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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2화 (72/1,270)

프랜차이즈 갓 072화

16장 새 버섯을 찾아보자(3)

"트러플이요?"

트러플.

소위 송로버섯이라고 불리는, 진미로 일컬어지는 희귀 버섯.

유럽에서 최고로 치는 식재료 중 하나로, 평범한 품질의 트러플도 킬로당 300만 원이나 한다.

심지어 최상급 품질의 경우는 킬로 당 1억 원이 넘기도 한다.

송이버섯과 동일한 점은 인공적인 재배가 안 되고, 향이 강렬하며, 비싼 버섯이라는 점.

송이버섯과 다른 점은 비교할 수 없이 비싸다는 점. 블랙 트러플의 경우 검은 다이아몬드라 불리기도 한다.

정서희가 놀란 이유는…….

"트러플은 우리나라에서 자생이 안되지 않아요?"

바로 한국에서는 트러플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자생하는 듯 하지만, 한국에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때문에 한국에서 소비되는 트러플은 전부 수입산이다.

"네, 그렇죠. 자생이 안 되죠."

"그런데 왜 트러플을……."

정서희는 말을 하다 말고 멈칫했다.

이 남자는 계절에 상관없이 송이가 나는 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또 자신만의 황금비단우산버섯의 양식 법을 개발해서 생산원가를 대폭 낮췄다.

이미 두 번이나 결과로 보여준 사람.

그렇다면?

"혹시 우리나라에서 트러플이 나는 곳을 알고 계신 거예요?"

"비슷합니다."

정서희는 가슴이 뛰었다.

이 사람이 말을 꺼냈으면, 트러플이 조금 나오는 정도가 아닐 것이다.

시장성이 될 만한 품질과 양이 갖춰졌기에 자신 있게 말을 꺼내는 게 아닐까.

"주로 무슨 트러플이 자라나요? 블랙 트러플? 아니면 화이트 트러플? 장소가 어디예요?"

트러플은 일반적으로 블랙, 화이트두 종류가 있다. 보통은 블랙 트러플을 흔히 볼 수 있다.

정서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간에 상관없었다.

국내에서도 트러플이 자생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고, 어떻게 알아냈는지 대단할 따름이었다.

"골든 트러플입니다."

정서희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충격에 빠졌다.

"골든 트러플……!"

"네, 하급품도 킬로당 2,3억 원은하죠? 최상급이 저번 두바이 경매장에서 킬로당 20억 원에 팔렸었죠."

골든 트러플.

몇 년 전에 발견된 새로운 트러플종으로, 전문가들은 돌연변이로 등장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선명한 황금빛을 띠고 있어, 채취할 때, 마치 땅에 묻힌 금덩어리를 캐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수량이 극히 드문 데다가, 다른 트러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렬한 향과 중독성을 갖고 있어, 최상류층 부호들이 사족을 못 쓰는 최고 급 식자재였다.

특히 사치를 미덕으로 여기는 중동왕족들이 아주 환장하고 달려드는 식자재였다.

극히 적은 생산량, 중동 왕족들이 선호하는 기호품.

이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저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웬만한 부자들은 평생 입에 대보지도 못할 식자재였다.

"우리나라에서 골든 트러플이 난다고요?"

"아마도 돌연변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어떻게 그런…… 혹시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요?"

"글쎄요, 그건 한번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이런 사치품은 시세 조절에 실패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리니까.'

"그래도 생산량을 알아야 좀 회사 경영에 구체적인 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설마 혹시 트러플을 듬뿍 넣은 라면을 단돈 천 원에 팔생각은 아니시죠?"

"설마요."

"그건 진짜 안 돼요."

부정적인 대답에도 불안했는지 정서희는 다시 한번 당부하듯이 말했다.

"중동 왕족 재벌들이 싫어할 일을 왜 합니까. 자고로 로열 사치품의 가치는 떨어뜨리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우월의식을 충족시켜 줘야죠."

