯 생산 때문에 공장 가동에 타격이 있을테니.
'가만, 그러고 보니 법 시행이 올해부터라고 했지? 몇 달 전이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성렬은 스마트폰을 꺼내 관련법이 공포된 날을 확인했다.
별 뜻은 없었고, 그저 순수한 궁금증과 약간의 호기심이 섞인 행위였다.
하지만 날짜를 확인한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야? 잠깐, 설마?"
손이 바르르 떨렸다.
전성렬은 급히 톡 어플을 열어 하수영과의 대화방에 들어갔다.
문화재 보상법 개정안이 공포된 날짜를 검색 키워드로 넣어서 대화 내용을 검색했다.
[매매계약은 x월 xx일로 했죠. 그리고…….]
짤막한 문구를 본 순간, 전성렬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개정안 공포일과 하수영이 서락산매매계약을 한 날이 일치했던 것이다. 소유권 이전은 그 달에 마쳤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름이 끼친다.
한참이나 굳어 있던 전성렬은 떨떠름하게 내뱉었다.
"하 사장이 재물운이 정말 강하긴 하네."
***
하수영은 무수히 많은 삶을 살아온 무한전생자다.
그는 영웅, 독재자, 국왕, 대마도사, 검의 지배자, 우주 제패 등 온갖 인생을 겪어봤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극단의 길을 무수히 겪어본 그가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것은, 바로 진정으로 평범하고 소박한 인간의 삶이었다.
그런 많은 삶의 굴레에서 단 한번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던 것은 바로 재물운이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쫓아오는 삶.
뭐만 좀 하려고 하면 황금이 저절로 넝쿨째 들어오는 삶.
태어나서 죽는 그 순간까지, 언제나 풍족하다 못해 폭발하는 재물운을 누릴 수 있었다. 아니, 누려야만 했다.
어떤 인생을 선택하는 재물운만큼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마치 영혼에 각인되기라도 한 것처럼.
삶의 무한한 반복 속에서, 인류 제 일의 부자가 되는 것은 하품을 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그 사실을 여지없이 실감했다.
"해서, 초기에 발견된 13점 이외나머지 문화재들에 대한 보상금은하수영 씨에게 오롯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보상금 규모는 감정가의 50% 이내에서 책정됩니다. 여기에 세금 22%가 원천징수됩니다."
하수영을 찾아온 문화재청 과장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설명했다.
하수영은 덤덤하게 반응했다.
"거의 대부분 금덩이라고요?"
"현재까지 출토된 문화재의 80%이상은 금으로 된 조각상들입니다.
시대는 조선, 고려, 통일신라, 삼국시대 등 다양하게 걸쳐 있습니다."
"그럼 유물 원주인은 누구라는 거죠?"
"현재로써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콜렉터가 대를 이어 은밀하게 모아온 유물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 살던 일본 대부호가 해방을 맞이해 숨겨두었을 가능성입니다."
"후자라면 원주인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겠군요."
"괜찮습니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경우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락산에 묻힌 문화재의 원주인은 콜렉터로 추정된다.
조선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시대를 막론하지 않고 귀중품은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수집가.
그가 조선시대 인물인지, 아니면 일제강점기 때 인물인지는 아직 밝혀낼 수 없었다. 조선시대 이후의 물건은 아직까지 출토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일제강점기 때의 물건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참고로 현재까지 출토된 문화재들의 금 무게만 합쳐도 210kg이 넘어 갑니다."
"금값만 52억 5,000만 원이라는 이야기네요."
"순수하게 금만 따졌을 때 가치죠. 여기에 문화재로서의 가치, 그리고 금이 아닌 다른 문화재의 가치까지 더해지면 그보다 훌쩍 뛸 겁니다."
한국 역사상 역대급 보상금이 지급 될 게 확실하다 보니, 문화재청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잔뜩 들떠 있었다.
하수영은 문화재청 과장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살짝 들떠 있는 것이, 하수영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래서 그런 기대에 냉큼 답해주었다.
"그 산에 농장 있는 거 알고 계시죠?"
"네, 들었습니다."
"그 농장에서 나오는 월 매출이 100억 원이 넘어요."
"……네?"
"혹시 황비버섯라면 아세요?"
"아! 네, 알고 있습니다. 헉, 설마?"
"그 라면에 들어가는 황비버섯을 독점적으로 재배해서 공급하는 농장이 바로 서락산에 있습니다."
"……."
"버섯을 꾸준히 공급하려면 경작지 로테이션 돌려가면서 쉬지 않고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발굴 작업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놀아야 할 처지예요. 그 대신 쥐게 될 건 얼마 되지도 않는 보상금, 그마저도 한참 뒤에나 받게 될 돈이죠."
