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005화
2장 비시즌 송이버섯(2)
전성렬은 그 말에 슬며시 웃었다.
모처럼 뿌듯한 마음이 솟아났다.
"이 친구야, 내가 이 일만 30년 넘게 했어. 이 정도 양은 대충 눈대중으로 얼만지 가늠할 수 있다고, 50kg, 정확해."
"이야, 역시 베테랑. 사장님을 제일 먼저 찾아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리게."
"아닙니다. 저도 같이 가죠. 사장님 돈 뽑으러 가신 사이에 제가 송이에 장난칠 수도 있잖아요. 몇 박스 슬쩍 바꿔치기할 수도 있고."
"그럴 친구 같진 않지만…… 같이 가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몇 개 바꿔치기하는 것보단, 마음 변해서 그 새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잖나."
송이 상자들을 다시 잘 포장한 뒤, 전성렬과 하수영은 곧바로 은행으로 이동했다.
딱 은행이 영업을 시작한 시간이었기에, 전성렬은 현찰 2,300만 원을 인출했다.
대기하는 동안 하수영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보를 캐내려고 했지만, 속 시원한 사실은 얻지 못했다.
"여기 2,300만 원이야. 세어보겠나?"
"네, 잠시만요."
하수영은 꼼꼼히 돈을 센 뒤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50만 원이나 더 주시는 거군요."
"별거 없어. 잘 봐달라는 뇌물이야."
"제가 뭘 더 잘 봐드릴 게 없는데요."
"혹시 다음에 또 저런 거 얻으면 가져와달라고, 내가 잘 쳐서 매입해줄 테니까."
"하하, 그럼 우리는 이제 공범인가요?"
"자네, 정말 불법으로 채집한 건가?"
"사장님. 중요한 건 불법이냐 합법 이냐가 아니라, 지금 송이 철이 아니라는 거 아닌가요?"
묘한 압도감을 주는 눈빛이다. 그 나잇대 또래답지 않은 여유가 넘친다. 그래도 전성렬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네 근데 몇 살이지? 생긴 건 이십대 초반 같은데, 배짱이니 하는 걸 보면 그것보다는 훨씬……."
"스무 살입니다. 00년생이에요."
"……."
"제가 어디 가서 노안 소리는 안듣는데요. 사람들 딱 제 나이로 보는데요."
묘한 자신감이 가득한 태도에 전성렬은 그만 웃어버렸다.
"자네, 나중에 아주 크게 될 사람 같아.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야. 이거 기대가 되는데?"
"별로 크게 살아볼 마음은 없어요.
그냥 청담동에 적당히 예쁘고 세련된 건물 한두 채만 사면 만족하렵니다."
"이런 송이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 7톤만 가져오게. 그럼 청담동 그런 건물 올릴 수 있을테니."
"에이, 그만한 송이를 또 어디서 구합니까. 저도 운이 좋아서 겨우 구한 귀한 송이들인데요."
전성렬은 하수영이 왠지 엄살을 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정이나 눈빛, 능글거리는 말투가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래도 나중에 또 뵐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그러세. 이런 거 찾으면 또 연락주게나."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트럭 운전석에 오른 하수영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며 인사하고는,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멀어지는 트럭을 바라보던 전성렬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저거 수동일 건데, 운전도 안정적으로 잘하네. 젊은 친구가 신기해."
안정적으로 경사길을 올라가는 걸 보면, 운전 한두 해를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수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조수석에 던져 놓은 현금 봉투를 바라보았다. 5만 원짜리 현금다발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왔다.
"하루에 한 방울. 이틀에 두 방울. 사흘에 세 방울."
고대 주신의 전유물.
하루 한 방울씩 꾸준히 섭취하면 언젠가 인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신비로운 성수.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좋은 송이 비료라니까."
송이는 주로 살아 있는 소나무의 뿌리에 달라붙어 성장한다. 수목에서 균근을 통해 영양소를 받아들이고, 칼륨과 인 등의 무기물과 물을 뿌리로 전달한다.
이처럼 수목과 균, 토양의 3자 관계가 잘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송이는 생식할 수 있다.
