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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4화 (64/1,270)

프랜차이즈 갓 064화

15장 거짓말은 안 했어요(1)

"2년이라고요?"

순간 전성렬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다른 상황이었으면 0.2%라는, 0%나 마찬가지인 저금리에 그저 신이 나서 대출 기간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수영으로부터 지나 가듯이 언질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나중에 우리 회사 탐낸 대기업이나 정치인들이 은행 압박해서 갑자기 자금 회수 들어오면 부도나는 거 순식간입니다.

-상환 시기가 4년 이상 뒤로 되는지 한 번 물어보세요.

-분명히 2년 이내 상품으로만 유도할 걸요? 대신 금리는 파격적으로 낮춰서요.

-이미 눈독 들이고 있는 대기업들이 꽤 있을 겁니다. 꼭 식품 쪽이 아니라도요.

2년 이내 상품으로만 유도할 것이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상황에, 전성렬은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0.2%는 마이너스 이자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출 기간이 겨우 2년이라면…….'

최소로 잡아서 500억만 빌린다고 치자.

2년 후면 공장이 미처 다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장을 부지런히 돌려서 영업 이익을 내서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데, 뭐 해보기도 전에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셈이다.

전성렬은 그래도 한 번은 떠보기로 했다.

"아, 곤란한데요. 저는 적어도 5년 이상은 생각하고 왔습니다. 공장설비투자 목적으로 빌리는 건데, 2년이면 공장이 아직 공되지도 않았을 시기입니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2년이 경과하면 그때 가서 다시 대출을 연장하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셔도 되고요."

"왜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까?"

지점장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설명을 늘어놓았다.

"금리 때문이죠. 저희가 최대한 대표님의 편의를 봐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금리요? 편의?"

"예, 지금 나와 있는 상품 중에 특별한 조건들을 충족할 경우 0.2%까지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출이나 당기영업이익이 얼마 이상이다, 규모가 얼마다, 그리고 올해 새로 개업한 신생기업이어야 한다, 여러 가지가 있죠."

"……."

"연락을 받고 저희 지점도 여러 가지로 대출 상품 계획을 짜봤습니다.

다행히 프라임컴퍼니는 대부분의 조건들을 충족해서 0.2%에 달하는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왜 2년입니까?"

"아쉽게도 법령에 따라서 2년 후에는 그 혜택이 저절로 소실되어서요.

그러니 2년 동안만이라도 0.2% 저 금리 혜택을 보신 다음, 그 뒤에 다른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음……."

전성렬이 고민하는 눈치이자 지점장이 얼른 덧붙였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에 고민하시는 것 같은데, 프라임컴퍼니가 설마 2년 뒤에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되거나 하지는 않을 거 아닙니다. 법정관리 같은 심각한 경영 위기만 없다면 대출 전환은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0.2%면……."

"천억을 빌려도 일 년 이자가 2억밖에 안 됩니다. 물가 상승 고려하면 저희가 오히려 사장님께 돈도 빌려 드리고 이자도 드리고 하는 셈이지요."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지점장은 화색이 돼서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지점장이 제시한 법적 근거도 모두 완벽했다.

"8년 전에 발효된 중소기업지원 법령 덕분에 이런 파격적인 금리가 가능한 겁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굳이 권유하지 않는 상품이죠."

"남는 게 없으니까요?"

"그렇죠. 10년짜리 한시적 효력이라서 2년 후면 소멸하는데, 그동안 만이라도 귀사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해드리려고 저희 지점에서 결단을 내린 겁니다."

"왜 굳이 그런 손해를 보시려고 하는 겁니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어차피 2년 후면 없어질 거, 그동안만이라도 혜택을 드리기 위해서죠. 프라임컴퍼니는 앞으로 날개를 훨훨 펼쳐서 높이 비상할 텐데, 주거래 고객으로 삼으면 우리 지점 입장에서도 이익입니다."

"……음."

"까놓고 말해서 프라임컴퍼니라는 초우량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2년 정도는 혜택을 드리는 거지요. 저희 지점을 주거래처로 삼아 주십사 하는 마음도 있고요. 무리한 월권으로 부실 대출을 해드리는 것도 아니니 문제 될 것도 전혀 없고요."

전성렬은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대출 관련 법안이나 대통령령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하니, 지점장의 설명대로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여길 따름이었다.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회사가 성장기라서 한창 바빠서요."

"그럼요. 얼마든지 휴식하고 오십시오."

전성렬은 잠시 은행 지점을 나와 야외 공원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하수영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사장님, 저는 경영자가 아닌데 자꾸 저한테 이런 거 가져오시면 어떡합니까. 그럴 거면 저도 부사장 자리 주세요.

"그렇게 하겠나?"

-반색하시면 어떡해요! 무슨 농담을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하게 만드시네.

"너무 막막해서 그러지. 중소기업지원법이 어쩌고 대통령령이 어쩌고 한시적 효력이 어쩌고 하는데, 내가 전혀 모르는 영역이어서 말이야."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법령 가지고 거짓말해서 대출하면 그거 얄짤없이 부실대출이에요. 원래 돈 만지는 애들은 그런 리스크는 절대로 안져요.

"그럼 전부 사실이라는 거지?"

-네, 정 걱정되시면 부사장한테 확인해 보세요.

"지점장이 거짓말한 게 없다 해도 걱정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막말로 나중에 2년 지나서 상황이 변했다고 갑자기 연장이나 전환이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나? 갑자기 상환 조치 들어오면 우리 목줄만 조르는 셈이야."

-그게 걱정되시는 거예요?

"그렇지. 그때 가서 우리 회사 탐낸 대기업들이 정치인들하고 손잡고 상환 압박 들어오면, 사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잖나?"

