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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9화 (99/1,270)

프랜차이즈 갓 099화

21장 선물은 상대가 마음에 들어야지(3)

정서희는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아, 안살린 구단주님한테 초대받았거든요."

"구단주님 초청 지인이 정서희 양이었어요? 대체 언제부터 친해진 거죠?"

"그런 건 아니고요, 이번에 골든 트러플 구매 때문에 국제자원투자회사하고 이야기가 오고 가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따로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요. 그게 가당키나 한가요."

정서희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선주는 선뜻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번 만찬을 통해서 안살린 구단주와 인연을 튼 게 분명했다.

오늘 정서희는 엄연히 고객이었기에, 이선주는 더 이상의 질문을 삼갔다.

"편안한 시간 보내요.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요."

"감사해요, 사장님."

검은 롱 원피스를 입고 화사하게 치장한 정서희의 모습은 깜짝 놀랄만큼 매력적이었다.

로비에 있던 남자 고객들의 눈이 쉴 새 없이 그녀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레드 카펫을 밟는 여배우 못지않은 미모와 분위기는 주변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안살린 구단주의 또 다른 초청객이 다른 차에서 내렸다.

"우와, 우리 오늘 여기서 외식하는 거야?"

"외식이 아니고 파티. 아주 높으신 분께서 주최하시는 파티에 초청받은 거니까 절대로 결례가 없도록 해."

"다저스 구단주면 선수들 사인도 부탁할 수 있지 않을까? 나 그냥 비싼 밥 안 먹을 테니까 그 대신 사인 구해달라고 하면 안 돼?"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심정이 그렇다는 거야. 어차피 사람 많아서 말 걸 틈도 없을 게 뻔한데."

전성렬이 타박하자 작은딸은 얼른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하지만 전성렬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이 철부지 딸내미가 정말로 안살린 구단주 앞에서 LA다저스 선수들 친필사인을 부탁하는 건 아닐까?

"누구 사인이 그렇게 갖고 싶은데?

다저스라면…… 작년에 메이저리그진출한 표승기 선수? 시즌 홈런 60개 넘게 때리고 메이저리그 간 그 타자 맞지?"

전성렬은 다저스 현재 유일한 한국인 선수를 들먹였다.

한국 프로야구리그를 휩쓸다시피한 이후 미국으로 진출한 전설적인 선수이니, 당연히 표승기의 사인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구단주님 비서한테 내가 슬쩍 부탁해 보면 사인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야. 결례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물어본 건데, 딸의 대답은 예상 외였다.

"아빠, 나 표승기 사인은 필요 없는데."

"한국인 선수 사인을 원한 게 아니었니?"

"한국에서도 사인 그렇게 안 해주던 사람이 메이저 갔다고 사인을 해주겠어? 아, 데스크에서 하도 제대로 뭐라고 하니까 거기서는 사인 잘해준다고 하더라. 근데 필요 없어. 이미 흰둥이들 마음은 떠난 지 오래야."

"흰둥이들?"

"백두 서포터즈 애칭이야. 표승기가 몸담았던 구단."

큰딸이 옆에서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맞아, 흰둥이들 마음속에서 표승기는 지워진 지 오래야. 난 아직도 악수하자는 내 손을 뿌리치던 그 표독스러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성이 표씨잖아. 그러니 표독스러울 수밖에."

"막내야, 재미없다. 너무 무리수 뒀어."

딸들의 수다가 시작되자 전성렬은 조용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지금 와서 새삼 저들의 아버지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은 듯이.

만찬이 준비된 귀빈관에 들어서자 아내와 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화에서나 보던 파티홀 분위기에, 마치 와서는 안 될 듯한 곳에 발을 디딘 듯한 부담감이 온몸을 꼼짝도 못 하게 감았다.

"여보?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우리 정말 여기 와도 되는 거 맞지?"

