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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45화 (145/1,270)

프랜차이즈 갓 145화

33장 파워블로거인데요? (1)

연간 1억 톤 이상이라는 말이 가진 효과는 대단했다.

배럴로 환산하면 약 7.1억 배럴, 국내 연간 소비량이 10억 배럴이니..

게다가 이상이라고 했다. 얼마든지 그보다 더 많이 동원 가능하다는 의미 아닌가.

"……실례했습니다. 이거, 제 선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홍태원 부장이 물러갔고, 정서희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직급의 인물이 나올까.

'일반 이사급은 아닐 테고, 상무나 전무 이상? 사장은 안 나올 거 같은데.'

이런 큰 거래라면 사장급 인물이 나오는 게 맞지만, 재벌 2세의 자존심이 과연 직접 움직이려고 할까?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사장 전준수입니다."

의외로 곧바로 사장이 직접 나왔다.

바로 현재그룹 재벌 2세인 전준수가 바로 얼굴을 보인 것이다.

"프라임오일컴퍼니 사장대리 정서희라고 해요."

"네, 정 사장님. 반갑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후, 전준 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원유 1억 톤, 그러니까 7억 배럴이상을 저희 회사에 위탁정제를 맡기고 싶으시다고요."

"네, 그래요. 저희는 당장 원유는 있는데 정제설비가 전혀 없거든요. 아직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참 안타깝게 됐군요."

계약 체결 직전, 에스크오일의 인천정유공장이 불타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다.

"뭐, 시간과 설비가 없지, 돈과 원유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공장이야 처음부터 다시 새로 지으면 돼요. 문제는 그동안 놀게 될 원유죠."

"국제자원투자회사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무제한 원유수입권을 얻었어요."

"저희에게 정제를 맡기고 싶으신 거고요."

"유통도 의뢰할지 몰라요. 당장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야 저희 회사가 귀사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형태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그게 그렇게 되나요?"

"네, 지금 저희 회사가 해외에서 원유 수급 자체가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굳이 귀사의 의뢰를 받아들여야 할 메리트가 없는 듯 합니다."

정서희는 조금 우스웠다.

1억 톤이라는 말에 신이 나서 냉큼 달려 나왔으면서, 이제 와서 엉덩이를 빼기는.

"대신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급할 수 있죠."

"시세보다 저렴하게……?"

"우리는 다른 정유 회사들이 수입해오는 가격보다 무조건 10% 낮춰서 들여오거든요. 그 10%에서 3%를 드리죠."

"3%……."

"이 거래를 받아들이시면 귀사는 앉은 자리에서 원유 수급비용의 3%를 절약할 수 있게 되죠."

겨우 3%밖에 안 돼? 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끊임없이 수입하고 소비하는 막대한 석유의 양을 생각하면, 3%의 비용 절감은 엄청난 것이다. 원래 0.1%에도 울고 웃는 게 바로 제조업 아닌가.

'이건 말이 위탁정제지, 그냥 원유를 무조건 다른 정유회사보다 3%싸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나 다름없군.'

정제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맡긴다면, 결과적으로는 그런 거래가 된다.

조건만 보면 프리젠트오일이 거절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만큼 좋다.

"한 번 질문하고 싶군요. 만약 저희가 거절한다면……."

"네? 설마 거절하실 건가요? 이렇게 좋은 제안을요?"

"귀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다른 루트에서 수입하는 원유량을 줄여야 합니다. 차후 귀사가 원유공급을 끊으면 수입 재개를 하기 난 감해집니다."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다.

프리젠트오일이 갖고 있는 원유 수입 루트가 한두 곳이 아닐 텐데, 벌써부터 그런 문제를 걱정하다니.

'능청스럽게 나올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정서희는 속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프리젠트오일도 정보 수집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제자원투자회사를 등에 업은 프라임오일컴퍼니의 시장 진출을 감지하고, 여러 방면으로 대비를 하고 있었겠지.

그들에게는 만년 업계 3위라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일테니. 아니면 손해만 진탕 뒤집어쓰게 될 갈림길이거나.

"그리고 귀사는 결국 언젠가 경쟁자로 등장하지 않겠습니까? 위탁정제를 대신 맡아주는 건 우리 회사에 당장 이익이 되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잠재적인 미래의 경쟁자를 도와주는 꼴도 됩니다."

"……원하시는 조건을 말씀해 주세요."

혓바닥이 길다.

거기에 계속 놀아놔 봐야 좋을 거 없다는 생각에, 정서희는 애써 침착하게 요구했다.

전준수 사장은 사교적인 미소(정서희에게는 탐욕 덩어리로만 보였다)를 띤 채 말했다.

"일단 저희 회사에 오신 것은 잘하신 결정입니다. 3위라는 열세를 뒤 집기 위해서는 독약인 줄 알면서도 먹을 줄 아는 무모함을 갖추고 있거든요."

별로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귀사와 오래 갔으면 합니다."

"……!"

"그게 아니라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몇 년 후 만년 4위로 밀려날 게 뻔한 결정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서희는 잠시 눈을 감았다.

1, 2등에 비해 언제나 목이 마른 3위.

거기에 손을 내밀어 위탁정제를 맡기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안일했어.'

기업, 이윤 창춘을 향한 끝없는 탐욕으로 구성된 존재.

그 제한 없는 욕망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달려든 게 아닐까.

"오래 갔으면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귀사의 지분을 인수했으면 합니다. 20%…… 아니, 10%만이라도 좋습니다."

"……."

"SC이노베이션이나 JS칼텍스로 가셔도 이보다 더 너그러운 조건은 듣지 못하실 겁니다."

안다. 그렇기에 3위인 프리젠트오일을 찾아온 것이니까.

