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39화
31장 하늘을 뚫는 매출(3)
?프들은 깜짝 놀라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 종일 라면 하나만 팔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뭐야, 라면 주문이 이상하게 나한테만 쏟아지나 했더니……."
"난 김길진 셰프님이 비라면 메뉴처리하신 줄 알았는데."
"전 이택진 셰프님이 처리하신 줄 알았습니다."
"저는 박달수 셰프가 도맡아서 조리하신 줄 알았는데……."
너무 바빠서 자기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라면 외의 메뉴가 단 하나도 나가지 않은 걸 깨닫지 못한 것이다.
다들 허탈해져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루 종일라면 하나만 나가다니, 이게 말이 돼?"
"그럼 대체 몇 그릇이 팔린 거예요, 지현 씨?"
"1,300그릇 이상 팔렸어요. 그래도 라면 하나만 나가서 다행이죠. 다른 메뉴까지 섞였으면 더 정신없었을 걸요?"
"하긴, 그건 맞아요."
"라면 하나만 끓이면 되니까 손이 덜 가긴 했지. 어제 초반에는 사실 너무 바쁘긴 했어."
"그나저나 그럼 오늘 손질해 놓은 재료들은 또 어떡하죠? 저거 재료값만 해도 상당한데."
모두의 시선이 하수영을 향했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들의 기대에 기꺼이 보답했다.
"다들 배고플 텐데, 그걸로 오늘 회식하고 정리하죠. 남은 건 어제처럼 각자 싸가지고 가기로 하고요."
"만세!"
"역시 사장님이 최고입니다!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스테이크, 해물탕 등 다른 메뉴들을 만들려고 준비해 놨던 밑재료들은 어제처럼 아낌없이 직원들 뱃속과 냉장고로 들어가게 되었다.
셰프들은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서 어제처럼 칼을 잡고 회식 요리를 만들었다.
본격 마감을 하기 전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지만,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으로 회식을 하게 된다.
그것도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먹어 볼 법한 요리들로…….
회식을 하면서, 하수영은 홀 매니저와 3인의 셰프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아예 내일부터는 라면만 준비하는 게 어때요? 오늘도 라면 말고 팔린 건 하나도 없는데. 어제도 오후부터는 오로지 라면만 나갔었잖아요."
박지현의 의견에 김길진 셰프가 조금 반발하고 나섰다.
"엄연히 메뉴판에 있는 것들을 뺄순 없어요. 만약 라면 말고 다른 걸 주문하는 손님들이 나오면 어떡합니까? 우리 가게는 엄연히 '라면도 파는 퓨전 레스토랑'입니다."
"그러고 보니 의문이 드네요. 우리 가게 정체성이 정말 퓨전 레스토랑이 맞는 걸까요?"
박달수 셰프가 고뇌에 찬 음성으로 중얼거리듯이 말했고, 분위기가 대번에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진짜 그러네요. 우리 가게 정체성이 대체 뭐죠?"
"퓨전 레스토랑이긴 한데 어제 오후부터 계속 라면만 나가고 있으니……."
"이 라면 광풍이 과연 언제까지 가게 될까요?"
"지금까지 손님들 반응 보면 금방 끝날 거 같진 않은데요. 시간 지나면 좀 수그러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꾸준한 스테디셀러는 될 거 같습니다."
"오늘 왔던 손님 중에서 낯익은 분들이 상당수 계시더라고요. 한 번왔던 분들이 다시 찾는다는 이야기 죠. 그럼 쉽게 열기가 꺼지지 않을 거예요."
"왔던 손님이 꾸준히 온다는 건 매우 좋은 징조입니다."
이택진 셰프는 힐끔 하수영을 살폈다.
하수영은 안심을 덩어리째로 포크에 찍어서 물어뜯듯이 먹고 있었다.
얌전한 서생 같은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거친 이미지다.
"안 그래도 오늘 낮에 주문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는 오늘 영업 시작 전에 바로 교체 들어갈 거예요. 100석까지는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오, 정말입니까?"
오픈 전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했던 터라, 테이블과 의자 간격배치에 상당한 여유가 있었다.
