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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7화 (47/1,270)

프랜차이즈 갓 047화

9장 답답해서 내가 뛰어? (2)

승진 면접에는 전성렬과 정서희도 참가했다.

원래는 이런 경험이 없을 하수영을 보조하기 위해서 면접에 참여한 것이다.

물론 성렬유통(곧 사명이 바뀌게 될 예정이지만)은 이제 하수영의 소유물이기에, 면접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하수영에게 있었다.

'면접을 보겠다고?'

'어떻게 하려는 거지?"

전성렬도, 정서희도 하수영이 어떤 식으로 면접을 볼지 무척 궁금하게 여겼다.

"……자. 이렇게 해서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2.5배 증가했지만, 순이 익은 오히려 5%만큼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이 느닷없이 3%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어요?"

"……서해식품에서 이와 같은 조건을 내밀면서 황비버섯 전매를 요구하고 나옵니다. 이 거래를 받아들이시겠어요, 거절하시겠어요? 아니면 생각나는 다른 대응법이 있나요?"

"……그래서 결국 이런 내용의 소송까지 들어온 겁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어요? 자유롭게 말씀해 보세요."

승진 면접에 참여한 직원들은 대부분 당황했다.

하수영이 던지는 질문이 전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선택지를 주고 그 안에서 고르라고 요구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른 제3의 대답을 해도 귀 기울여 들었다.

정서희와 전성렬도 나름대로 놀라고 있었다.

하수영은 수십 가지가 넘는 상황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하나하나가 전부 프라임유통컴퍼니가 앞으로 진짜 겪을 듯 한 일들이었다. 상황 묘사도 매우 자세한 편이었다.

압박 면접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시하는 상황의 디테일 자체가 면접 당사자들에게는 강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직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쥐어짜 내어 대답했고, 하수영은 내내 덤덤한 표정으로 면접을 주도해 나갔다.

마침내 면접이 모두 끝났다.

기껏 도와주겠다고 나선 전성렬과 정서희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관전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나?"

"전혀요. 당장 사장 자리를 맡길만한 분은 전혀 없어 보이네요. 몇 명은 시간을 두고 키우면 될 거 같긴 한데, 1, 2년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고……."

냉정한 평가였지만, 전성렬은 오히려 그래서 더욱 믿음이 갔다.

정서희가 감탄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언제 그렇게 세세한 상황 설정을 다 하신 거예요? 누가 들으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가지고 와서 물어본 건 줄 알겠어요."

"실제로 있는 일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들이겠죠. 안 그런가요?"

반박할 수 없는 질문에 정서희는 소리 없이 웃었다.

"하 사장, 그럼 어떻게 하려고?"

"어쩔 수 없죠. 진짜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당분간 제가 유통컴퍼니를 맡아야겠어요."

"외부에서 영입하는 건 어때요?"

"계륵이에요. 굳이 비싼 월급 줘가 면서까지 맡겨야 할 정도로 복잡한 영업은 아니잖아요."

"하 사장, 그 말이 지금 내 가슴에 비수를 박은 건 아나?"

"사장급 인물을 밖에서 새로 불러 오려면 그만큼 많은 돈을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불필요한 낭비라는 뜻이죠. 사실 지금 유통컴퍼니 업무는 별로 복잡한 게 없잖아요."

"그건 그래."

"그래서 그냥 당분간 제가 맡으려고요. 그편이 낫겠네요."

"괜찮겠나? 자네, 복잡한 경영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나중의 안락함을 위한 사전 고생이라고 생각하고 견뎌야죠. 뭐, 별수있나요?"

정서희는 하수영한테 묘한 신선함을 느꼈다.

이것저것 벌이는 일의 규모를 보면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전성렬과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면, 경영 참여는 별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프라임유통컴퍼니 사장도 맡길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답답해서 내가 뛰지, 뭐라는 심정처럼 보이고,

"하 사장님은 경영은 별로 내키지 않으신가 봐요?"

"네, 별로 안 내켜요. 저는 그것보단 밭 갈고 작물 키우고 땀 흘리는 게 더 좋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계로 다 하잖아요."

"네, 그래서 나중에는 직원 고용해서 시키려고요. 저는 경비행기로 농약이나 살포하고 다니죠, 뭐."

"우리나라에서 경비행기를 쓸 만큼의 농지를 운용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요."

"언젠가는 미국에도 진출하지 않겠어요? 이 좁은 반도에서만 농사지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럼 비행기 조종 면허를 미리 따놓으셔야겠네요."

"면허, 따야죠. 뭐, 사실 웬만한 파일럿보다는 훨씬 조종을 잘한다고 자부하지만요."

"아, 그래요? 몰랐어요."

전성렬이 자기 자랑하듯이 끼어들었다.

"하수영 사장이 못 다루는 탈것을 내가 본 적이 없어요. 저번에 보니까 대형 트레일러도 아무렇지 않게 다루던데요."

"그거 면허 따려면 시간 꽤 걸리지 않아요? 하 사장님이 면허는 없으실거 같은데."

"도로도 아니고 그냥 사유지에서 주차만 한 거니까 상관없어요. 주차정말 잘하던데."

정서희는 새삼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진짜 경비행기도 조종할 줄 아세요?"

"그럼요.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참 많았거든요. 면허 딸 자격이 안 돼서 못 땄지만, 실력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 * *

법인 설립을 마치고, 공장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전성렬은 특허가 만료된 라면 레시피를 응용해서 황비버섯라면을 만들었다.

황비버섯라면은 2가지 맛으로 나눠서 출시하기로 했다.

바로 매운맛과 순한 맛이다.

출시일에 맞춰 대대적인 CF도 내보냈다.

