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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30)화 (731/763)

 이 세상에도 냉전과 비슷한 역사가 흘러갈지는 몰라도 오래 걸린다는 것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니 너는 네 일에만 충실히 임하렴. 내가 곁에서 도와주마.""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지구의 신들이 너에게 조언을 하더구나.""

 지구의 신들께서요?""

 놀라우면서도 의아하다. 지구의 신들도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러는 사이, 루미너스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내 그 조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너의 가장 강력한 힘은 언어도, 문자도 아니란다.""

 ··· ···""

 불편한 진실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너의 가장 큰 힘이라 했지.""

 나는 그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제가요?""

 ··· ···""

 루미너스는 내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었다."

 사람은 불편한 진실보다 편안한 거짓말에 잘 속는 법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암묵적으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진실."

 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진실을 꺼내는 순간 온갖 비판이 날아온다."

 내부고발이 바로 그 예시 중 하나다.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윤리 및 도덕이 박살나지만 하는 순간 자기 인생이 박살난다."

 어쩌면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라는 점과 흡사하겠지. 실제로 인류사는 몇몇 용기 있는 인물이 이끌어갔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평범하디 평범한 서민의 기록물이 역사에 남겠는가? 전혀 아니다."

 단지 당시 시대상의 문화 및 생활이 어땠는지 파악하기 위해 사용될 뿐, 상세히 기록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라.'"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대단한 능력이다."

 팩트폭력을 무더기로 날려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니까."

 특히 정치인들조차 눈 앞에 해법이 훤히 존재하는데 폭탄을 맞기 싫어서 애써 회피하는 실정이다."

 용기를 냈다가 여론의 후폭풍을 맞기 십상이며 자칫하다가는 정치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

 '그정도인가?'"

 내가 작가로서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알고 있다. 당장 헬리움만 봐도 충분하다."

 피와 강철 또한 수많은 영향력을 세계에 뿌렸으며 마키나의 추악한 진실이 뒤집어졌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으로 나섰을 때. 그때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라는 기조로 헷갈리게끔 언론에 뿌렸다."

 그러나 그정도 말장난은 지금 같은 시대에나 통하는 거지, 지구였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정보의 바다라 칭해지는 인터넷의 역할이 크다. 적어도 팩트만큼은 선명히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 팩트를 부정하거나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지.'"

 어쨌거나 루미너스의 말은 가벼운 칭찬 정도로 듣는 것이 좋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을 고려하면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조금 당황해서 바보 같이 군 거지."

 케이트 씨.""

 네. 아이작 님.""

 다른 건 몰라도 루미너스 님의 심기만큼은 건들면 안 될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루미너스가 얼마나 강한지도 깨달았다. 무슨 데스빔이 원자폭탄급이냐."

 전력을 낸다면 행성 몇 개쯤은 가볍게 박살내지 않을까. 과장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내린 결과다."

 어쩌면 지구의 신들이 이 행성을 침범하지 않은 것도 루미너스 때문이지 않을까."

 신은 신자가 존재해야만 존재의 가치가 있는 건데 루미너스가 다짜고짜 지구를 파괴하면 도루묵이었으니."

 신들 사이에서도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다. 앞으로 깝치지 말아야지."

 그대여. 이제 그대의 능력은 알게 된 것이냐?""

 방으로 돌아온 나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

 팬사인회가 끝나자마자 모처럼의 휴가를 받은 아르웬. 그녀는 세실리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그녀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호기심과 기대가 가득 담긴 표정이 정말 어울린다."

 응. 대략적으로는. 마법필이 있다면 신성력이 의지로, 그 의지가 현실로 바뀌는 능력이라고 하셨어.""

 으음······ 설명만 들으면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아르웬은 그리 말하면서 앞의 세실리를 쳐다봤다. 세실리는 다음 수를 고민하는지 입을 꾹 다물며 바둑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르웬도 세실리의 임신 소식을 알려준 상황이다. 그때의 반응은 당황보다는 의아함에 더 가까웠다."

 엘프에 비견될 정도로 가임기 주기가 매우 긴 마족이다. 그러니 의아해질 수밖에 없겠지."