블랙&화이트 트러플은 일반인들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골든 트러플은 일반인이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야말로 왕족들만을 위한 전유물.

하수영의 대답에 정서희는 안심했다.

"전 또 황금비단우산버섯처럼 싸게 얻은 트러플을 박리다매로 시장에 풀 줄 알고 놀랐잖아요."

"황비버섯과 골든 트러플은 다르죠, 달라요. 광어 꼴 나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광어요?"

"원래 광어가 고급 회였습니다. 근데 양식에 성공하면서부터는 싸구려 회라는 인식이 박혔죠. 실제로 식감이나 맛은 매우 훌륭한 편인데, 단지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붙은 거예요."

사치의 개념은 높은 품질과 가치의 희소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실질적인 가치는 떨어지지만, 그저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물론 골든 트러플은 그 자체로 좋은 식자재입니다. 향이 강하고 중독성 심하죠. 송이버섯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요. 근데 거기다가 너무나 희소해서 왕족들만 찾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프리미엄이 붙어버린 겁니다. 그걸 뭐하러 떨어뜨려요?"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던 정서희는 순간 자신이 놓치고 있는 점을 깨달았다.

"골든 트러플 자생량이 생각보다 많은가 봐요? 시장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뭐, 적지는 않더라고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물량 조절을 잘해야지요."

"어느 지역인지는 아직 말씀해 주실 수 없죠?"

하수영은 잠시 빤히 시선을 마주쳤다.

얼굴이 뚫어질 듯한 눈빛에 정서희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괜한 질문을 한 건가 싶었다.

"제가 철 상관없이 송이가 자라나는 산 농장을 따로 갖고 있는 건 아시죠?"

"네, 물론이죠. 아, 설마…?"

"사실 그 산에서 골든 트러플도 자랍니다."

"정말이요?"

"네, 지금까지는 비밀로 했어요. 아시다시피 골든 트러플은 '먹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이니까요. 송이에 비해서 파급 효과가 너무 크죠."

하급품도 킬로당 2, 3억 이상씩 하는 식자재다.

먹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라는 말이 결코 헛된 게 아니다.

만약 어떤 산에서 골든 트러플이 난다는 게 알려지면, 불법 채취를 노리는 밀렵꾼들 때문에 몸살이 날 것이다. 칼부림이 나고 사람이 죽어 나갈 수도 있다.

정서희는 하수영이 왜 이제야 그 존재를 밝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장님은 나름 착실하게 성장 단계를 밟아 오신 거군요. 송이 판매로 먼저 돈을 벌고, 황비버섯으로 식품회사를 차려서 입지를 다지고, 이제는 골든 트러플을 세상에 내놔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신 건가요?"

"확신이 선 것도 있고,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판단도 들었어요."

"적기요?"

"황비버섯라면 때문에 라면시장에서 공공의 적이 됐으니까요. 이럴때 폭탄을 하나 투척하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고, 적들을 패닉에 빠뜨릴 수도 있겠죠."

황비버섯라면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은 굳이 입 아프게 떠들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산 골든 트러플을 잘만 공개한다면, 적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골든 트러플, 골든 트러플……."

정서희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입안에서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골든 트러플은 뭐, 굳이 자동화작업을 할 필요는 없겠네. 별로 많이 생산한 것도 아니니까. 근데 골든 트러플 구하기가 진짜 하늘의 별따기이긴 하네."

하품 골든 트러플 1kg을 매입하는 데에 4억이 들었다.

그나마 kg 단위가 아니면 팔지도 않으려 하고, 또 1kg만 달랑 구입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웃돈을 부르는 바람에 2억이면 살 것을 4억이나 준 것이다.

성렬유통이라는 이름 덕분에 그나마 수입업자한테서 어렵사리 1kg을 구할 수 있었다.

* * *

"자, 이쯤이면 된 거 같은데."