"유, 유감입니다. 하지만 민족과 국가의 얼과 정신이 담긴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이니……."
"압니다, 알아요. 그래서 협조해드리는 거구요. 그냥 짜증이 날 뿐이죠. 그 문화재들 원주인은 대체 왜 하고 많은 산을 놔두고 그런 볼 것도 없는 산에 문화재를 숨겨놨는지 말이죠."
"……."
"그리고 숨겨놨으면 유언장에 위치를 잘 써둬서 후손들이 뒤탈 없이 찾아가게 해두던가, 이거 뭐예요. 아, 이거 정말 일제강점기 때 살았던 일본인 수집가 보물창고인가?"
* * *
서락산의 문화재 출토 소식은 연일언론을 장식했다.
하루가 멀다고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문화재들이 쏟아져 나오니, 온 국민이 열광하며 소식을 기다렸다.
장기화된 세계적 불황에 신음하고 있던 국민들은 로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잭팟에 자기 일처럼 짜릿함을 느꼈다.
둘만 모였다 하면, 서락산 문화재보상금 총액이 얼마나 될까 하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곤 했다.
"개당 최고 1억이지? 지금까지 대충 200개 넘게 나왔으니, 그럼 최소 200억은 건진 셈?"
"무슨 소리야. 그거 법 바뀐 지가 언젠데. 작년에 보상금 낮다고 고려 청자를 수집가한테 팔아먹은 사건 때문에 난리 났었잖아."
"그럼 어떻게 돼?"
"이제는 감정가의 50%까지 받을 수 있어. 세금 22%는 떼고."
"와, 그럼 천억 넘어가는 거 아니야? 지금까지 나온 것들만 대충 추려도 2,000억은 넘는다고 하던데."
"발굴 작업 다 끝나고 감정 다 마치고 또 보상 절차까지 생각하면 몇 년은 걸리겠지만……."
천억대 보상금이 나올지도 모르는 문화재 발견 사건.
전대미문의 액수에 대한민국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있었다.
"근데 몇 년이나 걸려? 이미 발굴한 문화재부터 먼저 지급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발굴이 완전히 끝나고 더 이상 매장된 문화재가 없을 거라는 판단이 되어야 그때부터 보상금 지급 절차를 시작할걸."
"관료주의가 참 어쩔 수 없네. 진짜 몇 년 걸릴지도 모르겠어."
"그렇지. 보니까 산이 그리 크지도 않던데, 발굴 작업이야 사실 1년도 넉넉하지. 문제는 '더 이상 단 한 점도 없다'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지."
이 산에는 문화재가 더 이상 묻혀 있지 않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인가.
"잘하면 몇 년 정도가 아니라 10년이 넘을 수도 있겠네."
"재수 없게 매장 지점이 광범위하다면 그럴 수도 있어. 근데 뭐 어때, 10년 참고 천억 넘게 받는다면 나 같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어. 2주에 한 번씩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 같을 거 아니야."
"어, 정말 그러네."
보상금 총액이 천억대일 것이다, 수천억 대일 것이다. 어쩌면 1조 원이 넘어갈지도 모른다, 등 다양한 예측들이 SNS 세상을 점령했다.
사람들은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했고, 기자들이 그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득달같이 취재나섰다.
하지만 기자들은 땅주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문화재청에서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온 나라가 들떠 있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로 곤욕을 치르지 않기 위해 문화재청이 단단히 기합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등기부를 조회했다.
"하수영?"
"나이가 올해 스무 살이네. 이야, 이거 정말 희대의 행운아 아니야?"
"어? 와, 대단한데? 심지어 소유권 이전일과 보상법 개정안 공포가 같은 달이야."
"정말 난 사람은 난 사람인가 봐. 이 정도 운이면 로또하고는 비교도 안 되겠는데."
기자들이 알 수 있던 것은 땅 주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정도였다.
등기부에는 프라임컴퍼니나 수영레스토랑 등과 연관된 어떤 정보도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수영이란 이름이 드문 것도 아니고,
[희대의 행운아는 스무 살 청년?]
[천문학적인 문화재 보상금의 주인이 될 이는 올해 스무 살이 된 청년으로 밝혀졌다. 하 모씨는 놀랍게도 문화재 개정안이 공포된 달과 같은 달에 소유권 이전 신고를 마쳤으며, 보상금 총액의 최대치는 적어도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한동안 SNS를 뒤덮던 이름 불명의 산(산 이름은 정작 널리 퍼지지 않음) 문화재 보상금 광풍은, 한 짤막한 SNS 뻘글로 방향을 틀 조짐을 보였다.
[요즘 황비버섯라면 왜 이렇게 품절이 잦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