"어, 엄마는 참. 다저스 구단주님 초청이라잖아. 그분이 얼마나 돈이 많으신 분인데! 이 정도 파티장은 그분한테는 최소 기준치밖에 안 된다고!"

"그러는 언니는 왜 말을 더듬어?"

"너야말로 지금 동공 어스퀘이크중이거든?"

아내와 두 딸은 잔뜩 얼어붙고 있었다.

초청자가 엄청난 부자라는 것 정도만 대강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온 터라 충격은 더 컸다.

호화로운 파티장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충 이럴 것이다, 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 물론 상상만 하다가 실물을 직접 맞닥뜨린 충격이 컸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고.

아내와 두 딸이 얼어붙은 진짜 이유는 바로…

"아빠? 왜 우리 밖에 없어?"

"여보? 왜 우리 밖에 없죠?"

"아빠? 이게 어찌 된 거야?"

"우리밖에 없긴,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정서희 부사장하고 박철진 공장장도 있는데. 아, 당신과 너희는 아직 본 적 없지? 인사해, 우리 회사 부사장하고 공장장……."

전성렬이 태연히 소개를 하려고 하자 아내 하지희가 다그치듯이 빠르게 말을 잘랐다.

"우리가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빠, 진짜 초대받은 사람이 여기 있는 우리 정말 이게 전부야?"

"막 수백 명씩 모이는 그런 큰 파티 아니었어? 이 큰 파티장에 겨우 우리 여섯 명이 전부라는 거야?"

"원래는 일곱 명이 올 예정이었는 데, 한 명이 거절해서 여섯이 된 거야. 하수영 사장 알지? 아빠 동업자."

"아빠, 무슨 일곱 명은 엄청 많은 것처럼 이야기하네."

하지희는 얼이 빠진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새삼스럽게 자신의 복장을 살피고 얼굴을 붉혔다.

정갈한 옷차림이긴 하지만 크게 비싼 옷은 아니다.

지인 중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편이지만, 이런 자리에서 입기에는 조금 창피하다.

수백 명이 참석하는 파티이고 곁다리로 구경하러 온 거라면 상관이 없는데, 겨우 여섯 명이라니. 그 정도 규모면 그냥 파티의 주역 아닌가.

"이렇게 조금 오는 거면 말이라도 미리 해주지! 그럼 할부로 긁어서라도 옷 새로 맞추는 건데! 너무하잖아요!"

"맞아, 아빠! 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너무 창피해."

"곁다리로 끼는 줄 알았는데 이건 너무하잖아. 아빠, 아까 보니까 지하에 명품 의류점 있대. 우리 급한 대로 지금 거기 가는 게 어때?"

전성렬은 가차 없이 눈을 부라렸다.

"떽, 어디서 은근슬쩍 아빠 카드를 강탈하려고. 아주 그냥 기회만 되면 모녀가 합세해서 쇼핑하려고 하니 내가 긴장을 놓을 수가 있나."

"쳇, 들켰네."

"엄마 연기가 너무 어설퍼서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곧바로 눈치채지."

"아니야. 레퍼토리가 항상 똑같아서 그런 거야. 엄마, 이제 좀 변화를 줘보는 게 어때? 아빠가 안 속잖아."

하지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두 딸을 바라보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딸들, 엄마는 아빠 카드 찬스 쓰려고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창피해서 그랬던 거야."

정서희가 네 가족의 대화를 멀리서 살짝 듣고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 * *

초청객들이 모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살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장이 아닌, 청바지에 달라붙는 티를 입은 편안하면서도 심플한 차림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모쪼록 즐거운 파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살린은 초청객 한 명 한 명과 전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희는 그저 서양의 엄청난 부자라는 인식 정도였고, 공장장은 회사의 큰손의 초청이라는 것에 감격해 했으며, 전성렬의 두 딸은 메이저리 그 명문 구단의 오너를 직접 만났다.

는 것에 감동을 품었다.

"구단주님, 혹시 싸인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저도, 저도요. 싸인 좀 해주세요."

