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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26)화 (727/763)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모라의 부재가 스노우볼로 굴러갔다."

 만약 그 아이가 정말로 내 아이라면 끔찍하다.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겠지."

 물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다못해 신들도 남녀가 직접적으로 결합해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마당이다."

 루미너스가 언급한 바다. 남녀가 결합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태어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만물의 아버지조차 자연의 어머니인 히르트와 맺어져 루미너스와 모라를 낳았다."

 '히르트의 탄생은 신화로 넘어가면 되니까.'"

 아무튼 대답은 해야겠지. 나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의 아이실리아를 보며 차분히 대답했다."

 내가 진짜 쓰레기도 아니고 그런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 직접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축복만 내린 거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탄생만큼은 신조차 거스를 수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건 왜······?""

 아. 그것이······""

 아이실리아는 살짝 부끄러워하더니 세실리의 눈치를 봤다. 세실리도 무언가 눈치챘는지 입꼬리만 올렸다."

 이에 내가 설마설마하고 있을 때쯤, 아이실리아가 부끄러움이 담긴 목소리로 나에게 부탁했다."

 저에게도 축복을 내려줬으면 해서······ 그이의 아이를 더 갖고 싶거든요.""

 ······장모님께서도 악주기 때 고생하시나요?""

 제가 서큐버스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다보니 어쩔 수 없어요. 한때 남편의 정기를 다 흡수한 나머지 모라 님께서 영혼을 거두어 갈 뻔했고······""

 ··· ···""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세실리를 쳐다봤다. 나는 어떻게 살아남았냐는 무언의 질문이다."

 세실리는 내 표정에서 의도를 읽었는지 빙긋 웃으며 잔망스레 대답했다."

 그때 모라 님께서 신성력을 주셨잖아. 왜인지 알겠지?""

 ··· ···""

 모라가 진짜 내 목숨을 살렸던 거구나."

 ******"

 아이실리아의 난감한 부탁을 들어준 후에는 곧바로 취침에 들어섰다."

 오늘 함께 취침할 대상은 세실리 혼자밖에 없다. 아델리아와 케이트가 위험한 날인 것도 아니다."

 세실리가 그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오늘만큼은 나와 단 둘이 있고 싶다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겠냐고 말이다."

 왜 이런 부탁을 한 거야?""

 그냥 너랑 있고 싶어서.""

 실제로 세실리는 나를 껴안기만 할 뿐, 덮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보아하니 정서적 안정이 목적인 모양이다."

 나 또한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세실리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편하다."

 나는 야시시한 속옷만 입은 채 나를 껴안은 그녀의 뿔을 어루만지면서 말없이 분위기를 즐겼다."

 세실리도 내가 뿔을 쓰다듬는 게 좋았는지 내 가슴에다가 얼굴을 마구 비볐다."

 아이작.""

 응. 누나.""

 일이 다 끝나면 나도 마리처럼 아이를 만들어 줄 거지?""

 세실리답다면 세실리답다고 해야 될까. 나는 시선을 살짝 내려 그녀를 쳐다봤다."

 어째서 오늘만큼만 둘이 있게 해달라 했는지 알 듯했다. 이런 귀여운 고민이 있을 줄이야."

 나는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그녀를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여태까지 그런 고민을 가슴 속 깊이 묻어줬던 모양이다."

 더 나아가 마족 여인에게 내린 축복을 보면서 마음이 심란해졌겠지. 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마리보다 훨씬 크다."

 물론이지. 악주기 때쯤이면 일도 다 끝났을 테니 가능할 거야.""

 결혼식은?""

 누나가 원한다면. 마족은 조용한 결혼식이 문화라며?""

 마족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조용한 결혼식이 문화다."

 모라는 관장하는 영역 때문에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았으며, 마족들 자체가 조용한 편이라 그런 것도 있다."

 응. 마리보다 더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그렇고 조용한 게 나아. 대신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아는 사람은 초청했으면 좋겠어.""

 그 정도라면 기꺼이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리고?""

 무언가 더 부탁할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아무래도 쉽게 꺼내기 힘든 사안인 모양이다."

 나는 세실리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오늘 밤에 모든 고민을 털어낼 테니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축가.""

 축가?""

 응. 나도 축가를 불러줬으면 좋겠어. 마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건 예상치 못했는데. 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세실리를 바라봤다."

 꽤 부끄러운 대답이라 생각했는지 몰라도 그녀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노래가 너무 좋았거든.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그런 노래를 부르니 너무 부럽더라.""

 그랬어?""

 응. 안 될까?""

 안 될 건 없다. 솔직히 세실리를 위한 축가도 따로 생각해놓은지 오래다."

 마리처럼 달달한 노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식에 어울리는 노래."

 어쩌면 세실리에게 딱 맞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모든 위험과 비난을 무릅쓰고 나에게 고백했으니까."

 특히 마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수도 없이 노력했다. 중간중간에 실수도 했으나 끊임없이 대시했다."

 당연히 되지. 왜 안 될 거라 생각한 거야?""

 그냥······ 부러워서? 너무 추잡한 감정일까?""

 자연스러운 거니까 자책하지 않아도 돼.""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그렇다. 질투는 결코 추잡한 감정이 아니다."

