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56화 (156/1,270)

프랜차이즈 갓 156화

37장 가맹점 1호기(3)

길태수는 가게 영업을 접고, 곧바로 새 인테리어 단장에 들어갔다.

수영레스토랑 프랜차이즈 1호 가맹점이 된 그는 새로운 희망에 들떠있었다.

가게 위치를 둘러본 하수영도 만족스러워했다.

"이만하면 위치도 아주 좋은데요. 실수만 안 한다면 매출은 잘 나올 겁니다."

"목참 좋죠. 그만큼 월세도 세서 힘들지만요."

원래 음식점이었던 곳인지라 인테리어 공사 자체는 며칠 걸리지 않고 금방 끝났다.

길태수는 수영레스토랑 본점과 똑같은 분위기를 모방해서 인테리어를 꾸몄다. 테이블과 의자도 같은 걸로 주문해서 배치했다.

"아무래도 40석이 한계인 거 같습니다."

"더 늘리려면 늘릴 수 있지만, 그럼 너무 가게가 비좁아지게 돼요. 40석 정도면 충분한 거 같아요."

주방은 길태수가 직접 맡고, 홀은 여자친구가 와서 맡는다고 했다.

"아니, 여자친구가 있으셨어요?"

"……왜 그렇게 크게 놀라시는 겁니까? 그 정도로 엄청난 일인가요?"

"전 이미 결혼하신 줄 알았거든요."

"사실 제가 좀 늙어 보이긴 합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래요."

"그럼 지금 여자친구분하고 결혼하시는 건가요?"

"아마 그렇게 될 거 같은데요."

하수영은 부주방장 역할을 맡을 요리사를 한 명 정도 채용하라고 권유했다. 주방 보조도 적어도 둘 이상은 두라고 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본점의 급여 상황도 밝혔다.

"셰프 세 분은 월 600만 원을 받아요. 매니저는 500만 원, 주방보조와 홀 서빙 직원은 250만 원을 받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주십니까?"

"저는 제가 고용한 직원들은 부족함을 덜 느끼며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길 사장님께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느 정도는 맞춰 주십사 합니다."

길태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진지하게 끄덕여 보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도 직원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겠습니다. 근데 본점 수준까지 맞추긴 힘들다는 거,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죠.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나중에 요식업계에서 수영레스토랑 이미지가 엄청 좋아지겠는데요. 직원 대우가 가장 후한 프랜차이즈라고 말입니다."

"그게 다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잡힙니다."

일반 직원한테도 잘하는 회사가 가맹점, 그리고 고객에게는 또 얼마나 잘하겠는가. 그런 식으로 소문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단단한 뼈대가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방향이다.

길태수는 하수영의 권유대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조건을 내걸고 요리사와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했다.

이택진 셰프는 출근하다시피 1호점을 들리며 자기 직장처럼 이것저것 도움을 주었다.

전문 요리사로서의 경력 덕분에, 길태수는 여러 가지 많은 유용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택진 셰프 덕에 정말 여러 가지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 음식 장사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별말씀을요. 우리 수영레스토랑 가맹점 1호점인데 당연히 잘되도록 도와야지요."

***

시간이 흘러 드디어 가맹점 1호 오픈일이 가까워졌다.

하수영은 이미 수영레스토랑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강남역점 오픈 사실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청담 본점에서도 강남역점 오픈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동일한 맛, 동일한 가격을 보장합니다. 본점에서 적극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강남역점도 많이 찾아 주세요.]

"와, 다행이다. 청담점은 우리 집에서 1시간 거리라서 매번 올 때마다 힘들었는데, 강남역점은 그래도 40분이면 올 수 있을 것 같네."

"라면 한 그릇 먹자고 일주일에 몇 번씩 왕복 2시간을 오가는 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프리덤 앱에서도 강남역점 오픈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기에, 강남역점의 영업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응, 근데 이게 뭐지?"

"뭐가?"

"프리덤이 뭔가를 소개하고 있어. 강남역점 오픈 기념, 3일까지만 제공하는 스페셜 밑반찬이 있다는데?"

