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45)화 (746/763)

 늘 그랬듯이 수많은 예술가들이 마이샬 영지에 모여 본인들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다양한 대회도 개최됐다."

 그중 인기 있는 건 당연하게도 축구다. 이번에 또다시 축구장을 개설했기에 더 많은 관중들이 축구를 관람했다."

 하지만 무작정 개설하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학자 및 드워프들이 한데 모여 증축했다."

 이외에 1년에 한 번 꼴로 등장하는 제논 일대기 영화라던지, 피와 강철 코스프레를 하고 온 사람들이라던지 등등."

 제논 축제는 말 그대로 축제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행복하게 놀 수 있었다."

 귀족들은 체면 같은 건 집어치운 채 평민들과 술내기를 하였으며, 마족들도 차별 없이 편안하게 즐겼다."

 남녀노소, 계급, 종족 모두 가리지 않고 모두가 문화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고 있다."

 야이씨. 너 뭐라고 했냐? 진·릴리 파로서 무시할 수 없겠는데?""

 내가 틀린 말 했냐? 솔직히 주인공보다 더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용납할 수 없다!""

 너 이리 와. 오늘 한 번 결판을 내자.""

 물론 가끔 별의별 시덥잖은 주제로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술이 들어가고 흥이 오르니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이 같은 경우는 주변 사람이 말리거나 경비대가 직접 나서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만 아주 간혹 주변 사람들마저 그 주제에 끼어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의외로 난동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비극의 시작점! 그리고 비극은 이야기 속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장치지.""

 하지만 꼭 비극적으로 끝낼 필요는 없었소. 제논도 이 부분을 후회하고 있을 거요.""

 내 말은······""

 무슨 100분 토론마냥 진지해서 더 흥미로웠다. 성별, 나이, 계급, 종족 다 다리지 않고 참가했다."

 한 술 더 떠서 말리기 위해 다가왔던 경비대마저 참석하는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모두가 즐기는 축제다운 상황이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뭐야?""

 내가 오크다리 슬라임으로 보이냐? 너 이 새끼 밑장뺐지?""

 콜 오브 듀티 대회가 이루어 지는 트레이너샵에서도 다양한 즐거움이 존재했다."

 어마어마한 상금을 걸고 붙는 거라 어떻게든 이기려는 사람도 존재했으니."

 그러한 사람들은 규정에 따라 쫒아냈으며 그럭저럭 클린한 진행이 가능했다."

 하아······""

 이처럼 모두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지만 즐기지 못하는 자도 있기 마련."

 아무것도 몰랐다면 몰랐을까, 아이작의 실종을 전해들은 리나가 바로 그런 예시 중 한 명이었다."

 처음 아이작의 실종을 전해들었을 때는 장난인 줄만 알았다. 너무 뜬금없었으니까."

 하지만 주변인의 반응들을 보고 현실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테르스 왕국이 또······'"

 리나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이 피해를 입을 때만 보면 대부분 악마 숭배자나 테르스 왕국이 끼여있다."

 이쯤 되면 나 멸망시켜주세요~ 라고 외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실제로 혁명이 일어날 뻔했다."

 그러나 이번 같은 경우는 심증이 있어도 물증은 없었다. 테르스 왕국 내에서도 당혹을 표하는 중이었고."

 '정확히는 마리아 여왕이지.'"

 아이작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마리아 여왕의 반응은 매우 간결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네······?' 이 한 마디로 끝냈으니까. 우선 그녀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왕태자, 라오스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반쯤 기정사실이다."

 '신도 너무하시지.'"

 리나로서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그와 첫날밤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리 됐을까."

 그와 이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거늘 그 행복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제일 심각한 건 그가 없다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라는 것.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사안이다."

 아이작이 아니라면 욕망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다른 남자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찾아도 아이작처럼 훌륭한 남편감을 찾기 힘들지.'"

