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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0화 (50/1,270)

프랜차이즈 갓 050화

10장 그냥 개꿈이에요(2)

"이제 슬슬 기계화 농법을 도입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군."

하수영은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놀라운 속도로 자라나는 버섯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상을 수십 배 빨리 재생한 광경처럼 보였다.

"더 이상 내가 손으로 하는 것은 낭비야. 더군다나 이건 송이도 아닌데."

송이버섯은 황금비단우산버섯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비싸다.

가히 버섯의 황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수영은 송이버섯 시장을 교란시키고 싶지 않았다.

"송이버섯이 광어 꼴이 나면 안 되잖아."

본래 광어는 고급 횟감이었지만, 대량 양식 재배에 성공한 이후 싸구려 회라는 이미지가 붙어버렸다.

맛 자체는 더할 나위가 없어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지만, 싼가격으로 인해 별로 좋지 않은 요리라는 선입견이 박힌 것이다.

하수영은 송이버섯이 그 꼴이 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가격 선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송이버섯은 생산량을 적당히 조절하는 편이었다.

"황비버섯을 더 이상 내 손으로 일일이 재배할 순 없어. 그렇다고 아직은 사람을 고용할 수도 없으니…… 일단 주문한 기계들이 빨리 도착해야 뭐라도 해볼 텐데."

프라임컴퍼니는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을 써서 황비버섯의 포자를 뿌렸다가는 대번에 소문이 퍼지고 만다.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저렴한 재배방법을 탐낸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몰려들 것이다.

"최대한 덜 피곤하게 가야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돼. ……하지만 난 인간이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나? 안 돼. 이번에야말로 내 꿈을 이루고 말겠어."

하수영은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섯 채취 인력이 오기 전까지 할 일이 태산이었다.

* * *

왕은 언제나 고독했다.

수만 개가 넘는 행성을 다스리는 절대적인 권력자였지만, 왕이 가진 힘의 크기만큼 그의 고독함은 짙었다.

본래 행성 바깥에도 진출하지 못한 조그마한 문명.

하지만 대륙을 일통하고 행성을 차지한 위대한 왕의 주도하에, 인류는 우주를 향한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하여 수백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수만 개가 넘는 행성을 터전으로 삼아 살게 되었다.

인류는 과학과 우주에 눈을 떴지만, 왕의 존엄함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왕은 자손을 갖지 않았다.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수백 년이 넘게 왕좌를 유지했다. 심지어 늙지도 않았다.

왕국의 시민들은 처음에는 마법이라 생각했고, 이제는 비밀스러운 과학의 힘으로 여겼다.

본래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처럼 보이는 법이니.

다만 어떻게 해서 왕이 그런 힘을 홀로 얻게 되었는지는, 한 개의 행성에서 수만 개의 행성으로 삶의 터전이 확장된 지금에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자 신비한 전설이었다.

우주로 진출하고 600여 년이 흘렀을 때, 왕이 별안간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나의 권한을 의회와 총독부, 사법부에 나누어 이양할 것이며, 앞으로 모든 권력에서 손을 떼겠다."

"폐하! 어째서!"

"안 됩니다. 폐하! 우리는 폐하 같은 위대한 왕을 잃을 수 없습니다!"

"이유라도 알려 주십시오!"

수많은 신하들과 시민들이 애걸했으나, 왕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의 인류 문명은 충분한 발전을 이뤘다. 더 이상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 그만 쉬고 싶구나."

"폐하!"

"나를 찾지 마라. 이것은 왕으로서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다."

그리고 왕은 홀연히 사라졌다.

수많은 신하들과 재벌, 대귀족, 과학자, 시민들이 안간힘을 쥐어짜 내 왕을 찾았다.

하지만 소행성 하나하나까지 샅샅이 뒤져도 왕의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분은 실로 기적이오."

사람들은 왕이 마지막까지 보인 신비한 능력에 감탄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힘을 합쳤다.

10여 년이 흘렀다.

인류는 탐욕의 지옥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평화는 깨진 지 오래였고, 수만 개의 행성은 저마다 수천 개 이상의 파벌이나 연합을 구축한 채, 상대를 죽이기 위한 전쟁을 지속하고 있었다.

"왕이시여! 제발 돌아오소서!"

"어리석은 인류를 부디 구원해 주십시오!"

많은 이들의 절망 속에서 왕을 부르짖었지만, 왕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10억여 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들이 우주의 먼지로 화했으며, 윤택했던 수백 개의 행성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별로 변했다.

가장 많은 행성을 차지한 최강의 군벌 세력은 인류 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무자비한 전쟁을 감행했다.

왕이 사라지고 15여 년이 지날 무렵, 최강의 군벌 세력은 마침내 인류 영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너희들이 그리워하는 왕은 없다. 이제부터는 내가 새로운 왕이다."

군벌 세력의 주인, 새로운 왕이 될 인류의 반역자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너희들이로구나. 내가 공들여 만든 세계를 엉망으로 만든 것이."

"누, 누구냐!"

"잊혀지고 싶었던 왕이다."

기적처럼 왕이 돌아왔다.

그리고 왕을 중심으로 뭉친 생존자세력은 인류의 반역자를 몰아내기 위한 끝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피에 젖은 시간이자, 피로 뒤덮인 우주였다.