톱배우 장효주가 예쁘고 맛깔스럽게 라면을 먹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관심을 단숨에 자아냈다.

[큼직한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아낌없이 듬뿍 넣은 황비버섯라면, 두가지 맛으로 즐겨보세요.]

톱배우의 환하게 웃는 얼굴.

그리고 큼직한 버섯 조각들이 듬뿍들어가 있는 국물과 꼬들꼬들한 면발.

황금비단우산버섯의 단가를 아는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에이, 말도 안 돼. 봉지라면에 황비버섯을 저렇게 많이 넣어서 준다고?"

"저렇게 해서 팔면 라면 한 봉지에 만 원은 하겠네."

"가격이 얼마? 천 원?"

"에이, 그럼 보나 마나 쥐꼬리만큼 들어 있을 거야. 하여튼 어딜 가나 과대광고가 문제라니까."

하지만 마트에서 황비버섯라면을 보게 된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놀라 워했다.

라면 봉지가 커도 너무 컸던 것이다.

"뭐가 이렇게 큰 거야?"

"뭐야, 이만큼이 전부 다 버섯 스프라고?"

"헐, 대박."

라면 봉지 한쪽은 투명한 재질로 되어 내용물을 훤히 볼 수 있었는 데, 분할된 공간에 잘게 썰린 황비버섯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림잡아 봐도 대충 2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 양에, 소비자들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와, 이 정도면 버섯 큰 거로 2개는 넣었겠는데?"

"이게 겨우 천 원이라고? 말도 안돼. 황비버섯 큰 거 2개면 버섯값만 1만 원은 할 텐데?"

"어머, 이건 사야 돼!"

전국 마트에 1차로 풀린 물량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1만 원짜리를 천 원에 판다는 소문이 빠르게 돌았고, 소비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닥치는 대로 황비버섯라면을 사들였다.

"너 매운 라면은 못 먹지 않아? 그거 매운맛인데?"

"무슨 상관이야. 만 원짜리를 천원에 판다잖아. 일단 사고 나서 생각해 보는 거지."

"듣고 보니 훌륭한 판단의 표본이구나."

"사! 사! 일단 무조건 사고 봐!"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라면 싹쓸이에 나선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신제품 출시 출혈 행사야!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상식적으로 버섯 만 원어치를 넣은 라면을 천 원에 계속 팔 리가 없잖아? 프로모션 끝나면 다시 가격을 원래대로 올릴 거라고!"

"멍청한 놈들! 출혈 세일 행사도 적당히 해야지. 하여튼 우리나라 기업들은 적당한 걸 몰라요!"

"나중에 만 원으로 가격 올리면 이 라면이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라면하고 버섯 따로 사서 끓여 먹는 게 낫지!"

멍청한 신생업체가 시장 장악을 위해 돈을 뿌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미친 듯이 황비버섯라면을 사들였고, 전국 마트에는 물량이 들어오기 무섭게 소진됐다.

라면을 선호하지 않는 주부들도 이 싹쓸이 공세에 가담했다.

"버섯만 쏙 빼서 국물 요리에 써야겠어."

"라면도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이거 진짜 혜자네, 혜자."

"프라임컴퍼니? 대체 얘들은 돈을 벌 생각이 있긴 한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2차로 풀린 물량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싹쓸이되며, 황비버섯라면 대란은 광풍을 이어갔다.

[큼직한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아낌없이 듬뿍 넣은 황비버섯라면, 두가지 맛으로 즐겨보세요.]

프라임컴퍼니가 내놓은 첫 제품, 황비버섯라면은 라면 시장에 큰 파동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발매 첫 1주 동안 기록한 매출액은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120억 원이라고?"

"네, 대충 그 정도는 될 거라고 합니다."

"허어, 일주일 동안 라면 하나로 120억이나 팔아치우다니."

국내 라면기업의 최강자, 태양심.

황비버섯라면의 선전을 예의주시하던 그들은 구체적인 판매 숫자가 나오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20억 원.

물론 태양심이 한 주 동안 팔아치운 라면 매출보다는 떨어지는 수치다.

하지만 단일 상품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지난 한 주 동안, 황비버섯라면이라면의 최강자로 군림했었다는 소리가 되니까.

태양심의 야심작, 국내 라면의 오랜 최강자인 '윤라면'조차 능가하는 수치였다.

"오래 못 갑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에요."

"미친놈들이 점유율 좀 올려보겠다고 말도 안 되는 무리를 쓰는 겁니다. 굳이 대비할 것도 없어요. 시간 지나면 저절로 무너질 테니까요."

"버섯 원가만 7, 8천 원은 할 텐데, 그걸 겨우 1천 원에 판다고요? 자기 목을 조르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임직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조금의 불안한 기색도 없었다.

"분석해 보니까 라면 레시피도 특허 만료된 거 갖다 쓰고 있더군요. 자체적으로 신제품 개발할 능력이 전혀 없다는 뜻이죠."

"자본빨이죠. 황비버섯으로 어떻게 초기 이목을 끌어보겠다는 건 좋은데, 출혈 세일도 적당히 해야 이익이지, 이건 정말 제 살 깎아 먹기밖에 안 됩니다."

"11,000원에 팔아야 할 걸 1,000원에 팔고 있으니, 매출의 10/11만큼 손해를 보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120억 매출? 110억 손실이라고 바꿔 읽어야 맞는 겁니다."

신생업체가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태양심 임직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라도 이 정도 계산은 할 줄 알 텐데, 프라임컴퍼니는 모지리들이 모여서 세운 회사인가?"

"초반 시장 장악하고 나중에 가격올리면 소비자들이 그대로 따라올거라고 생각한 거죠. 정말 멍청한 놈들입니다."

버섯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면 그대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때문에 태양심 임직원들은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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