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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6화 (56/1,270)

프랜차이즈 갓 056화

12장 농장 주인과 40인의 도적(3)

언뜻 보기에도 엄청나 보이는 버섯집단.

저것들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몇십억 원이 우습지 않을까?

박충원 이장의 눈빛에 욕심이 번졌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잘못 생각한 기라…….'

버섯을 상당한 규모로 키우는 거라고는 생각했다. 한 번 채취할 때마다 대형 차량들이 잔뜩 드나들고 있으니.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인 줄은 몰랐다.

역시 뭐든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법이다.

"이거 다섯 가지고는 안 되겠구먼."

"그렇지요?"

"오늘 좀 바빠지겠어."

이장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자네들은 그거 여기 내려놓고, 얼른 집에 들어가서 눈 좀 붙이고 푹쉬게. 오늘 밤에도 또 움직여야 하지 않나."

"알겠어요. 이장님도 고생하시구려."

그들은 이장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수 있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말이다.

그날 저녁, 회관에 모인 다섯 도둑들은 새로 합류한 다섯 동료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친하게 지내는 마을 이웃 주민들이었다.

"그게 참인가? 황비버섯이 그렇게나 많다고?"

"그렇다니까."

"근데 훔치다가 걸리면 큰 벌 받는거 아니야? 요새 법이 꽤 깐깐하다고 들었는디…"

"에이,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어. 우리가 아무리 박박 긁어서 가져와 봤자 티도 안 나. 개천에서 물 한 바가지 퍼낸 거나 다름없다니까."

"그 정도여?"

"그렇다니까. 그리고 서울 할매가 산짐승들한테 공양한답시고 버섯도 천만원어치씩 꼬박꼬박 남겨 두고 그러네. 우리가 캐 와봤자 산짐승들이 먹었구나, 하고 넘어갈 걸세."

"허어, 서울 할매 못 쓰겠네. 이웃 주민들한테는 그렇게 인심 고약하게 쓰더니, 보도 못 한 산짐승들한테는 그렇게 넉넉하게 베푼단 말이지?"

"원래 서울 인심이 그렇다고 하네. 짐승한테는 인심 팍팍 써도 사람한테는 동전 한 푼 안 쓴다고."

"역시 서울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되는군."

열 명으로 늘어난 도둑은 한밤중에 잠입해서 낮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은 어제와는 다른 구역 밭에서 버섯이 아침에 자라난 것을 확인했고, 신이 나서 버섯을 캐서 수레에 담았다.

그래 봤자 끝없이 펼쳐진 듯한 버섯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박충원 이장은 신이 나서 도둑들을 맞이했고, 황금비단우산버섯을 트럭에 싣고 읍으로 팔러 나갔다.

산림조합에 팔아넘기고 큰돈을 챙긴 박충원 이장은 마음이 몹시 뿌듯해졌다.

"어르신, 서락읍에 황금비단우산버섯이 잘 자라는 산이 있나 봅니다요? 요즘 들어 꾸준히 가져오시네."

"어허, 자세한 건 묻지 말어. 마을 비밀이니께. 자네는 그냥 수매만 잘하면 되지 않나."

"그건 그렇죠."

인근 산림조합과는 수십 년 이상 봐온 사이이기에, 입방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자신과 이야기하는 조합 직원도 한 다리 건너면 친밀한 이웃이었으니까.

다음 날, 도둑은 스무 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채취한 버섯의 양도 늘었고, 이장의 통장에 꽂히는 돈도 늘어났다.

이장은 그 돈을 아낌없이 도둑들과 나눠 가졌다.

물론 전체 금액의 70%를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를 도둑들에게 나눠주었다.

하지만 숫자 계산이 잘 안 되는 도둑들은 그마저도 큰돈이라며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도둑은 서른 명으로 늘었고, 마흔 명으로 늘었다.

서락읍 주민 숫자가 100명이 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가 버섯 절취에 가담한 것이다.

* * *

도둑이 산에 잠복한 첫날, 하수영은 일부러 산을 내려갔다.