끝없는 파괴와 정복, 전쟁 속에서 마침내 왕과 그 추종자들은 반역 세력을 전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그마치 3년이 걸린 대여정이었다.

살아남은 행성은 이제 열 손가락에도 들지 않았다.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남긴 승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있었다.

자녀와 손주를 모두 잃은 노인이 왕좌에 앉은 왕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우리가 고통받는 그 순간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왕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우주의 구석에서 소일거리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밭을 갈고, 가축을 키우고, 음료와 술과 고기를 여행자들에게 팔며 하루하루를, 마지막 휴식을 보냈지."

"그럼……."

"미안하구나. 너희가 그렇게 고통받는 줄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다."

완전히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고 우주의 구석에 스스로를 유배했기에, 세계가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을 늦게 알았던 것이다.

절대권력이 사라지고 난 뒤 자연스럽게 벌어진 권력 다툼 정도로 여겼고, 인류가 어차피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흐느끼며 말했다.

"또 저희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얼마 남지 않은 내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겠다."

왕은 약속을 지켰다.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왕으로서의 책무에 박차를 가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정무를 돌보았다.

무엇보다 왕은 올바른 후계 정치 구도를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했다.

신하들은 그것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

세계의 위기를 외면하지 못해, 이미 한 번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왕이다.

그런 왕이 다시 한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왕이 새로운 지도자 그룹을 구축해 권력 이양을 선언했을 때, 그들이 품은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왕이시여, 제발 우리를 떠나지 마십시오!"

"왕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왕께서 스스로 그 약속을 어기실 겁니까!"

신하들과 시민들은 울부짖으며 철회를 빌었다.

그들 앞에서 왕은 웃었다.

"약속하지 않았느냐. 내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폐하?"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이지."

긴 세월 동안 젊음을 유지했던 왕은 급속도로 노화되기 시작했다.

그제야 세상은 왕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600년이 넘는 시간을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쏟은 왕이다.

얼마 남지 않은 노후를 조용히 누리기 위해 홀연히 사라졌지만, 겨우 10년 만에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을 쥐어짜 내 시민들에게 쏟아붓고, 이제는 정말 사라지려고 한다.

왕은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했다.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유언을 남긴 채.

"삼만 년…… 피에 젖은 시간에 지쳤다. 운이 허락한다면, 이번에는 소소하게 음식점이나 하면서 보내고 싶구나."

* * *

"하 사장? 하 사장?"

하수영은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부스스 눈을 떴다.

주변을 돌아보니 해가 어느덧 정오에서 꽤 벗어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다.

"많이 피곤했나 봐? 이런 곳에서 낮잠을 다 자고 말이야."

"아아, 전 사장님."

아직 잠이 덜 깬 하수영은 중얼거리듯이 반응하며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이런 데서 잠들다가 뱀한테 물리면 어쩌려고. 조심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너무 피곤했나 봐요. 잠깐 누웠던 거 같은데 그대로 잠들어버렸네요."

간이 나무 탁자 위에 잠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잠겼던 것 같은데, 어느덧 스르륵 잠이 든 모양이다.

"꿈을 꾼 거 같던데."

"그랬나요?"

"악몽 같지는 않고, 좀 힘든 꿈을꾼 거 같았어."

"옛날에 좀 힘들었던 일이 꿈에 나오더군요. 그래 봤자 가장 최근이지 만요."

"아, 그렇군."

전성렬은 사랑하는 애인과 사별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 꿈이 아닐까 싶었다.

"좋게 생각하게. 힘든 일이 꿈에 나온다는 건 앞으로 잘될 거라는 해몽을 들은 적이 있어."

"에이, 그래 봐야 개꿈입니다. 꿈 좀 꿨다고 현실이 바뀌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냥 뇌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옛날 기억들이 뒤죽박죽된 거죠, 뭐."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전성렬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말만을 남기고 조용히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하수영의 모습에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쓸쓸함이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니…… 그럴 리가 없지.'

하수영이 죽은 여자친구 꿈을 꾼것이라고 판단한 전성렬은 속으로 동정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입에 위로를 담는 것도 결례일 것이다.

"그래도 이번 생… 이번에 눈 뜨고 나서는 처음이네요."

"뭐가 말인가?"

"그 꿈 말이에요. 오늘 처음으로 꿨거든요."

"자네 무의식이 계속 거부했나 보군. 그래서 지금까지 꿈에 나타나지 않은 걸 거야."

"아마 그런 거 같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겪은 피로감…… 그래서 더 생생한 기억들이거든요."

하수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인부들은 열심히 버섯 채취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제는 제법 숙달이 돼서 버섯을 채취하는 속도가 초반에 비해 몇 배로 빨라졌다.

채취하고, 포장해서 담고, 적재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사장님, 이번에도 가로세로 3미터씩 남기면 되죠? 저쪽 구석에 말입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산짐승 먹이로 남기는 건 좋은데 그러다가 멧돼지가 나타나서 다 망쳐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작업 책임자가 걱정스럽게 말했고,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그 반대입니다.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남겨두는 거예요."

"이 산에 멧돼지가 있나요?"

"산에는 없고, 산 아래에는 많이 있어요. 종종 철조망을 피해서 들어오는 거 같더라고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4미터짜리 철조망을 멧돼지가 어떻게 넘습니까?"

작업 책임자는 반신반의했고, 사정을 아는 전성렬은 소리 없이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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