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37화
31장 하늘을 뚫는 매출(1)
안살린은 골든 트러플 농장에서 단하루도 떠나지 않았다.
캠프를 꾸리고, 수백억짜리 이동식 연구소 차량을 들이는 등, 아예 살림을 차린 그는 토양 조사에 열중했다.
토양을 연구하면 할수록, 그는 자연이 가진 무한한 신비에 감탄하게 되었다.
"놀라워, 정말 놀라워. 한반도에 이런 신비한 토양이 있었다니…… 어떻게 이런 신비한 비밀이 아직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지?"
트러플 농장은 비옥했다.
아니, 비옥하다는 표현은 차라리 저급한 것이었다.
마치 무한한 양분이 넘치는 황금의 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파종하면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싹이 트고 자라난다. 특별히 영양분을 주지 않아도 싹은 빠르게 자라나 줄기를 뻗고 잎사귀를 맺는다.
면밀히 관찰한 결과, 일반적인 생육 속보보다 약 40% 이상 빠른 속도를 보인다.
40%,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다.
만약 이 토양이 간직한 비밀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전 세계의 농업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40% 정도 빨리 자란다고 단지 생산성이 40%만큼 증가한다는 의미가 아니야. 그 이상으로 압도적인 생산성 증대를 노릴 수 있는 거지."
물론 안살린은 농업 생산성을 발전시키는 것에는 진지한 관심을 품지 않았다.
그가 알고 싶은 것은 이 신비한 토양이 가진 비밀의 근원, 바로 그 자체였다.
"그런데 왜 열매를 맺지 않는 거지?"
다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빠른 생장 속도는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또한, 파종한 모든 식물은 하나같이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런 중대한 결점이 있어서야, 농업 생산성을 증대한다는 것은 요원한 꿈이다.
"혹시 송이와 황금비단우산버섯, 트러플만 그 부작용을 온전히 견디는 것일까?"
송이와 트러플은 인위적인 재배가 불가능하니 패스.
안살린은 황금비단우산버섯 종자를 구해서 한 번 시험적으로 재배를 해보았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임의적인 방법으로 재배하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채 시들고 만 것이다. 애초에 황금비단우산버섯은 엄격하게 조성된 환경이 아니면 양식이 힘들다.
그래서 다른 (양식 가능한) 일반버섯과 달리 시중에서 그렇게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부족해. 뭔가가 부족해. 완전한 생육에 도달하기까지, 마치 어떤 무언가가 모자란 것처럼……."
혹시 하수영은 그 비밀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정은 곧 접었다.
온갖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파고들어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을, 겨우 스무 살 평범한 청년이 꿰뚫고 있을 리가 없다.
"흙 성분조사를 아무리 해봐도 그저 평범한 흙일 뿐인데, 수영 CEO가 뭔가를 알고 있을 리가 없어."
이 농장은 하수영의 부친이 아끼던 것이고, 하수영은 물려받은 것이라고만 했다.
송이와 골든 트러플이 알아서 자생하고,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쉽게 키울 수 있는 땅. 하수영은 그런 특징을 그저 활용하기만 할 뿐이다.
스마트폰의 구동원리를 알아야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수영에게 이 농장은 구동원리는 모르지만, 실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어주는 스마트폰 같은 것이리라. 그게 안살린의 생각이었고, 일반적인기준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혹시 수영 CEO의 부친은 이 땅이 가진 비밀을 알고 있을까?"
안살린은 하수영의 부친을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지금으로써는 아쉬운 마음을 억누를 뿐이었다.
"재밌어, 정말 재밌어."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생육의 힘을 머금은 땅.
온갖 첨단장비로 파헤쳐 봐도 성분 조사에서 아무런 특이사항이 나오지 않는 흙.
안살린은 모처럼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불태우는 대상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수영 레스토랑의 매장 오픈 시각은 11시다.
하지만 9시부터 손님들이 매장 밖에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무슨 명작 게임 신상 타이틀 발매첫날도 아니고, 겨우 밥 한 끼 먹자고 두 시간 전부터 이렇게 줄을 서 있다니.
