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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46화 (46/1,270)

프랜차이즈 갓 046화

9장 답답해서 내가 뛰어? (1)

정서희는 투자금 100억 원을 납입했고, 마침내 법인 허가도 정식으로 나왔다.

이제 프라임컴퍼니는 정식 식품회사법인으로 등록이 되었다.

그것도 초기자본금만 무려 265억원이 들어간 신생업체였다.

사장은 전성렬이, 부사장은 정서희가 맡았다.

공장은 JM식품 구공장을 맡았던 공장장이 그대로 유임되었다.

전성렬은 다른 이는 몰라도 공장장만큼은 어떻게든 붙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면서 이직을 막을 수 있었다.

법인 허가가 나오는 날, 전성렬은 어느 때보다 잔뜩 상기돼 있었다.

"드디어 뭔가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군."

"이제 시작이죠. 앞으로 부지런히 굴, 아니, 돌아다니셔야 할 겁니다."

"방금 부지런히 굴러야 한다고 말을 하려다가 급히 뺀 거 같은데?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잘못 들으셨습니다. 아무렴 제가 그럴 리가요."

약간의 문제도 있었다.

농산물 유통업을 도맡아 했던 성렬유통이 졸지에 허공에 붕 뜨게 생겼다.

성렬유통은 전성렬에게 있어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차려서 수십년 평생 동안 가족들을 먹여 살린 업체이니까.

즉 전성렬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래서 처음 전성렬은 프라임컴퍼니가 성렬유통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흡수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수영이 반대했다.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매각 차익을 챙기려는 마음은 전혀 없어. 프리미엄 같은 건 필요 없네. 인수 가격을 회사 가치보다 절하해도 상관없어."

"가격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장님께서 그런 의도로 인수합병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문제는 성렬유통이 하는 일이 프라임컴퍼니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음."

"저도 하 사장님 말씀이 일리 있다고 생각해요. 성렬유통과 프라임은 사업이 전혀 맞지가 않아요. 딱히 시너지를 낼만 한 요소도 없고요."

이제는 한 식구가 된 정서희가 하수영 편을 들고 나섰고, 전성렬은 고민에 잠겼다.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다만 분신이나 자식 같은 존재인 성렬유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던 것이다.

"내가 성렬유통을 계속 맡아서 운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직원 중에 믿고 전부 맡길 만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성이나 신뢰의 문제가 아니었다.

연륜과 경험의 문제였다.

맡기려고 한다면 맡길 만한 직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완전히 신경을 끄고 맡기기에는 다들 뭔가 부족했다.

"그냥 다른 농산물 유통업체에 팔아버리시는 건 어때요? 적당한 차익도 챙기고, 여러모로 사장님께 득일거 같은데요."

정서희가 제안했지만, 전성렬은 마음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수영이 매각 의견에는 반대하고 나섰다.

"전 반대입니다. 성렬유통이 지금은 계륵이긴 하지만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해요."

"하 사장님도 내키지 않으셨잖아요?"

"프라임컴퍼니가 흡수한다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거지, 성렬유통이 아주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을 생각해 보시죠."

"아, 그렇네요."

"어차피 마케미야투자에 일 년 동안 송이버섯도 납품해야 하고, 나중에 제가 키운 다른 농산물도 유통하고 그러려면 유통회사는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 규모로는 곤란하니까 몇십 배 이상으로 덩치를 키워야 죠."

"그럼 어떡하나? 합병도 안 되고, 매각도 안 되고, 그렇다고 믿고 맡길 만한 사람도 없고, 방법이 없잖은가?"

"일단 가장 믿을 만한 직원 한 명을 골라서 맡겨 보시죠. 사람 하나 키운다고 생각하시고요. 운영하다가 조금 손해 보고 그러면 어떻습니까? 뒷돈만 안 챙기면 되죠."

하수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전성렬은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리면서 머릿속으로 검증에 나섰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되겠어."

"그 정도입니까?"

