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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0화 (110/1,270)

프랜차이즈 갓 110화

24장 라면과 기름 사이(3)

"제대로 찾아왔는데요."

하수영이 태연히 대답하자 남자 가드 두 명의 얼굴에 가볍게 헛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작은 태도만 봐도 꽤나 건들거리는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잘못 든 거 맞습니다. 여기 층에 다른 가게는 없어요. 그러니 올라가세요."

가드 둘이 다시 한번 타일렀다.

곧바로 험한 말이 나올 줄 알았는 데, 하수영 입장에서는 살짝 의외였다.

"제대로 찾아온 거 맞다니까요. 여기 가게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가드 한 명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는 목소리를 살짝 바꿔서 물어보았다.

"혹시 예약하셨습니까?"

"아뇨, 손님으로 온 건 아니니까요."

"그럼 뭐요?"

물어봤던 남자의 목소리 톤이 대번에 올라갔고,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대답했다.

"여기 사장님 만나 뵈러 왔어요. 따로 약속은 잡지 않았고요."

"당신이 뭔데 우리 사장님을 만난다 만다야?"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내가 사장님하고 어떤 관계인 줄 알고 그렇게 함부로 뻗대? 나중에 사장님한테 얼마나 조인트 까이려고?"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나지막하게 노려보며 받아쳤다.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음성, 오히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으르렁거림이 느껴진다.

두 가드는 살짝 움찔했다가, 그런 자신들의 반응에 스스로 놀랐다.

'뭐야, 이놈?'

'뭐 이렇게 당당해?'

'이거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가만, 사장님하고 어떤 관계인 줄 아느냐고?'

"……사장님하고는 어떤 사이입니까?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죠?"

"여기 건물 주인이 할 말 있다고 찾아왔다고 전해."

하수영의 눈빛은 여전히 냉담했다.

주제를 모르고 이빨을 들이댄 이에게는 호의를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하수영의 원칙이었다.

"여기 건물 주인? 이게 무슨 소리야?"

"가만, 그럼 강훈이 보낸 거야?"

"아, 관리인으로 취직했나 보네. 그래서 이렇게 기세가 등등하신 거였어? 나 참,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가드들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떠들며 키득거렸다.

하수영은 이마를 짚으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강훈? 이전 건물주?"

"……!"

그 말에 두 가드는 뚝 하고 웃음을 그쳤고, 하수영은 무감정한 눈으로 두 가드를 응시했다.

"내가 강훈이한테서 이 빌딩 샀어. 더 말 섞기 피곤하니까 사장한테 건물주 찾아왔다고 빨리 전달해."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십니까?"

"당신이 먼저 말 깠잖아."

하수영은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팔짱을 끼고는, 등에 벽을 기댔다. 무심하게 돌아보며 재촉을 던졌다.

"빨리 전달 안 해?"

"……기다리십시오."

보통이라면 시퍼렇게 젊은이가 혼자 찾아와서 건물주라고 하면 웃어 넘겼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일 테니까.

하지만 상대의 무심한 듯 자연스러운 태도가 두 가드의 그런 반응을 막았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이런 덩치 둘을 앞에 두고 금방 들통 날 저런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

잠시 후 자리를 비웠던 가드가 늘 씬한 여자 한 명을 에스코트해서 돌아왔다.

검은 롱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언뜻 보기에도 키가 크고 몸매가 가늘었다.

겉보기에는 30대 초반, 어둑어둑한 조명까지 더해지니 20대 중후반으로까지 보인다. 젊었을 적에는 대단한 미인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홍윤주 씨 되시나요?"

"네, 제가 홍윤주예요. 이 건물 새주인이시라고요?"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린다.

그저 짧은 단답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웬만한 사람은 성별을 불문하고 그녀 앞에서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할 것 같다.

"맞습니다."

"강훈이가 나한테는 말도 없이 건물을 팔았나 보네요. 얼마에 사셨어요?"

"450장 줬습니다."

"450장? 이 빌딩, 잘 받으면 550까지도 받을 수 있을 텐데, 겨우 그 가격에 팔았대요? 그럴 거면 차라리 나한테 팔지."

