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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58화 (158/1,270)

프랜차이즈 갓 158화

38장 주식은 맛있다(2)

술맛이 딱 떨어진 채로, 전성렬은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상환 조치는 대출을 실행한 지점이 아니라, S은행 본사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감사 중 부실대출로 걸려 강한 의혹을 받게 되었고, 앗뜨거라 놀란 본사는 자세히 내부진 단을 한 뒤 상환 조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곧바로 상환을 실시하면 은행에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금감원과의 내부적 타협이 있었다고 한다.

"아니,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분명히 법률과 은행내부 규정에 의거해서 대출을 받았고, 만기일도 아직 19개월이나 남아 있는데요."

-그건 우리 사정이지 자기들이 알바 아니라는 식이에요. 무조건 상환실행하려나 봐요.

"상환 미루고 버티면 어떻게 됩니까?"

-소송에 들어갈 수야 있긴 한데, 만약 패소라도 하게 되면 더 골치 아파요. 소송 기간 동안 할증된 이자까지 물어야 하니까요.

"우리가 질 거 같아요? 솔직히 우리가 부실대출을 받은 것은 아니잖아요."

-변호사님하고 의논해 봤는데, 아무래도 어디선가 우리를 걸고 넘어지려는 거 같대요.

"우리를 걸고 넘어져요?"

전성렬은 퍼뜩 긴장이 돼서 더욱 집중했고, 하수영은 혼자 술을 따라 마시면서 스피커 모드로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네, 금감원에서 이번에 S은행만 딱 골라서 감사를 했는데, 그중에서 크게 걸린 게 우리 대출 한 건뿐이래요. 우리 대출까지만 딱 조준 잡히고 금감원도 곧바로 감사 종료했고요.

듣고 보니 확실히 냄새가 난다.

-변호사님이 금감원 내부에 있는 인맥 통해서 알아낸 사실이에요. 재벌이 움직인 거 같대요.

조용히 듣고 있던 하수영이 끼어들었다.

"재벌이면 태양심인가요?"

-태양심이 동기가 가장 크긴 해요.

태양심은 프라임컴퍼니 때문에 라면 시장에서 추방당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덤으로 수십 년 동안 라면 계의 패왕으로 군림해 온 '윤라면'도 헐값에 넘겨야 했다.

당연히 적지 않은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다. 동기 측면에서는 충분하다.

-하지만 태양심이 금감원과 은행에 이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그룹이냐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S 은행만 놓고 보면 태양심보다 훨씬 큰 기관인 걸요.

"S은행에서 0.19%라는 저금리에 2,000억이나 빌려준 게, 처음부터 설계였을 가능성은 있나요?"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런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생각돼요.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금리긴 했으니까요. 물가 상승률이 얼마인데 0.19%면 그냥 우리가 돈도 빌리고, 이자도 받고, 뭐 그런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전성렬은 의외로 평온하기 그지없는 하수영의 표정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자신은 날벼락 같은 2,000억 원상환 요구에 가슴이 벌렁벌렁한데,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하 사장, 자네 이런 일이 터질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나?"

"금리가 너무 낮아서 수상하긴 했는데, 기껏해야 만기 연장 거절 정도일 줄 알았죠. 2년 동안 2,000억 잘 쓰고 대출 갈아타기로 넘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 보니까 다른 데서 빌려주지도 않을 것 같네요."

-아직 다른 은행에 이야기는 안해봤습니다만, 저도 시간 낭비만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재벌이 나선 거면 뻔합니다. 이미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네요. 은행 관계자가 대출을 해줄 것처럼 살갑게 굴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하다가 후 속타 공격 들어오겠죠."

"태양심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치사하게 나올 줄이야."

"에이, 태양심은 아닐 겁니다. 걔들은 이 정도로 큰 사이즈가 아니에요."

"태양심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설마 JM식품에서 그랬을 리는 없고, 마땅한 용의자가 없잖아?"

"왜 식품업체만 우리 회사를 노릴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회사 내년예상 매출액이 2조 원이 넘습니다.

누구라도 탐낼 만한 우량 기업 아닌가요?"

"부사장님, 지금 회사에 현금이 얼마나 있죠?"

"……."

-850억 정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공장부지 매입하고 착공 들어간다고 예비비용으로 묶여 있어요.

"묶인 돈은 건드리면 안 되죠. 그럼 1,15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건데……."

하수영은 잠시 생각했다.

현재 프라임컴퍼니의 월 영업이익은 약 100억 원 정도다. 말로 달 정도만 버티면 얼마든지 상환이 가능하다.

'놈들도 그걸 알고 지금 찔러 들어온 거겠지?'

생각보다 프라임컴퍼니가 너무 잘나가고 있고, 적들도 그거 때문에 전략을 수정했을 것이다.

만기일에 상환연장 거절 정도로는 타격을 줄 수 없다고 판단이 들었으니, 지금 찔러 들어온 거겠지.

"제가 마침 딱 1,250억 원이 있네요. 청담동 매물 나오면 쓰려고 아껴두었던 돈인데."

"……."

"……."

전성렬과 정서희는 긴장해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유통컴퍼니가 빌려주는 형식으로 1,150억을 회사에 넣겠습니다. 일단 그걸로 상환하세요."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할 것까지야. 2,000억을 0.19%에 빌려서 몇 달 동안 잘 썼으면 그만큼 우리가 돈 번 겁니다. 덕분에 경기도 공장도 이미 착공 들어갔잖아요.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벌었죠."

