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36화
30장 신장개업(6)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 사천오백만 원이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사장님?"
"일 매출 사천오백만 원이 정녕 실화입니까?"
"많이 팔았다고는 생각했지만 사천오백만 원 이상이라니……."
월 매출이 아니다. 주 매출도 아니다.
일 매출이다. 일 매출.
그것도 테이블 6개, 좌석은 24개밖에 안 되는 이 조그만 퓨전 레스토랑에서.
"일 매출이 사천오백이면 한 달이면 대충 얼마라는 말이야?"
얼이 빠진 듯한 박달수 셰프의 중얼거림에 하수영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45,560,750에 30을 곱하면 1,366,822,500이죠."
"13억 6,682만 원이라고요? 와, 엄청나네요."
"아니, 사장님. 지금 그게 머릿속에서 바로 계산이 되는 거예요? 스마트폰 계산기 안 두드리신 거 같은데……."
"아니, 이게 바로 계산이 안 되시나요? 겨우 사칙연산이잖아요."
"……."
"……."
이택진은 불현듯 하수영이 두려워졌다.
뭐야, 이 사람. 이상해. 무서워.
홀 매니저 박지현이 가볍게 몸을 떨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월 예상 매출이 13억 6,682만 원이면, 예상 순이익은 그럼 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 거죠?"
"라면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렸으니까 다른 메뉴 판 건 빼고 한 번 라면만 볼게요. 보니까 라면 메뉴는 평균 자리 회전 주기가 15분이더군요."
하수영이 입을 열자 다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했다.
"15분에 한 그릇씩 24석이니까 1시간에 라면 96그릇 팔아요. 우리가 11 to 9 체제니까 10시간 동안 960그릇을 팔겠죠? 그럼 960 곱하기 35,000해서 일 예상 매출이 3,360만 원이 되겠네요."
오늘 매출이 4,500만 원 넘게 나온 것은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월 매출 10억 800만 원에서 부가 세 제외하면 919,363,636원이네요. 여기에 라면 한 그릇당 실질적 재료비가 약 2,000원이니까 월 재료비가 5,700만 원, 전기 가스 수도 등등 매장 월 운영비로 그냥 넉넉하게 대충 500만 원 잡고……."
"혹시 머릿속에 계산기 들어 있으신 건 아니죠?"
"또 여러분들 월 인건비가 3,800만 원, 그리고 여러분들 사대보험 등등 복리후생비용으로 넉넉하게 대충 1,000만 원 잡으면, 뗄 거 다 떼고 한 달에 811,363,636원 남겠네요.
추가로 잡다하게 나가는 돈도 대충 천만 원 넘게 쳐서, 그냥 달에 8억남는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겠어요."
"알았다! 머릿속에 슈퍼컴퓨터 들어 있으신 거죠? 그렇죠?"
"우와…… 그게 앉은 자리에서 술술 계산이 되시는 겁니까?"
"이과셨어요?"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것저것 뗄 거 다 떼고 하수영이 8억 원 넘게 가져간다는 것보다, 앉은 자리에서 저런 복잡한 숫자들이 술술 계산된다는 게 놀라웠다.
돈에 관해서 잘 모르는 탁지훈 주방보조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와, 이런 작은 음식점 하나 운영해서 한 달에 8억 넘게 벌면 대체 여기 건물주는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거죠? 월세로 한 달에 막 100억씩 가져가나요?"
"빌딩 전체 임대료로 정확히 한 달에 1억 1, 458만 원 받습니다."
"네? 그걸 어떻게 아시……."
"아, 지훈아. 내가 말을 안 했구나. 우리 사장님이 여기 건물주시거든. 그래서 아까 임대료는 아예 계산에서 빼신 거잖아."
김길진 셰프가 얼른 끼어들어서 설명하자, 탁지훈 주방보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다들 하수영이 가게 사장 겸 건물 주인 걸 알고 있었지만, 탁지훈 혼자서 미처 듣지 못했다.
