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074화
16장 새 버섯을 찾아보자(5)
"참 신기하단 말이야."
마케미야는 구운 송이의 남은 뿌리 부분을 마저 씹어 삼킨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아내가 물었다.
"진짜 그 송이가 영험하긴 한가 봐요. 존스홉킨슨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른다던 당신 고질병이 그렇게 깨끗이 나은 걸 보면."
"근데 일시적인 거야. 얼마 동안 안 먹으면 또다시 재발하더라고."
"일시적인 거면 어때요. 계속 먹으면 되죠."
"냉동을 해도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 게 다행이지."
마케미야는 이미 그 부분의 테스트는 거친 상태였다.
송이버섯의 일부를 반영구적인 보존을 위해 영하 40도 이하로 냉동을 하거나, 혹은 통조림으로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냉동품과 통조림을 일정 기간 동안 먹어보기도 했다.
그런 보존 처리를 하면 혹시 효능이 사라지지 않을까 미리 시험을 한 것이다.
다행히 시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송이를 냉동품과 통조림으로 만들어 먹어도, 고질병인 원인불명의 요도 통증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효능에 만족한 마케미야는 사들인 송이버섯 중 일부를 냉동 및 통조림처리를 했다.
바로 자신이 평생 먹을 양을 미리 확보한 것이다.
'나중에 이 송이를 못 구하게 되면 큰일이니까.'
그렇게 쟁여둔 물량이 자그마치 20톤이나 된다.
냉동품으로 10톤, 통조림으로 10톤을 각각 준비한 것이다.
사실 조금씩 아껴 먹는다면 1톤으로도 평생 먹기에는 충분하다.
매끼마다 아낌없이 마음껏 먹고, 또 손실을 대비한 넉넉한 여유분까지 고려하다 보니, 혼자 평생 먹을 양으로 20톤을 비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거부인 마케미야에게는 전혀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타미야 말인데."
"네, 그분이 왜요?"
타미야는 일본에서 통신 사업을 하는 마케미야의 친구였다.
마케미야만큼은 아니지만 개인 자산이 3천억 엔이 넘어가는, 어디 가도 부끄럽지 않은 재벌이었다.
"그 친구가 원래 당뇨병으로 고생많이 한 거 알지?"
"그럼요. 아, 설마?"
"이 송이 먹고 나서부터 혈당 조절이 정상으로 돌아왔대. 지금 인슐린은 거의 끊었나 봐."
"진짜 무슨 영험한 효력이 있는 거 아니에요?"
"혹시나 해서 성분 조사 의뢰해 봤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어. 그냥 평범한 송이더라고."
"정말 신기하네요."
"타미야뿐만이 아니야. 내 친구들이 이 송이 먹고 나서부터 몸이 건강해졌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진짜 불치병 환자들한테 병원식으로 한 번 먹여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마케미야는 반쯤 농담으로 말했지만, 송이의 효능에 관해서는 확신하고 있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효능을 가진 식자재라고.
"오늘 서희 온다면서요?"
"응, 전성렬 사장하고 같이 온다고 하네."
"전성렬 사장? 그게 누구죠?"
"이번에 서희가 프라임컴퍼니라고 회사 들어갔잖아. 거기 사장."
"프라임컴퍼니? 혹시 황비버섯라면 만든 회사요?"
"당신이 어떻게 알아?"
"요즘 그 라면 엄청 유명하잖아요. 값비싼 황비버섯을 듬뿍 넣었으면서 가격은 천 원밖에 안 받는다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하대요."
"그래?"
라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건 마케미야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투자 지원을 한 입장에서 보고를 받은 것이지, 실제 소비 현장의 생생함이 어떤지는 잘 몰랐다.
그는 라면을 먹지 않으니까.
"네, 일본에서 그거 사가지고 돌아가려고 관광객도 갑자기 엄청 늘고 난리 났잖아요."
"그 정도였어?"
