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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화 (8/1,270)

프랜차이즈 갓 008화

3장 필요한 인맥일까? (1)

전망 좋은 레스토랑 VIP룸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혼자 앉아서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한 김효산은 공손히 다가가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서 오십시오, 마케미야 대표님."

"아, 김 쉐프, 반갑네."

"오늘도 최고의 신선한 재료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대표님."

"허허, 오자마자 날 너무 설레게 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오늘 김 쉐프 요리 먹을 생각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단 말이지."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물어볼 게 있는데."

"얼마든지 하문하십시오."

"내가 우리 박 전무한테 들었는데, 저번 주에 여기 호텔에서 송이버섯요리를 먹었다고 하더라고, 제철도 아닌데 말이야. 자네도 알잖나. 나 송이 좋아하는 거."

"물론입니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찾아주실 때를 대비해서 매일 재료를 따로 빼두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오늘 최상의 컨디션 송이가 몇 개 들어와 있습니다."

"고맙네. 역시 김 쉐프, 자네밖에 없어."

마케미야 대표는 김효산의 팔꿈치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누구?"

마케미야는 그제야 김효산의 뒤에서 있는, 30대의 남자 요리사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보였다.

"최근 저희 호텔로 이직해 온 친구입니다. 아직 우리 호텔에서 일한 경험이 적어서 그렇지, 머지않아 부요리장을 달 만한 실력이 충분한 친구입니다. 인사시켜 드리려고 데리러 왔습니다."

"오, 그럼 앞으로 김 쉐프 부재중일 때는 이 친구가 대신하게 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효산이 눈짓하자 정석우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정석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요. 혹시 오늘 이 친구 요리도 한번 먹어볼수 있을까?"

"그럼 오늘 코스에 이 친구 요리를 두 개 정도 넣겠습니다."

"그렇게 해."

김효산은 다시 한번 정중히 인사하고, 정석우를 데리고 VIP룸을 나섰다.

주방으로 향하면서 정석우가 물었다.

"형, 저분은 누구예요?"

VIP라는 것을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이름은 일본 사람인데 우리나라 말을 왜 저렇게 잘해요? 발음이 완전 네이티브던데요."

"일본인 맞아. 국적만."

"국적만?"

"재일교포 2세셔. 조부모님, 부모님 전부 한국인이시지. 일본에서 부동산 사업 크게 성공하셨고 한국에서도 유통사업 하나 크게 벌이셨지."

"아하."

"사모님도 한국인이셔. 일본 사업은 안정돼서 더 손댈 게 없어서 한국 사업에만 집중하시는 거로 알아.

일 년에 거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 머무르시지. 한남동에 자택이 있으시거든."

"엄청 부자신가 봐요."

"도쿄에 부동산이 좀 있으신데, 임대 수익만 일 년에 150억 엔인가 그럴걸. 우리 돈으로 1,500억 원."

정석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까무러칠 것 같은 숫자였다.

"일 년 임대 수입이 1,500억 원? 그럼 대체 부동산 가치가 얼마나 된다는 거예요?"

"아마 4, 5조 원쯤 될 거야. 현재 우리나라에 투자한 돈만 해도 5,000억 원은 그냥 넘는 걸로 알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저 정도면 재벌 아닌가요?"

"알아주는 부동산 재벌이시지. 앞으로 절대 실수 없도록 모셔야 한다. 통이 크고 너그러우신 분이라서 웬만한 실수는 눈감아주지만, 그래도 절대 실수해선 안 돼."

"네, 알겠습니다."

마케미야는 화장실을 찾았다.

소변을 보기 위해 벨트를 푸는 그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그는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물줄기가 솟구쳐 나오자 전립선과 요도를 타고 짜릿한 통증이 흐르기 시작했다.

"크윽…!"

그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았다.

볼일을 다 보고 나서도 짜릿한 통증이 잔류했다.

손을 씻으려고 거울을 보자 붉게 변한 이마와 뺨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가볍게 세안까지 마친 그는 물기를 닦고 VIP룸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김효산이 정석우를 데리고 손수 카트를 끌고 룸으로 들어왔다.

"애피타이저는 가늘게 썬 송이버섯과 으깬 감자를 섞어 만든 수프입니다."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군."