두 딸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준비한 유성펜을 내밀었고, 안살린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펜을 받아들었다.

"어디에 해드리면 될까요?"

"여기요, 여기!"

두 딸은 곧바로 걸치고 있던 재킷을 벗어 내렸고, 안에 받쳐 입고 있던 다저스 유니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성렬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경직되었으며, 하지희는 두 손으로 뺨을 감쌌고, 정서희는 조용히 킥킥웃었다. 그리고 공장장은 마시고 있던 물을 조금 뿜었다.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던 안살린도 놀라서 멈칫 했다.

"이 유니폼은 5년 전 구단을 인수하면서 기념으로 딱 1,000매만 한정판매했던 건데, 이런 뜻 깊은 자리에서 이 기념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가 다저스팬이에요! 구단주님을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제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안살린은 진심으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은 채, 사양 않고 유니폼에 사인을 해주었다.

두 딸은 아예 재킷을 직원에게 맡긴 채, 사인이 된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입은 채 음식을 즐겼다.

안살린은 마지막으로 전성렬에게 다가왔다.

"아주 유쾌한 따님들을 두셨군요. 진심으로 행복해 보여서 부럽습니다."

전성렬은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애들이 몸만 컸지 정신이 아직 어립니다. 구단주님께 혹시 민폐가 된 것은 아닌지 제가 다 창피할 지경입니다."

"민폐라니요, 이 먼 나라에서 제가 사랑하는 구단의 열혈팬을 만나게 돼서 오히려 기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저 유니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두 분 따님이 다저스를 매우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구하기 어려운 유니폼이거든요."

전성렬은 흘끔 두 딸을 바라봤다.

둘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꼭 붙어 다니면서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와, 이거 너무 맛있어! 엄마가 한건 비교도 안 되네."

"나 이거 만든 분한테 시집갈래. 그럼 평생 이런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겠지?"

"헛물은 금지. 유부남이야."

"언니가 어떻게 알아?"

"왜냐면 나의 그이가 될 운명이거든."

"이익! 안 돼! 내가 뺏길 줄 알고!"

"나중에 다락방 하나 정도는 내줄게. 그럼 너도 이런 맛있는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을 거야."

평소처럼 시끄럽지만, 그런 딸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대견하게 느껴졌다.

딸들이 저 유니폼을 입고 온 덕분에 안살린의 호감도가 확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이런 훌륭한 파티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단주님."

"뭘요. 귀사가 저에게 주신 선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골든 트러플 10kg을 받고 얼마나 큰 감동을 느꼈는지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전성렬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수영은 골든 트러플 100kg 채취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것이 만사가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가격 유지를 방해해서 골든 트러플의 가치가 추락하는 티핑 포인트(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계기로 인해 폭발하듯 걷잡을 수 없게 변화하는 것)만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100kg 판매는 핑계를 대서 거절하고, 대신 남은 게 이거뿐이라며 정중하게 10kg을 선물했는데, 오히려 100kg을 판매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농장주분은 안 오신 겁니까?"

"예, 농장을 한시도 비울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리되었습니다."

"저런… 제가 그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아쉽게 됐군요. 그럼 혹시 사장님이 대신 전달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그분 연락처를 알지 못해서요."

"아, 물론입니다. 제가 전해드리죠."

"약소한 선물입니다. SC이노베이션션에 요청만 하면 종류에 상관없이 24만 톤에 달하는 유류를 언제든 필요한 만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예?"

"원래는 원유 200만 배럴로 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개인용 정제시설이 없을 테니, 그냥 24만 톤의 유류를 드리는 것으로 살짝 수정했습니다."

"구, 구단주님?"

"농사짓느라 유류비 때문에 고민이 깊으실 텐데, 요긴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말도 전해주십시오."

전성렬은 혼란에 빠져 안색이 새하얘졌다.

'유류 24만 톤? 내가 지금 뭐 잘못들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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