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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3화 (13/1,270)

프랜차이즈 갓 013화

3장 필요한 인맥일까? (6)

김효산은 마음이 다급했다.

"송이, 들어왔어?"

"네, 식자재팀에서 연락 왔습니다. 오늘 10kg 새로 들어왔대요."

"10kg… 아쉽지만 그거라도 들어온 게 어디야."

썩 만족스러운 물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성렬 사장이 약속은 잘 지키고 있어서 김효산은 안도했다.

"오늘 마케미야 사장님 예약 있는거 알고 있지? 다들 차질 없이 준비해."

"예, 총주방장님."

주방 분위기는 이미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마케미야 사장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효산은 부리나케 나가서 인사를 마치고 왔다.

"마케미야 사장님 기분은 어때요?"

"오늘따라 무척 좋아 보이시던데."

"다행이네요. 지병 다시 도졌다고 하셔서 가라앉아 계실 줄 알았는데."

"원래 큰 사업하시는 분이잖아. 안좋은 감정 오래 끌고 가지 않으신다고, 자자, 요리나 빨리 준비해."

그날따라 마케미야 사장은 평소보다 더욱 송이버섯 요리를 극찬했다.

마케미야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레스토랑을 찾는 VIP들은 특등품자연산 송이버섯 요리에 흠뻑 취한 상태였다.

"김 쉐프, 나도 원래 송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여기 호텔에서 나오는 송이는 뭔가 달라."

"식감이나 향도 그렇고, 뭔가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우월함이 있어. 내가 특품 송이버섯 한두 번 먹어본게 아닌데, 여기 송이는 특품을 넘어서 유니크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게 있다고."

"이제 다른 데서 송이버섯 요리는 절대 못 먹겠어."

"대체 이 송이버섯은 어디서 나는 거예요? 지금은 송이 제철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냉동 송이가 이렇게 좋은 맛을 유지할 수는 없을 텐데…"

"감사합니다."

손님들의 칭찬에 김효산은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덧 비제철 특품 송이버섯 요리는 서해호텔 한식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오죽하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자기들도 송이버섯을 나눠달라며 요구를 해오기도 했다. 물론 김효산은 프렌치 레스토랑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리 쓸 물량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그리고 김효산은 식자재구매팀장에게도 신신당부 겸 경고 섞인 말을 했다.

"내가 전성렬 사장 직접 찾아가서 설득해서 따낸 물량이니까 다른 데로 돌리면 안 됩니다. 우리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입점한 다른 요식업체는 물론이고, 서해호텔 말고 팀장님이 개인적으로 아는 다른 가게도 안 돼요."

마지막에는 은근한 경고도 첨부했다.

"나도 식자재 납품라인 통째로 바꾸고 싶지 않아요. 우리 편안하게 갑시다, 예?"

당신이 기존 납품업체한테 많이 받아먹는 걸 알고 있다.

송이버섯 물량 건드렸다가는 그거 다 들춰서 납품업체 라인을 바꿔 버릴 거다.

식자재구매팀장은 말뜻을 분명하게 알아들었다.

상류층 손님들 사이에서 송이버섯요리가 소문이 나면서, 예약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서해호텔 한식 레스토랑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즐거운 비명이 괴로운 비명으로 변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총주방장님! 지금 송이 물량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대로는 이거예약 다 못 받아요!"

"저번에 들어온 물량은 다 어디 갔어?"

"이번 주 내내 홀이 만실이었잖아요. 당연히 전부 다 썼죠."

"총주방장님, 성렬유통에서 들어오는 물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요. 원래도 시원찮았는데 갈수록 줄고 있어요."

"안 되겠어. 내가 전화 한번 해봐야겠어."

송이가 제철이 아닌 것은 안다.

성렬유통이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설명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전화를 해서 사정이라도 해야지.