 이후로 내가 설명을 해줘도 그게 가능하냐는 반응을 보여줬다."

 '신들도 순리와 관련된 부분은 민감하니까.'"

 나라는 영혼이 이리로 넘어온 나머지 지구의 순리는 개판이 나버렸다."

 이를 본다면 나에게 이런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뜻이다."

 마구잡이로 행했다가는 이 세상의 순리도 망가질 수 있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언데드'라는 존재처럼 이 세상의 순리는 어느 정도 일그러진 상황이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아르웬 여왕님. 여왕님도 이제 원하실 때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리니까요.""

 학문에 조예가 깊어 고민하는 아르웬과 달리 세실리가 속편한 얘기를 꺼냈다."

 그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르웬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힐끔거렸다."

 얼굴이 미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아하니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흠흠. 이 사안은 넘기고, 신체와 관련된 부분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느냐?""

 응. 아델 누나가······""

 나는 그 말을 하다가 말고 아델리아를 힐긋거렸다."

 그녀도 그때의 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자신의 가슴을 슬며시 감싸안았다."

 평소 괄괄하던 면모는 어디 가고 수줍어하는 여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피해를 입었지? 너무 커지는 바람에 셔츠의 단추랑 브래지어 후크가 떨어졌으니까.""

 피해는 아닌데······""

 속삭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아델리아. 제 딴에는 작게 말했지만 내 귀에는 다 들렸다."

 아르웬은 내 설명에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델리아를 한 번 힐긋거렸다."

 뒤이어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더니 나에게 슬쩍 부탁했다."

 ······혹시 가슴이 아니라 키 같은 것도 가능하느냐?""

 아마도? 근데 잘 될지는 몰라.""

 으음······ 아니다. 나는 지금이 만족스러우니 하지 않겠다.""

 아르웬은 깊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체를 제외하면 평소 신체적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아르웬이라 거절할 줄은 몰랐다."

 이런 건 조금이나마 욕심을 내도 괜찮은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이었다."

 이 몸도 결국에는 내 부모가 물려준 몸. 부모가 물려준 몸을 함부로 바꿀 수는 없느니라.""

 엘프다운 마인드네.""

 그렇지.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즐기고 있지 않느냐?""

 아르웬은 그리 말하며 허리 라인과 골반 라인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다른 여자에 비해 상당히 굴곡진 라인이 더욱 눈에 띠었다."

 저 라인만큼은 압도적이다. 세실리조차 한 수 접을 정도다."

 다른 이보다 차별되는 강점이 있는데 굳이 다른 강점마저 가질 필요는 없느니라.""

 그런 거라면 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그럼 실험용으로 가슴만 조금 키워줄 수 있느냐? 어디까지나 실험용이니라.""

 귀여우시네요, 여왕님.""

 실험이랍시고 솔직하기 짝이 없는 부탁에 세실리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가슴을 당당히 펴는 것이, 아르웬의 질투심을 더욱 자극시켰다."

 아르웬은 압도적이라는 말마저 부족한 세실리의 흉부를 멀거니 쳐다보다가 변명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실험이니라! 사적인 욕심을 갖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니라!""

 네. 네. 그러시겠죠. 어서 빨리 아이작을 유혹하고 아이를 갖기를 바랄게요.""

 아르웬이 아무리 항변해봤자 다람쥐가 끼잉끼잉거리는 소리밖에 안 될 것이다."

 각각 고유의 강점을 갖고 있어도 지금은 세실리가 더 위였으니까. 내 아이를 임신했으니 당연한 소리다."

 너무 놀리지 마, 누나. 아니면 서로서로 역지사지로 해볼까?""

 역지사지? 그건 무슨 말이냐?""

 서로의 입장을 바꾸는 거지. 때마침 가능하겠네.""

 오······""

 내 말에 건수를 잡았다는 것마냥 아르웬이 그윽한 눈길로 세실리를 쳐다봤다."

 세실리도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퍽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사실상 그녀에게 가장 큰 효과일 터."

 지난번에 모라가 그녀의 가슴을 축소시켰을 때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그만큼 자랑거리다."

 훗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식의 벌을 내려야겠구나. 단순히 밤일을 하지 않는 걸 넘어 꽤 효과적일 것 같으니라.""