-이렇게 구더기를 무서워하셔서 장은 어떻게 담그고, 사업은 어떻게 하셨대. 우리 전 사장님, 은근히 걱정이 많으신 타입이네요.

"사실 처음에 자네와 송이 거래할 때에도 살 떨렸어. 괜히 돈만 날리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이제 와서 그리 말씀하시면 저 상처 받습니다.

하수영이 먼저 키득거렸고, 전성렬도 가벼운 마음으로 조용한 웃음을 흘렸다.

-초우량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치하려고 한시적 2년 파격 혜택을 준다는 말을 정말 믿으세요?

"아까는 은행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면서?"

-법령이나 상황 자체에는 거짓말이 없겠죠. 문제는 은행의 진심에 거짓말이 있을 거라는 거죠.

"무슨 말인가? 자세히 설명해 주게."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을 믿으세요? 아니시잖아요.

첫 마디에 전성렬은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0.2%? 물가 상승 고려하면 마이너스 이자죠. 은행이 오히려 손해 보는 겁니다. 은행이 어떤 애들인데 그런 미친 짓을 해요?

"우량고객 장기 유치를 위한 서비스라는 말도 입바른 거짓말이란 말인가?"

-장기 유치를 하려면 차라리 훨씬 길게 대출을 해주고 말죠. 이율 적당히 매겨서요. 막말로 사장님이 2년 동안 곶감만 빼먹고, 다른 은행으로 휙 하고 가버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거 백 퍼센트 작업 들어온 겁니다. 우리 회사 눈독 들이는 대기업이겠죠.

"그럼 태양심?"

-태양심일 수도 있고, 식품사업하고 무관한 다른 대기업일 수도 있겠죠. 우리 회사를 노리는 곳이 한두군데라고만 생각하시면 안 되죠.

"……."

-최대한 합법적인 영역 안에서 달콤한 과실을 보여주는 거죠.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게끔. 그리고 충분히 살찌우길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도살하겠다는 빌드업인 거 같네요.

"근거가 뭔가?"

-이자가 너무 파격적으로 낮잖아요. 제가 은행장이라면 이런 기획을낸 지점장, 조인트 제대로 까줄 겁니다. 2년 동안 호구 잡히고 남 좋은 일만 시켜줄 거냐고 말이죠.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정황에 대한 파악은 어느 정도 또렷해졌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프라임컴퍼니를 탐내는 자본의 실체가 어렴풋이 보이고 있었다.

"그럼 안정적인 장기 대출 상품으로 해달라고 할까? 아니면 다른 은행을 한 번 찾아가 볼까?"

-다른 은행 찾아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장은 지금 아무것도 모를 걸요. 그러니 그 사람 닦달해 봐야 나올 것도 없습니다. 기업 사냥 하는 애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 처리 안 하거든요.

아무렇지 않은 하수영의 말에 전성렬은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저 생산과 판매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복잡한 음해에 시달려야 하다니.

하수영의 지적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모르고 있었을 것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하 사장, 자네가 있어서 든든하네 그려."

-골치 아픈 실무경영은 질색이지만 회사의 존망이 걸린 상황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황비버섯라면은 순항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요.

"미안하네. 내가 부족해서……."

-아직 경험이 없으신 거죠. 괜찮습니다.

전성렬은 하수영이 몹시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디서 저런 안목을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냥 이 은행에서 일반 장기 대출을 받을까?"

-대출은 얼마나 받으시려고요?

"글쎄, 정서희 부사장 말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했네. 천억 이상 받으면 국내 시장 장악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지."

-천억에 0.2%면 일 년 이자가 2억이네요. 와, 완전 거저네. 그냥 이 딜 받으시죠?

"우리 회사 집어삼키려는 빌드업이라면서?"

-그렇다고 이 좋은 조건을 차버리는 것도 사업가로서 좋은 태도는 아니죠. 2년 동안 곶감 쏙쏙 빼먹고 빠져나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잘 될까?"

-걱정 마세요. 아마 그때 되면 해외에서도 돈 빌려주겠다는 기관들이 줄을 설 겁니다. 마케미야 투자에 기대도 되고, 아니면 송이와 황비버섯을 따로 팔아서 갚아도 되고요.

최악의 경우에는 주식 공개해도 자금 충당해도 됩니다. 방법은 많고 많아요.

"그 말을 들으니까 안심이 되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2, 3천억씩 대출받으세요. 하는 김에 미국에도 동시에 공장 올려 버리죠.

"벌써 미국 진출을 하자고?"

-일단은 라면 수출로 조금씩 시장넓혀 나가고요. 나중에 수요가 폭증하면 그때 가서 부랴부랴 공장 지으시게요? 시간은 금입니다, 사장님.

원래 800억 원에서 1,000억 원쯤 대출을 하려고 생각했던 전성렬은 한순간에 판이 커지자 머릿속이 멍해졌다.

-마케미야 사장님이 정서희 부사장을 얼마나 아끼는데요. 절대 우리 회사 망하게 안 놔둡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진행하시죠.

"나, 진짜 지를 수도 있네?"

-지르세요! 이참에 껍질을 벗어 던지시는 겁니다!

"좋아!"

전성렬은 전화를 끊고 정서희와 의논했다.

정서희는 하수영의 말에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쪽이었다.

-제가 지금 알아봤는데, 현행 은행대출 정책상 불가능한 금리는 아니에요. 2년 뒤에는 없어지는 것도 맞고요.

"고마워요, 부사장."

전성렬은 자신만만해져서 지점으로 돌아와 지점장을 찾았다.

"2천억 대출, 가능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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