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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1화 (71/1,270)

프랜차이즈 갓 071화

16장 새 버섯을 찾아보자(2)

"시동은 문제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최종 세팅 조율만 하면 되겠네."

하수영은 스마트폰을 실행해서 자동화 작업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송이만 채취하란 법이 어디 있어? 송이도 채취하고 황비버섯도 채취하고 그러는 거지. 전자 노예들에게 휴식 따위는 사치지. 자, 일해라. 노예들아."

자동화 작업에 황비버섯 포자 살포및 채취, 포장 작업까지 모두 추가 했다.

이제 채취 로봇들은 밤이고 낮이고 비탈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황비버섯과 송이버섯을 채취, 포장하게 될 것이다.

"하는 김에 송이도 황비버섯 농장에 포장하게 세팅하자. 내가 일일이 저기까지 나르는 것도 버거우니까."

첫 작업이야 시동 테스트를 한다고 등장에 포장한 채 쌓이만, 다음부터는 채취 로봇들이 황비버섯 농장에 송이를 포장하게 세팅했다.

그럼 더 이상 인부들이 버섯을 채 취할 필요 없이, 그저 포장된 박스를 화물 트레일러에 싣고 떠나기만 하면 된다.

"자, 다 끝났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세팅을 마쳤다.

황비버섯과 송이버섯을 포자 살포부터 채취, 포장까지 로봇들이 전부 다 처리하게끔.

송이버섯은 황비버섯 농장에 포장이 되게끔.

"50억을 들인 보람이 있네."

하수영은 예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황비버섯을 채취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기존에 인부를 쓰던 것보다 130% 정도 길어졌다.

"뭐, 작업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군. 여차하면 로봇 부품을 더 사와서 전자 노예들을 늘려도 되는 거고."

띵동! 띵동!

스마트폰 알림이 울리자 하수영은하품하며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1 농장, 2 농장 채취 작업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벌써 다 끝났구나. 역시 전자 노예들이 꾀도 안 부리고 부지런히 일한다니까."

태양에서 얻은 공짜 전기만 먹여주면 불평불만 없이 부지런히 자기 일에 몰두하니, 이렇게 기특한 놈들이 또 없다.

몸값이 다소 비싸고 초기 세팅이 귀찮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아들아, 요즘 정신 수양에 정진을 하고는 있는 게냐? 신어 사용 능력에 도통 발전이 없는 것 같구나.

"죄송해요, 아버지. 머릿속에 부귀영화에 대한 탐욕이 가득하여 쉽게 몰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청담동에 멋들어진 건물 집합 단지를 가지게 되면 그 모든 탐욕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 같은데, 아버지는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어허, 이놈이 어디 감히 혀에 포도당을 치덕치덕하느냐. 오늘은 고대 은하역사 강의를 특별히 세 시간으로 하겠다.

"아, 아버지! 제발 그것만은!"

-빌어도 소용없다!

'에이, 할 수 없네. 오늘 저녁에는 엘릭서 진짜로 먹고 기절해야겠다.'

하수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만약 속마음을 은하신목에게 들킨다면 골치 아파지겠지만, 다행히도 마음까지 들여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수영은 몇 시까지 버섯을 가져가라고 전성렬에게 톡 메시지를 남겼다.

버섯을 채취할 필요는 없고 포장박스만 실으면 된다는 말도 첨부했다.

전성렬한테서 바로 전화가 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채취할 필요가 없다니?

"아, 제가 다 채취해 놨으니 그냥 포장 박스 실을 작업부들만 부르면 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고요."

-자네 혼자서 그 많은 걸 언제 다했다고?

"제가 한 건 아니고요, 전자 노예들을 시켰죠."

-전자 노예?

"로봇들이요. 얼마 전에 50억 주고 사 왔거든요."

-…….

"요즘은 자동화, 무인화가 대세잖습니까. 언제까지 사람 손으로 일일이 버섯 따고 있어요?"

-이거, 왠지 하 사장 자네는 적성을 잘못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제 적성은 청담동 안빈낙도에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웅크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일단 자네가 말한 대로 인력 보내겠네.

차가 올 때가 가까워지자 하수영은 슬슬 산에 올라서 정문 출입구를 열었다.

