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오스의 물음에 웃는 얼굴로 화답해줬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미소처럼 보이겠지. 속내는 네가 알아서 뭘 할 수 있냐는 거지만."
와······ 제논 오빠 진짜 잘생겼다.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그렇지.""
언니도 제논 오빠 얼굴 뜯어먹고 살 거야? 어마마마처럼?""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종달새의 지져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라오스도 어이없는 건 매한가지였는지 고개를 돌리며 라라를 쳐다봤다. "
뒤이어 다시 나를 바라보는 라오스. 라라를 봐서 그런지 무언가 망설이는 표정이다."
으음······""
그때 갑작스레 인상을 구기며 침음성을 흘리는 라오스. 두통이라도 이는지 머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라오스가 짜증나는 것과 별개로 아픈 사람을 보면 자연스레 걱정이 들기 마련."
나는 머리를 지압하는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아프신가요?""
아니. 그냥······ 그런 게 있다네.""
아프면 쉬세요. 괜히 무리하지 마시고.""
진담 반 농담 반이다. 악마 숭배자의 앞잡이 노릇은 그만 두고 본연의 일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라오스는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건 힘들 것 같다네.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몸을 망치게 될 겁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정말 답이 없는 새끼로구나. 나는 안타까운 얼굴로 라오스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오스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이작. 텔레포트가 준비됐어. 이제 슬슬 출발하자.""
라오스와 대화하는 도중에 세실리가 나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텔레포트는 세실리의 마법으로 충당하기로 정했다."
테르스 왕국에도 기관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만에 하나 술수를 부렸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마이샬 영지로 직행하려면 세실리가 낫다."
알았어. 곧 갈게.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생했네. 그전에······""
스윽-"
떠나려던 찰나 라오스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보다가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누가 봐도 악수 신청이다. 문제는 나와 라오스가 서로 악수할만큼 친하지 않다는 것."
그런 내 시선을 읽었는지 라오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조금 무안해지려고 하는데. 악수 신청까지 안 받을 건가?""
······네, 뭐.""
꽈악!"
나는 그의 능청스러운 말에 하는 수없이 그와 손을 맞잡았다."
건강한 신체를 소유한지라 악력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겠지. 그래서 그냥 평범하게 힘만 줬다."
멸망기사는 잘 읽었다네. 결말부가 정말 인상 깊더군.""
감사합니다.""
그런 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툭-"
라오스가 그리 말하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맞잡은 손을 바라봤다."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저택으로 돌아가면 손부터 씻어야 할 것 같다."
이윽고 세실리가 준비한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되고."
이제 돌아가는구나.""
그러게.""
빨리 그레이스한테 소식을 전하고 싶다. 동생 생겼다고.""
나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길고 긴 일정 끝에, 우리는 마이샬 영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
텔레포트는 좌표를 알고 있는 장소만 왕복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이샬 영지는 최근에 간이적으로나마 텔레포트 기관이 설치된 장소."
따라서 세실리가 그 좌표를 이용하여 곧장 마이샬 영지로 복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드디어 끝났네.""
그러게요.""
마이샬 영지로 돌아온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세실리의 말에 케이트가 대답했다."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길고 긴 여정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뜻."
하지만 이제는 편히 쉬는 일만 남았다. 제논 축제 당시 아이작이 진실을 터뜨리겠으나 상관없다."
세실리는 그의 아이가 자라나는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뒤를 바라봤다."
그럼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
뒤를 돌아본 세실리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린 케이트도 뒤를 돌아봤다."
그들의 뒤에는 아델리아가 서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불안한 표정이다."
두 눈은 덜덜 떨리고 있었으며 뭔가 잘못됐다는 얼굴. 그에 세실리가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아델?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 그게······""
아델리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이작은······?""
······응?""
아이작이······ 어디로 간 거죠?""
상당히 생뚱맞게 느껴지는 질문. 하지만 그들은 마른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 듯한 심정이었다."
이에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고, 마법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한 가지 사실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아이작? 어디 갔어? 장난이라면 그만해.""
테르스 왕국 쪽에 서둘러 연락해주세요. 중간에 무슨 일이······""
대체 무슨 일이······""
아이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 화 마지막 부분 살짝 수정했습니다! 한 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
우선 변명 아닌 변명부터 하겠다.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라오스 그 십새끼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1차적인 계획이 테르스 왕국을 최대한 빠르게 떠나는 것이고, 2차적인 계획은 라오스와 어떻게든 떨어지는 것."