팔짱을 낀 채 혼자 중얼거리던 홍윤주는 하수영을 향해 가볍게 턱짓을 했다.

"따라오세요. 차 한 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군말 없이 홍윤주를 따라갔다.

그녀는 걸어가면서 귀에 꽂은 통신기를 가볍게 누르고 말했다.

"1번 방 지금 바로 세팅해 줘. 새건물주 오셨대. 애들? 일단 희주랑 우희한테 좀 꾸미고 있으라고 해. 혹시 모르니."

대화를 마친 홍윤주는 어느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하수영을 돌아보았다.

"여기예요. 먼저 들어가세요."

"그럼 실례."

홍윤주가 문을 열어주자 하수영은 사양하지 않고 태연히 안에 들어섰다.

그녀도 문을 닫고 들어와서 하수영의 측면 방향에 앉았다.

90도로 적당히 떨어져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위치였다.

비스듬하게 다리를 꼬자 롱 원피스가 옆으로 살짝 벌어지며 매끈한 각 선미 라인이 엿보인다.

퇴폐와 청순이 공존하는 기묘한 분위기가 그녀의 전신에 흐르고 있었다. 웬만한 남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눈도 마주치기 힘들 것이다.

"몇 살이죠?"

"스무 살입니다."

"동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집안이 좋은가 봐요?"

"아버지한테 받은 게 조금 있어서요."

"그렇겠죠. 안 그럼 그 나이에 이런 건물을 어떻게 사."

홍윤주는 존대와 평대를 절묘하게 섞어 쓰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마 기본적인 화법인 모양이었다.

"월세나 건물 관리는 문제없을 거예요. 혹시 세 올려달라는 말 하러 온 거면 편하게 지금 말하고, 계좌이체 말고 현찰 원하면 그것도. 나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건물주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제가 원하는 거면 다 들어줍니까? 무엇이든?"

하수영은 턱을 괸 채 차분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윽하기까지 한 눈빛을 가만히 응시하던 홍윤주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다리를 바꿔 꼬았다.

"희주랑 우희, 어디 있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들여보내."

곧바로 문이 열리며, 한껏 화려하게 치장하고 홀복을 입은 미녀 둘이 들어섰다.

하수영은 홍윤주한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태연히 말했다.

"나가라고 해요."

"쳐다보지도 않고?"

"안 봐도 알아요. 내 스타일 아님."

"나가 있어."

두 여자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의아한 눈으로 하수영을 흘끗 보고는 문을 닫았다.

홍윤주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입에 물었다.

"그럼 우리 건물주는 뭘 원하실까."

"제가 원하는 건 홍윤주 씨만이 줄수 있지."

"난 은퇴한 지 오래됐어요. 남편도 있고, 애도 있고, 솔직히 내가 엄마뻘이잖아."

"그 이야기 아닌데요. 난 마누라 말고 다른 여자가 따라준 술은 안마셔서."

"어머나, 결혼했어요? 근데 반지는 어디 갔을까?"

홍윤주는 키득거리며 웃음을 짓다가, 별안간 하수영이 담배를 뺏어 들자 안색이 살짝 굳었다.

하수영은 느긋하게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우리 빌딩은 전 층이 금연 구역입니다."

"……."

"그리고 실내에서 흡연하려면 상대 방한테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수영을 바라보던 홍윤주의 눈빛이 희미하게 가늘어졌다. 웃음기가 완전히 걷히고 냉담한 감정이 그 위에 얹힌다.

"제가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보네요."

"오늘 처음 봤는데 그럴 리가요."

"그러고 보니 여태 이름도 못 들었네요."

"내 이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거겠죠."

"들켰네. 민망해라.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죠?"

"하수영입니다."

"좋아요, 하수영 씨. 아까 수영 씨가 원하는 건 나만이 줄 수 있다고 한 게 무슨 뜻이죠?"

"임대차 계약서를 확인했는데 계약 만기가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홍윤주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하수영은 동공이 희미하게 흔들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 계약 기간 만료되면 그만 정리해 주셔야겠어요."