하지만 송이는 인공 재배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자연적으로만 채취할 수 있다.
그 희소성과 높은 수요, 그리고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싼 가격.
때문에, 송이버섯 인공 재배 방법을 개발하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재배 환경을 조성하는 난이도가 지독하게 어려워서 문제지.
상용화 단서는커녕,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한두 개를 키워내는 것도 무척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엘릭서를 이용하면 다르다.
"토양이고 수목이고 죄다 무시하고 재배할 수 있으니, 진짜 최고의 송이 비료라니까."
하수영은 느긋하게 송이 갓을 흙바닥에 뿌리고 툭툭 털었다. 갓에 들어 있는 포자를 땅에 퍼뜨리는 것이다.
흙바닥에는 솔잎과 잣나무 잎이 어지럽게 뒤섞인 채 넓게 깔려 있었다. 대충 근처 산에서 주워서 깐 것이다.
송이를 재배하는데 그가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었다.
"솔잎 따위 없어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구색은 갖춰야 하니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
하수영은 커다란 대야에 물을 가득 부은 뒤, 엘릭서가 담긴 유리컵을 안에 푹 담갔다.
그리고 엘릭서가 물에 잘 희석되도록 느리지만 강하게 휘휘 저었다.
고작 한 방울인 엘릭서가 섞여 들어가자 물 전체가 순간적으로 황금색으로 빛났다가 다시 잦아들었다.
하수영은 커다란 주사기에 엘릭서 희석액을 담았다.
매끈한 플라스틱 널판 위에는 잘게 찢어진 송이버섯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하수영은 송이버섯 조각 위로 정확히 물을 조금씩 떨어뜨렸다.
하수영은 모든 송이버섯 조각 위로 남김없이 희석액을 떨어뜨린 후, 바구니에 담았다.
"주신 같은 거 돼서 뭐합니까. 아픈 건 이제 질색이라고요.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서 엘릭서 같은 건 이렇게 활용하는 게 낫다구요. 아무튼,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는 엘릭서의 생장 촉진 효능에 주목했고, 그것을 이용해서 고급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컨대 송이버섯 같은, 양식으로는 구할 수 없는 비싼 식자재 말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들어 맞았다.
"하루에 한 방울, 일주일에 일곱방울, 일주일이면 송이가 12kg. 한 달이면 약 50kg."
정원으로 나온 하수영은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불면서, 송이버섯 조각들을 밭에 조금씩 나눠서 떨어뜨렸다.
"그나저나 이래서 언제 청담동에 건물 올리지?"
그는 우뚝 멈춘 채 송이밭을 둘러보았다.
사실 밭이라고 하기에는 좁고 초라한 수준이다. 산이나 들에 조성한 밭이 아니라, 자택 내부 정원 한쪽에 조성한 밭이기 때문이었다.
그와 아버지는 도시 교외 지역에 넓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살아왔다.
교통이 불편한, 반쯤 시골이나 다름없어서 땅값 자체는 얼마 하지 않지만, 대신 넓어서 좋았다.
그가 굳이 울타리 내부 정원에 송이밭을 조성한 것은, 도난을 염려해서였다.
외딴 저택이긴 하지만 근처에 전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집에서 몇백 미터만 나가도 수십 호가 가구를 이뤄서 사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주로 과수원이나 비닐하우스 농작물을 재배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버지가 하루에 백 방울씩만 주면 좋겠다. 그럼 송이도 한 달에 5톤씩 찍어낼 수 있을 텐데."
하수영은 은하신목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잘 먹고 잘살라고 남겨준 유산 주제에 왜 이렇게 쩨쩨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루에 겨우 한 방울이라니.
하루 한 방울의 엘릭서로 재배할 수 있는 송이버섯의 양은 한 달에 약 50kg 정도였다. 일주일로 환산하면 12kg 정도.
재배 기간을 단축하거나 늘릴 수도 있지만, 하루 한 방울로 생산 가능한 양은 한 달 기준으로 50kg 정도였다.
하수영은 정원의 면적을 고려해서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하는 식으로 조절을 했다.
면적과 수확 횟수를 고려했을 때 그게 가장 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