텔레포트 기관에 어떤 짓을 했을지 몰라서 세실리의 마법까지 이용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했다. 하지만 이것조차 부족했을까."
첨벙!"
푸하! 푸흡!""
텔레포트 특유의 감각이 느껴진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 이후가 문제였을 뿐."
발이 순식간에 꺼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추락했다. 추락한 곳은 드넓은 호수."
아니. 간간이 짠맛이 느껴지는 걸 보면 '바다'일 확률이 높다. 나는 최대한 발버둥치며 노력했다."
'나 수영 못하는······'"
맥주병이라 소용 없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다가 이상하리만큼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클라크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건 몰라도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바다에 들어가게 된다면 온 몸에 힘이 빠질 거라고 하셨는데 그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여······'"
나는 어떻게든 가라앉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허우적거렸다."
바다 위에 떨어진 것도 있었으나 사방이 암흑 천지다. 바다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심연처럼 어두운 자연."
하물며 테르스 왕국을 떠날 때가 저녁 쯔음이었으니 아무것도 안 보일만도 하다."
'하다못해 모라가 본래 차원에 있었다면······'"
낮은 루미너스가 지켜보고, 밤은 모라가 지켜본다는 속설이 존재한다."
그 속설대로라면 모라가 나를 건져올려줬겠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그녀는 차원에서 추방당했다."
이것이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바다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
쿨럭!""
바둥거리다보니 입에 바닷물이 한 움큼 들어갔다. 서둘러 뱉었으나 짜디 짠 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이대로 가라앉아 끝나는 건가. 라오스 그 미친 새끼는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알기는 할까."
나는 사고를 최대한 잇기 위해 발버둥쳤다. 혹시라도 신들이 나를 알아차리고 발견할 수도······"
[물론 잘 알지.]"
푸흡······?""
그때 내 머릿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누군가 내 발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발악하기 위해 고개를 치켜들었으나 이미 얼굴까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미약하게나마 달빛을 비추던 수면이 점점 멀어지고, 숨조차 제대로 못 참았던지라 호흡이 가빠왔다."
-푸학!"
입에서 터져나간 숨방울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폐에 바닷물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건강한 신체를 얻었기에 망정이지, 원래라면 10초도 되지 않아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차라리 의식을 잃게 해주던가······!'"
진짜 쓸데없는 부분에서 튼튼하구나.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몸에 힘을 뺐다."
어차피 발버둥쳐도 소용없는 거, 이대로 어디까지 내려가나 기다렸다."
··· ···""
그리고 놀랍게도 얼마 가지 않아 적응했다. 입을 꾹 다무니 숨도 차지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폐 안에 채워졌던 바닷물도 어느새인가 빠져나간 것 같다. 건강한 신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바닷속은 정말 공포스럽다 못해 기괴했다.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건강한 신체를 통해 시력도 향상되었을 텐데 어떻게 아무것도 안 보일 수가 있을까."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야?'"
아래로 내려간 지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어두컴컴한 모습밖에 안 보인다."
원래 물 안에서 눈을 뜨면 앞이 흐려보이지만 시력이 좋아진 덕에 그나마 선명하다."
그래봤자 칠흑 같은 어둠 밖에 없었지만. 이러다가 심해까지 도달하면······ 그건 좀 무서울 것 같다."
전생에서 각종 심해어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기괴하게 생겨먹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바다는 인간이 지배할 수 없는 또다른 우주라고."
우주는 그나마 별이라도 많지, 심해는 그저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쑤욱-"
응?""
그렇게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발에서부터 이상한 감각이 전해졌다."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 아닌, 본래의 중력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쑤욱!"
우아악!""
발에 이어 허리까지 그 느낌이 도달하자 내 몸이 그대로 추락한다."
당황한 나머지 새된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휘적거렸으나 나아지는 건 없다."
그냥 아래로 쭈욱 떨어질 뿐. 나는 급박한 와중에도 아래를 쳐다봤다."
무슨 돌바닥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떨어질 듯했다."
찰팍!"
다행히 여태까지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훈련이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