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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5화 (65/1,270)

프랜차이즈 갓 065화

15장 거짓말은 안 했어요(2)

"감사합니다."

지점장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악수를 했다.

전성렬은 그 자리에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법인인감증명서를 비롯한 필수서류들은 차후 지점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찾아가기로 했다. 일단은 대출 계약서만 작성한 것이다.

대출 금액은 2,000억 원. 기간은 2년이고, 금리는 0.19%0.2%만 해도 파격적인 수준이지만, 전성렬은 거기에서 기어이 0.01%를 더 낮춘 것이다.

일 년 이자가 3억 8,000만 원밖에 안 되는, 누가 봐도 은행이 손해를 보는 대출 계약이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온 전성렬은 정서희에게 대출 사실을 알렸다.

"2천억이나 대출받으셨다고요?"

"그래요. 쿨하게 해주더군요."

"이거 정말 하수영 사장님 말씀대로 우리 회사 노리는 누군가의 빌드업이 맞는 거 같은데요. 아무리 우리가 이번에 몇 달 만에 매출 1천억 찍었다지만, 그래도 신생 기업한테 그런 큰돈을 선뜻 빌려주겠다는 걸 보면요. 그것도 은행에서요."

"그럼 태양심일까요?"

"그거야 모르죠. 근데 대기업이라는 곳은 돈이 될 만하다 싶으면 영역이고 체면이고 안 가리고 고개를 들이대니, 누구라도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 정말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기 좋게 받아쳐 줘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마케미야투자에서 돈을 빌려줄 거예요. 거기 일 년 수익이 얼만데요."

"마케미야투자 자산이 5,000억 엔정도라고 했죠?"

"네? 누가 그래요?"

정서희가 황당하다는 듯이 반문하자 전성렬은 의아해서 말을 이었다.

"전에 듣기로는 마케미야 대표님 자산이 5,000억 엔 정도라고……."

"그건 도쿄에 가지고 계신 부동산자산만 따져서 그 정도고요."

도쿄에 있는 부동산만?

그럼 재산이 그게 다가 아니라는 말인가?

"물론 부동산 자산이 마케미야투자 명의로 되어 있긴 한데요. 아저씨개인 금융 자산도 1,200억 엔은 될 거예요. 그것도 물론 마케미야투자에서 운용하고요."

"……!"

"그리고 마케미야투자에서 운용하는 고객들 금융 자산도 3조 엔은 될걸요. 대부분 일본보다는 해외 투자로 운용하고 있어요. 홍콩하고 싱가포르에도 부동산이 좀 있으시고, 뉴욕에도 80층짜리 빌딩 하나 얼마 전에 사신 거로 알아요."

전성렬은 눈이 튀어나온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대체 마케미야는 얼마나 어마어마한 부자인 것인가?

지금까지 그의 자산이 5,000억 엔정도로만 오인했던 것이 새삼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그게 도쿄 부동산만 따졌을 때 이야기였다니.

"그런데 나중에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마케미야 대표님께서 도와줄까요?"

"저희 집안하고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여서요. 2천억 정도는 아저씨한테 부담 없는 돈이고요. 투자한다 생각하고 장기 저금리로 빌려주는 것 정도야 별거 아니죠."

전성렬은 불현듯 하수영에게 전화하기 전에 머리를 쥐어짜내서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스럽게만 느껴졌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이런 것인가?

이런 치트키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지금까지 몰랐다니.

'정 부사장한테 지분 5%를 준 게 정말 잘한 짓이었어.'

겨우 5% 지분을 넘김으로써, 마케미야 같은 엄청난 거부를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으니.

전성렬은 하수영에게도 대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2, 3천억 받으시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정말 딱 그만큼만 받으실 줄이야. 그것도 3천억도 아니고 2천억……」

하수영의 묘한 한숨이 걸렸지만, 전성렬은 바쁜 일정에 묻혀서 이내 잊었다.

하수영은 원래 무난하게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어떤가 하고 생각했다.

상환 기간만 잘 조절하면 어렵지 않게 많은 자금을, 이쪽의 의도대로 조달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0.19%라고 하지 않는가?

2년만 쓰고 물어줘야 하긴 하지만, 막대한 돈을 2년 동안 0.19%의 이자만 내면 된다는데, 그걸 뭐 하러 거절하나.

다만 한 가지 불만은 있었다.

"진짜 2천억만 딱 받을 줄은 몰랐네요. 우리 전 사장님, 겁이 많아도 너무 많으신 거 아니에요?"

-아들아, 2천억만 해도 보통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액수란다. 우리처럼 물질적 가치를 초월한 프랜차이즈 갓들이나 2천억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거란다.

"전 그래도 5천억 정도 시원하게 내지르실 줄 알았어요."

-넌 옛날부터 그랬지. 숫자가 클수록 좋아했어. 그 점 역시 프랜차이즈 갓으로서의 좋은 자질이다. 역시 전 우주를 관할하기 위해서는 큰 숫자를 추구해야 하는 법이지.

"원래 숫자는 클수록 아름다운 거 거든요. 특히 돈 숫자라면 더욱 그렇죠."

하수영은 은하신목, 양부의 아바타와 대화하면서 송이버섯을 부지런히 채취했다.

엘릭서를 사실상 제한 없이 공급받게 된 이후, 일주일에 한 번만 채취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그동안 본가를 들릴 때마다 부지런히 송이버섯을 재배하고 채취했다.

서해호텔과 백두호텔, 마케미야투자에 납품해야 할 물량만큼은 확보해야 했으니까.

'이제 슬슬 서락산에 송이버섯밭을 만들어도 되겠군.'

그동안 서락산에서 송이버섯을 키우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송이버섯은 황금비단우산버섯보다 단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 때문이었다.