 그렇지? 누나도 잘 새겨들어. 앞으로 콤플렉스를 건드리면 곧장 바꿔버릴 거야.""

 ······미안해요, 여왕님.""

 나에게 단단히 혼난 세실리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아르웬도 그 사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세실리 딴에는 장난을 친 거겠지만 원래 이런 식의 장난이 쌓이면 쌓일수록 불만이 커지는 법이다."

 ······물론 아르웬이 타격감이 좋긴 하다. 리나와 투톱을 나란히 서고 있지 않을까."

 아무튼 각설하고, 실험용으로나마 아르웬의 가슴을 키워줬다."

 당연하지만 키 차이가 있다보니 크기를 어느 정도 조절했다."

 ······다시는 안 키울 것이니라.""

 무겁죠?""

 그대의 어깨는 괜찮은게냐?""

 아이작이 하루에 한 번씩 마사지를 해줘서 괜찮아요.""

 곧바로 포기하더라. 아르웬은 존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실리를 바라봤다."

 실제로 세실리처럼 가슴이 큰 사람들은 만성적인 어깨 결림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들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델리아가 옆에서 도와주는 건 덤."

 이런 사소한 배려만으로도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수 있어서 전혀 귀찮지 않았다."

 ······제가 졌네요.""

 후후.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하아······ 왜 계속 지는 거지?""

 시간이 흘러 바둑의 결과는 아르웬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 전적은 아르웬이 우세다."

 아르웬은 혼혈이라 그런지 몰라도 배움이 꽤 빠른 편이었다. 세실리도 느린 편은 아닌데 상당한 수준이다."

 이렇듯 재미있게 놀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뒹굴뒹굴거리고 싶다만 할 일이 남아있다."

 히르트 님을 만나러 갈 거지?""

 응.""

 그건 바로 히르트 님과 대면하는 일. 히르트 님은 만물의 아버지에 비견되는 초월적 존재다."

 자연 그 자체이자 루미너스와 다른 의미로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주신."

 루미너스가 물리적인 의미의 파괴라면 히르트는 그보다 한 차원 높다."

 '태양과 달을 잠시나마 멈출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파괴의 영역을 넘어섰다."

 만약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행성의 자전을 멈췄다면 인류 문명은 그대로 박살났을 것이다."

 아이작 너 혼자만 갈 거야?""

 아마 그래야지. 꽤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까.""

 지난번에는 아르웬과 함께 갔으나 이번에는 나 홀로 갈 예정이다."

 본래라면 세계수를 관리하는 인원에게 허락을 구해야겠지. 이건 여왕인 아르웬이라 해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그 어떤 허락도 없이 세계수로 향할 권한을 갖고 있다."

 사제들에게 말은 해놓았느니라. 어디로 가는지는 기억나느냐?""

 알고 있지.""

 실례지만 히르트 님에게 어떤 질문을 하실 겁니까?""

 루미너스보다 한 단계 높은 신이어서 그럴까. 케이트가 궁금증을 담으며 나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들 대지모신이자 주신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하기야 궁금할만도 하다. 루미너스도, 모라도 아닌 무려 히르트였으니까."

 나는 저마다 개성적인 눈동자들을 일일이 바라봤다. 뒤이어 질문을 했던 케이트에 시선을 두며 답했다."

 별 얘기 안 할 거예요. 그냥 잡담 정도?""

 잡담이라 하기에는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은데?""

 진짜 잡담이야. 이제 거의 시간이 다 되어가니까.""

 제논 축제까지 대략 보름 정도 남았고, 남은 국가는 테르스 왕국밖에 없다."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지금 와서 딱히 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히르트는 자연 그 자체라 현세에 직접적인 관여를 거의 못한다. "

 '만물의 아버지에 대해 물어볼 것도 있고.'"

 마지막으로 만물의 아버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상세히 물어볼 예정이다."

 만물의 아버지가 어찌하여 저런 저질스러운 사상을 갖게 되었는지. 또 어째서 이렇게 타락했는지."

 지구의 신들이 문화를 뿌렸다지만 결과가 너무 극단적이다.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만한 과정도 존재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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