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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6화 (76/1,270)

프랜차이즈 갓 076화

17장 새 친구를 찾아보자(1)

서울 서해호텔은 모처럼 술렁거리고 있었다.

레스토랑, 연회장, 야외홀, 수영장관리부서, 총무부, 면세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들떠 있었다.

"들었어? 마케미야 대표님이 이번에 우리 호텔 전체를 대관해서 행사한대."

"전체 대관?"

"응, 그날은 숙박객이고 일반 방문객이고 뭐고 일절 안 받는대. 아예 호텔 문을 걸어 잠근다더라."

"예약객들은 객실관리부서에서 일일이 전화해서 정중히 취소시키거나 일정을 변경했대. 무료 숙박 쿠폰무조건 주기로 하고."

"그럼 장기 투숙객은 어쩌고?"

"양해 구하고 당일만큼은 백두호텔에서 머무르시라고 룸 업그레이드까지 해줬대. 버틀러하고 리무진 서비스까지 붙여서 불편한 게 없도록 한다나 봐."

"그 정도 해주면 장기 투숙객들도 큰 불만이 없긴 하겠네."

이미 예약이 된 숙박객들을 달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해 호텔 측도 적지 않은 출혈을 부담해야 했다.

"그럼 마케미야 대표님 돈 엄청 나가겠는데?"

"하루에 80억 해서 2박 3일이니까 240억인가 한다나 봐."

"겨우 밥 한 끼 먹자고 240억을 쓰다니, 역시 마케미야 대표님이셔.

정말 대단하다."

이미 마케미야는 서해호텔에서도 유명 인사였다.

이 정도로 통 크게 쏠 줄 몰랐던 직원들은 진심으로 감탄하고 또 부러워했다.

"돈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크게 쓸 수 있는 걸까?"

"마케미야 대표님까지 해서 딱 20명만 참석하는 만찬이라던데, 대체 어떤 분들이 오는 걸까?"

"진짜 어디 유럽 왕족 같은 분들이 오는 거 아니야?"

대관료는 마케미야의 지갑이 아니라 프라임 컴퍼니 계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호텔 직원들은 당연히 마케미야가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를 위한 만찬이기도 했기에 아주 틀린 아니지만.

* * *

"아저씨, 어떤 분들이 오는 건지 미리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아직 비밀이다. 그래야 재미있잖냐."

"대충이라도 알아야 대비를 하죠."

"그냥 너희는 무조건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유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돼. 초청객 중에서 사회적으로 나보다 떨어지는 분들은 아무도 없다, 그것만 알아둬."

마케미야가 그렇게 재미있어하는 터라, 정서희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래도 전날에는 알려주셔야 해요."

"물론이지. 듣고 놀라지나 말거라."

* * *

서해호텔 오너 이선주도 평소보다 극도로 긴장감을 세운 채 만찬 준비에 임했다.

그녀는 아예 호텔에 상주하다시피하며, 만찬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직접 진두지휘했다.

마침내 만찬을 빛낼 주인공 식자재가 서해호텔에 들어왔다.

"골든 트러플입니다. 모두 최상품으로 55㎏이죠."

메인 식자재의 정체를 들었을 때에는 이선주도 진심으로 놀랐다.

"골든 트러플 55㎏이요? 모두 최상품으로?"

"네, 이번 만찬에 쓸 겁니다."

전성렬은 이선주에게 설명을 하면서도 격세지감을 느꼈다.

연 매출 90억짜리 농산물 유통업에 종사하던 자신이 재계 1위 재벌가의 직계와 이야기를 나누는 때가 오다니.

언제 이런 날이 올 줄 상상이나 했을까.

"김 셰프."

"예, 대표님."

총주방장 김효산은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이 든 채 이선주와 전성렬앞에 섰다.

"그래도 김 셰프가 마케미야 대표님과 친분이 있으니까 요리는 책임지고 맡도록 해요. 일식부와 양식부도 김 셰프가 총괄해서 통제해요. 무리 없이 행사 진행해야 합니다. 알겠죠?"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55kg에 달하는 최상급 골든 트러플을 바라보는 김효산의 눈은 감격과 놀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전성렬은 그 표정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저 친구한테 송이버섯 납품하는 조건으로 다른 식자재 공급도 하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김효산과 자신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그어졌다.

아마 그도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 * *

"골든 트러플을 먹어본 적은 있어요."

이선주가 신기해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저한테도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어요. 아무리 먹는 게 남는 거라지만,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음식에 수십억을 쓴다는 건 손이 조금 떨리더군요."

정서희가 밝게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그래도 국내 최고의 재벌가이신데, 설마 밥값 때문에 손이 떨렸으려고요."

"그 정도로 골든 트러플은 살벌한 가격이라는 거죠. 가격이 순금의 60배나 나가잖아요."

"금의 60배라고 하니까 확 와 닿네요."

"이게 55㎏이라고 했던가요? 이정도 양이면 대체 얼마나 나가는 거죠?"

김효산이 얼른 대답했다.

"골든 트러플은 최상품이 킬로당 30억 원에 낙찰된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입니다. 최고가 기준으로 치면 1,650억 원이 됩니다."

"겨우 스무 명이서 1,650억을 먹어 치우는 거군요. 나도 재벌가지만 이건 살 떨리는데요."

"하지만 그건 최고가 기준이고, 보통 최상품 골든 트러플은 15억 내지 20억 선에서 거래가 됩니다."

그것도 절대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괜히 중동 왕족들이나 먹는 식자재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마케미야 대표님이 정말 통이 크시네요."

"……."

이선주는 당연히 마케미야가 골든 트러플을 직접 구매해서 특별한 만찬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관료까지 포함하면 거의 1,900억원에 달하는 돈을 2박 3일 파티에 써버리는 것이다.