어디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도둑들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격으로 CCTV를 실시간 확인한 그는 도둑들이 하산한 한밤중을 타서 다시 산에 올라갔다.

엘릭서에 적신 버섯 포자를 농장에 잔뜩 뿌린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역시 증거는 화려할수록 좋다니까. 이제 더 이상 숙성시킬 필요는 없겠어."

다음 날 아침, 산을 오른 그는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아침 무렵 모습을 드러낸 다섯 명의 도둑들은 버섯이 잔뜩 자라난 밭에서 손에 닿는 대로 버섯을 따서 수레와 배낭에 가득 담기 시작했다.

그 영상을 확인한 하수영은 곧바로 전성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이제 숙성이 완료된 것 같습니다. 수확의 시기가 다가왔어요."

-드디어 못된 멧돼지 무리를 잡을 수 있는 건가? 알았네. 내가 준비할 것은?

"채증 장비를 완벽히 갖춘 경호원다섯 명을 부탁합니다. 내일 잠복하고 있다가 현장에서 잡아버리죠. 경찰이 대동하면 더 좋고요."

-내가 아는 검사가 있는데. 나하고 먼 친척이기도 하고.

"검사는 안 돼요."

-피해 액수가 크잖나. 내가 잘 설명하면 이 친구가 같이 잠복도 해줄 거야. 나하고 친하다니까.

"아, 글쎄. 검사는 안 돼요. 그러다가 친해져 버려서 검사가 나중에 은근슬쩍 스폰서 요구하면 어떡합니까? 전 이번 생에는 권력하고는 절대 얽히지 않기로 결심을 했단 말입니다."

-그런 친구는 아니야. 그리고 사업을 크게 하려면 권력과 너무 거리를 둬도 좋지는 않은데…….

"사업은 사장님이 하시는 거구요, 제가 하는 건 농업입니다, 농업."

-농업도 결국 사업의 일종이지.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그래도 다르죠.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농사좀 크게 짓는다고 정치인이 손을 내밀거나 검찰이 압수수색을 수십 번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 경영에는 참여 안하는 건가?

"네, 그것도 있고요. 전 순수하게 흙과 부대끼며 작물을 키우는 게 좋습니다. 아휴, 권력하고는 머리카락한 올도 섞이기 싫어요."

-알았네. 그럼 경호원들을 보내지.

"부탁합니다."

버섯 맛을 듬뿍 봤으니, 녀석들은 내일도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 현장에서 경호원들을 동원해서 잡으면 된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쾌감에, 하수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도둑을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도둑을 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이 병에 가득히 넣어가지고요, 랄라랄라 랄라랄라 온다야."

-아들아, 그건 대체 무슨 해괴한 노래냐?

"해괴하다니요. 저의 개사 편집 능력을 너무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아버지."

그리고 그날 저녁, 전성렬이 준비한 경호원 다섯 명이 서락산 저택에 도착했다.

"버섯 도둑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시골 아저씨들 다섯 명이니, 아무 문제 없겠죠?"

"물론입니다."

"채증을 특히 완벽하게 해주세요. 여러 각도로 동영상 촬영 잘하시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호원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저택에서 밤을 보냈다.

그들은 이런 시골에 이런 호화로운 저택이 지어진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다음 날 새벽, 하수영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조용히 서락산을 올랐다.

그런데 어제와 뭔가 달랐다.

"하나, 둘, 셋, 넷…… 열 명이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차이 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 경호대장이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경호원들을 돌아보았다.

"여기 숨어서 채증만 하는 걸로 합시다. 절대 모습을 드러내시면 안돼요."

"훈련받지 않은 평범한 주민들입니다. 그에 비해 저희는 대테러 부대 출신의 전문가들이고요. 저 혼자서도 열 명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질까 봐 그러는 게 아닙니다. 숙성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아직 덜 됐네요."

"네?"

경호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하수영이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랐다.

채증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온 그들은 하수영이 전성렬과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서야, 왜 현장에서 검거하지 않고 돌아왔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도둑들을 안 잡고 그냥 돌아왔다면서? 왜 그런 건가?

