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1화 (51/1,270)

프랜차이즈 갓 051화

11장 엄마가 왜 거기서 나와? (1)

"멧돼지 퇴치 작전은 차근차근 준비돼가는 중인가?"

"물론입니다.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증거를 모아뒀어요. 훔친 버섯을 어디에 팔았는지도 모조리 조사했습니다."

"그럼 이제 터뜨릴 때도 되지 않았나?"

"아직 확실하지가 않아요. 이런 지역 사회는 우리가 남이냐 라는 인식이 너무 커서, 건드릴 거면 정말 작정하고 해야 합니다."

"제대로 물어 늘어질 생각인가 보군."

"물어 늘어지다뇨?"

하수영은 황당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쳐다봤고, 전성렬은 자신이 잘못 말을 했나 되짚어 봤다.

"아주 그냥 물어뜯을 겁니다. 제 이빨만 봐도 손발이 뚝뚝 흐르고 눈물이 벌벌 떨릴 때까지 말입니다."

"잉? 손발이 뚝뚝 흘러? 눈물이 벌벌 떨려?"

"아이고,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말이 꼬였네요. 가려서 들어주세요."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웃다가 표정을 바꾸고 물었다.

"그나저나 라면 매출은 어때요? 제가 한 나흘 정도 신경을 못 썼는데."

"걱정 말게. 아주 잘 팔리고 있어. 점유율도 쭉쭉 올라가고 있네."

라면 이야기가 나오자 전성렬은 신이 났다.

"이거 잘하면 앞으로 6개월 내에 매출 6,000억 원을 찍을지도 모르겠어."

"반년에 매출이 6,000억 원이라."

"년으로 따지면 조가 넘는 금액일세. 어마어마한 거지."

그렇게 눈에 띄게 좋아하던 전성렬은 곧 전에 하수영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자네 눈에는 전혀 차지 않을 테지만 말이야."

"제가 욕심이 많아서 너무 멀리 내다보는 거지, 사실 지금도 충분히 엄청난 거죠."

"그렇지? 내가 푼수처럼 좋아하는 게 아니지?"

"그럼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마음껏 좋아하세요. 요즘 집에서 가장 노릇 하실 맛 나겠어요?"

"요새 집에 들어가는 재미가 있어. 마누라가 얼마나 살갑게 구는지 자넨 모를 걸세. 애들은 벌써부터 뭐 뭐 사달라고 난리고."

"그 전에도 충분히 부유하게 사신 걸로 아는데요."

"이전하고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나."

프라임컴퍼니 사장으로서 전성렬이 받는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세전으로 월 6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성렬유통을 경영하면서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푼돈 수준이다.

조그만 업체이기는 했지만 전성렬은 나름대로 알뜰하게 잘 나가는 개인사업자였으니까.

"내가 그래도 유통업하면서 매년 2억 5천 이상씩은 꾸준히 가져갔어. 근데 이제 스무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니, 와이프만 아주 신났지."

"그럴 거 같네요. 갑자기 가계소득이 스무 배 이상이 되면 가계 관리자만 신나죠. 그런데 적지 않은 돈인데 사모님이 전부 관리하시는 건가요?"

"사업하는 사람이 안사람에게 돈관리 맡기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나는 생활비나 안겨주는 거지. 어젯밤에 생활비 얼마나 올려줄 거냐고 눈을 반짝반짝하면서 묻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나왔다니까."

"그래서 얼마 올려주시기로 하셨어요?"

"두 배 인상해 주기로 했네. 애들 용돈도 두 배 인상."

"인심 크게 쓰셨네요."

"우리 집사람하고 애들이 돈 좀 더 준다고 무조건 헤프게 쓸 인성은 아니거든."

"그런데 스무 배 이상으로 잡은 건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요? 성렬유통에 비하면 연 매출이 100배는 훨씬 넘게 차이 날 텐데 말이에요."