공손히 접시를 내려놓고 뚜껑을 제거하던 김효산은 흠칫했다. 마케미야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본 것이다.

"혹시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아, 방금 화장실 다녀와서 그렇다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정석우는 둘의 대화 내용이 의아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마케미야는 스푼을 들면서 즐거워했다.

"아주 맛있어 보이는군. 잘 먹겠네."

"예, 기분 좋게 즐겨 주십시오."

두 요리사는 공손히 인사를 마치고 다시 룸을 나섰다.

문을 닫자마자 정석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형, 방금 그거 무슨 말이에요? 화장실 다녀왔다는데 형이 왜 죄송하다고 그래요?"

"대표님이 지병이 있으시거든. 요도통이 심하셔서."

"아, 그래요?"

"매번 소변보실 때마다 요도가 찢어지는 거 같다고, 그 뭐냐? 아마존인가 어디에는 암모니아 냄새 맡고 사람 요도로 침투하는 기생충이 있대. 소변보실 때마다 그 기생충이 요도를 타고 밖으로 탈출하는 느낌 이래."

"와, 엄청 아프겠다. 근데 저렇게 돈 많으신 분이 그런 거 하나 못고치는 거예요?"

"미국 큰 병원까지 가서 검사도 받아봤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소변볼 때마다 통증이 생기니까 대표님도 미치시는 거지. 화장실 갈 때마다 목숨을 거는 기분이시래."

"잠깐. 그럼 혹시 여자하고…"

"그건 정말 목숨을 내놔야 한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자기는 목숨이 아까운 사람이라고 하셨지. 이거 어차피 우리 주방 애들은 전부 다 아는 내용이야."

"VIP이신데 그런 민감한 내용을 다 공유해도 되는 거예요? 위에서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대표님이 요리사들 붙잡고 먼저 하소연처럼 말씀하시니까. 한번은 우리 주방 애들 전부 다 불러서 회식하면서 술기운에 또 말씀하셨지. 조만간 약주 하시고 너 붙잡고 하소연하실 테니까 그전에 미리 화장실 갔다 와."

"화장실은 왜요?"

"약주 하시면 두 시간 넘게 그 하소연만 하시거든. 취하신 분 앞에서 너 화장실 가고 싶다고 양해 구할 거야? 매번 화장실 갈 때마다 목숨걸고 가시는 분 앞에서?"

정석우는 멍한 얼굴로 이해했다.

"그렇네요. 앞으로 저분 뵈기 전에는 미리미리 화장실 갔다 와야겠다."

"술 드시기 시작하면 그때 미리 가두면 돼. 그나마 술 드시면 통증이 많이 완화돼서 괜찮으시다더라."

"그럼 술 자주 드시겠네요."

"아니, 간이 약하셔서 또 많이는 못 드셔. 와인 반병 정도 비우시면 다음 날 숙취 때문에 머리가 깨지신 대. 아래쪽의 아픔을 위쪽으로 분산시키는 거지."

"……너무 안되셨다."

늘 그렇듯 요리는 전체적으로 흡족한 수준이었다.

특히 메인 요리인 송이산적 구이가 일품이었다.

메인 요리 접시를 깨끗이 비운 마케미야는 무척 만족해하며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요리가 입에 맞으신 모양입니다."

"정말 최고야. 이런 송이는 나도 처음 먹어보는 거 같네. 지금 제철이 아닐 텐데 대체 어디서 이런 송이를 구한 거지?"

"아마 냉동 송이일 겁니다. 저도 어떻게 해동하면 이렇게 자연산을 넘어서는 식감과 맛을 내는지 신기 합니다."

"하긴, 지금 송이 철도 아니니 아마 냉동이겠지."

디저트를 제외한 모든 코스 요리에는 송이가 들어 있었다.

덕분에 마케미야의 만족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고, 김효산도 속으로 흡족함을 느꼈다.

"잘 먹었네."

"감사합니다. 또 찾아주십시오."

계산을 마친 뒤 서울 저택으로 돌아온 마케미야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요의를 느끼고 얼굴을 찡그렸다.

'물도 많이 안 마셨는데 벌써?'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화장실을 찾은 마케미야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벨트를 풀었다.

그리고…

"뭐야? 안 아프잖아? 여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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