그런데 차량에서 의외의 인물이 내렸다.

"부사장님?"

"제가 못 올 곳을 왔나요? 왜 그리 놀라세요?"

"회사 일이 많을 텐데 이런 외진 농장에 오시면 어떡합니까? 부사장님이 자리 비우면 그 일은 누가 하고요."

하수영이 살짝 정색하고 말하자 정서희는 키득 웃었다.

"일감이 쌓일까 봐 그러시는구나."

"주주로서 당연한 우려입니다. 부지런히 업무에 홀릭하셔서 수익을 많이 내셔야죠."

"제가 할 일은 개인 시간을 쪼개서는 야근을 해서든 소홀함이 없이 할 테니까 안심하세요. 그나저나 그 로봇들은 어디 있어요? 사장님이 꼭 사진 좀 찍어오라 하시던데."

"나중에 보여드리죠."

"아, 저분들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정서희는 포장 박스를 싣기에 여념이 없는 작업부들을 눈으로 슬쩍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도 있고, 지금 애들 밥 먹는 중이라서요."

"밥이요?"

"충전 중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정서희가 왜 이 먼 농장까지 직접 찾아왔을까. 이곳에는 그녀가 할 일이 전혀 없는데.

짐작 가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사장님께 들었어요. 정서진 상무가 사장님을 찾아갔었다고요."

"네, 맞습니다. 집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아뇨, 아직 아무 말이 없네요. 아빠도, 오빠도."

"흐음."

하수영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고, 정서희가 다시 말했다.

"아빠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시고요, 오빠는 저와 마주칠 때 굳이 포커페이스를 하지는 않더라고요. 말은 안 하지만요."

"언젠가는 올 일이었습니다."

"맞아요. 언젠가는 올 일이었죠."

정서희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근데 기대했던 것만큼 극적인 피드백이 안 와서 조금 심심하네요."

"그런 자극 받자고 기업 경영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나저나 앞으로 JM식품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경영에는 참여 안 한다고 하셨으면서."

"주주로서 경영진을 갈, 아니, 최소한의 감독은 해야죠. 그건 경영하고는 다릅니다, 달라요."

"지금 갈굼이라고 말씀하시려다가 얼른 말 바꾸신 거죠?"

"감독이라고 말하려는 게 갈이라고 말이 헛나와서 헛기침 한번 한 겁니다."

정서희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바라보다가 먼 산으로 시선을 잠시 옮겼다.

"JM식품은 오래전부터 라면 사업이 영 시원찮았어요. 대신 편의점시장 쪽에서 제법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1인 가구 시대에 맞춰서, 집에서 혼자서 밥을 해 먹는 소비자들을 초반부터 적극 공략했거든요."

"편의점 도시락 하면 JM식품이 알아주긴 하지요. 저도 혼자 간단히 식사할 땐 JM식품 거 먹습니다. 집에도 많이 비축해놓곤 해요."

"작년, 라면 사업부는 아마 적자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했을 거예요. 약세 상황을 탈출해 보겠다고 판촉비, 홍보비 지출 늘렸다가 제대로 피 봤거든요."

"그랬나요?"

"그래서 우리도 JM식품 라면 사업부에 먼저 손을 내미는 건 어떨까 하네요."

"……."

하수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서희를 응시했다.

그녀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그를 주시했다.

"정서진 상무가 이제 상황을 알았으니 많이 당황하고 있을 거예요. 이때 제가, 아니,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면 좀 더 쉬운 협상이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그렇다 해도 식품회사가 라면 시장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텐데요. 더군다나 JM식품은 라면 시장의 전통적인 빅3 업체 아닙니까?"

"댐을 바로 무너뜨리자는 게 아니에요. 구멍 하나를 일단 내보겠다는 거죠."

"꽤 멀리 내다보시는군요."

"업계 최고의 식품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빅3 중의 하나를 집어삼켜야 해요. 포식하지 않고 자체 성장에만 기대하면 그만큼 시간을 내다 버리는 거예요."

합병.

정서희는 그것이 1위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코스라 주장하고 있었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일등이 될 수 있는 길이죠."

"그래도 아버지 회사인데, 서희 씨가 나중에 자책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절 시험하실 필요는 없어요. 전 철저히 프라임 그룹의 주주이자 경영진입니다. JM식품의 주식은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아요."