홀 매니저는 손님들을 먼발치에서 가만히 살피다가 불현듯이 깨달았다.
"저 손님, 어제 본 거 같은데요? 저기 여자 손님도 어제 오셨어요. 앗, 저 손님도!"
"뭐예요? 그럼 어제 오신 손님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왔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가 봐요."
손님들의 상당수는 왠지 낯이 익었다. 아마도 어제 홀에서 스쳐봤던 영향일 것이다.
"하긴,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나도 이제 오픈 첫날인데 먹어보지도 않은 손님들이 두 시간 전부터 와서 줄을 선다는 건 어렵죠. 이미 먹어 본 친구가 끌고 오지 않는 한은요."
"아무래도 어제 오셨던 분들이 친구들도 엄청 끌고 온 거 같은데요."
"지금 우리 투지를 불태워야 하는 상황 맞죠?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거죠?"
희미한 두려움에 잠긴 박달수 셰프의 말에 이택진 셰프가 주먹을 불끈쥐었다.
"월급 세고 장사 잘되는데, 당연히 투지를 불태워야죠. 오늘 한번 불태워 봅시다."
"그나저나 어떡해요? 오픈은 11시인데, 벌써부터 저렇게 줄을 서 계시면…"
"11시에 곧이곧대로 오픈할 순 없어요. 우리 음식 먹겠다고 멀리서 찾아와서 줄을 서 계신 분들입니다. 최대한 빨리 밑준비 해서 가게 오픈하는 거로 합시다."
다행히 재료는 새벽에 모두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조리에 쓸 밑재료가 준비되는 대로 곧바로 영업을 시작하면 된다.
"밑재료 준비는 어떡하죠?"
"어제 몇 접시 나갔었죠?"
"1,600접시? 1,700접시? 대충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럼 9가지 주메뉴는 100접시 이하, 아니, 50접시 이하로 팔릴 거라 생각하고 밑준비합시다."
"각 메뉴를 50접시 이하로요? 아니면 9개 다 합쳐서 50접시 이하로요?"
"당연히 9개 다 합쳐서 50접시 이하로 준비해야지요. 어제랑 오늘 반응 보면 50접시 이상은 안 나갈 것 같으니까요."
셰프와 주방보조들은 서둘러 밑재료 준비에 들어갔고, 홀 직원들과 매장 오픈 준비에 열중했다.
"매장 오픈 준비 다 끝났으면 주방들어가서 좀 도와줘요!"
"알겠습니다! 근데 전 칼질할 줄 모르는데요?"
"그냥 재료 씻는 것 같은 것만 해주면 돼요. 칼 같은 건 잡지 말아요."
"손 세정제로 깨끗이 씻고, 조리모와 마스크도 써요! 그거 안 쓰고 재료 씻으면 안 됩니다!"
원래 홀 직원들이 주방 일까지 도울 이유는 없지만, 상황이 촉박하다 보니 두말하지 않고 거들게 되었다.
홀 직원들의 도움을 힘입은 덕분에, 수영 레스토랑은 11시가 아니라 9시 40분쯤 일찍 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신작 게임기나 타이틀 발매일에 줄 세우는 판매업체도 아니고, 식사하러 오신 손님들을 오픈시간까지 마냥 줄 서게 할 수는 없지요."
홀 매니저 박지현은 가게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손님들에게 화사하게 인사했다.
"오픈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 *
"수영 라면 4개요!"
"여기 라면 8개 추가요!"
"여기 수영 라면 3개! 아니아니, 묻고 더블로 갑니다! 6개 추가요!"
"수영 라면 2개 추가요!"
가게 문을 열자마자 정신없이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라면이라는 특성상 회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주방은 어제처럼 정신없이 돌아갔다.
다만 어제와는 조금 달랐다.
"그래도 어제 하루 경험했다고 다들 그새 빠릿빠릿해졌어. 움직임에 전혀 군더더기가 없군."
"재료나 동선도 라면 위주로 판다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니까 효율이 좋아지고 있어요."
"어제보다 바쁜 거 같은데 그래도 어제보다는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네요."
