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화 (9/1,270)

프랜차이즈 갓 009화

3장 필요한 인맥일까? (2)

다음 날 저녁, 마케미야는 예약을 하고 서해호텔 레스토랑을 찾았다.

김효산은 정석우를 데리고 VIP룸을 찾았다.

"대표님,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십니다."

"김 쉐프 요리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그런가 봐."

"영광입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케미야는 즐거운 표정을 가득 띠고 말을 이었다.

"사실은 좋은 일이 있었어."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거 말해주려고 온 거야. 내 오랜 지병이 나은 거 같아."

"예? 정말입니까?"

"그래. 어제저녁부터 갑자기 볼일볼 때 전혀 아프지가 않더라고. 우연인 줄 알았는데 그다음에 또 화장실 갈 때도 전혀 아프지 않았어. 덕분에 어제 와이프하고 간만에 기분좋게 한잔했네."

"정말 잘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나 신경성 문제라고 하더니, 역시 그 말이 틀리진 않았나 봐. 돌팔이라고 욕한 게 새삼 미안해."

"존스홉킨스 병원에서조차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까요. 역시 신경성 원인이 맞나 봅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송이 요리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스트레스가 싹 날아갔나 봐."

"그럼 또 드시고 기분 좋아지셔야지요. 다행히 오늘도 재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케미야는 평소보다 더 많이, 즐겁게 떠들었다.

그의 활기에 공감된 김효산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화를 받아주었다.

"지병 나은 거 덕분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와이프하고 술 엄청 마셨다니까? 내 평소 주량보다 다섯 배나 마셔서 와이프가 많이 걱정했단 말이야.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엄청 가볍고 숙취도 전혀 없어. 화장실에서 볼일도 잘 봤고, 아, 오랜만에 와이프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네."

마케미야는 눈을 찡긋했고, 김효산은 일부러 과장되게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부탁하네."

"저…… 그리고 양해를 구할 게 있습니다만."

"뭔가?"

"송이가 충분하지 않아서 모든 코스에 넣기는 어렵고, 메인 요리 하나만 조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마케미야는 대놓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김효산은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죄송해서 고개를 숙였다.

"이런…… 송이 넣은 수프도 맛있었고 샐러드도 맛있었고 전복찜도 맛있었는데… 오늘은 전부 건너뛰어야 하나?"

"죄송합니다."

"재료가 없어서 그렇다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언제 재료가 들어올까?"

"아무래도 제철이 아니라서요. 자재구매부를 닦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쉐프, 나중에 송이 재료 들어오면 언제든 연락 주게. 새벽도 괜찮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코스요리를 들었다.

그래도 메인디쉬로 나온 살짝 구운 송이 덕분에 마케미야의 마음이 한결 풀어졌다.

송이 그 자체에 살짝 구운 뒤 천연염으로 간을 한 요리였다. 고기 등 다른 부수 재료는 일절 없는.

하지만 코끝을 사로잡는 강렬한 향과 입천장에 달라붙는 식감 덕분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송이면 일본에 있는 내 친구들이 아주 좋아하겠어. 다음에 송이가 충분히 준비되면 연락 한번 주게. 내가 친구들더러 놀러 오라고 그러지."

"영광입니다. 준비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효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케미야는 일본 사업가 친구들을 잘 데려오지 않는다. 사업가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리 하나 때문에 친구들을 데려오겠다니.

그가 교류하는 친구들이라면 말 그대로 상류층이다. 호텔 오너가 직접와서 접대를 해야 할 판이다.

식사를 마친 마케미야를 배웅한 김효산은 팔을 걷어붙이고 자재구매부를 찾아갔다.

"송이 어떻게 됐어요? 아직도 안들어왔어요? 대체 지금 며칠째입니까?"

"납품업체에 연락을 해봤는데 지금 제철이 아니라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듣고 있어요."

"마케미야 대표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요? 너무 맛있다고, 다음에는 일본 친구분들을 데리고 올 테니 그 전에 꼭 미리 연락을 달라고 하십니다."

"헉, 마케미야 대표님께서요?"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죠? 우리 호텔 오너보다 더 돈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분을 실망시키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하지만 업체가 재료가 없다는데 어떻게……."

김효산은 답답해서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쾅쾅 쳤다.

"연락처 줘 봐요. 내가 한번 해볼게요."

* * *

원인불명의 요도통은 5년 넘게 마케미야를 괴롭혀왔다.

해외 큰 병원까지 찾아가서 많은 돈을 쓰고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

고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마케미야는 더 답답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원인이라도 알면 속이 시원하겠는 데, 모든 게 깨끗하다니..

그럼 볼일을 볼 때마다 요도가 뜯어질 것 같은 통증은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제는 안녕이다.

5년 전, 하루아침에 찾아온 통증은 다시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수년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통증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마케미야는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지고 나서 닷새가 지났을 때였다.

"크으윽!"

여느 때처럼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던 마케미야는 또다시 요도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그만 비명을 질렀다.

완전히 나은 줄 알고 방심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기에, 평소보다 고통이 컸다.

쓰러질 뻔한 것을 참아가며 겨우 볼일을 다 본 마케미야는 허리춤을 올릴 생각도 못 한 채, 멍하니 변기만 내려다봤다.

한참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던 그의 입에서 분노와 좌절감이 흘러 나왔다.

"망할……."

***

기대를 잔뜩 품고 나선 미팅이었지만, 결과는 전성렬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식자재 관리팀장은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송이를 찾을 때는 언제고, 막상 미팅 자리에서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물론 만나자마자 그런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송이버섯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훈훈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전성렬이 다른 식자재도 납품하고 싶다고 슬쩍 말을 흘린 이후였다.

"그건 곤란합니다. 저희도 이미 오랫동안 거래해 온 파트너가 있어서요. 그쪽 라인을 배제하고 사장님과 새로 거래망을 뚫을 수는 없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유감입니다."

말은 죄송하다고 하지만 표정은 차갑다.

속으로는 전혀 죄송하다고 여기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아마 괜히 쓸데없는 말을 꺼냈다고 짜증을 내고 있을지도 모르지.

대한민국 최고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분하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전성렬은 일단 한 발짝 물러나기로 했다.

"송이버섯은 이번 주 안으로 15kg 정도 납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잘 부탁합니다."

"아닙니다. 서해호텔 같은 특급호텔에서 제가 납품하는 식자재를 써주니 영광이죠."

다른 식자재 납품을 뚫어주지 않으면 송이버섯을 납품하지 않겠다고 돌려서 협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하수나 하는 짓.

전성렬은 아쉬운 표정을 은근히 보이면서도 '을'의 태도를 고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품은 불만의 한 조각조차 들키지 않기 위해 표정을 철저히 관리했다.

미팅을 마치고 이틀 뒤, 전성렬은 송이 15kg을 납품했다.

어디까지나 하수영으로부터 매입한 물량의 일부분이었다.

'서해호텔은 잠시 보류하고, 다른 호텔도 한번 뚫어볼까?'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잠시 멈추거나, 혹은 한 발짝 물러나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물론 기대를 아주 놓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서해호텔에서 온 연락으로 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송이 추가 납품은 언제 됩니까?

지금 거의 다 떨어져 간단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저희도 재고가 전혀 없어서요."

-사장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어떻게든 그 송이버섯 확보해 주셔야 해요.

"아시잖습니까. 원래 지금 제철 아닌 거요. 재고가 전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큰일이네요. 미치겠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