하수영은 그녀의 눈에 담긴 야망을 읽었다.

그것은 웬만한 야심가들도 버거워할 만큼 뜨겁고, 높았다.

하수영은 솔직히 놀랐다.

'제법인데?'

정재민은 딸이 여자라는 이유로 경영에서 제외했다. 결국, 그녀는 본가에서 나와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없이도 이렇게 잘 됐어요!'라는 어린 보복심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어떡하면 JM식품의 사업부를 뺏어 와서 지금의 회사를 키울 궁리만 하고 있다.

'마음에 들어. 그래, 이 정도 야망은 있어야 회사 경영을 맡길 만하지.'

"무슨 생각하세요?"

"청담동 건물주가 돼서 안빈낙도를 즐기겠다는 제 꿈이 한 발짝 가까워 진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뭐예요, 그게."

하수영은 키득거리다가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아시죠? 회사를 아주 말아먹는 방향만 아니라면, 전 경영에 참여 안합니다. 부사장님의 비전은 아직 현실성이 부족하지만,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되네요."

"경쟁 업체의 파이를 뺏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경쟁 업체 그 자체를 뺏어 와야죠."

"이왕이면 가장 큰 태양심을 노려보시는 건?"

"태양심은 서해식품그룹이잖아요. 서해그룹 방계라서 안 돼요. 삼키려다가는 오히려 우리 배, 아니, 입이 찢어질 거예요."

"그래서 가장 약한 3등부터 공략하겠다는 건가요?"

"제 친정이기도 하니까 더 수월하죠."

"그래서 더 발악하지 않겠습니까?"

"이건 비밀 아닌 비밀인데, 사실 정서진 상무는 자리에서 물러나면 오히려 깔끔하게 포기할 사람이에요."

"어떻게 장담하시죠?"

"식품회사 사장 자리를 원래 안 좋아했거든요. 먹거리 쪽으로 흥미가 없는 사람이에요. 원래는 대학교수를 하고 싶어 했어요. 전기전자공학을 나왔거든요."

"아, 명분을 만들어주면 얼씨구나 하고 자리를 비켜줄지도 모른다, 그거죠?"

"그래서 굳이 아버지한테 말을 안한 걸 수도 있어요."

하수영은 정서진의 눈빛을 잠시 떠올렸다가 말했다.

"글쎄요.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고, 물욕 앞에서는 약해지기 쉬운 법인데요."

"무슨 뜻인가요?"

"라면 만드는 것에는 흥미 없어도 회사 오너라는 자리까지 흥미가 없기는 어렵다는 거죠. 특히 이미 몇 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거치면서 자본 권력을 누려봤으면. 아직도 대학에서 학문을 꿈꾸는 공돌이로 남아 있을까요?"

"……."

정서희는 잠시 시선을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하수영의 말을 마냥 부정하는 게 아닌, 타당성이 있는지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뭐, 제가 한 말들은 그냥 조언일 뿐입니다. 참고하셔도 되고 흘리셔도 되고, 저는 부사장님 경영판단의 자유를 존중해 드립니다."

"아니에요. 도움이 됐어요. 경영에 참여는 안 하시더라도 가끔 이런 이야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실 이런 딱딱한 사업 이야기보다는, 제가 기르는 귀염둥이들에 관해 물어봐 주는 게 더 좋은데."

"그런가요? 사실 예전부터 꼭 여쭤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요."

"뭔데요?"

하수영은 신이 나서 말을 재촉했다.

정서희는 그 모습이 꼭 숨겨둔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농기업을 만드는 게 게 꿈이라고 하셨잖아요."

"제 꿈은 청담동 건물주로서 안빈낙도하는 겁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들이에요."

"아무튼요. 송이버섯, 황비버섯 말고 다른 작물은 키우실 예정이 없나요? 미리 알면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될 텐데요."

"물론 있지요. 벌써 정해 뒀습니다."

"이번에는 버섯이 아니겠죠?"

하수영은 빤히 바라보다가 키득 웃어 보였다.

"유감이지만, 이번에도 버섯 맞아요."

"송이버섯, 황비버섯만큼 시장 영향력이 큰 버섯종은 없을 텐데……."

"트러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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