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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65화 (165/1,270)

프랜차이즈 갓 165화

40장 새 농장을 찾아보자(2)

우형신 중개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적당한 농장 매물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역은 톡으로 먼저 보내드렸습니다.

"네, 다 확인했어요."

-아, 그러시군요. 어떻게 한 번 답사하시겠어요?

"그러죠. 언제 시간 되세요?"

-하 사장님 일이면 선약이 있어도 빼야죠. 편하신 시간 말씀해 주세요.

"그럼 넉넉히 1시간 안에 제가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제 차 타고 가시죠."

-아, 네. 기다리겠습니다.

마침 청담동 3호기 수영레스토랑 본점에 있었던 하수영은 시간을 확인하며 매장 분위기를 점검했다.

여전히 빈 테이블은 보이지 않는다.

"지하 매장 300석이 가세하면 이 바쁜 분위기가 이제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인테리어 공사 및 직원 채용을 마친 지하 매장이 가세했지만, 손님 회전율에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1층 매장은 늘 빈 자리를 찾아볼수 없었고, 지하 매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다가 가끔 자리에 여유가 돌긴 했지만, 1층 매장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장사가 잘되니까 기분은 좋네."

곧 소유권 이전이 될 청담동 휴민트타워를 생각하면 더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하수영은 대강 정리를 마치고 매장을 나설 준비를 했다. 홀 매니저 박지현이 얼른 다가와서 물었다.

"사장님, 외출하세요?"

"전 오늘은 이만 퇴근합니다. 나머지는 이택진 셰프님한테 부탁드릴게요."

"네, 전해드릴게요."

매장을 나선 하수영은 주차장에서 캠핑트레일러를 끌고 햇살부동산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우형신 중개사를 태우고, 곧바로 매물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서락읍에서 좀 떨어진 곳이긴 한데, 지도상 서락읍에서 서울 가는 방향이라 불편함은 없으실 겁니다."

"어차피 서울, 서락읍 오다가다 하면서 경유하면 되니까 그건 상관없어요."

위치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 서울과 서락읍의 중간 지점.

어느덧 농장에 도착했다.

"원래 포도밭이었습니다. 농장주가 반 취미 삼아 운영했다고 하더군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요양이나 해야겠다고 포도밭을 처분하는 거랍니다."

"네모반듯해서 마음에 드네요. 면적이 어떻게 되죠?"

"400, 1,000미터입니다. 0.4제곱킬로미터, 평수로는 121,212평이죠."

가로 250미터에 세로 500미터.

미국 농부들이 들었다면 어이없어할 만큼 좁다. 그들한테는 집 마당에 놓아두는 화분 정도 사이즈로 인식되지 않을까.

"그 정도면 충분하네요.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하지만 하수영은 마음에 들었다.

서울 외곽에서 이만한 평지 농장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엘릭서 고춧가루를 생산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면적이다.

"원래 35억 불렀는데 제가 30억까지 낮췄습니다. 평당 25,000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죠."

"농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싸네요."

"여기는 시간 지나도 재개발될 가능성이 없으니까요. 도시와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농사짓기에는 좋지만요."

그렇다고 주변에 다른 농지가 더 있는 것도 아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존재하는, 0.4제곱킬로미터짜리 포도밭.

말 그대로 개인이 소일거리 삼아 작물을 키우기에 딱 적당한 규모인 것이다.

"거래하겠습니다. 매도인은 어디 사시죠?"

"대치동에 사십니다. 다음에 서울 올라오실 때 뵈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바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연락 넣겠습니다."

매물은 나온 즉시 잡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우형신은 곧바로 전화를 넣었고, 이야기 끝에 다시 하수영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답니다. 이따가 사무실에 오신다는데요."

"그럼 바로 서울 올라갑시다."

하수영과 우형신은 캠핑트레일러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다.

"근데 어떤 작물을 키우시려는 겁니까?"

"고추를 좀 키워보려고 합니다. 쓸데가 있어서요."

"거기에 고추를요? 조금 의외네요."

"일단은 고추에 전념할 건데, 나중에는 밀도 한 번 키워볼 생각도 하고 있어요."

"밀이요?"

우형신은 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듯이 눈을 크게 떴다.

"밀 같은 걸 키우기에는 너무 면적이 작지 않습니까? 그러실 거면 차라리 이천 쪽으로 알아보시는 것도……."

"거긴 너무 멀어요. 그리고 저 정도면 적당합니다. 밀을 대규모로 키울 것도 아니니까요. 어차피 나중 일이고요."

하수영은 수영라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엘릭서로 재배한 밀가루를 쓸 생각이었다.

엘릭서 밀가루와 엘릭서 고춧가루의 조합이라, 어떤 맛이 날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릴 마음은 없지만 맛은 더 끌어올려야 해. 아, 나중에는 해산물도 한 번 해볼까? 그나저나 이 나라는 땅이 너무 좁아서 뭘 좀 제대로 하려고 하면 꼭 막히더라.'

어느덧 서울 사무실에 도착했고, 하수영은 농장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

농장주는 언뜻 보기에도 70은 넘어 보이는, 하지만 정정함이 살아있는 중후한 인상의 노신사였다.

"이분이 매수인인가요?"

"네, 사장님. 매수인 되시는 분입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

하수영도 부동산 거래 횟수가 10회가 넘어가다 보니 이제는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습관이 생겼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거래금액은 30억 원. 하수영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300만 원이지만, 매도인은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할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 귀농하기에는 너무 젊은 사장님 같은데요."