할 말이 없어서 입만 뻐끔뻐끔거리던 탁지훈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이 빌딩, 수백억은 할 것처럼 보이는데 월 임대료가 그거밖에 안 되나요?"
"그거밖에라니.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김길진이 얼른 나무랐지만, 하수영은 개의치 않은 채 친절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네, 그거밖에 안 합니다. 더 알려 드려요? 그 월세 받은 것에서 건물 관리비 나가고 유지보수도 하고 종부세 내고 소득세도 내고 그래야 합니다."
"……와, 얼마 안 남겠네요."
"생각보다 건물주 노릇 할 게 못되죠? 제가 이번 생에는 이렇게 힘든 가시밭길을 걷고 있습니다."
"……."
"……."
탁지훈을 제외하고 다들 기가 막혀서 입을 열지 못했다.
특히 김길진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남몰래 탁지훈을 흘겨봤다.
'지훈이 저놈은 왜 저 말에 공감을 하고 있는 거야?'
하수영의 건물주 노릇이 할 게 못된다는 말도 우습지만, 거기에 공감하는 탁지훈도 어이가 없다.
하수영은 내친김에 계속 말했다.
"그거 아세요? 청담에서 3,000억짜리 건물 갖고 있어 봐야 한 달에 만지는 돈은 7억도 채 안 됩니다. 월세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아요."
"역시 먹는 장사가 짱인 거 같아요. 제가 몰랐던 이치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니에요. 우리 탁지훈 씨가 제 덕분에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수익 이야기는 거기에서 마무리 짓고, 앞으로의 영어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거 당분간은 주메뉴는 별로 인기가 없을 거 같은데요. 지금 SNS 반응 보니 라면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내일, 아니, 이따가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라면만 찾을 게 뻔합니다."
"사실 손님들이 라면 하나만 찾으면 우리야 편하죠. 오늘은 예상을 못 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미리 재료 손질 잔뜩 해주면 그냥 육수에 재료 넣고 면발 넣고 끓여서 나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라면이면 회전율도 빨라서 수익률도 더 좋겠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메뉴 찾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으니, 주메뉴에 필요한 재료도 최소한으로는 손질을 해놔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쓰고 남은 재료들은 어쩌죠?"
오후부터 라면만 정신없이 나가는 바람에, 송아지 고기 같은 주메뉴재료들이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
라면에도 공통으로 쓰이는 재료들은 다 소진됐지만, 라면에는 필요 없는 재료들은 너무 많이 남아버린 것이다.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소금, 간장 같은 것도 아니고, 일반 식재료를 다음 날에도 쓸 순 없죠."
"그럼……?"
"다들 배고프죠? 저거 가지고 우리끼리 파티합시다. 남은 건 다들 각자 집에 싸가지고 가세요."
"우왓! 감사합니다!"
"와, 고기다! 고기!"
주방보조와 서빙 직원, 매니저 박지현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하루 종일 맛있는 냄새에 고통받고 있던 참이었다.
이택진을 비롯한 셰프들이 피식 웃으면서 손을 털고 일어났다. 그들은 조리모를 걸치고 주방으로 향하며 물었다.
"다들 뭐 해드릴까요? 우리가 조리 할 테니 편히 말들 해봐요."
"저는 송이안심구이요."
"저는 꽃게해물탕이요!"
"저는……!"
폭발적인 매출, 폭발적인 바쁨 끝에 찾아온 평온한 하루.
하지만 이것은 새벽과 아침이 걷힌 후 찾아올 고난을 잠시 앞둔, 일시적인 오아시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일이 고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홀 매니저한테 500이나 주는 레스토랑은 없지. 그 정도 돈 주는데 이정도 바쁜 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어디 가서 허드렛일 알바 하면서 250을 받겠어. 요새 취직도 힘든데 가능한 오래 버텨보자.'
'주방보조로 250이면 엄청 좋은 거지. 나중에 2호점, 3호점 내면 나도 여기 셰프가 될 수 있으려나?'
