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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8화 (18/1,270)

프랜차이즈 갓 018화

4장 수출도 갑질이 되나요? (3)

월 공급량은 500kg이지만 백두호텔에도 납품을 해야 하니, 일본 수출에 돌릴 수 있는 물량은 400kg 정도다.

국내 유통망을 유지하는 것도 전성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이상 물량을 줄일 마음은 없었다.

한편 직원들은 속으로 살짝 놀라워했다.

'우리 하 사장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누가 들으면 우리 사장님이 그 친구 앞에서 을인 줄 알겠네.'

'아니, 을이 맞나? 송이는 그 친구가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으니까'

'을 맞네. 그 친구는 갑 맞고.'

다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는 와중에, 박기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서해식품을 한번 만나볼까요?"

"기수 네가?"

전성렬은 마땅치 않다는 듯이 반문했다.

네가 만나서 뭐가 달라지겠냐는 의미가 명백했다.

"사실 제가 말씀을 안 드렸는 데…… 서해식품 수출관리부에 제 친구 하나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야?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 친구도 이직한 지 얼마 안 됐고, 그동안 우리가 서해식품이랑 얽힐 일도 딱히 없었잖아요."

"근데 그 친구를 만나서 해결이 될까?"

"솔직히 사장님 이 조건에는 절대 안 하실 거잖아요. 차라리 다른 업체를 알아보거나 아니면 맨땅에 헤딩을 하면 했죠."

"그렇지."

"우리가 친 배수진 한번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너무 대놓고 보여줘서 대기업 심기 상하게 할 필요는 없으니, 친구 통해서 부드럽게 돌아가자는 거죠."

"좋아, 그럼 기수 네가 한번 만나 봐라."

박기수는 곧바로 서해식품 본사를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받은 수출담당 친구가 나와서 반갑게 맞이했다.

커피를 뽑아서 자리에 앉기 무섭게 친구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우리 사장님은 반쯤 넘어온 거 같은데. 이제 송이 쪽만 약 잘 치면 될 거 같다."

"스무 살이라며? 대충 좋은 조건 내밀고 우리 회사 이름 좀 팔면 우습지, 뭐."

"잘해야 한다."

"근데 하수영인가, 그 친구는 대체 어디서 송이를 가져오는 거야?"

"아무래도 철 상관없이 송이가 잘자라는 산을 갖고 있는 거 같아. 너희 회사에서 어떻게 조사할 수 없냐?"

"그런 거 알아내려면 본사에서 나서야 할걸. 우리 회사는 그룹 방계 중의 방계라서 그럴 능력이 안 돼."

친구, 이원재는 깍지를 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빛냈다.

"달에 송이 500kg이면, 일본에 경매로 팔면 못해도 7억은 하겠네. 그 친구 몫이랑 이것저것 떼고 나면 월에 2억 정도 남겠어."

"처음에는 50㎏이었다가 우리 사장님이 좀 믿을 만하다 싶으니까 500kg으로 올린 거야. 내 보기에 500kg이 전부가 아니야. 더 올릴 수 있어."

"기수야, 이거 진짜 너 믿고 추진해도 되는 거지?"

"야, 따지고 보면 네가 손해 볼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리스크는 내가 훨씬 크다."

"알지, 인마. 걱정 마. 이거 잘 되면 내 자리를 양보해서라도 너 우리 회사 들어오게 해줄게."

"잘해야 한다, 진짜."

박기수는 흐릿하게 웃었다.

그는 하수영이 송이를 대체 어디서 가져오는지 내내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봐 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의심을 할 게 아니라 손을 뻗어야 한다는 것을.

활용하기에 따라서 자신에게 좋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그래, 나라고 언제까지 이런 조그만 영세업체 직원으로 썩고 있을 수만은 없지. 경력직으로 서해식품 들어가서 한 10년 일하면서 인맥 쌓고 나와서 나중에 독립하면…….'

분홍빛 미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박기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을 생각했다. 가계부를 들여다 보며 한숨짓는 아내를 떠올렸다.

"기수야, 부장님 결재 떨어졌어. 오늘 바로 가서 하수영 그 친구와 협상한다."

"너무 티 나지 않게 해. 남이 작업치는 거 알게 되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어디까지나 그 친구가 욕심이 나서 스스로 선택을 하게 만들어야 해."

"걱정 마. 나도 내가 이래 봬도 대기업 차장이야."

***

하수영은 모바일 계좌 잔액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219,873,992원]

2억 2천만 원이 살짝 안 되는 금액.