때문에 24석을 100석으로 늘리더라도 엄청 비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고요한 레스토랑 분위기하고는 담을 쌓게 되겠지만.
"그리고 손님들 줄 서는 거 말인데요, 번호표 발급 기계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박지현의 말에 셰프들은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맞아요. 솔직히 줄 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라면 한 그릇 먹자고 맨날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누구라도 현자타임 올 겁니다."
"번호표 발급해서 자기 차례 되면 전광판에 뜨게 만드는 시스템, 백화점 푸드마트 같은 곳에서도 많이 하잖습니까? 그런 첨단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손님들 불편함을 최대한 걷어내야지요. 그래야 장사 오래도록 잘될 수 있습니다. 지금 장사 잘된다고 너무 방심하다가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요."
하수영이 손을 살짝 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그것도 제가 해결을 봤습니다."
"어떻게요?"
"수영 레스토랑 어플을 만들었어요. SNS에도 열심히 홍보 중이고요. 쉽게 말하자면 주문용 어플입니다. 주문부터 결제, 대기 순번 발급과 예상 소요 시간까지 전부 알려주죠. 이 어플을 설치하면 손님들은 편리하게 라면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오, 그래요? 지금 한 번 설치해 봐도 되나요?"
"그럼요."
매니저 박지현과 셰프들은 얼른 어플샵에 접속해서 어플을 다운받고 설치했다.
"언제 이런 걸 다 만드셨대?"
"가게 신규 오픈 전에 이미 개발자한테 의뢰를 하셨나 봐요? 이렇게 딱 적절할 때 나오는 거 보니 말이에요."
하수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까 여러분들 의견 듣고 나서 만든 겁니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만든 거라서 돈은 안 들었어요. 어차피 유료앱도 아니라서 샵에 등록하는 것도 금방 되더라고요."
"네? 사장님이 직접 만드셨다고요?"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 짧은 사이에 어플을 뚝딱 하고 만들었다고? 사장님한테 그런 재주도 있었나?
"저, 원래 프로그래밍도 하셨었나요?"
"네, 조금 합니다. 허수우주…… 아차차. 달 탐사용 유인우주선 항행프로그래밍에 비하면 이런 주문 어플따위야 한참 우습죠. 졸면서 만들었네요."
"……."
"……."
무슨 농담이 저래? 달 탐사용 우주선보다는 쉽다고?
'마치 그런 걸 만들어본 것처럼 말하시네.'
우주선 이야기는 당연히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가 '농담이 지나치시다'라며 웃지 못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어플 설치를 마친 박지 현은 곧바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이거 용량이 엄청 가볍네요?"
"단말기에서는 입출력과 전송 기능만 수행합니다. 연산처리 기능은 중앙서버에서 시행해요. 간단히 말하면 단말기 어플은 중앙서버와 통신기능만 수행하는 거죠."
"아, 그런가요. 제가 문과라서 잘 모르겠네요."
박지현이 어플을 실행하자, 곧바로 하얀 바탕화면에 인형 같은 아바타하나가 떠올랐다.
"어머, 귀여워라. 이거 어플 아바타인가요?"
"네, 맞습니다."
"근데 종료 버튼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데요? 뭐 회원가입이나 주문 요청 버튼 같은 건 전혀 안 보여요."
"그건 잠시 기다리세요."
인형 아바타는 점점 자기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흰 계란처럼 생긴 타원형 몸체 중심에 수평으로 초록색 띠가 둘러져 있다.
몸체 상반부에는 마찬가지로 타원형 눈동자가 동그랗게 박혀 있고, 고양이 귀 같은 귀가 쫑긋 솟아 있다.
각 눈의 바로 옆에는 젤리 몽둥이 같은 두 팔이 돋아나 아래로 뻗어 있는데, 몸길이에 90%에 육박할 정도로 길고 뚱뚱한 팔이었다.
흰 계란에다가 팔과 귀, 눈을 붙인 모습이라고 보면 될까.
'귀여워.'