"앞으로 백 배 이상 벌어들일 거라고 하면 가족들 가슴에 무슨 바람이 들어갈 줄 알고, 그래서 적당히 낮춰서 부른 거지."

"돈이 많든 적든 모든 유부남들은 비자금을 만드는군요."

"아니, 이게 왜 비자금인가?"

"그럼 아니라고 해두죠. 사장님이 얼마 가져가는지는 사모님께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어느덧 채취 및 적재 작업은 마무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전성렬은 트레일러에 실리는 포장박스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올해 안에 매출 1조 원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가 영업 이익이 다른 라면회사에 비해서 높은 편입니다. 8% 정도?"

"800억 이상이라, 390억을 순식간에 넘겨 버리는군."

현재 프라임컴퍼니의 지분은 하수영이 46%, 정소희가 5%, 그리고 전성렬이 49%다.

전성렬은 누적 이익이 10억이 될때마다 자기 지분 1%를 하수영에게 양도해야 한다.

누적 이익이 390억이 되면 39%까지 양도하고, 전성렬의 지분은 10%에서 멈추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하수영이 85%, 전성렬이 10%, 정소희가 5%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내년은 되어야 달성할 줄 알았어. 이렇게 올해 안에 달성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네."

"믿음이 부족하셔서 그런 겁니다. 저는 황비버섯의 힘을 믿었습니다."

"배당은 어떻게 할 건가? 역시 이익금은 사업 확장에 재투자하는 게 좋겠지?"

전성렬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물었다.

하지만 하수영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절반 이상씩은 배당하는 걸로 하죠."

"재투자에 좀 더 집중하지 않고?"

"청담동 건물 사야 돼요. 그러려면 배당금이 있어야죠."

"사장님, 저는 청담동 건물주가 되기 위해서 피땀 흘려가며 버섯을 짓고 있습니다. 근데 청담동 건물이라는 게 매물이 잘 없어요. 나왔다 싶으면 바로 사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현금을 여유 있게 쥐고 있어야 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절반 이상이나 배당한다는 것은 좀 너무 과하지 않나?"

"그러다가 현금 모자라서 청담동 매물 놓치면 제가 너무 억울할 거 같아서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셈이잖아요."

전성렬은 생각했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은 바로 이쪽 같은데?

하지만 하수영 입장에서는 일리 있는 주장인지라 반박하기 힘들었다.

그는 청담동 제일가는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으니.

"대신 지분 양도는 연말 배당을 마치고 나서 하는 걸로 해요."

"그래도 되나? 자네가 너무 손해 아닌가?"

"이 정도는 제가 배려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장님이 괜한 서운함을 가지는 건 싫거든요."

지분 양도를 먼저 하고 배당을 하면 전성렬 입장에서는 손해다.

하지만 배당을 먼저 하면, 전성렬은 전체 배당금의 49%만큼을 가져갈 수 있다.

* * *

황비버섯라면의 판매량은 어느덧 4,000만 개를 돌파했다.

개당 천 원이니,4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한 번 불이 붙은 황비버섯라면의 기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내달리고 있었다.

장효주가 라면 먹는 모습을 거의 매일 황금 시간대 광고로 볼 수 있었고, 황비버섯라면은 마트에 들어오기 무섭게 전부 팔려 나갔다.

처음에 비웃음을 머금고 지켜보던 라면업계는 어렴풋이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만한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자금력이라고?"

"가만, 지금까지 저 녀석들이 본 손해가 어느 정도지? 최소치로 한번 추정해 봐."

"한 개 팔 때마다 7,000원씩 손해를 봤다고 가정을 한다면 2,800억원의 손해를 본 셈입니다."

"뭐라고? 그게 말이 돼?"

"자본금 265억짜리 회사가 한 달도 안 돼서 2,8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장을 개척한다고? 이게 무슨 펭수 엣헴 사레들리는 소리야?"