셰프들은 매니저 등 직원들이 요구한 고급 요리를 정성 들여 조리해서 내왔다.
오픈 첫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화려한 회식 속에서, 다들 군침만 삼켰던 음식을 즐겼다.
누군가가 농담처럼 말했다.
"근데 우리 가게 엄연한 퓨전 레스토랑인데, 설마 일 년 내내 라면만 팔진 않겠죠?"
"……."
"설마 '라면 전문레스토랑'으로 정체성이 잡히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하하……."
아무도 그의 말에 웃지 않는 것은, 정말 그 일이 현실로 이뤄질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기름진 야식으로 위장을 호강시키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분위기도 많이 편안해졌다.
"정말이요? 그게 진짜예요? 사장님이 여기서 제일 젊으시다고요?"
하수영의 정확한 나이를 잘 몰랐던 매니저 박지현 및 서빙 직원들은 스무 살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이거 섭섭하네요. 제가 동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도 아닌데. 어딜 가도 제 나이로 보인다는 말 많이 듣습니다."
"아니, 그냥 엄청 동안이신 줄로만 생각했어요. 적어도 서른은 넘으신 줄 알았어요."
서빙 직원들은 살짝 허탈한 반응까지 보였다.
"사장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보다도 젊으신데 벌써 이런 큰 빌딩에 이런 가게까지 갖고 계시다니.
혹시 전생에 지구라도 구하신 건가요?"
"지구는 몇 번 구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백 번 넘어간 뒤부터는 그냥 안 셌어요."
"역시! 전생에 지구를 그렇게 구해야 이렇게 멋진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거군요! 대단해요!"
박지현은 손뼉까지 치면서 웃어 보였다. 그녀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지금 하수영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는 것도, 자신의 농담 센스에 만족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여겼다.
"근데 사장님, 아까 지인분 오신 것 같던데요."
"아, 정서희 씨요?"
"친하신 거 같더라고요."
"아, 그분. 저도 봤어요. 진짜 엄청 미인이시던데. 전 무슨 연예인이신 줄 알았어요."
"맞아요. 엄청 예쁘시던데. 친구분들도 다 화려하시지만 그분은 특히 더 뛰어나시더라고요."
서빙, 보조 직원들이 맞장구를 치며 끼어들었다.
박지현이 떠보듯이 은근히 물어봤다.
"아세요? 그분이 사장님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던데요. 제가 같은 여자라서 알겠더군요."
과연 하수영이 뭐라고 대답할까?
박지현은 내심 가슴이 두근거렸다.
외모도 괜찮고, 재산도 많은 데다가 성격도 좋다.
여자로서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 다만 감히 내색을 하지 못할 뿐이다.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저도 모르게 둘사이를 궁금히 여기게 된다.
"같이 동업을 하는 게 있어서요. 그게 전부입니다."
"에이, 그분은 그게 아닌 거 같……."
"전부 맞습니다."
하수영이 웃는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고, 순간 박지현은 숨이 살짝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여기서 더 장난을 치거나 떠보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무형의 압박감이 호흡 대신 기도에 차올랐다.
그가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는 게 전혀 아님에도 말이다.
"자, 이제 그만 정리하고 일어납시다. 벌써 2시 반이 넘었네요. 이따가 오픈하려면 다들 주무셔야죠. 혹시 집이 먼 분은 근처 숙박업소에서 주무시고, 저한테 영수증 가져오세요. 아니면 택시 타고 택시비 영수증 가져오세요. 새벽까지 일 시켜서 미안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집이 멀어서 이 시간에 어떻게 할지 난감했는데, 오늘은 그냥 근처에서 자야겠어요."
"그럼 전 택시 탈게요, 사장님."
* * *
아침이 밝고, 셰프를 비롯한 직원들은 오픈 2시간 전인 9시에 일찍 출근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박 셰프, 혹시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왜 이 작은 레스토랑에 호텔셰프를 셋이나 고용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