마이크, 스피커, 인터넷 연결 등 단말기 기능 접속 권한을 묻는 창이 나타났다. 박지현은 빠르게 권한을 승인한다고 터치 작업을 했다.
모든 권한 승인을 완료한 순간, 굳게 감겨 있던 인형 아바타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단말기 화면에 텍스트로 문장이 떠올랐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저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나도 잘 부탁해. 내 이름은 박지현이야."
어플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만, 너무 귀여운 나머지 박지현은 그렇게 말해버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지현 님이시군요. 저는 프리덤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헉? 지금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물론입니다. 마이크 기능 접속 권한을 허용해 주신 덕분에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음성 인식 데이터 분석은 중앙서버에서 시행하므로 단말기에 연산 부하를 주지 않습니다. 또한 그 어떤 데이터도 외부로 유출되거나 활용되지 않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와, 너 좀 쩐다? 되게 정교하게 만든 AI네?"
-저는 대우주항해시대의 정점을 이끈 최첨단 우주선의 인공지능 프리덤을 다운그레이드해서 만든 버전모델입니다. 정교하다는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화면 속에서 프리덤 아바타가 밝은 눈웃음을 보냈다.
-먼저 회원가입 및 카드등록 절차를 시행하겠습니다. 개인정보는 주문결제를 위한 최소한의 목적하에서만 활용됨을 알려드립니다. 박지현님의 생년월일을 알려 주십시오.
"내 생년월일? 1994년 3월……."
-다음으로 카드등록을 위한 정보를…….
프리덤 아바타가 시키는 대로 회원가입, 카드등록 절차를 진행하던 박지현은 불현듯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버튼 한 번 터치하지 않고, 오로지 대화로만 어플 기능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이거 뭐야? 무서워."
오싹 소름이 끼쳤다.
시중에 이런 AI 소통 기능을 적극 활용한 어플이 있었던가?
생각을 되짚어 보니 프리덤과 대화하는 것도 사람과 대화를 하듯이 자연스러웠다.
프리덤은 마치 전화 상담사처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었다. 아직 인공지능한테 그런 기능은 불가능할 텐데?
놀란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우왓! 이 인공지능 대체 뭡니까?"
-수영레스토랑 주문결제 및 대기 순번을 원활히 돕고자 만들어진 인공지능 프리덤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네? 사람보다 더 말귀를 잘 알아듣는데? 프리덤, 내가 무슨 띠인지 한번 맞춰 볼래?"
-김길진 님은 72년생이므로 쥐띠입니다.
"아니, 인공지능이 대체 언제부터 이런 정교한 대화까지 가능해진 겁니까?"
"너무 신기해요! 와, 이걸 사장님이 만드셨다고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인공지능 플래폼은 원래 있던 걸 갖다 쓴 거고, 단말기에 설치한 어플만 아까 따로 만든 겁니다. 용량이 가벼워서 금방 만들었죠."
"아, 접속 시스템만 따로 만드신 거군요. 어쩐지."
직원들은 프리덤 인공지능 플래폼은 하수영이 만든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가져다 쓴 것으로 이해했다.
물론 사실과는 전혀 달랐지만…….
"근데 이거 음성 대화로만 활용할 수 있는 건가요?"
"그게 더 편하지 않아요? '네가 알아서 주문하고 결제해놔'라고 시키는 게 훨씬 편하잖아요. 어느 세월에 일일이 시간 설정 메뉴 설정 주문 설정 다 하고 있나요?"
하수영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이 말을 이었다.
"우리 레스토랑 주문에 관해서는 개인비서처럼 모든 걸 원스톱으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면 스마트폰 만지기 어려운 노인 분들도 쉽게 주문할 수 있죠. 그냥 어플만 실행하고 주문해 놓으라고 시키면 되니까요."
"……."
"아, 현장에서 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해놨어요. 매장 카운터하고도 연동됩니다."
"사장님. 이건 라면 전문 레스토랑에서 결제 어플로 쓸 법한 성능이 아닌 거 같은데요……?"
"에이, 아니에요. 원래 이 정도는 되어야 라면 레스토랑 매끄럽게 운영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