처음에는 막연하게 팔 때마다 손해를 보는 거니, 그냥 놔두면 자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좀처럼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진지하게 판매 손실을 계산해 보기 시작했고, 신생업체가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건 둘 중 하나입니다. 프라임컴퍼니가 사실 사우디 왕족이 세운 회사거나, 아니면 팔 때마다 이익이 남거나요."

"황비버섯 80g이면 도매가로 못해도 7,500원에는 공급을 받아야 할 텐데? 그래야 이익이 남는 거 아니야?"

"그 가격에 공급받고 있는 걸 수도 있죠."

"그래 봐야 도매업 입장에서는 마진 한 푼 남지 않는 장사인데 뭐하러 그렇게 하나?"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젠장, 프라임컴퍼니가 황비버섯을 어디서 공급받고 있는지 한 번 알아내 봐!"

황금비단우산버섯은 제조원가가 워낙 비싼 고급 식자재로 취급받는 터라, 국내에서 생산할 만한 농장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라면업체 직원들은 여러 농장과 유통업체에 전화를 돌리다가 이상한 점을 알게 되었다.

"진성농장에 방금 물어봤습니다. 황비버섯 새 주문이 들어온 적이 없다는데요? 오히려 납품 수요가 줄어들어서 이전보다 조금 손해를 봤답니다."

"갈치농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콜리유통에도 물어봤는데, 황비버섯 수요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시중에 수요가 줄어들어서 물량이 남고 있는데, 아무래도 황비버섯라면 때문인 거 같답니다."

"그게 왜 황비버섯라면 때문이야?"

"가정에서 황비버섯 요리할 때 황비버섯라면을 사서 그 안에 든 버섯만 빼내서 요리한다고 합니다."

"……."

태양심 전무 박전보는 할 말을 잃었다.

"황비버섯 80g을 사려면 8천 원은 줘야 되는데, 그럴 바에는 천 원 주고 황비버섯라면을 사서 안에 든 버섯만 빼서 쓰는 게 낫거든요."

"그, 그럼……."

"라면이 목적이 아니라 황비버섯을 목적으로 사들이는 주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적어도 라면판매량의 1/4이상은 버섯을 다른 요리에 쓰려고 사는 경우일 겁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하지만 사실입니다. 현재 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좋아, 프라임컴퍼니가 눈곱만큼이라도 이익을 남기면서 라면을 판다고 치지. 그럼 대체 어떤 바보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버섯을 납품하고 있단 말인가?"

"……."

"……."

박전보 전무의 호통에 임직원들은 입을 다물고 저마다 눈치만 살폈다.

어느 누구도 불호령에 맞서서 최선두에 서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황비버섯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프라임컴퍼니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누구인지, 그리고 얼마에 공급하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그런 괴짜 농장주가 있다면, 시중에 어떤 식으로든 소문이 나야 할 텐데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시중에 황비버섯을 전혀 내놓지 않고, 프라임컴퍼니와 다이렉트로 거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거…… 뭔가 너무 안 좋은데요?"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돈 좀 있는 신생업체가 안일하게 사업하는 거라고 우습게 판단했습니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했습니다."

태양심 임원들은 비로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었다.

하나 팔릴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을 테니, 일부러 매출 증가를 방해 하지도 않았다.

자사 제품 프로모션 등으로 견제구를 날리지도 않았고, 언론을 이용한 교란 플레이도 시도하지 않았다.

저러다가 금방 망하겠거니 하고, 기우제를 지내면서 즐겁게 지켜보기만 했을 따름이다.

근데 상황을 완전히 오판한 것 같다.

그때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던 한 직원이 잔뜩 상기돼서 외치듯이 보고했다.

"전무님! 최근에 황비버섯 100톤을 한꺼번에 납품받은 곳이 있습니다!"

"뭐? 100톤을 한꺼번에?"

바로 거기구나!

"어디야?"

"서해식품입니다. 우리 모회사……."

"아니, 우리 모회사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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