"그럼요. 인기 엄청 많아요. 서희가 그 회사에 들어갔군요."
약속 시간이 되자 정서희가 전성렬과 함께 도착했다.
전성렬은 으리으리한 한남동 저택규모에 시선을 빼앗긴 채 신기한 듯 둘러봤다.
"어서 오세요."
"방문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렇게 근사하고 훌륭한 집은 정말 영화에서나 본 것 같네요."
"과찬이십니다."
전성렬과 마케미야는 악수를 나눴고, 셋은 각자 자리에 앉았다. 가정부 대신 아내가 직접 차를 내왔다.
"그래, 할 이야기가 있다고?"
"네, 아저씨, 아니 마케미야 대표님의 사업 인맥이 필요해서요."
"내 인맥들은 다들 몸값이 엄청 비싼데. 합당한 테마 없이 불렀다가는 다들 언짢아할걸?"
마케미야가 농담조로 말을 꺼냈고, 전성렬과 정서희는 조용한 미소를 띤 채 서로 바라봤다.
은근한 자신감이 넘치는 두 사람의 태도에, 마케미야는 뭔가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사실 인맥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특별히 바라는 게 있어서가 아니에요. 그냥 그동안 아저씨 도움도 많이 받고 해서 이번에 그 은혜를 한번 갚아볼까 하고요."
"맞습니다, 대표님. 대표님 은혜 많이 입었으니 저희 회사가 한번 대접하게 해주시죠."
"대접이라고요?"
마케미야는 의아해서 반문했고, 정서희가 얼른 대답했다.
"네, 아저씨가 사업 인맥들 앞에서 콧대 좀 세우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저희가 근사한 만찬을 준비할 테니까 한번 지인들 불러 모으시겠어요?"
"몇 명이나?"
"그냥 부르고 싶은 사람 전부 다요.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상관없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겨우 밥 한 끼 먹자고 부른다고? 그만한 자신이 있어? 성렬유통 송이버섯이 훌륭하긴 하지만, 그중에는……."
그러자 전성렬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온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열어보였다.
안에 담긴 내용물을 확인한 마케미야의 눈동자가 그대로 경직되었다.
순금을 녹여서 바른 듯 찬란한 금빛을 자랑하는 둥그스름하면서도 커다란 버섯.
"이, 이건 설마?"
"네, 골든 트러플이에요. 이걸 아낌없이 써서 만찬을 준비해 보려고요."
"허……."
마케미야는 놀랍다는 듯이 신음을 흘리며, 골든 트러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참 동안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는 경직이 풀어져 있었다.
"어마어마한 만찬이 되겠구나. 인당 식비가 대체 얼마야."
"얼마든지 부르셔도 돼요. 이번에 아저씨 체면 제대로 세워 드릴게요."
마케미야는 다 꿰뚫어본다는 듯이 피식 웃어 보였다.
"내 체면 세워주는 것만 목적은 아니잖냐. 겸사겸사 프라임컴퍼니가 내 주변 인맥에 접촉점도 만들어보겠다는 것도 있지?"
"좋게 봐주세요."
"당연히 좋게 봐줘야지. 이런 근사한 만찬을 내 이름으로 대접하겠다는데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야지."
전성렬이 태연히 끼어들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동안 마케미야 대표님께 신세 진 게 너무 많아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 갚을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제가 베푼 게 뭐가 있다고요. 전부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은 비즈니 스였습니다."
"그래도 저희 입장에서는 큰 은혜입니다."
마케미야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불러도 된다고 했지?"
"그럼요. 얼마든지요."
"30… 아니, 20명 정도 부를 생각이다."
"네? 겨우 그렇게만 부르시려고요?"
"대표님, 얼마든지 부르셔도 됩니다."
정서희와 전성렬이 만류하고 나섰지만, 마케미야는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최고의 만찬은 그것을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초청해야 해요. 격이 맞지 않는 이들까지 부르는 것은 자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밖에 안 됩니다."