"지분 조정은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일단 오늘 미팅은 여기서 끝내는 게 어때요? 조속히 검토해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좋은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정서희는 미팅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왔다.

논의 내용을 들은 전성렬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덤덤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뭐. 본질 어디 갑니까? 조금이라도 자기 손해 보는 짓은 안 하려고 하지."

"그래도 설마 지분 인수 제안을 할 줄은 몰랐어요."

"신규 진입 차단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 레드오션이잖아요. 같이 공생하자는 제안이면 오히려 양호합니다. 그래도 만년 3위니까 그렇게 손을 내밀줄도 알고."

정서희는 풀썩 웃었다.

"누가 들으면 사장님이 프리젠트오일 관계인인 줄 알겠어요."

"현실이 그렇다는 거죠.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사업이 안 위태롭습니다."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국자투가 우리 회사 지분을 20%나 쥐고 있는데도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대충 눈치는 깐 겁니다. 국자투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국자투에 사정사정해서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걸. 그러니 우리만 어떻게 잘 조리하면 되겠다 싶은 거겠죠."

"그냥 전부 갈아엎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맨바닥에서 우리 손으로 해나갈까요?"

"지하크 씨한테 도움 요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애초에 안살린 구단주가 국내 정유 시장 주겠다고 한 것도 트러플 농장 덕분에 베푼 호의 아닙니까?"

프라임오일컴퍼니가 도움을 요청하면 국제자원투자회사는 기꺼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다 처리해 줄 것이다.

국내 정유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프리젠트오일을 인수해 버릴지도 모른다. 원유수입을 방해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그런 식으로 편하게만 일을 처리하면, 정유 사업까지가 우리 그룹성장의 한계치일 거예요."

"그건 무슨 말입니까?"

"수영 사장님이요. 우리가 결국 국자투에 의존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요? 역시 식품회사까지가 우리 경영진의 한계구나, 그러니 더 이상 욕심내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실 거 아니겠어요?"

"음……."

"저는 우리 회사가 식품과 정유 말고 다른 영역에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했으면 해요. 그럼 수영 사장님에게 믿음을 심어줘야죠. 이 정도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그제야 전성렬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요. 자본금과 원유, 사실 이 정도 지원만 확보돼도 땅 짚고 헤엄치기죠. 국자투가 이만큼이나 도와줬는데도 제대로 자리 못 잡으면 다른 사업 확장은 하나마나죠."

"그래서 국자투에 도움 요청하는 건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요."

"그렇다고 지분을 나눠줄 수는 없잖아요? 애초에 우리 것도 아니고, 하 사장 지분인데."

"물건은 하나인데 처음부터 한 명한테만 팔 것처럼 그러니까 그 한 명이 지금 뻗대는 거잖아요."

"그럼?"

"너 말고도 팔 사람 더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정서희는 그제야 조금은 편안해진 웃음을 보였다.

"오면서 JS칼텍스에 연락해서 미팅잡았어요."

"하는 김에 SC이노베이션하고도 약속 잡지 그랬어요?"

"그건 너무 허세티가 나잖아요.

압박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것 같아서 안 했어요."

* * *

황비버섯라면, 그리고 황비버섯을 넣은 JM식품의 제휴 라면들도 불티나게 잘 팔렸다.

이미 라면 시장은 프라임컴퍼니가 제패했고, 다른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발을 빼고 있었다.

심지어 태양심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윤라면 브랜드를 넘기는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JM식품까지 프라임컴퍼니에 가담한 이상, 라면 시장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다.

수영레스토랑도 여전히 장사가 잘되었다.

이제는 줄의 길이가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줄을 서지 않는 날도 많았다.

그것은 매출이 줄어서가 아니라, 장사가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주문도우미 어플 프리덤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100석 중에서 90석이상이 어플로 주문한 손님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라면을 미리 예약해서 먹는다는 우스운 일이 현실이 되었다.

"오늘도 무난하게 2억 1천 넘게 찍었네요. 그러고 보니 한 번 2억넘긴 다음에 그 밑으로 매출 찍은 날이 없는 거 같습니다."

오픈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 하수영은 전 직원을 불러서 제대로 된 회식을 가졌다.

수영레스토랑이 아니라 다른 고깃집을 찾은 것이다.

물론 불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냥 가게에서 우리끼리 먹는 게 훨씬 맛있는 거 같아요."

"맞아요. 우리 셰프님들이 해주신 송이안심구이에 비하면 여기 고기는 별로 맛이 없어요."

"이것들이? 그냥 처먹어. 가게에서 먹으면 결국 그 설거지랑 뒷정리 니들이 다 해야 한다. 그래서야 어디 맘 편히 술 한 잔이라도 할 수 있겠냐?"

이제 직원들은 서로 스스럼없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높은 매출과 풍족한 급여 체제가 그들의 마음을 배부르게 해주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여러분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그 보답으로 제가 봉투 한 장씩 돌립니다. 다 똑같이 넣었으니까 옆 사람 거는 얼마 들었는지 훔쳐볼 필요 없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하수영은 이택진 셰프를 시작으로 모두에게 봉투 한 장씩 돌렸다.

"와, 백만 원이나? 사장님, 감사합니다!"

"우와, 이렇게 많이 주세요?"

직원들이 액수를 확인하고 좋아라 하자 하수영은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 대박 장사 한 달 됐고 이제 슬슬 주변에서 입질 들어올 때니까 긴장도 놓지 마세요."

"입질이 들어와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잘나는 거 보셨어요?"

그리고 다음 날.

"이봐요, 여기 이거 머리카락 뭐예요? 이런 게 왜 들어있어요?"

"죄,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하면 다인가요? 위생 상태가 이래서야 어디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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