"본업이 농부입니다. 지금 산 농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버섯을 키우고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말끔한 인상이라 여의도 증권가에 출근하실 것 같은 이미지인데."

"주식선물은 재미가 없어서 이제 안 해요."

계약을 마친 하수영은 일어설 채비를 했다. 우형신이 물었다.

"저녁이라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매번 큰 신세를 지는데 제가 한 번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뇨, 선약이 있어서요."

"이 시간에 또 약속이 있으시다고요?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사시는군요."

"저야 뭐 왔다 갔다만 하지, 일은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다해주고 있잖아요. 이 정도면 바쁜 것도 아니죠."

"중요한 약속이신가 봅니다."

"네, 중고품 하나 팔려고 충남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분인데 제가 늦어서는 안 되죠."

"네? 중고품이요?"

***

안희철은 충남에서 작은 김치공장을 운영했다.

원래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쓰러지시면서 직장을 정리하고 충남으로 내려왔다.

당장 공장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희철아, 우리 공장이 문 닫으면, 공장 문만 닫는 게 아니야. 우리 공장에 의지하는 직원들과 가족들의 생계까지 문이 닫히는 거다."

그렇게 안희철은 팔자에도 없는 김치공장 사장 노릇을 맡게 되었다.

공장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직원 수도 50명 정도였다.

유명한 김치 브랜드에 비하면 인지도도 낮은 수준이지만, 가격 대비품질이 좋아서 시장의 반응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직원 월급 및 공장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그래도 사장 손에 한 달에 500만 원 정도는 떨어졌다.

사실 들어가는 품위와 사업 리스크등을 고려하면, 월 500만 원은 그리 대단한 수익은 아니었다.

게다가 경영 사정이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안희철은 온라인 쇼핑몰까지 열어서 판매로를 뚫는 등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악화되는 회사 사정을 막을 순 없었다.

"아버지, 이대로는 안 돼요. 공장정리해야 합니다."

"공장을 정리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그럼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고!"

"직원들 일일이 다 챙기자고 우리 가족이 빚더미에 앉을 순 없잖아요. 투자를 받든 매각을 하든 사업 정리 해야 합니다. 안 그럼 우리 가족이 거리에 나앉게 된다구요."

병약한 부친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안희철은 필사적으로 부친을 설득했다.

결국 부친은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공장을 팔아라."

"네? 이런 작은 김치공장을 대체 누가 산다고요?"

"그래도 어딘가에는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을 찾아서 팔아라. 그래야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공장에서 일할 수 있지 않겠니."

안희철은 자나 깨나 직원들 생계 생각만 하는 부친이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은 처음 공장을 세울 때부터 수십 년을 동고동락해온 이들이었으니까.

'근데 이런 걸 누가 산다고?'

땅값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고, 공장 건물 자체는 별 가치가 없다.

그나마 김치제조설비 따위가 고철값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고설비로 내놔봐야 사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

'지금 싹 팔아서 정리하고 탈탈 긁어도 직원들 퇴직금이나 겨우 맞출 정도인데.'

누가 거저 달라고 해도 감사합니다, 하면서 그냥 갖다 바치는 게 나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등 다양한 사이트에 공장매각 이야기를 올렸다.

귀농을 생각하는 돈 많은 청담동노인 한 명 정도쯤 나오지 않을까, 하는 빈약한 기대감을 품은 채.

그리고 그 사람이 나타났다.

"메일 드렸던 하수영입니다."

-네?"

안희철은 약속 시각이 되자 나타난, 공장 인수희망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상대는 젊어도 너무 젊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열 살 이상은 차이가 나 보였다.

"가져오신 자료를 주시겠어요?"

"여, 여기 있습니다."

안희철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매출, 이익, 자산, 채권 채무증서, 납세 및 체납 내역 등 공장 경영지표를 나타내는 다양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하수영은 정말 읽기나 하는 건지 서류를 빠르게 휙휙 넘기고 있었다.

"빚은 없는데, 반대로 남는 것도 별로 없군요. 원래, 규모의 경제를 키우려면 빚으로 시작해야 되는데."

"뭐…… 그렇습니다."

"재정 상황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공장을 정리하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길이네요. 이대로 반년만 지나도 퇴직금 정산하느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겠어요."

"와…… 정확하게 보셨네요."

공장을 팔러 나온 자리에서 단점을 부각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상대의 예리한 지적에 안희철은 저도 모르게 반응했다.

"그래도 이 정도 생산량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조건 하나만 오케이하신다면 제가 공장 인수하겠습니다."

"조건이요?"

"제가 직접 공장을 운영할 건 아니라서요. 그래서 공장 생산 과정을 전반적으로 컨트롤하고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안 사장님이 그걸 맡아주시면 좋겠네요."

"제가요?"

안희철은 솔직한 마음으로 사양하고 싶었다.

죽어가는 공장을 살리겠답시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사업가 노릇을 한다고 밤고생을 했던 기억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제가 공장 운영하면서 깨달았는데, 판매로 뚫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덕분에 팔자에도 없던 스트레스성 탈모까지 생겼습니다."

"아, 판매는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생산만 잘하시면 됩니다. 판매는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그 말에 안희철은 잠시 고민했다.

결국 고용사장이 아니라 공장장 노릇을 맡아달라는 건데, 당장 백수가 될 판이니 월급이라도 받는 게낫지 않을까?

"공장 관리를 맡아주신다면 인수금액은 다섯 배로 올려드리죠."

"하, 하겠습니다!"

안희철은 희색이 돼서 얼른 계약서에 서명했다.

참고로 그가 공고했던 공장 매각금액은 1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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