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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8화 (58/1,270)

프랜차이즈 갓 058화

13장 농사지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2)

하수영은 마을 가옥을 전부 돌며, 그들의 가족들이 임산물 상습 절취혐의로 잡혀갔음을 일일이 통보했다.

50여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을 뒤에 거느리고 돌아다니는 하수영의 모습에 마을 주민들은 벌벌 떨었다.

"이보게, 문지기 총각.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어? 그래도 이웃이잖어."

"그 이웃한테 삥 뜯어내려고 하고, 안 되니까 삭힌 거름 냄새 맡고 살게 하고, 그리고 사유지까지 침범해서 정성 들여 기른 농작물을 훔쳐 갑니까?"

"문지기 총각!"

"저한테 이야기하지 마시고 판검사님을 찾아가서 탄원서를 쓰든 뭘 하하세요. 이미 제 손 떠났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하수영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차갑게 뿌리쳤다.

보통 저렇게 대성통곡을 하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약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낌새가 없었다.

경호대장 마동식은 여러모로 하수영한테 감탄하고 있었다.

마을을 탐방하며 체포 사실 통보를 모두 마친 하수영은 서락산 저택으로 돌아왔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정말 군대 안 갔다 오신 거 맞습니까? 수색하는 자세가 보통이 아니 시던데……."

"안 갔어요. 앞으로 안 끌려가려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있는 가련한 현역 1급 대상자입니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대요. 생활관에서 스마트폰도 쓸 수 있고 부조리도 없어졌고."

"압니다. 근데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 그만하죠."

임무를 마친 경호원들은 모두 서울로 복귀했다.

하수영은 곧바로 전성렬에게 전화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렸다.

-푸하하하!

자세히 듣고 난 전성렬은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정말 제대로 숙성시켜서 터뜨렸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울 정도야.

"인심 고약한 지역사회에 귀농해서 살려면 제 인심이 그네들보다 더 고약하다는 걸 과시해야 합니다."

-그거 아주 명언일세. 어디에 적어 둬야겠어.

"황금비단우산버섯 물량은 어때요? 많이 모자란가요?"

-모자라지. 엄청.

전성렬은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이번 주에 아주 정점을 찍었네. 일주일 동안 무려 2,000만 개가 팔렸다고! 2,000만 개!

"와우."

-2,000만 개를 만들려면 황금비단 우산버섯 몇 톤이 필요한지 알고 있나?

"1,600톤쯤 필요하겠네요. 라면 하나에 80g이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자네가 일주일에 보내주는 양이 얼마지?

"1,500톤 정도 되죠. 저도 주말에는 아무래도 쉬어야 하다 보니까…"

-물량이 모자라겠나, 안 모자라겠나?

"모자라네요."

-마케미야투자에 송이버섯도 채취해서 보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그건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인가?

성렬유통은 이제 전성렬의 손을 떠나 프라임유통컴퍼니로 거듭났다.

따라서 송이버섯 납품도 이제는 전적으로 하수영이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되었다.

전성렬은 그 업무에서는 이제 외부인인 셈이다.

"솔직히 요즘 황금비단우산버섯 때문에 바빠서 송이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생산량을 더 늘릴 수 방도는 없나? 인력은 내가 얼마든지 지원해줄 수 있네만.

"안 됩니다. 황비버섯 재배 단가를 어떻게 낮췄는지는 기밀이라고요. 특허 등록도 안 할 겁니다."

-하지만 특허 등록을 안 하면 나중에 뺏기지 않을까??

"자기가 개발하지도 않은 걸 무조건 특허 신청한다고 다 받아주는 거 아니에요. 제가 개발했다는 걸 입증하기만 하면 특허는 어차피 제 게 됩니다."

-그래도 불필요한 다툼은 만들지 않는 게 나을 텐데.

"중요한 건 재배 방법을 베끼고 싶어도 베낄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말 믿어도 되겠지? 황비버섯하나에 우리 회사가 모든 걸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제가 언제 허튼소리 하는 거 보셨어요? 믿으셔도 됩니다. 누가 저를 죽여도 재배 비법은 못 뺏어갑니다.

제가 대놓고 알려줘도 못 따라 합니다."

-알겠네. 그럼 믿어보지.

"어차피 지금 공장 규모로는 이 정도가 한계잖아요. 더 많이 생산하고 싶어도, 지금도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 아닌가요? 그래서 정서희 부사장님도 확장을 하자고 한 거고."

-맞아. 사실 일주일에 2,000만 개를 만드는 것도 벅찬 일이라네.

"그럼 제가 버섯을 더 많이 공급해도 당분간은 소용이 없잖아요. 이제 곧 버섯 생산량이 수십 배 이상으로 늘어날 텐데요."

그 말에 전성렬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이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간단하죠."

하수영은 씩 웃으며 덧붙였다.

"미국식 기계농법입니다."

-허어, 미국식이라니. 비행기라도 띄우게?

"네."

-……그 작은 서락산에? 비행기를? 진심인가?

"진심인데요?"

* * *

"40억이라고요?"

"예, 정확히는 40억 8,250만 원입니다. 피의자 박충원의 계좌 내역을 확인한 금액입니다."

하수영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이번 일을 결코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는 아니지만 나름 세련된 경력을 가진 유능한 변호사다. 이렇다 할 배경이나 돈이 없는 시골 집단 도둑들을 상대로 이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박충원이 그중 30억 원 정도를 챙기고, 나머지는 주민들에게 분배했습니다."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걸어놓았습니다. 박충원이 주민들에게 나눠준 돈은 대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들 돈을 쓰지 않고 애지중지 계좌에 넣어 놨거든요."