-아, 저희도 어렵습니다. 아시잖아요. 지금 송이가 제철이 아닌 거. 저희도 정말 힘들게 확보한 겁니다.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여기 사정이 매우 촉박합니다. 귀한 분들이 소문 듣고 예약을 엄청 넣고 계세요. 어떻게 조금이라도 물량을 구할 수 없을까요?"

-휴, 한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물량 확보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성렬 사장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온화하게 이쪽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김효산은 거기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러나 충격적인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총주방장님, 그거 들으셨어요?"

"뭐? 이번엔 또 뭔데?"

주저주저하는 후배 정석우의 표정에 김효산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백두호텔에 있는 제 친구한테 좀 전에 들은 이야깁니다."

"뭔데? 빨리 말해. 나 숨 넘어가기 전에."

"특급 자연산 송이버섯 100kg이 한 번에 들어왔다고, 레스토랑 찾은 모든 손님들한테 송이버섯 서비스요리 쫙 다 돌렸다고 하던데요?"

"뭐야?"

김효산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쟁호텔에 특급 자연산 송이버섯이 100kg이나 들어갔다고?

지금이 제철이었다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냉동이 아니고서야 돈 주고도 송이를 못 구하는 비시즌기간이다.

자연히 김효산은 성렬유통으로 생각이 미쳤다.

"그 송이 어디서 납품받은 건지 혹시 알 수 없어?"

"저도 거기까지는 못 들었어요. 나중에 친구한테 한번 슬쩍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물어볼 순 없나?"

"친구가 단톡방에 송이 100kg 들어왔다고만 하고 지금 잠수 중이라 서요. 아마 바쁜가 봐요. 홀에서 아직 짬이 덜 찬 친구다 보니."

"듣는 대로 바로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선배."

김효산은 초조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전성렬한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지금 그걸 물어봐서 뭐하게?'

백두호텔 한식 레스토랑은 라이벌중의 라이벌이다.

여기 레스토랑이 작년 미쉐린 3스타를 따내고, 그쪽 레스토랑은 2스타를 따낸 이후, 경쟁의식은 한층 과열되었다.

국내 최고의 호텔 한식 레스토랑이라는 자부심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못 구해서 안달이 송이버섯이 그쪽에 100kg이나 들어갔다고?

'제발, 설마, 아니길. 냉동일 거야. 틀림없어. 아니, 냉동이어야만 해. 지금 이 시기에 자연산 송이를 무슨 재주로 구해?'

정석우가 친구와 연락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답이 왔다.

"선배, 아무래도 우리가 당한 거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성렬유통에서 납품한 거 맞대요. 업체 사장 이름도 전성렬이라고 했습니다."

김효산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맑게 허허 웃던 전성렬의 표정이 생각났다.

"여기 좀 잠시 맡아 줘. 나 전화 좀 하고 올게. 식자재 문제야."

"네, 다녀오세요."

부리나케 주방을 나선 김효산은 전 성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안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 신호가 몇 번 울리기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네, 총주방장님. 전성렬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김효산입니다."

-네,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나요.

전성렬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경쾌했다. 음색만 보면 자신이 상황을 오해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효산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게 다름이 아니라…… 우리 호텔에 송이버섯은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 해서요."

-아, 죄송합니다. 지금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서요. 물량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납품하겠습니다.

"오늘 백두호텔에 송이 100kg이 납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아시는 바가 없으신가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시 머뭇거릴까, 당황할까, 아니면 시치미를 뗄까.

전성렬의 반응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아, 그거는 저희 업체에서 납품한 겁니다. 이 시기에 자연산 송이 구할 수 있는 업체가 저희 말고 없잖습니까.

"네? 어떻게 그런……."

아무렇지 않은 밝은 수긍에 김효산이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이런 반응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백두호텔하고 저희 업체가 일괄납품 계약을 맺었거든요. 이번 달부터 송이 말고 다른 모든 식자재도 저희 업체가 납품하기로 했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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