 원래도 눈이 높았지만 아이작 때문에 더 높아졌다. 그가 죽는다면 평생동안 독신으로 사는 게 낫다."

 물론 아이작이 돌아온다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지. 리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택지다."

 평소 이성적으로 생각하다보니 최악의 상황마저 가장하고 있는 거지, 그녀도 아이작을 사랑하는 여인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돌아오기만 해봐. 절대 안 보내.'"

 리나는 그리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세실리와 아르웬이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이상, 자신마저 틀어박힌다면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마리야, 출산 및 육아로 인해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리나 그녀는 아니다."

 제국의 황녀로서 얼굴마담 역할을 충실히 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더 힘들게 만들었다."

 원래라면 축제가 끝나고 아이작에게 다양한 의미의 위로를 받았겠지. 이제는 안 된다."

 후우······""

 여러 사람과 상대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오늘따라 드레스와 장신구가 무겁게 느껴진다."

 황금색과 하얀색이 적절히 배합된 드레스. 그리고 리나의 찬란한 황금색 머리카락을 돋보이게 만드는 장신구들."

 화려하다는 표현조차 부족할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정작 리나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아이작에게 들었다면 조금 부끄러웠겠지. 계속해서 아이작이 생각나는 날이다."

 '라오스 왕태자는······'"

 리나는 휴식하면서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일의 원흉인 라오스 왕태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이 얼굴인지라 수많은 영애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라오스."

 테르스 왕국은 사태 수습을 위해 라오스를 포함해 자식들만 참석했다."

 여기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언론에다 발표한 노스까지. 대놓고 내가 범인이라는 걸 알려줬다."

 '진짜 아이작만 돌아오면 너는······'"

 전쟁이다."

 굳이 미네르바 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가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인간의 나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 테르스 왕국은 한 줌의 재로 변하겠지."

 아니면 왕실이 폐지되고 간신히 명맥한 유지하던가. 테르스 왕국이 살려면 그 선택밖에 없다."

 한 사람의 행동으로 모든 것이 망가질 상황. 물론 이것도 아이작이 복귀해야만 가능한 소리다."

 리나 황녀님.""

 그때 누군가 리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리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호위기사의 목소리는 아니다. 반대로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다."

 ······케이트 추기경?""

 케이트였다. 그녀여서 호위기사를 뚫고 자신에게 다가온 모양이다."

 리나가 무슨 일로 찾아왔냐는 듯이 묻자 케이트는 고개를 들어 다른 쪽을 쳐다봤다."

 그녀 또한 다른 사람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라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울컥한 감정이 치솟았지만, 그녀는 애써 억누르며 리나에게 말했다."

 ······이제 곧 그 시간이 올 겁니다. 라오······ 아니, 노스가 발표할 예정인 시간이요.""

 ······그렇군요.""

 케이트의 말에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본다면 정말 아름답디 아름다운 두 미녀."

 리나가 화려함이 집중했다면 반대로 케이트는 수수하다. 각자 고유의 매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침울하기 그지 없어서 분위기 자체는 좋지 않았다."

 ······케이트 추기경.""

 네. 말씀하세요.""

 괜찮은······ 거겠죠?""

 ··· ···""

 수많은 의미가 담긴 리나의 질문. 케이트는 그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받은 질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거기에 대한 확답을 내려줄 수 없었다."

 예전이었다면 온화한 미소를 띄운 채 위로했겠지. 루미너스와 아이작은 자신의 믿음에 보답을 해줬으니까."

 그러나 오늘만큼은 확답을 해줄 수 없었다. 아이작은 사라지고, 루미너스마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렇기에 케이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애매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라도 흔들리는 신앙을 붙잡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절망할지도 몰랐으니."

 리나는 케이트의 표정를 보고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목소리마저 떨리는 걸 보면 그녀도 벼랑 끝에 내몰린 듯했다."

 '······나라도 정신 차려야 해.'"