"박충원은 아니라는 건가요?"

"5억 원 정도를 이미 썼습니다."

"회수가 안 되는 지출을 했나 보네요."

"강남 유흥가를 드나들며 탕진했더라고요."

"푸핫!"

하수영은 저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터졌다.

갑작스럽게 거액이 생긴 시골 영감탱이가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유흥술집부터 드나들었다니, 생각만 해도 웃기고 기가 찼다.

"박충원의 다른 자산을 살펴봤는 데, 다 합쳐도 2억 원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3억 원 정도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돈을 받아내고 싶어도 상대가 가진 게 없다면 받아낼 수 없다. 그것이 만고불변의 진리.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아쉽네요. 다른 도둑들도 돈을 실컷 써버리고 회수가 안 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예?"

40대 변호사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이 젊은 의뢰인이 웬 헛소리를 하는가 싶었다.

"상환이 안 되는 채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채권자로서 계속 괴롭혀 줄 수 있잖아요?"

"그, 그런……."

변호사는 이제야 하수영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소액 채권을 가지고 상대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금융거래를 막는 등 괴롭히는 보복 수법을 말하는 것이다.

돈 돌려받는 건 관심 없다.

너를 두고두고 오래오래 괴롭히는 게 더 흥미로울 뿐이다.

이런 마인드인 것인가?

"목줄을 쥐고 있어야 귀농 생활 하는 데 지장을 안 받거든요. 만약 돈을 전부 다 받아낸다?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라서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시간 지나면 자기 손해 본 것만 생각해요. 그러다가 과거를 잊고 또다시 덤벼들죠. 그럼 저만 주기적으로 피곤해집니다."

"그, 그렇군요."

"뭐,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부디 이번에 큰 곤욕을 치렀으니 다들 반성하고 저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으면 하지만, 모두가 그럴 거 같진 않아서요."

"……."

변호사는 불현듯 이 젊은 의뢰인이 독하다는 느낌을 받고, 살짝 몸을 떨었다.

"임산물의 상습 절도, 야간 절도가 인정되니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긴 합니다. 하지만 시골 노인들이고 초범인 점을 고려하면…… 아마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오면 검찰도 더 이상 항소를 하지는 않겠죠?"

"그럴 겁니다. 검찰 눈에 이 정도 사건은 끝까지 매달릴 정도로 대단한 게 아니니까요."

"표창장 위조 모함은 내란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물고 늘어지면서, 정작 이런 건 그냥 넘어간단 말이죠."

"예?"

"그냥 검찰이 3심까지 물고 늘어져서 괴롭혀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 아쉬워서요. 혼잣말 잠깐 해봤습니다."

하수영은 기지개를 켜며 덧붙였다.

"아무튼 이로써 귀농 정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 같네요. 계속 수고해 주세요, 변호사님."

"아, 예. 알겠습니다."

강창식 변호사는 이 젊은 의뢰인의 성격을 종잡기 어려웠다.

* * *

"1억이야, 1억!"

모처럼 서울 사무실을 방문한 하수영은 전성렬과 정서희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전성렬은 어느 때보다 상기된 채 한껏 기쁨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디어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고!"

"와우, 축하드립니다."

"하 사장님은 축하를 받으셔야 하는 입장이지 축하를 하셔야 하는 입장은 아닌 거 같은데요?"

"제가 축하받는 건 배당금을 받을 때죠."

하수영이 곧바로 받아치자 정서희는 할 말을 잃었다가 피식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빠른 축하를 원하세요, 아니면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잠시 참아보시겠어요?"

1억 개면 누적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은 80억 원이다.

하수영의 현재 지분이 46%이니, 배당 시 그의 몫은 36억 8,000만 원이 된다.

"37억 원도 안 되는 돈이니, 배당받아봤자 청담동에 조그마한 상가 하나도 못 사겠네요."

"그럼 잠시 보류하시는 걸로?"

"그래야죠. 지금 그거 받아서 쌓아 두느니 차라리 회사를 더 키우는 게 낫겠어요. 지금 우리 자본금이 얼마나 남아 있죠?"

"200억 원 정도 남아 있어요. 그걸로 대대적으로 공장을 지으려고 해요. 나중에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 규모로요."

"자본금하고 영업이익 죄다 끌어모아서 공장 짓는 데 털어 넣으려고 하네. 그리고 은행 대출도 알아볼생각이야. 재무제표가 아주 좋고 전망도 밝아서 쉽게 대출이 나올 거야."

"대출 그거 잘못 받았다가는 나중에 큰일 날 수도 있는데요."

"왜 큰일이 나나? 우리 회사가 지금 얼마나 잘나가는데. 은행이 바보도 아닌 이상 그걸 모르겠어?"

"우리가 빽이 없잖아요, 빽이. 나중에 우리 회사 탐낸 대기업이나 정치 인들이 은행 압박해서 갑자기 자금회수 들어오면 부도나는 거 순식간입니다."

정서희가 동의했다.

"옳으신 말씀이에요. 흑자부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하지만 지금이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임의로 사기업을 뺏는다는 게 가능할 리가……."

"그래도 초반에는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좋습니다. 지금도 태양심이나 다른 식품 회사에서 우리를 견제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에요. 차라리 회사채를 발행하세요. 한 3년에서 5년짜리로요."

"근데 하 사장님, 경영에는 참여 안 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아, 맞다. 두 분이 자꾸 은근슬쩍 경영회의에 절 끼워 넣으려고 하시네. 저는 흙과 햇빛이 좋습니다. 절대 이 바닥으로 끌고 들어오려 하지 마세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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