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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11화 (11/1,270)

프랜차이즈 갓 011화

3장 필요한 인맥일까? (4)

전성렬은 낯선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전성렬 사장님 번호가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저는 서해호텔 총주방장 김효산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전성렬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표정도 금세 달라졌다.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그의 굳어진 표정을 보고 얼른 소리를 죽였다.

"아, 총주방장님이시군요. 그런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식자재 납품업체 사장과 특급호텔총주방장.

업무적으로 긴히 연관되어 있지만, 이렇게 직접 통화를 할 사이는 아니다. 전성렬은 서해호텔과 정식으로 약된 납품업체가 아니었으니까.

송이버섯을 납품할 때에도 그 자리에서 바로 계좌이체로 받고 세금계산서를 끊었다. 월 간격 정산 방식이 아니다.

서해호텔에서 언제 내쳐도 이상하지 않은, 있으나 마나 한 업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귀사에서 납품하는 송이버섯 수량 부족 때문입니다. 혹시 언제쯤 입고될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거 때문에 연락 주셨군요."

전성렬은 회색이 돌아서 두 다리를 책상 위에 턱하니 올려놓았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지금은 가진 재고가 없어서요. 다음 납품까지는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금 많이 급합니다. 당장 이번 주 안으로 그 송이가 필요합니다. 호텔 VIP들이 너도나도 그 송이를 찾으셔서요.

"하하, 저희 송이가 좀 특등품이긴 하죠."

-정말 질이 좋은 송이입니다. 제철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특등품을 구하셨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혹시 냉동인가요?

"냉동은 아닙니다. 냉동했다가 해동하면 그런 식감이 나올 수가 없죠."

-분명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종인데 제철이 아니다 보니 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역시 비냉동품이었군요.

"총주방장님의 고충은 잘 알겠습니다. 비록 저희가 서해호텔 정식 거래처는 아니지만, 송이가 구해지는 대로 빠르게 납품할 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김효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전성렬이 의도적으로 '정식 거래처는 아니지만'이라고 억양을 강조한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게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우리 같은 영세 유통업체 업무에 총주방장님께서 신경 쓰실 게 뭐가 있겠습니까. 염려 마시고, 혹시라도 송이가 구해지면 이 번호로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혹시라도'라는 말에 의도적으로 억양이 실렸다.

김효산도 그 위화감을 충분히 눈치 챘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커피 한 잔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아이구, 그러면 저야 영광이지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어느 지역이 편하십니까? 저는 지금 호텔이라서요.

말은 어디가 편하냐고 묻지만, 결국 여기로 오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송이가 급하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본인한테 유리한 쪽으로 키를 튼다.

물론 전성렬은 그 점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만나러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 일이 잘되면 서해호텔을 앞으로 제집처럼 들락날락할 텐데,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는 게 뭐가 대수라고.

"제가 호텔로 가겠습니다. 몇 시에 뭘까요? 저는 지금 바로 출발해도 괜찮습니다만. 1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1시간 후에 뵙죠.

* * *

하수영은 허리를 편 채 뿌듯해서 텃밭을 둘러봤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송이버섯들을 둘러보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흡족하다.

"기분은 벌써 청담동 건물주가 된 것 같네. 아이고, 이 귀여운 녀석들."

엘릭서 수급량이 열 배로 늘어난 이상, 예상 생산량도 한 달에 500kg으로 늘어났다.

그 말인즉슨 이제 한 달 수입이 2억 2,500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일 년이면 27억 원…… 좋아, 청담동 건물까지 이제 한 걸음 성큼 다가구나."

뿌듯해하던 하수영은 돌연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도 참, 그냥 하루에 백 방울, 아니, 천 방울씩 팍팍 주면 얼마나 좋아. 일 년에 27억 원 가지고 대체 어느 세월에 청담동 건물주가 되냐고."

조금 전만 해도 이제 한 걸음 성큼 다가섰다고 좋아하던 것은 잠시 저리 치워두었다.

"27억 원이면 부가세는 없다 치고, 생산비며 인건비며 경비처리 대충 19억 때리고, 추가 공제 넉넉하게 한 1억까지 잡고, 과세표준 대충 7억 되나? 연금보험 해서 일 년에 3,500쯤 낸다 치고, 소득세 2억 8천쯤 낸다 치면, 내 손에 떨어지는 게 대충 23억쯤 되겠네."

하수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연순익 23억이라…… 크다면 크지만, 청담동 건물주가 되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라군. 여기에 생활비도 나가고 차 기름값에, 집 유지보수비용도 나가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하수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는 최소 15년은 걸린다. 그리고 그동안 건물 가치는 더 올라가고 화폐 가치는 더 내려가겠지. 이대로는 안 돼. 돈을 더 불릴 방법을 찾아야 해."

일단 하수영은 채취를 마친 송이버섯 125kg을 집 밖에 있는 간이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그리고 바로 전성렬에게 연락을 넣었다.

"사장님, 접니다."

-오, 하 사장.

전성렬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유독밝았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송이가 준비됐는데, 아무래도 제가 혼자 운반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요. 이제부터는 사장님께서 직원들 데리고 가져가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 양이 많나?

"네, 125㎏입니다. 무게는 상관이 없는데, 아시잖아요. 송이가 부피 꽤 나가는 거."

-……! 125kg이라고? 일주일 사이에 그만큼이나 채취한 건가?

"앞으로 한 달에 500kg씩 꾸준히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허.

이것은 너무 기쁜 나머지 허탈한 웃음소리가 분명하다.

전성렬은 자세히 묻지 않았다.

제철이 아닌 송이의 공급량이 한 달에 500kg으로 갑자기 불어났다.

누구라도 이상하게 여길 만하지만, 전성렬은 질문을 철저히 삼간다.

하수영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

지금처럼 반드시 필요한 질문만 던지는 것 역시.

-한 달에 500kg씩 꾸준히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한 거지?

"예, 물론입니다. 만약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적어도 4개월 전에는 미리 예고를 하겠습니다."

-이거 50㎏일 때하고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데. 500kg이라니,500kg …….

새로운 조커 카드를 손에 넣은 전 성렬이 이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눈에 선하다.

-사실 오늘 서해호텔 총주방장하고 미팅했어.

"총주방장하고요?"

-식자재구매팀하고 의사소통에 충돌이 좀 있나 봐. 나한테 하소연을 하더군. 당장 송이버섯이 필요한데 물량을 구하지 못해서 미치겠다고.

"그렇다고 총주방장이 납품업체에 직접 연락하다니, 그쪽도 어지간히 혼돈과 카오스인가 봅니다."

-자재구매팀장이 서해호텔에서 오래 일했는데, 지금까지 식자재 납품업체한테 받아먹은 게 꽤 많나 봐. 그래서 라인을 바꿔주기 싫어하는 거고,

"사장님은 전혀 모르셨어요?"

-눈치야 진작 가지. 나도 그렇게 사업해 왔는데, 뭐.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조금만 푸쉬하면 납품라인 통째로 가져올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조금이 참 어렵네. 일단 당장 필요한 송이 물량은 공급하기로 했어. 총주방장 체면 봐서 말이야.

"너무 믿지 마세요, 그 사람. 뭐, 어련히 잘하시겠지만."

-걱정 말게. 총주방장이 구매팀장 편을 들지, 설마 내 편을 들겠나? 그 친구는 송이 조달만 되면 만사오케이인 사람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송이 물량이 열 배로 늘었으니, 그전에 못 쓰던 카드를 꺼내야지.

전성렬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서해호텔만 특급인가? 다른 곳도 이제 진짜 제대로 찔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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