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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0화 (60/1,270)

프랜차이즈 갓 060화

14장 적과의 동침(1)

전성렬은 '과연' 하는 얼굴로 진지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정서희는 제발 사장님까지 그러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비행기만 볼 줄 알면 개나 소나 농사 다 짓던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놀라워. 시대가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니."

정서희는 지금 자신이 한 20년 후쯤 미래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 건 너무 구시대적인 방법이에요. 이제는 문명과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야 합니다.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효율적이고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죠."

"……버섯 키우려면 프로그래밍, 로봇공학, 항공역학계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요? 덤으로 전용 어플 코딩까지도요?"

"편히 키우고 싶다면 말이죠."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느닷없이 전성렬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 사장! 진짜 자네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자네와 동업을 한 건 정말이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어!"

"과찬이십니다. 전 사장님께서 전생에 공덕을 많이 쌓으신 덕분입니다. 행운이 아니라 당연한 대가를 받으신 거지요."

"하하, 자네가 그렇게 말하는 게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니까?"

"왠지 하 사장님은 왠지 경영이나 경제 쪽으로 나갔어도 잘하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겨우 안정을 되찾은 정서희가 그렇게 말하자 하수영은 피식거리며 스마트폰을 잠시 내렸다.

"남들 하는 만큼은 다 해요."

그, 남들 하는 만큼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 정서희는 문득 진지하게 궁금해졌다.

"근데 복잡하고 머리 아픈 건 싫어서요. 저는 그냥 흙냄새를 맡으며 농작물을 기르는 게 좋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렇게 드론세팅하는 게 훨씬 더 복잡하고 머리 아픈 거 같은데요?"

"기계는 감정이 없잖아요. 하지만 경영은 사람이 하는 거죠."

"정 부사장이 이해해요. 우리 하사장이 젊지만 사람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 아마 그래서 그런 거 같아요."

"그냥 경영 실패 책임 같은 거 신경 쓰기 싫어서 그러는 건데요?"

"……."

"……."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인맥 확장 안 하려고요. 사람을 많이 알고 지내서 별로 좋을 게 없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알아서 좋을 게 없다.

일반적인 사업가가 품을 만한 생각이 아니다.

'이 사람, 왠지 회사 경영 하면 엄청 잘할 거 같은데.'

하지만 정서희는 그런 육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하수영이 CEO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그 자리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녀는 아까 하수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러다가 어느 세월에 제 꿈을 이룰까 염려돼서 할 수 없이 농업스타일을 살짝 업그레이드해 봤습니다.

"농사짓는 걸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혹시 기업 농업을 하시는 게 꿈이셨나요?"

"아뇨, 청담동 제일가는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인데요?"

"네?"

정서희는 당황해서 전성렬을 바라봤고, 전성렬은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는 것이다.

"청담동에 가장 비싼 제 건물들을 갖고, 1층에는 음식점을 내서 제가 기른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팔고,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사는 게 제 꿈입니다."

"일단 하나는 이루신 거네요. 그 럼……."

"일단 하나라니요? 이제 한 뼘밖에 안 되는 밭떼기 하나 겨우 장만했습니다. 멀었어요, 멀었어."

"우리 정 부사장 그만 좀 놀리게. 지금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거 안 보이나?"

"놀리는 게 아니라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정 부사장, 하 사장이 하는 말이 농담 같지만 진지하게 진심이에요. 나도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헷갈렸으니까 너무 당황하지 말아요."

정서희는 저 두 사람이 묘하게 궁합이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박서필이라고 합니다."

박서필은 40대 중반의 깐깐한 인상을 가진 학자풍의 남자였다.

그는 정서희의 소개로 전성렬을 만나고 있었다. 바로 프라임컴퍼니에 입사하기 위해서였다.

"반갑습니다. 전성렬입니다. 식품관련 학문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식품공학, 식품영양학 등 먹거리에 관한 여러 가지 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작년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올해는 안식년이라서 쉬고 있습니다."

"박서필 박사님은 이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지신 분이세요. 태양심의 윤라면 개발과 개량에도 외부 자문인 자격으로 기여를 하셨고요."

"오, 정말입니까?"

"그나마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소소한 경력입니다."

"소소하다니요, 너무 겸손하셔."

박서필 외에도 다양한 이들이 면접을 보러 왔다.

전부 정서희의 소개로 찾아온 이들이지만, 전성렬은 그들을 전부 받아 들였다.

죄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춘, 이 바닥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던 것이다. 학력, 학위, 경력 등 무엇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정서희는 라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식품개발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을 우선적으로 갖췄다.

"실무 인력 구하는 건 이제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그쪽으로 다들 자기들 인맥이 있으니까. 우리는 권한만 부여하면 돼요."

식품연구개발부의 주요 뼈대를 갖춘 정서희는 다른 부서에도 전문 인력을 충원했다.

"법률, 회계, 영업, 마케팅 전문 인력도 갖춰야죠. 식품만 잘 만든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전성렬이 혼자 하려고 했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서희 덕분에 주요 부서를 꾸리는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부잣집 딸인 데다가 학벌도 좋은 정서희는 자신의 인맥을 적극 활용해서 회사의 구색을 갖췄다.