"숙성이 아직 덜 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까지는 다섯 명이었는데, 오늘은 열 명이 왔더라고요."

-자네, 설마?

"내일은 숫자가 더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서락읍 이 동네 주민들은 90명이 조금 넘거든요? 그러니 조금 더 판을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마을 주민들을 죄다 버섯 도둑으로 잡아넣으려고?

"이왕 혼내려면 제대로 호된 맛을 보여줘야죠. 그래야 무서워서 다음부터는 마주치기만 해도 눈을 내리 깔 겁니다."

-……하 사장, 자네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자네와 적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저는 모든 근면하고 착한 사람들의 편입니다. 한 번도 그 길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 아니, 많이 있긴 했네요. 아무튼 이번 생은 그렇게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의 친구로 살 겁니다. 그러니 염려 마세요."

하수영이 스피커 모드로 된 전화를 끊자,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경호 원들은 입을 떡 벌리며 바라보았다.

비로소 그들은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이해했다.

"이거 판이 상당히 커졌군요."

"지금까지 저놈들이 훔쳐간 버섯가치만 따져도 10억 원은 족히 넘을 걸요?"

"그 정도면 정말 엄청난 범죄입니다."

"큰 범죄자에는 큰 책임을 지워줘야죠. 그게 세상 사는 이치 아니겠어요?"

경호대장은 하수영의 밝은 웃음에,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 * *

다섯 명은 계속 저택에 머무르면서, 매일같이 채증 작업을 반복했다.

도둑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멀리서 고성능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남김없이 담아준 것이다.

전체적인 절취 모습은 물론이고, 한 명 한 명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도록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면 증거로는 완벽합니다. 이런 증거를 무시할 검사나 판사는 없을 겁니다."

"지금 부족한 건 증거가 아니에요. 바로 숙성이지요."

하수영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에, 경호원들은 다시금 전율을 느껴야 했다.

도둑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다섯 명에서 열 명, 열에서 스물, 스물에서 서른, 서른에서 마흔 명까지.

마흔 명이 되었을 때에는 더 이상 도둑의 숫자가 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장이 일부러 더 이상 추가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외 다른 주민들은 버섯 절취에 도움이 되지 않을 만한 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이장은 가용한 인적 자원을 박박 긁어모아서 버섯 절취에 들이민것이다.

나흘 동안 마흔에서 더 이상 수가 늘지 않자, 하수영이 마침내 선언했다.

"디데이는 바로 내일입니다."

"현재 인원으로는 부족합니다. 저희가 진다는 게 아니라, 다섯 명으로 마흔 명을 전부 현장 검거하기는 어렵습니다."

겨우 다섯으로 마흔 명이 흩어져 도망치는 걸 모두 붙잡을 수는 없는 법이니.

"우리도 마흔 명이 나서면 되겠죠? 아니다, 채증도 해야 하니까 넉넉하게 오십 명으로 합시다. 열 명은 도주하고 검거하는 모습을 찍어야지요."

"알겠습니다. 증원 요청하겠습니다."

경호대장은 바로 경호회사 본사에 증원 요청을 했고, 그날 저녁 45명의 경호원들이 새로 서락산 저택을 찾았다.

당연히 마을 주민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저마다 흩어져서 은밀히 저택에 들어섰다.

이미 임무 내용을 숙지하고 온 이들은 경호대장으로부터 다시 한번 자세한 내용을 교육받았다.

그리고 새벽이 밝았다.

하수영은 밀짚모자를 쓰고, 몸빼바지를 입었다. 흙이 묻은 장화를 신고, 등에는 제초액 분무통을 맸다.

누가 봐도 선량하고 순박한 농부 청년의 모습이었다.

"사장님, 그 모습은……."

"제 모습도 잘 찍어주세요. 판사님의 마음에 노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연기 잘하셔야 합니다."

"그거라면 아무 걱정 마세요."

하수영은 분무기 발사대를 손에 쥔 채 앞으로 내밀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빨대져스, 어셈블."

"……그게 뭐죠?"

"아, 제가 게임할 때 동료들하고 몹 잡으러 갈 때 외치던 구호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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