"내 잘못이지. 내가 애초에 후계자 키운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어서, 완전히 나 중심의 원맨팀이거든. 내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정확히는 사장님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내부에는 없다는 거네요."

"그렇지."

애초에 전성렬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고, 직원들은 말 그대로 고용 직원일 뿐이었다.

그들은 월급을 받고 사장이 시키는 일만 잘 해내면 그만이었다.

한 업체를 맡아서 운영해나갈 만한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갖고 있지 않았다.

"곤란하네요. 프라임컴퍼니는 몰라도, 저한테 농산물 유통회사는 정말 필요한 건데."

어차피 나중을 생각하면 유통회사는 있어야 한다.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그래도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이 축적된 성렬유통을 키우는 게 훨씬 낫다.

"사장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방법이 있을까?"

"성렬유통을 제게 넘기세요."

"자네가 직접 맡아서 운영하려고?"

"아니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제 골치 아픈 경영 같은 건 안 하려고요. 소유권만 갖겠단 겁니다. 대신 성렬유통을 대신 맡아서 운영해줄 사람을 찾아봐야죠."

전성렬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수십 년 동안 몸을 바친, 분신이나다름없는 회사다.

자신의 가족들을 지금처럼 편히 먹고살게 만들어준 고마운 녀석이기도 했다.

그런 놈을 매각한다는 것 자체도 속이 쓰릴 일이다.

하지만 하수영이라면?

'하 사장이라면 괜찮지. 믿을 만하지.'

"그렇게 하지."

"전문가들 불러서 감정 평가 받고, 최종적으로 산출된 가치에 프리미엄 20% 얹어서 제가 매입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 친구야. 우리 사이에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돼. 그냥 적당한 가격에 내가 넘기지. 만 원에 넘겨도 난 상관없네."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더욱 확실히 해둬야 뒤탈이 안 나는 법이에요."

'식품회사인 프라임컴퍼니가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모양새가 별로지만, 두 개가 그룹으로 서로 묶이는 것은 상관없지.'

"참고로 회사명은 변경할 거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알았네. 뭐로 바꿀 건가?"

"프라임유통컴퍼니요."

"뭐, 뭣?"

전성렬은 순간 눈을 크게 치켜떴다가, 갑작스럽게 웃음이 크게 터졌다.

"푸하하하!"

실컷 웃고 난 전성렬은 묘한 감동에 젖은 눈으로 말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인데? 성렬유통 따위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좋아."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어차피 저도 슬슬 기업농업으로 전환할 때가 됐어요. 농장 규모가 너무 커지고 있었거든요."

"그럼 앞으로 황비버섯은 자네가 아니라 프라임유통 컴퍼니를 통해서 납품되겠군."

"네, 그렇게 될 겁니다."

하수영은 곧 전문가들을 불러서 성렬유통의 정확한 가치를 산출해냈다.

송이버섯, 황금비단우산버섯이라는 포인트는 제외하고 산출한 가치였기에, 그 가치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연 매출 90억짜리 농산물 유통회사, 딱 그만한 수준에 어울리는 가치였다.

지금 와서는 하수영이나 전성렬에게 그리 큰돈도 아니었다.

"이 회사는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난 뒤 하수영이 그렇게 말했고, 전성렬은 껄껄웃으며 손을 잡았다.

"내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해 온 놈이야. 앞으로 잘 부탁하네."

"네, 물론이죠."

'사장님은 어차피 다시 돌아오셔야 할 겁니다.'

물론 그 말은 겉으로 꺼내지 않았다.

지금은 라면식품업을 궤도에 올리는 게 우선이기에, 전성렬을 프라임컴퍼니로 보냈다.

하지만 전성렬은 라면제조와는 맞지 않은 인물이다.

수십 년 동안 유통에서 축적된 연륜과 경험을 뭐하러 내다 버릴 필요가 있는가.

프라임컴퍼니가 자리를 잡고, 프라임유통컴퍼니의 규모가 커지면, 그를 다시 사장으로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궁극적으로 농산물 유통은 전성렬사장님이, 식품회사는 정서희 사장이 맡아서 하면 되겠군. 아주 딱이야."