"믿어 보세요. 귀사의 정성에 어울릴 만한 최고의 VIP만 초청하겠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대답에 전성렬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알겠습니다."
"오, 마케미야 대표가 그렇게 말을 했어요?"
하수영이 놀랍다는 듯이 반문하자 전성렬은 잔뜩 흥분해서 빠르게 쏟아내듯이 대답했다.
"그렇다니까. 내가 그 말을 듣고 순간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하사장 자네는 모를 거야. 아, 사람의 배포가 이렇게 크고 깊을 수가 있구나 하고 진짜 감탄했다고."
"그냥 되는 대로 다 불러도 괜찮았을 텐데."
"마케미야 대표님 말씀으로 그건 골든 트러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거지. 골든 트러플 별명이 뭔가?
먹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 아닌가?
격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까지 몽땅 부르면 진짜 격에 어울리는 객들이 얼마나 불쾌하게 생각하겠나?"
하수영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산이 100조 원이나 1조 원이나 어차피 다 고만고만한데 뭐 그렇게 따진대요. 도토리 키재기도 아니고."
"도토리 키재기라니! 마케미야 대표님 주변 인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자네도 잘 알잖아?"
"알기야 알죠."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전성렬은 왠지 맥이 빠졌다.
"허참…… 자네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지."
"그냥 1티어 20명만 만나는 것보다는 2티어, 3티어, 4티어도 되는 대로 가능한 많이 만나는 게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 유리하잖아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하수영의 말도 나름 틀린 게 아닌지라 전성렬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무튼 20명만 초청한다면 뭐 한 자락 하는 사람들만 골라서 부르긴 하겠네요. 골든 트러플도 많이 준비할 필요 없을 거 같고, 한 사람당 2kg 해서 40kg 정도만 준비하면 될까 싶네요."
"버섯만 먹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많이 준비하나?"
"파트너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아, 그렇군."
"원래 넘치는 것은 알맞은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습니다. 못 먹고 남겨서 버리는 게 낫지, 모자라기라도 하면 그 무슨 망신이에요. 사치의미덕은 얼마나 많이 남길지를 처음부터 고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궤변 같긴 한데,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군."
한 사람당 필요한 버섯의 양은 200g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파트너를 고려해도 400g 이하.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놀라게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물량공세로 나가야 한다.
정서희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확실히 골든 트러플이 대단하긴 한가 봐요. 저는 아저씨가 그렇게 설레하는 걸 처음 봤어요. 중요한 친구들 앞에서 생색낼 생각 하니까 즐거우신가 봐요."
"정 부사장, 최상급 골든 트러플 40kg이면 한 끼 식사 재료값만 1,200억 원이 넘어요. 사우디 왕족들도 이런 만찬은 열어본 적 없을 겁니다."
최상급 1kg에 2, 30억 원이라는 가격은 어디까지나 경매 최고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경매가 아닌 일반 유통 과정에서는 그보다 낮게 책정되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날 초청객들의 우월 의식을 얼마나 한껏 고양시키고 만족감을 도취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지.
하수영이 물었다.
"장소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서해호텔 영빈관을 대절할까 생각 중이야. 숙소는 서해호텔 객실을 빌리면 될 거 같고."
"그 정도로 될까요?"
"충분하지 않을까? 서해호텔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특급호텔이야."
하수영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마케미야 대표 개인 자산만 수십조 원이 넘잖아요? 그런 사람이 작정하고 20명 정도만 초청한다는데, 겨우 그 정도 준비로 되겠냐는 거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서해호텔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데…… 다른 호텔이나 장소를 생각하신 게 있으세요, 사장님?"
"아뇨, 제 말은 호텔 전체를 대관하는 게 어떠냐는 거죠. 그날만큼은 일반 방문객이나 투숙객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못하게끔요."
"뭐라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