전부 송이버섯을 팔아서 번 돈이다.

"이제 슬슬 사업자 신고도 해야겠네. 세금 폭탄 피하려면 이 돈도 빨리 설비투자로 써버려야 하고, 개인사업자 하지 말고 곧바로 법인으로 건너뛸까?"

몇 달 만에 2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

하지만 청담동 건물주라는 꿈을 이루기에는 요원하다.

"이걸 종잣돈 삼아서 다른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말이야."

하수영은 언제까지 송이만 팔 생각은 없었다.

"송이도 팔고, 황금비단우산도 팔고, 다른 것도 팔고 그래야지. 한 우물만 파서 언제 청담동을 내 걸로 만드냐고"

송이버섯이라는 우물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슬슬 두 번째 우물을 준비해야 할 때였고, 하수영은 황금비단 우산버섯을 그 아이템으로 삼았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기왕이면 아주 큰 산으로 하는 게 두고 두고 좋겠지."

결심을 굳힌 하수영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부동산중개사였다.

-아이고, 사장님.

"네, 접니다. 전에 부탁드린 건 알아보셨어요?"

-경기도 외곽에 좋은 매물이 몇 개 있어요. 완전 깡촌이긴 한데 귀농하신 분이 시골 생활 못 하겠다고 모두 정리해서 서울 돌아가는 거라 매물이 무척 쌉니다.

"그래요?"

-네, 10만 제곱미터짜리 산인데 9.1억 원에 나와 있습니다.

'헉! 9억이라고?'

-평당 3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인데, 이 정도 조건의 산이면 아주 좋은 겁니다. 큰 도로도 인접해 있고요. 이런 산은 보통 평당 4만 원, 비싸면 5만 원까지도 갑니다.

"9.1억이라……."

-산 입구에 3층짜리 신축 단독주택도 있습니다. 지은 지 2년도 안된 겁니다. 정원도 아주 넓고 무슨 재벌 회장님 별장처럼 지어놨어요.

전기수도통신도 문제없게 해놨고요.

"매물은 좋네요. 근데 제가 그 정도 여력은 안 돼서……."

-혹시 얼마까지 동원 가능하신가요?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는 2억 2천만 원 정도입니다."

중개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했지.'

물론 하수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라고 잠자코 망신을 당할 마음은 없었다.

"이건 말 그대로 지금 당장이고요, 넉넉히 3, 4개월 정도면 남은 잔금은 무리 없이 치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아, 정말이신가요?

그제야 중개사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아유, 우리 사장님 현찰 동원력 짱짱한 사업 하시나 보네요. 진작 말씀하시지.

"농사를 좀 짓고 있어서요. 알짜배기 작물을 내다 팔고 있어서 다달이 현찰은 좀 만집니다."

-아하, 그래서 산을 매입하시려는 거구나.

"그나저나 가격 흥정은 가능한가요?"

-아…… 그거는 좀 무리인 거 같은데요. 지금도 워낙에 좋은 가격으로 내놓은 산이라서요.

"세상에 흥정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원래 이런 큰 산 같은 건 거래도 잘 안 되잖아요. 저야 다른 산 또 찾아 나서면 되지만 산주분은 힘들 텐데요. 거기, 개발 예정도 전혀 없죠?"

-잠시만요. 제가 산주분과 통화 한번 해볼게요.

통화가 끊어지고 약 20분 뒤에 중 개사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8억 8천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음, 저도 그동안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네?

중개사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어렸다.

그사이에 마음이 변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된 것이다.

"매매가는 9억 1천 그대로 하되, 계약하자마자 제가 바로 산을 이용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건 좀…

"제가 그 산에서 키우려는 작물이 3, 4개월 뒤면 철이 지나서 그래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해요. 그 대신 계약금은 2억 원에 맞춰드리고, 매매가도 안 깎고, 잔금도 4개월 안에는 문제없이 치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5분 안에 다시 연락이 왔다. 목소리도 무척 밝았다.

-산주분이 그렇게 하자고 하십니다. 계약서는 언제 쓸지 물어보시는데요?

"전 지금 당장에라도 괜찮습니다."

-아, 그럼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산주분도 지금 서울에 계시니까 바로 오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 서울에서 좀 많이 외곽이에요."

-괜찮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홀가분해져서 폰을 내려놓는데, 바로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모르는 번호였다.

"네, 하수영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수영 사장님.

저는 서해식품 이원재 차장이라고 합니다. 사장님께서 일본에 송이버섯 수출을 준비 중인 것 때문에 연락드렸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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