"아가씨 나오는 술집이라서 불쾌해요?"

"제가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뭘 할게 있어서 그럽니다."

"뭘 하시려고?"

"그거야 알려줄 의무는 없죠."

"거짓말 같은데."

"그것 역시 의미는 없고."

"……."

하수영을 빤히 바라보던 홍윤주가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 안 붙일 거니까 뺏지 마요. 이번엔. 그냥 물기만 할게요."

"……."

"우리가 월세 얼마 내는지 알고 있어요?"

"달에 오천씩 내시던데요."

"그건 계약만 그리 한 거고, 실제로는 1억 조금 넘게 내요. 이중계약이지."

하수영이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홍윤주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놀라지도 않네. 신기해라. 정말 스무 살 맞아요?"

"월세 말고 다른 조건도 있나요?"

"퇴거는 내가 정해요. 건물주는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나한테 먼저 나가라고 요구할 수 없지. 위약금이 좀 쎄. 10억이거든요."

"그래서 10억을 달라는 건가요?"

"횡포 아닌데요. 내가 가게에서 하루에 가져가는 것만 1, 2억이야. 10억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이사 비용. 합리적인 돈이죠."

"전 건물주와 맺은 이중계약까지 제가 승계해야 할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그 나이면 세상이 법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 잘 알 텐데."

"스무 살이면 법으로만 돌아간다는 걸 굳게 믿을 나이죠."

"요즘 애들은 워낙 조숙해서 그런건 빨리 깨우치더라고요."

어느덧 웨이터 둘이 들어와서 부지런하게 테이블 위를 차리기 시작했다.

고급 양주와 맥주, 얼음과 과일 안주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하게 놓였다.

"한잔하실래요? 돈 걱정은 말고. 제가 사는 거니까요."

"계약 종료 통보를 하러 와서 술을 얻어 마시는 것은 조금 그렇네요."

"괜찮으니까 한 잔만 해요. 약 같은 거 안 탔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홍윤주는 능숙하게 잔 두 개에 술을 따르고는, 하나를 하수영에게 내밀었다.

하수영은 안주머니에서 작은 통을 하나 꺼냈다. 뚜껑을 열고 자신의 잔에 담긴 술 위에 붉은 가루를 조금 뿌렸다.

"그게 뭐죠?"

"향신료입니다. 술맛을 더 좋게 만들어주죠."

"신기해라. 술에 뿌려 먹는 향신료같은 건 못 들었는데."

"시중에서는 안 팝니다. 돈 있어도 못 구하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더 탐나는데요? 혹시 제 잔에도 뿌려줄 수 있나요?"

"얼마든지요."

하수영은 기꺼이 그녀의 잔에도 향신료를 뿌려 주었고, 한 모금 마셔본 홍윤주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 바라보았다.

"맛있는데요? 술맛이 달라요. 원래 알던 그 맛이 아니에요."

"술이 가진 맛의 잠재력을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죠."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처럼 물장사하는 사람한테는 필수일 것 같은데."

"워낙 양이 희소해서요. 저도 어렵게 구한 겁니다."

하수영은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는 빈 잔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아무튼 전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정식 계약 기간 종료되는 대로 여기 비워주십시오."

"남편하고 이야기해 보고 알려드릴 게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남편지분도 있어서."

남편이라면 기획사 사장을 말하는 것이리라.

알았다는 대답 대신 남편을 들먹이는 것은, 순순히 퇴거할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요새 밤길이 무섭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술 잘 마셨어요."

하수영은 룸을 나서서 복도를 걸었다.

몇몇 가드나 종업원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시선도 주지 않았다.

1층 로비로 올라온 하수영은 그제야 표정을 바꾸며 투덜거렸다.

"건물 팔 때 인수인계를 똑바로 해야지, 이중계약을 했단 말은 왜 안한 거야?"

법적 효력은 없으니 상관은 없지만, 저런 사람들을 상대로는 귀찮음이 커질 수가 있다.

"통보는 해놨으니, 이제 어떻게 나오나 봐야겠네. 너무 재미없는 반응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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