"스페셜 밑반찬? 그게 뭐지?"

"그건 비밀인가 봐."

"궁금하다. 수영레스토랑에서 스페셜이라고 할 정도면 보통이 아니라는 건데. 강남역점 오픈일에 가봐야겠어."

대망의 오픈일이 되었다.

영업 개시를 위해 1시간 30분 일찍 출근한 길태수는 가게 앞에 늘어진 줄을 보고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나온 여자친구도 눈을 비비며 놀라워했다.

"오빠, 지금 저 사람들이 전부 우리 가게 라면 먹으려고 줄 서 있는 거야?"

"응, 그런 거 같아."

"세상에, 100명은 넘을 거 같은데. 그럼 가게 문 열자마자 우리 매출 350만 원 찍고 시작하는 거네?"

직접 숫자로 들으니까 비로소 현실감이 살아났다.

길태수는 부랴부랴 가게에 들어서서 오픈 준비에 몰두했다.

출근 시간이 되자 가게 직원들도 하나둘씩 나와서 영업 개시를 준비했다.

"밖에 줄이 참 많네요. 아무래도 오픈을 조금 일찍 하는 게 좋겠어요."

그때 하수영이 가게에 들어섰다.

그는 핸드카(구루마)에 커다란 박스 몇 개를 싣고 있었다.

길태수가 반색하며 맞이했다.

"아, 사장님. 오셨어요? 근데 그 박스들은 뭡니까?"

"제가 말한 스페셜 밑반찬입니다. 밖에 트럭에 더 실려 있으니까 나머지도 가져다주세요."

그 말을 듣고 남자 직원들이 후다 닥 나갔다.

길태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박스를 살폈다.

"이게 스페셜 밑반찬이라고요?"

"네, 지금 열어볼게요."

하수영은 박스 하나를 들어서 열어 젖혔다.

곧 투명한 비닐에 감싸인 붉은 배추김치가 모습을 드러냈고, 길태수는 더욱 신기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스페셜 밑반찬이 김치였습니까? 이건 상상을 못 했네요."

"원래 라면에는 김치가 생명이죠. 재료가 희귀해서 많이는 못 만들었습니다. 오픈일에나 잠깐 내올 수 있는 정도죠."

"그래요?"

"본점에서도 한 번도 나간 적 없어요. 지금 강남역점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겁니다."

"대체 어떤 맛이기에……."

김치가 아무리 잘 익고 맛있어 봐야 김치다. 물론 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페셜 밑반찬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에는 좀 부실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품고 김치를 한 조각 먹어본 길태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이게 김치라고?'

무수한 맛의 폭발이 입안에서 끊임없이 터지며 식도를 사정없이 폭격한다.

형언할 수 없는 깊고 중독적인 맛이 순식간에 척수액을 타고 올라가 뇌간을 마비시켜 버리는 것만 같다.

"맛 괜찮죠? 물론 다른 요리하고 먹어도 맛있지만, 수영라면하고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그 둘이 서로의 맛을 보완하고 도와주거든요."

하수영이 준비한 스페셜 밑반찬.

그것은 바로 엘릭서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였다.

"옛날에 좀 담가놨었는데 라면에 딱 어울리는 정도로 익었더라고요. 원래는 단골 VIP들한테나 조금씩 낼까 말까 생각했었는데, 그러면 또 기본 제공하라고 항의가 들어올 거 같아서 그냥 묵혀두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귀한 김치를……."

"오픈일이잖아요. 오픈빨 최대한 크고 오래 터지게 하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말을 들어 보니 수량이 얼마 안되는 정말 귀한 김치 같다.

길태수는 이미 맛을 확인했기에 하수영이 어떤 마음으로 이 김치를 내놓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가맹점을 신경 써주시다니, 사장님의 그 마음 덕분에라도 정말 장사가 잘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장사가 잘 되어야지 저도 식재료팔고, 가맹점 수수료도 많이 가져갈거 아닙니까."

하수영은 밖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손님들을 살피다가 다시 돌아보았다.