"정 부사장 덕분에 뭔가 이제야 회사가 제대로 굴러간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제가 죄송하죠. 너무 저랑 친한 사람들만 요직에 갖다 넣은 듯한 느낌이라…"

"당연한 거죠. 내가 이런 쪽으로는 인맥이 전혀 없잖아요, 허허."

* * *

박서필은 처음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황금비단우산버섯 매입 가격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네, 박사님. 그래서 우리가 이런 가격에 황비버섯라면을 내놓을 수 있는 거예요."

"말도 안 돼."

박서필은 구매 관련 자료를 훑어보며 신음을 흘렸다.

"종필이가 황비버섯 재배 단가 떨어뜨린다고 태양심에서 그렇게 개고생을 하다가 100억만 까먹고 욕도 엄청 먹었는데. 이 가격에 매입하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반대로 말하면 농장주는 이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황비버섯을 생산한다는 거죠."

정서희는 굳이 하수영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

구공장에서부터 따라온 공장 직원들도 하수영이 창업자 중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황금비단우산버섯을 독점적으로 재배해서 공급하나는 것까지는 알지 못한다.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하수영이 경영 참가를 원하지 않으니, 굳이 먼저 박서필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버섯 재배에 관한 기밀을 굳이 떠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이거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만약 경쟁사에서 그 농장주 구슬려서 독점 공급 계약이라도 맺으면 어떻게 해?"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아, 혹시 우리 회사에서 이미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거야?"

"그 이상으로 강력한 안전장치가 있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프라임컴퍼니 자체가 바로 하수영소유물이나 다름없는 것.

그것보다 더 강력한 안전장치가 어디 있겠는가?

"괜찮은 거 맞지? 불공정한 계약 내용에 불만 품고 다른 경쟁사에 붙어버리면 우리 난감해진다. 솔직히 이거 뺏기면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어."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좋아요. 농장주도 우리 회사와 거래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경쟁사에는 절대로 공급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그래? 혹시 농장주가 우리 회사 지분이라도 갖고 있나 보네?"

"눈치가 그렇게 빨라도 되는 거예요, 박사님?"

"그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잖아. 적은 지분은 아닌 모양인데, 아무튼 그럼 안심이지."

박서필은 비로소 마음을 놓으며 피식거리다가 다시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그럼 그 농장주는 생버섯 시장에도 물량을 전혀 풀지 않기로 한 거야?"

"네, 우리 회사에만 공급하기로 했어요."

"적은 지분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지분인 거 같은데? 혹시 최대주주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상당한 지분인 건 맞아요.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알았어. 아무튼 황금비단우산버섯이 우리 회사에만 공급된다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네. 막말로 대충 라면 신제품 만들어서 황비버섯만 넣어도 윤라면 따위는 상대가 될 수 없을 테니까."

다른 라면들이 5점 만점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인다면, 황비버섯은 그 자체로 20점은 된다.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라면 시장은 시작일 뿐이에요.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나는 게 우리 프라임컴퍼니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과자, 음료수, 유제품, 즉석 도시락등 모든 먹거리에 손을 댈 생각이에요."

"포부가 넓어서 마음에 드네. 이 회사에 입사하길 잘한 것 같다. 고맙다, 서희야. 좋은 회사 소개시켜줘서."

"우리도 박사님 능력이 필요했어요. 그러니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만큼 벗겨 먹을 생각이니까요."

"야근 너무 많이 시키지만 말아줘라."

"성과만 제대로 내주세요. 인센티브 팍팍 드릴 테니까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지. 황비버섯을 그 가격에 독점할 수 있다면 말이야."

"아시죠? 우리 이번에 누적 판매개수가 1억 개를 돌파했어요."

박서필은 나지막하게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모든 라면이 23억 개가 채 안 될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라면 하나로 1억 개를 돌파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여기서 만족 못 해요. 더 대단해져야지요."

"정 사장님께서 참 대견해하시겠어."

"……."

정서희가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자 박서필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혹시 전혀 모르시는 거야?"

"아시잖아요. 우리 아버지는 제가 사업에 뛰어드는 걸 질색하시는거."

"아무리 그래도…… 알았다.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지. 난 일단 모른 체하고 있을게."

"감사해요."

"그래도 금방 알려지긴 할 거야. 계속 숨길 수는 없어. 부장급도 아니고 엄연한 부사장인데."

"저도 길게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 없어요. 제가 먼저 말하기 싫어서 입 다물고 있었을 뿐이죠."

* * *

황비버섯라면의 폭주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판매량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른 채 솟구치고 있는 중이다.

JM식품 상무 정서진은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하수영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황비버섯을 공급받아서 라면에 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라임컴퍼니를 잡을 수 없습니다.

하수영 그 친구를 설득할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접촉했다가 역효과라도 나면 큰일이다.

때문에 정서진은 하수영과 프라임컴퍼니에 관해서 자세한 사전조사작업을 벌였다.

지시를 내리고 이틀 후, 조사에 착수했던 직원이 묘한 표정으로 정서진을 찾았다.

"상무님, 프라임컴퍼니 경영진 구조가 이상합니다."

"어떤 점이요?"

돌파구가 될 만한 변수가 있을까 싶은데, 전혀 상상도 못 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회사, 대표님 따님인 정서희양이 부사장으로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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