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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7화 (17/1,270)

프랜차이즈 갓 017화

4장 수출도 갑질이 되나요? (2)

"뭐? 1톤? 일본에 수출한다고?"

"그렇다고 들었어. 제철도 아닌데 송이가 1톤이나 어디서 난다고, 냉동은 일본에 잘 팔리지도 않을 텐데."

애초에 일본에 팔릴 만한 특상품송이는 그 해에 전부 팔려 버려서 냉동 보관할 만한 게 없다.

냉동으로 장기 보관하는 송이는 중 급 이하의 등급이다.

다만 등급이 낮다고 해서 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송이의 등급은 모양이 얼마나 완벽하게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네, 그 이야기 어디서 들었어? 자세히 좀 말해 봐."

정재민은 친구의 다급한 태도에 의아해하면서도 아는 대로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성렬유통이라고 조그만 농산물유통업체가  하나 있는데"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마케미야는 괜히 언성을 높였다.

"아니, 자네는 왜 그걸 지켜만 보고 있어?"

"내가 송이를 1톤이나 사서 뭐하게?"

"뭐 하기는? 자네 밥집 사장이잖아?"

"이친구야. 우리는 특상품 송이는 필요 없어. 송이가 들어갈 만한 식품들은 그냥 중하급 냉동 송이 갈아서 쓰면 그만이고."

"그런 마인드니까 자네가 평생 즉석식품만 만들어 파는 거야. 야망이 없어, 야망이."

"송이 겨우 1톤 일본에 팔아봐야한 매출 10억 원이나 되나? 그거 매출 잡자고 나서야 돼? 우리 회사 매출이 그래도 1조 원이 넘어, 1조원이."

"됐고, 성렬유통인가 하는 곳 연락처나 좀 줘봐."

"그건 뭐하려고?"

"할 게 있으니까 좀 줘봐."

정재민은 부하 직원에게 연락해서(주)성렬유통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마케미야는 전화번호를 폰에 저장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친구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여기서 내 지병약을 만든단 말이지?"

* * *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아버지!"

-프랜차이즈 갓은 널리 온 우주에 복을 나눠주는 존재지, 복을 받는 존재가 아니란다.

"어디까지나 저의 사의와 효심을 듬뿍 담은 표현입니다. 디테일한 건너무 따지지 말자고요."

-뭐,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하루에 한 방울 이상은 절대 안 된다. 까딱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럼요, 아버지."

며칠에 걸친 지루한 2차 협상 끝에 하수영은 쾌거를 이루었다.

하루 열 방울로 늘어났던 엘릭서를 그냥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받기로한 것이다.

은하신목이 장고 끝에 승낙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개방 조건을 살펴보니까 적어도 네가 30년은 복용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더구나. 하루 열 방울로는 안 되겠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능한 많은 양의 엘릭서를 추출하기로 했다.

본신이 아바타에 걸어놓은 제약 때문이라는 것이다.

엘릭서를 30년 정도 꾸준히 복용 해야 잠겨 있는 다음 교육 과정이 개방된다는 것.

"아예 30년 치를 지금 한 번에 미리 다 꺼내놓으면 안 되나요?"

-설마 그 정도 안전장치도 없을 것 같으냐? 당연히 내 본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바로 지구로 달려올 거다.

"그거 괜찮은데요? 아버지 얼굴도 볼 수 있잖아요."

-녀석, 그렇게까지 내가…….

"그럼 제대로 아버지와 딜해서 청담동 건물 몇 개 받아내야겠어요. 분명히 꽁쳐 놓은 돈이 있을 거야."

-……잠시나마 감격한 내가 한심하구나.

"자, 그럼 엘릭서를 주시지요."

-물통이나 가져와라.

"옙, 여기 있습니다."

하수영은 두 손으로 커다란 물통을 공손히 받쳐 든 채 내밀었다. 머리는 한껏 정중하게 숙인 자세였다.

마치 노예가 주인이 내리는 하사품을 받아드는 것처럼 무한한 복종심이 가득한 태도다.

물통을 향해 손처럼 뻗은 나뭇가지 하나가 파르르 떨렸다.

아들의 저런 태도가 한심하게 느껴진 것일까.

-무슨 사면장이라도 받아? 앞으로 프랜차이즈 갓이 될 녀석이 왜 이리 일말의 자존심도 없는 거냐?