하수영은 엘릭서에 적신 골든 트러플 가루를 심은 땅을 조심스럽게 파헤쳤다.

흙이 떨어져 나가며 누런 광석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의를 기울이며 흙을 털어내자 마치 순금처럼 찬란한 광채를 뿜어낸다.

언뜻 보기에는 정말 고도로 정제된 금덩어리처럼 생겼다.

코를 가까이 대지도 않았는데, 품고 있는 강렬한 향이 몸 안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엄청나게 마력적인 향이다.

"확실히 이 정도면 블랙, 화이트하고는 비교도 안 되겠어."

일반적인 트러플은 그 특유의 강렬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어떤 이는 이 왜 이 돈을 주고 이런 걸 먹느냐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처음부터 미친듯이 그 향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골든 트러플은 다르다.

호불호가 전혀 없이, 그 자체로 사람의 식욕을 강하게 자극해서 끌어 당긴다.

"이 정도면 마케미야 사장님도 좋아할 거 같은데."

향이 강한 송이버섯을 원체 좋아하는 양반이니, 트러플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트러플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이 나라에서는 트러플이 안 나니까 굳이 트러플 이야기를 안 하는 걸 수도 있겠고."

킬로당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가히 식자재의 황제.

하수영은 포자를 뿌린 트러플을 모두 캐서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확인했다.

총 20kg.

하나같이 최상급이니 400억에서 600억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골든 트러플은 국내에서는 물량을 소화하기도 어렵다.

자산이 100억 달러가 넘어가는 대부호, 왕족들이나 소비하는 식자재이니까.

"사실, 이 정도는 매출에는 별로 도움은 안 되지만."

골든 트러플이 매우 비싼 식자재인건 맞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

골든 트러플을 소비하는 계층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어떤 상품이든지 사는 사람이 많아야 전체 이익이 많이 남는다. 괜히 박리다매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물론 그건 기업 입장이고, 개인 입장은 또 다르지."

하수영은 골든 트러플을 한 개 한 개 소중하게 포장하며 웃음을 흘렸다.

* * *

하수영은 골든 트러플을 손수 챙겨서 서울을 찾았다.

약속 장소인 서해호텔 한식 레스토랑에는 정서희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홀보이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에 앉은 그는 골든 트러플 중에서 가장 크고 상태가 좋은 최상품 3개를 보여주었다.

눈으로 직접 골든 트러플을 확인한 정서희는 그 아름다운 빛깔과 강렬한 향에 그저 시선을 빼앗겼다.

"……너무 예뻐요."

"부사장님도 혹시 처음 보세요?"

"네, 골든 트러플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의외네요. 재벌가 딸이라서 그래도 한 번은 보셨을 줄 알았는데."

"에이, 중견기업 몇 개 있다고 다 재벌인가요. 우리 집은 절대 재벌아니에요."

정서희는 멋쩍게 웃으며 덧붙였다.

"이런 건 킬로당 수십억씩 하죠? 이런 걸 한 끼 식사로 돈 주고 먹는 거, 절대로 못 해요."

'진짜 부자'들을 위한 황제 식자재.

괜히 그런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정서희는 골든 트러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지간히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한 번 드셔볼래요?"

"네? 이 비싼걸요?"

"저도 돈 주고 산 건 아닙니다. 채 취했을 뿐이죠. 그러니 돈 생각하지 말고 드셔보시죠."

정서희는 망설였다. 아무래도 수십억이 넘어가는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소유주가 괜찮다고 먹어보라는데, 뭐하러 계속 뺄 필요가 있을까.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여기 레스토랑에 바로 부탁할까요?"

벨을 흔들자 잠시 후 총주방장인 김효산이 얼른 나타났다.

"예, 고객님. 부르셨… 흐, 흐억!"

노련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왔던 김효산도 찬란하게 빛나는 금덩어리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고, 골든 트러플!"

"이걸로 요리 좀 부탁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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