하수영은 조금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 달 동안 이자 거의 없이 2,000억을 운용한 만큼 이익을 봤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잔고가 100억밖에 안 남았네. 당분간 청담동에 좋은 매물이 나와도 손가락만 빨아야겠어요."

"정말 미안하네. 회사 일로 자네에게 이런 심려를 끼치고 말이야."

"아닙니다. 그냥 조금 아쉬워서 그래요."

"어떤 재벌이 이런 수작을 부렸는지, 내가 꼭 알아내고야 말겠어. 그렇죠, 정 부사장?"

-네, 이번 공격이 끝이라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요.

하수영은 헐렁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회사가 크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겁니다. 우리 회사 주식이 얼마나 맛있어 보였으면 재벌이 오죽해서 이런 수작까지 부렸겠어요?"

"주식이 맛있다니, 뭔가 표현이 재미있군."

"라면에 황비버섯을 듬뿍 넣어서 파는 회사 주식인데,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죠."

하수영은 키득거리며 빈 잔에 다시금 술을 가득 따랐다.

"진짜 사람 사는 곳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다 똑같네요. 힘으로 부당하게 뺏을 생각만 하고, 어떻게 된 게 도통 변하지를 않네."

"우리가 정말 미안하네."

"두 분 잘못이 절대 아니죠."

전성렬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은 채 이야기만 하다가 자리를 떴다. 물론 운전대는 본인이 아니라 직원이 잡았다.

혼자 남은 하수영은 술잔을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 지금 재벌들이 제가 힘들게 세운 라면 회사를 탐내고 있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인간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네가 하루빨리 프랜차이즈 갓의 지위를 물려받아 이 별의 법칙과 질서를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니라. 그러니 술은 그만 마시고 이제 그만 수업을 하자꾸나.

"이제 전부 다 아버지가 지성체를 불안정하게 창조한 덕분에 생긴 일아닙니까. 초기에 버그를 확실하게 잡으셨어야죠."

-난 인간을 창조한 적 없다. 별이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했을 뿐이지. 생물체들은 그 안에서 저절로 태어난 거야.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아버지가 지구를 창조하지 않았으면 애초에 지구인들이 태어날 일도 없었잖아요."

-지구를 직접 창조한 적은 없다니까. 넌 네가 일군 밭 귀퉁이에 자라난 이름 모를 못생긴 잡초가 '왜 날 창조했어요?'라고 항의해도 미안하다고 사과할 생각이냐?

"그 잡초는 제 밭에 몰래 들어와서 지가 큰 거잖아요."

-나도 같은 입장이란다, 아들아. 별이 탄생할 환경 말고는 직접 창조한 게 없어요.

"그럼 하위 신은요? 그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

-오! 그걸 설명하자면 제1차 우주전쟁이 발발하게 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신이 난 은하신목의 강의가 이어지자 하수영은 무릎을 꾹 움켜쥐면서 반성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지새워야 될 것 같다.

아, 괜히 말을 꺼냈어.

***

다음 날.

정서희는 법인 계좌에 1,150억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프라임유통컴퍼니가 프라임컴퍼니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들어온 돈이었다.

원래라면 정식으로 채권채무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그런 형식적인 절차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무상 증여도 아니고, 어차피 두 회사 모두 하수영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이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저쪽 주머니로 옮긴 거나 다름없다.

"수영 사장님이 팟디서플라이에 골든 트러플 팔아서 번 돈은 이제 다 날아갔구나."

4억 5,000만 달러는 이로써 청담동 상가 빌딩 몇 채 구매, 그리고 대출 상환을 마치고 장렬히 산화했다.

듣기로 하수영은 지금 남은 현금이 1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수영레스토랑에서 월 55억정도 영업 이익이 꾸준히 남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서희는 회사가 보유한 여유자금중 850억 원을 보태 2,000억 원을 즉각 상환해 버렸다.

"네? 상환하신단 말씀이십니까?"

"맞습니다."

원래는 전산상으로 처리해도 될 건이지만, 정서희는 굳이 돈을 빌려준 S은행 지점을 찾아가서 처리했다.

지점장의 당황한 표정을 확인한 그녀는 이번 대출 상환 조치가 누군가의 손에서 놀아난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2,000억 원이나 되는 돈이 어디서 나셔서…… 지금 경기도 공장 확장하신다고 회사에 여유 자금이 없으신 걸로 들었는데……."

"이상하시네요. 감사에 걸렸으니 서둘러 상환해야 한다고 난리 치실 때는 언제고, 이제는 돈을 빨리 갚으니까 당황해하시는 거 같아요."

정서희가 화사하게 웃으며 정곡을 찌르자, 지점장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저희가 이렇게 바로 돈을 갚을 줄은 모르셨나 봐요? 혹시 돈을 갚지 못할 거라고 기대하셨나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튼 빠른 상환 조치, 감사드립니다."

"네, 덕분에 저희도 이번에 크게 깨달은 게 있어요. 먹기 좋은 과일이라고 덥석 물었다가는 나중에 고스란히 토해내야 한단 걸 말이죠."

뼈가 담긴 말에 지점장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는 딸뻘 되는 정서희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0.19%라는 금리가 터무니없긴 했지만 법률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만기까지는 아직 19개월이나 남았는데 갑작스럽게 갚으라고 하실 줄은 몰랐네요. 2년 뒤에 회사 신용도에 문제만 없으면 얼마든지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된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치실 때는 언제고요."

"죄송합니다. 금감원의 지시는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사주께서 이번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계세요. 덕분에 그분 사재를 털어야 했거든요. 저희 회사도 이참에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고요."

정서희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지점장은 서슬 퍼런 기색에 눌려 감히 붙잡을 생각조차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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