하수영은 자신의 계획이 차곡차곡맞아떨어져 나가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나저나 신어란 말에 정말 설겠는데, 그게 갓 피쉬가 아니라 갓 랭귀지였다니. 이쯤에서 수산물 아이 템도 딱 하고 생겨나면 얼마나 좋… 아니, 잠깐만?'

하수영은 번뜩이는 생각에 잠시 멈칫했다.

'엘릭서로 농작물만 키우라는 법이 어딨어? 생선도 충분히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좋아, 나중에 여유 되면 한번 해봐야겠다. 지금은 농작물 재배에 쏟을 양도 부족하니까 참기로 하고.'

* * *

박기수는 요즘 들어 정신이 없었다.

송이버섯 관련 내용을 알아내지 못해 친구 이원재는 서해식품에서 부장한테 된통 깨졌다.

덕분에 송이버섯 유통 아이템을 들고 당당하게 서해식품으로 이직한다는 그의 꿈도 박살 났다.

이제는 자신과 이원재 간의 커넥션이 노출되지 않을까 몸을 사려야 할 판이었다.

다행히 사장 전성렬은 물론이고 직원들 어느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송이버섯 유통 탈취 건은 겉으로 드러난 적이 없으니..

이제 자신과 이원재만 입을 다물면 된다.

회사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마케미야투자에서 1년 치를 선금으로 싹쓸이하다니. 정말 엄청난데."

"그 계약 한 방으로 102억인가 벌었다잖아."

"와, 우리 회사 연 매출이 90억인데, 102억이라니."

"내가 이 회사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난생처음으로 성과급이란 걸 받아본다. 다들 하수영 사장님 얼굴 보면 절 한 번씩 해라."

수십억을 쥔 전성렬은 기분이 좋아서 모든 직원에게 각자 300만 원씩 성과급을 나눠주었다.

송이계약 체결에는 사실 직원들 기여라고 할 만한 게 없지만, 이럴 때 인심을 써야지 언제 쓰냐고 하면서.

그러던 중 서해식품에서 황금비단 우산버섯 100억 원어치를 사가는 일이 발생했다.

혹시 친구가 관여했나 싶어 고개를 빼고 알아봤지만, 다른 부서에서 벌인 일이었다.

-기수야, 너 때문에 나 부장님한테 단단히 찍혔다.

"미안하다. 나도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하다못해 황금비단우산버섯만이라도 알려줬어야지. 그거 우리 부서에서 추진했으면 내가 체면을 좀 복구했을 텐데.

"그건 나도 몰랐어."

그렇게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도중, 별안간 느닷없는 소식이 들려 왔다.

"야, 들었어?"

"뭐가?"

"하수영 사장님이 우리 회사 샀대."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사장님이 우리를 왜 팔아?"

"정확히는 하수영 사장님하고 우리 사장님하고 동업해서 식품회사를 차렸는데, 우리 사장님이 그쪽 경영을 맡고 하수영 사장님이 우리 유통회사를 맡기로 한 건가 봐."

"그럼 동업 관계가 더 끈끈해진 거구나. 다행이다."

사실과는 조금 달랐지만, 직원들은 대체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근데 하수영 사장님은 유통 경험전혀 없지 않아?"

"없지. 아마 우리 중에서 누구 한 명 승진해서 월급사장 노릇 맡기지 않을까?"

"월급사장이라……."

다들 그렇게 꿈에 부풀어 있을 때, 하수영이 모든 직원들에게 통보를 돌렸다.

-승진 면접을 보겠습니다.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분께는 프라임유통컴퍼니로 사명이 바뀌는 우리 회사의 사장이나 임원 자리를 맡기겠습니다.

아직 조그마한 규모의 유통 회사이지만, 이제 본격적인 확장을 앞두고 있는 게 누가 봐도 훤하다.

10년 이상 된 고참 직원들은 꿈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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