"빨리 오픈 서둘러야겠네요. 손님들 배고파하는 게 너무 똑똑히 보입니다."

"알겠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가게 문을 열자마자, 밀물이 밀려들어 오듯이 손님들이 안에 우르르 들어왔다.

40석이나 되는 자리가 순식간에다 차버렸지만, 밖에 늘어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죽하면 인근 상인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와 보기도 했다.

"저기 연한족발집 아닌가? 간판이 바뀌었네? 사장도 바뀐 건가?"

"사장 바뀐 게 아니고 업종 전환했나 봐요. 족발 말고 무슨 라면 전문가게 한다던데."

"그럼 저 많은 사람들이 지금 라면 한 그릇 먹자고 저렇게 줄을 서 있는 거야?"

"오픈빨이니 그렇죠, 뭐. 저게 얼마나 가겠어요?"

"근데 상호가 뭐 저래? 수영레스토랑? 라면 전문집이라고 하지 않았어?"

수영레스토랑의 위용을 잘 모르는 먹자골목 상인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정도만 보였다.

그러다가 가격을 알고 기겁했다.

"아니, 무슨 라면 한 그릇에 35,000원이나 해? 뭐 금가루라도 뿌린 거야?"

"지금 그 비싼 라면을 먹겠다고 저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는 거야?"

40석이나 되는 가게는 이미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차 있었고, 주변 상인들은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저렇게 테이블이 풀로 돌아간다면, 대체 그 돈이 다 얼마야?

오픈하자마자 찾은 손님들의 절반 이상은 이미 수영라면을 먹어본 이들이었다.

그들은 청담 본점보다는 강남역점이 거리상 가깝기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한편으로는 오픈 3일 동안 한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스페셜 밑반찬이 뭔지 궁금해서 줄을 선 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뭐야, 겨우 김치?"

"이게 스페셜 반찬이라고? 기대 잔뜩 하고 왔는데, 이게 뭐야?"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김치였기에, 손님들은 가볍게 속으로 투덜거렸다.

"오픈빨 세워주자고 본사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홍보한 거 아냐? 김치 따위가 무슨 스페셜……."

그렇게 투덜거리며 면발과 김치를 동시에 입에 넣은 이들은 하나같이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라면과 김치를 한 입 깨문 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모습은, 그 어떤 손님도 예외가 없었다.

엘릭서 고춧가루로 담그고 맛을 숙성시킨 김치의 풍미가, 엘릭서 고춧가루로 살려낸 면발과 라면 국물의 깊은 맛과 결합하는 순간, 손님들은 설명할 수 없는 맛의 폭력에 사정없이 휩쓸려야만 했다.

"마, 맛있어! 엄청 맛있어!"

"김치가 이런 맛이 날 수 있는 거야? 이게 가능해?"

"이게 김치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이건 김치가 아니야. 김치의 모습을 흉내 낸 '그 무언가'다!"

라면과 김치가 빚어나는 환상적인 맛의 조화에 흠뻑 빠진 손님들은 걸 신들린 것처럼 먹어댔다.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엘릭서 고춧가루가 서로 다른 형태로 만났을 때, 인간의 혀끝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우주를 맛보게 되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치까지 제공하기에는 엘릭서 고춧가루가 너무 부족하단 말이야. 가맹점 개업 행사 때나 아껴서 내놓아야겠어."

첫날, 수영레스토랑 강남역점은 5,000만 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총액을 확인한 길태수의 여자친구는 뒤로 고꾸라질 뻔하기도 했다.

"정말 대박입니다. 장사가 잘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하루 매출이 5,000만 원이라니요. 진짜 제가 여기서 장사하면서 월 매출 5,000만 원 근처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일 매출이 5,000만 원이라니……."

길태수는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고, 하수영은 별거 아니라는듯이 어깨만 으쓱했다.

"그런데 사장님, 그 김치는 시판 안 하십니까?"

"시판이요?"

"요즘은 김치도 공장에서 만들잖아요. 대량생산해서 팔면 수영레스토랑보다 더 많이 남을 거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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