 황제, 베리트가 말했다.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해 둬야 된다고."

 정책 한 번 잘못 세웠다가 나라가 망가지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덮칠 수도 있다."

 그 예시가 바로 대공황이다. 다른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났는데 전세계의 경제가 제대로 박살났지 않았는가."

 다행히 전화위복으로 공장을 세우고, 아이작이 칭하길 산업혁명이 발발하여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현재 마리는 어떤가요?""

 마리 씨께서는 세실리 공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그렇군요. 우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본래 아이작이 발표하기로 예정된 장소는 마이샬 영지의 광장."

 세팅은 전부 다 끝내놓은지 오래다. 광장 중앙에는 전차 한 대가 떡하니 자리잡았으나 말끔히 치웠다."

 리나는 광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일어서자 주변의 호위기사 또한 움직였다."

 ······응?""

 그때 리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가 있었으니,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체리였다."

 워낙 존재감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다만 저 분홍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전보다 더 음울하게 깔린 눈동자를 보아하니 그녀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모양이다."

 도리어 체리가 더 위험한 것이, 그녀는 한때 벼랑 끝에 몰렸던 적이 있었다."

 '······저 애는 더 예의주시해야겠구나.'"

 자칫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사람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겠지."

 비단 체리만이 그런 게 아니다. 체리 다음으로 위험한 건 다름아닌 아델리아였으니."

 아이작의 아이를 임신한 세실리는 그나마 괜찮아도, 아델리아는 유독 자책을 심하게 하는 중이다."

 아이작 실종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방 안에 틀어막혀있을 정도."

 지금이야, 음식은 먹이고 있다만 정신적 충격이 심하다."

 그러고보니 오늘 제논 님께서는 안 오시나?""

 그러게. 제논 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발표한다는데? 노스라고 했지?""

 아~ 예언가 노스? 듣자하니 제논 님의 제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누가 그래? 헛소문이겠지.""

 시간이 다 다가와서 그런지 광장으로 향하는 인파가 점점 늘어났다."

 덕분에 축제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 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진실이라는 거 말일세. 혹시······""

 어허. 제논 님이 다 알려주시겠지. 우리끼리 말하는 것도 위험한 거 알고 있잖나?""

 아무리 그래도 조금 충격적이잖아. 돌아다니는 소문만 해도 흉흉하기 짝이 없는데.""

 흉흉하다니? 루미너스 님과 모라 님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아는가? 분명 사정이 있을걸세.""

 아이작이 열심히 떡밥을 뿌린 덕분에 일반인도 '진실'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아이작이 원하던 상황이자 원래라면 큰 충격을 줄지언정 깔끔한 마무리로 이어져야 할 때."

 그러나 그가 실종됨으로써 모든 것들을 뒤틀렸다. 이제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아니. 한 명은 알겠지.'"

 리나는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남자를 쳐다봤다. 아이작과 선명히 대비되는 푸른색 머리카락."

 그는 입꼬리를 올린 채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정말이지 음흉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다."

 더 화가 나는 점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참 멋없게도 꾸몄네.'"

 광장 중앙에는 단상 하나만 떡하니 설치돼 있었다. VIP를 위한 의자도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리나, 케이트, 체리 이 세 사람은 호위기사가 넓게 포진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쾌적했다."

 또한 광장 자체도 넓어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도 무리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쿠르릉-"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린다. 케이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비가 내릴 것 같다. 분명 아침일 텐데 구름이 짙게 깔려 밤처럼 느껴진다."

 뚜벅- 뚜벅- 뚜벅-"

 그때 케이트의 귓가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꽂혔다. 이에 고개를 앞으로 돌리니 단상으로 한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아이작인 건가 싶었지만 전혀 아니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 중년과 노년 사이의 남자였으니까."

 아이작 다음으로 예언가로 칭송받고 있는 남자이자 진실을 밝힐 자, 노스였다."

 온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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