전 산주 할머니한테 한 짓을 보며 한 번쯤은 크게 도둑이 들 게 뻔했고, 굳이 값비싼 송이버섯을 제물로 바칠 이유는 없었으니까.

도둑들도 호되게 경을 쳤고, 펜스도 둘러친 이상, 이제 서락산에 송이버섯밭을 조성해도 될 것이다.

'정원에서 마냥 키우기에는 너무 좁긴 하지. 언제까지 왔다 갔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제는 황금비단우산버섯과 달리, 송이는 자신이 직접 일일이 채취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송이는 양식이 불가능한, 자연적으로만 채취가 가능한 임산물이었으니까.

'괜히 불필요한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지. 송이밭은 황비버섯 반대쪽 기슭에 조성하면 되겠어.'

하수영은 고민에 잠겼다.

"그나저나 송이 자동 채취는 어떻게 한다?"

지금이야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으니 자신이 일일이 채취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송이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결국 인부를 쓸 수 없으니, 자동 채 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드론을 이용한 황금비단우산버섯자동 재배 시스템처럼 말이다.

"자동 채취 로봇이라도 새로 만들어야 하나? 안 돼. 잘못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도 있다고."

하수영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상기했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좌우로 한눈도 팔지 않겠다는 결심도 함께.

"청담동 최고 건물주가 돼서, 1층에 음식점을 내고 직접 키운 작물로 만든 요리를 팔면서 편히 여생을 즐길 거라고. 누가 뭐래도 그렇게 살거야."

"프라임컴퍼니가 S은행에서 2,000억 원을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골프채를 어루만지고 있던 손이 멈칫했다.

중후한 인상의 50대 남자, 이석두사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부하를 돌아봤다.

"최 이사, 그게 사실이야?"

"예, 사장님."

"아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출 100억도 안 되는 유통업체나 굴리던 놈이 2,000억을 빌려달라고 질렀다고?"

"그렇습니다. 은행장도 보고 받고 깜짝 놀란 모양입니다. 0이 하나 더해진 거 아니냐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도 어떤 의미로는 난 놈이군."

이석두 사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그는 서해물산 사장이자, 한국 굴지의 대기업 서해그룹 회장의 차남이기도 했다.

"마케미야 대표가 훼방을 놓지는 않겠지?"

"정서희 부사장의 지분만 보장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정서희 부사장의 지분을 더 늘려준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협조할 겁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마케미야투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데 지분 몇 %쯤이야."

"사실 S은행을 움직이는 데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그놈들이 2,000억이나 부르는 바람에 은행장이 몸을 사렸거든요."

"이해하네. 나도 놀랐으니까."

"금감원에서 부정대출로 감사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우리가 막으면 그만이고."

이석두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해그룹 오너의 차남이라는 직위는 금융감독원의 제지쯤은 아무렇지 않게 묻어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럼 이제 2년만 기다리면 1위라면 식품회사가 내 소유가 되는 건가?"

"예, 하수영이의 버섯 농장도 함께 들어올 겁니다."

"형님이 움직이지는 않겠지?"

"부회장님이야 반도체와 스마트폰말고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잖습니까. 버섯, 라면 회사라고 해봤자 코웃음만 치실 겁니다."

"그래 주면 정말 다행인데 말이야.

부디 내가 먼저 침 발라 놓은 것은 건드리지 않으셨으면 좋겠거든."

이석두는 머릿속으로 국내 최고의식품회사가 자신의 손에서 움직이는 미래를 그렸다.

아직 태양심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자신이 오너가 되어 경영권을 휘두르면 프라임컴퍼니는 금방 국내최고의 식품회사로 거듭날 것이다.

대출이 확정되자 정서희는 부지런히 공장부지를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정서희가 직접 뛰지는 않았다. 그녀가 데려온 전문가들이 알아서 입지 조사를 하며 후보군을 선정했다.

"적어도 공장을 두 군데는 지어야 해요. 운송비용도 무시는 못하니까요. 지방 물량을 소화할 대전 공장하나, 그리고 수도권 물량을 소화할 경기도 공장 하나, 이렇게 공장 두개를 지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정서희는 지도와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전성렬에게 설명했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이렇게 안양과 대전에 하나씩 지으면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안양은 수도 권 전체 물량을 소화해야 하니까, 대전 공장보다는 규모가 훨씬 커져야겠지만요."

"그렇게 합시다. 하 사장한테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죠?"

"그분은 이런 것까지 의견을 물어보면 오히려 싫어하실 것 같은데요."

"그럼 우리 둘이서 결정해야 하는군요."

천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장 프로젝트를 전적으로 둘이서 결정해야 한다니.

전성렬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돈의 무게감에 짓눌리며, 생각을 거듭했다.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최종결재를 마치는 순간, 전성렬은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탈력감을 느꼈다.

'내가 살다 살다 천 억짜리 공사 승인 서류에 결재하는 날이 올 줄이야.'

전성렬은 사람 인생이라는 게 참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실감했다.

최종 결재가 떨어지자 실무팀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들은 부지 확보 및 공장 설립인허가를 위해 공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건설비만 800억짜리 공장이 들어선다는 말에 안양시는 두말하지 않고 승낙을 해주었다.

시 입장에서 기업의 이런 투자를 유치한다는 게 여간 좋은 기회가 아니었으니.

게다가 지역경제에 투자하는 회사가 요즘 한창 핫한, 대한민국 최고의 라면 제조사 아닌가.

"혹시 부지 확보나 공장 짓는 데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 전체가 발 벗고 나서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부지 확보를 위해 한창 바쁠 무렵, 전성렬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이사 전성렬입니다."

「저 경기도지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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