주방은 여전히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디 가셨지?"
"오늘은 좀 늦게 출근하신대요. 어제 우리 일하시는 거 보시더니, 굳이 자기가 항상 붙어 있을 필요는 없겠다고 하시면서…… 아, 맞다. 자기 없을 땐 이택진 셰프가 사장 노릇 해달라고 하시던데요."
"제가요?"
"네, 그렇게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톡 메시지도 보내놓으셨다는데 셰프님이 아직 못 보신 거 같다고."
바쁜 와중에도 이택진은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과연 박지현 매니저가 말한 내용 그대로 하수영이 당부의 톡을 보내 놓았다.
'사장님 없을 땐 내가 사장이라.'
갑자기 자신감이 어딘가에서 불쑥 솟아난다.
'좋아, 연봉 7,200의 사장 대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
* * *
그 시각, 하수영은 햇살부동산에서 우형신 중개사를 만나 이야기 중이었다.
얼마 전에 구매한 청담동 아파트 4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아파트 4채는 모두 실거주자가 매도인이었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공실이 되었다. 덕분에 임차인 퇴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임대차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근데 사장님은 대리인 안 쓰십니까? 이제 관리하는 건물도 많으신데, 아무래도 임대차 계약 관리 같은 건 따로 대리인을 쓰시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아무 부동산관리전문위탁업체와 계약을 맺으셔도 되고요."
"그럼 수수료를 내야 하잖아요. 그거 세 들어오는 거 얼마나 된다고 수수료까지 내면서 관리해요."
"……."
월세가 얼마나 된다고. 그 말에 우형신 중개사는 잠시 침묵에 잠겨야 했다.
"그래도 위탁관리를 하시면 자잘한 거 신경 쓰실 필요 없이 전문적으로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건물 관리하는 것도 재미인데 그걸 굳이 남에게 나눠줄 필요는 없죠. 그리고 건물 관리가 뭐 얼마나 전문적이라고요. 자치권 보장 주장하는 행성 연합 관리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자치…… 뭐라고 말씀하신 거죠?"
"아, 다른 이야기입니다. 게임, 게임 이야기예요."
"……."
이번 생에서 하수영이 세운 목적.
자기만의 농장에서, 직접 기른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내 건물에 차린 레스토랑에서 판매한다.
삶의 원동력이자 전부나 마찬가지인 그것들을 어찌 타인의 손에 맡겨 두겠는가.
황비버섯라면을 만드는 프라임컴퍼니나, 이번에 세운 프라임오일컴퍼니 같은 회사는 남의 손에 떠밀어두겠지만, 저 셋만큼은 자신이 직접 감독하고 싶다.
"근데 임차인은 언제 오시는 거죠?"
"그러게요. 조금 늦네요. 제가 한번 전화를 더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부동산 13호기 61억짜리 청담동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하는 날이었다.
10호기, 11호기, 12호기 아파트는 아직 공실인데, 시세가 가장 비싼 13호기가 오히려 임차인이 빨리 나타난 것이다.
"10호기부터 12호기도 조만간 새임차인을 찾을 수 있겠죠?"
"그럼요. 청담동에 들어오려는 유명인들 널렸습니다. 굳이 월세 낮추지 마시고 지금처럼 느긋하게 기다리시면 됩니다."
"요즘에는 괜찮은 매물 없나요? 없어야 합니다. 절대로 없어야 해요."
"왜 그러시죠?"
"현금이 막혀서요. 지금 1,600억도 안 되게 조금 남았는데, 이거 내년에 세금 내면 다 없어질 돈입니다."
"어이구, 저런. 좋은 매물은 올해 말고 내년에 나오라고 저도 빌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부동산 시장 근황을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침내 임차인이 도착했다.
임차인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이 도드라지는 남자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어디서 본 거 같은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하수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저는 임차인 본인은 아니고 대리 인입니다. 정확히는 임차인의 동업자입니다. 여기 위임장이 있습니다."
하수영은 위임장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눈이 살짝 커졌다.
"장효주? 설마 그 여배우 장효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