회사 관련 특별 기념행사도 아닌데, 이런 천문학적인 거금을 써버린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마케미야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는 전혀 문제없도록 하겠어요."

* * *

국내 최고의 재벌가 2세한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전성렬은 생애 한 번도 느껴본 적없는 커다란 감동에 휩싸였다.

만찬은 당일 오후 행사로 진행된다.

하지만 해외에서 먼 길을 온 귀한 손님을 만찬이 끝났다고 돌려보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호텔을 통째로 대관해서 최고급 스위트룸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객실은 초청객들이 거느린 수행원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까 객실 수가 모자라지 않을까 모르겠네."

이틀 전, 마케미야는 직접 프라임컴퍼니 서울 사무실을 찾아서 마지막으로 체크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럴까 봐 그날은 손님을 일절 받지 않아요. 장기 투숙자도 그 기간 동안은 다른 호텔에 머물도록 했고요."

서해호텔은 총 객실 수가 500개에 달한다.

마케미야를 제외하면 19명의 초청객이 오는데, 수행원을 위한 객실이 모자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수행원 한 명당 객실 하나는 줘야 할 텐데,500개 가지고 될까 모르겠어."

"……네?"

"정 안 되면 남는 인원은 백두호텔에라도 보내야지. 그건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대체 어떤 분들을 초청했기에 수행원들 묵을 객실 수가 모자랄 수도 있다고 걱정하시는 거예요?"

"아, 이제 알려줄 때가 됐지."

"네, 깜짝 선물 기다리느라고 좀 지쳤어요. 이제 그만 명단을 주세요."

"여기 있다."

마케미야는 품에서 봉투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곱게 접힌 A4 용지한 장이 들어 있었다.

A4 용지를 편 정서희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내용을 확인하다가 점점 안색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녀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변했고, 지켜보던 마케미야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껄껄 웃기 시작했다.

"아, 아저씨!"

"서희 네가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늘 자신만만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이, 이런 분들이 오는 거라면 미리 귀띔을 해주셨어야죠!"

"귀띔은 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고, 그러니 무조건 최고의 서비스를 준비하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마케미야만 해도 개인 자산이 수십조 원이 넘어가는, 포브스 대부호 명단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그를 기준으로 해서 행사를 기획했으니,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

정서희는 거의 울상이었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전성렬은 괜한 불안감에 심장이 뻐근해졌다.

대체 명단에 어떤 이들이 적혀 있기에 정서희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이제 와서 뭐가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정 부사장, 왜 그러는 겁니까? 그렇게 엄청난 사람들이 모레 오는 건가요?"

겨우 한숨을 돌린 정서희는 여전히 파리한 안색으로 전성렬을 돌아보다가 종이를 내밀었다.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 사장님?"

"그럽시다."

종이를 받아든 전성렬은 제일 위에 있는 이름을 보자마자 헉하는 숨소리가 났다.

"팀마 진? 설마 제가 아는 그 팀마 진입니까?"

"네, 이거 만들어 파는 사람이요."

정서희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자신의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스마트폰 제조로 유명한 래플사에서 만든 래플폰.

두말할 것 없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기종이다.

"모레 래플사 CEO가 온다고요?"

"전용기 타고 온대요. 파일럿과 승무원, 일반 수행원들까지 합치면 20명은 넘겠네요."

시작부터 수행원 숫자가 20명이 넘어버렸다.

전성렬은 마케미야가 왜 500개나되는 객실 수를 보고서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만, 팀마 진이 가장 첫 번째라는 건?'

퍼뜩 스친 생각에 놀란 전성렬은 얼른 그 아래 멤버들을 확인했다.

절반 이상은 처음 들어보거나 모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면 인물 정보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이름이기도 했다.

초청객들의 신원을 확인할수록 전성렬의 안색도 새카맣게 죽어 나갔다.

명단을 절반쯤 확인했을 때, 전성렬은 거의 죽을 듯한 표정으로 마케미야와 정서희를 번갈아 보았다.

"이, 이 명단은 대체 뭡니까? 래플사 CEO는 그렇다 쳐요. 헐리우드영화계 거장에, 전직 미 부통령에, 영국 왕세손, 여기 이 사람 그 사람 맞죠? 스페이스S인가 하는 항공우주 기업 경영하는 분?"

"맞습니다. 스페이스S에 저도 투자를 했죠. 그때 맺어진 인연입니다."

"내일 서해호텔에 지진이라도 나면 전 세계가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대표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한 건 맞지만, 미리 명단을 귀띔해 주셨으면 좀 더 정성을 들여 준비를 했을……."

"이미 최고의 준비를 하셨는데 거기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는 것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밖에 안 됩니다."

마케미야는 다소 엄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실룩거리는 입가를 보면, 저건 그냥 놀리는 거다. 그냥 짓궂게 장난을 치는 거다.

전성렬은 아득한 정신을 안은 채 명단을 끝까지 확인했다.

가장 마지막에 적힌, 발음하기도 어려운 길고 복잡한 이름에서는 그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누구죠? 이름만 보면 중동쪽 사람 같은데……."

"아, 지질학 하는 친구입니다. 그쪽에서는 좀 유명하죠."

뭔가 수상하다.

지질학자 이름이 가장 마지막에 있다니.

전성렬은 정서희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그녀는 뭔가 아는 눈치인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마케미야가 부드럽게 막았다.

"서희야, 난 사장님이 그날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내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다오."

결국, 정서희는 입을 다물었고, 전 성렬의 불안감은 한층 짙어졌다.

그냥 해온 대로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무튼, 모레 잘 부탁합니다. 친구 들한테 제가 거하게 한턱낸다고 실컷 자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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