"아버지, 10조 분의 1의 확률을 감히 미천한 소자가 어찌 뚫을 수 있겠습니까."

-겨우 10조 분의 1밖에 안 되거늘!

"소자는 그저 우주에서 가장 존귀하신 아버지 앞에서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뿐이옵니다. 자, 어서 엘릭서를 내려주시지요."

한숨이라도 쉬듯 잠시 비틀거리던 나뭇가지는 곧 빈 물통에 엘릭서를 가득 채워 주었다.

"그럼 아버지,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세요."

하수영은 희희낙락해서 돌아갔고, 한참을 침묵하던 은하신목이 조용히 탄식했다.

-청담동 시세가 언제 그렇게 오른 거지…….

아들이 청담동 건물주가 되면 주신 학습에 좀 더 열의를 가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모른 체하며 엘릭서를 하루 열 방울로 늘려 주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고심 끝에 거짓말까지 덧붙이면서 엘릭서를 퍼준 것이다.

-저 녀석, 이렇게 많이 주는데 그래도 설마 일주일에 한 방울은 먹고 있겠지?

아들 하나 잘 키우기 정말 힘들다.

* * *

전성렬은 일본 경매 수출을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알아보는 중이었다.

하수영은 한 달에 500kg 이상은 꾸준히 공급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판매를 위한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송이버섯은 일본에서 미식 가들 사이에서 지극히 인기가 높아, 판매로를 개척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날강도 같은 놈들!"

하나같이 후려치려고만 해서 그렇지.

처음에는 일본에 식자재를 수출하는 국내 유통업체를 알아봤다.

유통업체는 이미 백두호텔에 송이 버섯을 꾸준히 납품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선심 쓰듯이 거래를 제안했다.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달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지금 시기면 일본에서 ㎏당 적어도 150만 원 이상은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수출업체는 자사의 일본 유통망을 이용하는 대신, 수익의 30%를 요구했다.

수출 물량이 너무 적어서 자기들이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유통업체가 일본 기업들과 거래하는 규모가 연간 1,000억 원 이상이었으니.

"그래도 경매 수수료를 30%나 달라니, 이런 식의 조건은 들어보지도 못했어. 하,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기들 아니면 우리가 일본에 송이를 내다 팔기 마땅치 않다는 걸 아니까 저러는 거죠."

직원 박기수가 살며시 이를 갈듯이 맞장구를 쳤다.

"솔직히 그렇잖아요. 우리가 일본에 아는 업체가 있어요,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요, 일본 시장뭐 아는 게 있어요? 수출 경험도 전혀 없으니 선박편 이용하려 해도 뭐해야 하는지 완전 깜깜하잖아요."

"기수야, 맞는 말이긴 한데 은근히 맘 상하는구나?"

"에이, 사장님이 현실 파악이 빠르신 거죠. 그냥 무식하게 맨땅에 헤딩했다가는 일 단단히 꼬일 게 눈에 훤하니까, 경험 많은 업체 끼고 들어가시려는 거 아닙니까."

문제는 상대도 그걸 알기에 말도 안 되는 강짜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놈의 대기업의 횡포, 아니, 전 세계에 D램 팔아먹어서 그렇게 돈도 많으면서 대체 왜 농수산물 유통까지 진출해서 서민들 등골을 빨아먹냐고."

"사장님, 서해식품은 서해전자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데요. 같은 서해 그룹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지 완전 방계 중의 방계입니다. 진골은커녕 6두품 끝자락에 겨우 턱걸이한

"아무튼 됐고, 어떡하면 좋을지 다들 말 좀 해봐라."

"국내에서 쌀감자 근근이 팔아서 입에 풀칠하는 저희가 이런 판단을 어떻게 합니까."

"쌀감자라니! 근근이라니!"

전성렬이 펄펄 뛰었고, 박기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장님, 상대는 대기업이에요. 우리 같은 구멍가게하고는 겸상도 안하려고 합니다. 협상이 어디 제대로 되겠어요?"

"그래서 경매 수익의 30%나 떼주자고? 한 달에 400㎏이면 못해도 6억은 떨어져. 그놈들이 앉은 자리에서 1.8억이나 가져가는 걸 보고만 있자는 거야? 이 정도도 해결 못하고 호구 잡히면 우리 하 사장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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