 질투는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지만, 피해를 주는 순간 더러운 감정이 된다."

 세실리는 그 질투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마리를 정실로 인정했다지만 내심 그런 감정이 없지 않아 있었을 터."

 누나도 참 바보 같네. 속 시원하게 말하지.""

 ······부끄러우니까 말하지 마.""

 누나가 먼저 말했는데?""

 ··· ···""

 툭-"

 할 말이 없었는지 내 가슴을 손으로 치는 세실리.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귀여운 반항에 약하게 웃었다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잔잔한 등불로 인해 약간이나마 모양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아이작?""

 보란 듯이 살아볼 거야.""

 이어서 조용하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그녀만을 위한 노래를 불러줬다."

 전생에서도 난이도가 낮지만 축가로 아주 어울리는 노래 중 하나다."

 비록 번역을 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겠지. 하지만 멜로디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

 [나 어제 또 울었어.]"

 [나 어제 또 슬펐어.]"

 [왜 이런 바보를 사랑한 거니?]"

 세실리에게 정말 딱 어울리는 노래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바보 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걸까."

 지금은 몰라도 당시의 나는 무엇 하나 잘난 게 없었다. 제논 일대기조차 숨기고 있었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그녀는 내가 제논 일대기 저자이기 전에 조금씩 나에게 마음을 품었다."

 마족이라는 이유로 하나 때문에 마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을 뿐."

 더 나아가 제논 일대기의 저자로 의심받고나서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정말로 서로가 바보짓을 한 셈이다."

 [바보도 사랑합니다.]"

 [보내주신 이 사람.]"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겁니다.]"

 마리의 결혼식에서 불렀던 축가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은 노래."

 그렇기에 무리없이 수월히 부를 수 있었다. "

 번역하지 않은 거라 세실리는 알아들을 수 없겠지. 그러나 확신을 새겨줄 수 있다."

 그녀를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하나만으로 그녀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리라."

 [우리의 사랑을 위해.]"

 [너의 손을 잡고 놓지 않을게.]"

 [사랑하는 내 사랑 바보야.]"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족이라는 정체성에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이 노래를 고른 이유도 분위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까지 끝마치자 한동안 쥐 죽은 듯한 침묵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나 또한 천장만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세실리를 쳐다봤다."

 그녀는 어딘가 몽롱해진 눈으로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대충 이런 분위기야. 어때?""

 ······너무 좋아. 너무······ 감동스러워······""

 거의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세실리. 나는 몸을 빙글 돌려 그녀를 조용히 안아줬다."

 정확히는 안으려고 했다. 그녀가 내 가슴을 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뒤이어 그녀는 슬금슬금 내 위로 올라타더니 나를 내려다봤다."

 아름다운 얼굴 밑으로 풍만한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최대한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어디 노래야? 마리는 네 기준으로 외국의 노래였다며.""

 내가 살던 나라의 노래야.""

 그래서 바로바로 우리 말로 번역할 수 있던 거구나.""

 그렇······ 응?""

 잠깐만. 뭐라고? 번역?"

 나는 분명 한국어로 불렀는데 번역?"

 그 생각이 채 이어지기도 전이었다. 세실리는 나에게 바짝 밀착하더니 몸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상의를 벗고 있던 상태여서 가슴의 감촉이 생생히 느껴졌다. 동시에 내 아랫도리가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안 되겠어. 오늘은 넘기려 했는데······ 못 참아.""

 ··· ···""

 반드시······ 반드시 임신할 거야. 어떻게든······""

 어······ 누나? 지금 악주기인데······""

 쉿.""

 세실리는 내 입에 검지 손가락을 대었다. 뒤이어 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사고인 거야. 알겠지?""

 ··· ···""

 마족의 욕망을 건드린 네 잘못이야.""

 그리 말한 그녀는 내 입에다 댄 검지 손가락을 아래로 쓸어내렸다."

 이윽고 자신의 아랫배로 갖다 대며 색기에 찬 목소리로 부탁했다."

 임신시켜 줄 거지?""

 ··· ···""

 뜨거운 밤은 아니었다. 단지 늪처럼 깊고 끈적한 밤이었을 뿐."

 나는 간절히 부탁하는 세실리를 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펜 좀 가져올래?""

 뒷감당은······ 나중에 하면 되지 않을까?"

 세실리는 내 허락에 환한 미소를 짓더니 상체를 들었다."

 이어서 자기 아랫배에 두 손을 갖다 대고는 하트를 그리며 부탁했다."

 기왕이면······ 하트로 그려줄래?""

 ··· ···""

 정말 미치겠다."

 ******"

 한편 그 시간, 마이샬 저택."

 응?""

 왜 그러니, 아리엘?""

 아리엘이 머리 위의 새싹을 바짝 세우며 다른 쪽을 쳐다봤다. 그에 마리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리엘은 한동안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냐. 엄마. 그레이스는 어디 있어?""

 그레이스는 지금 자고 있지. 그레이스는 왜?""

 동생 챙기고 싶어서.""

 다소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헬리움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세이비어 교국의 교황, 브리크는 앞으로 덮쳐올 혼란을 대비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가장 먼저 종말론이 팽배해진 세이비어 교국 내를 안정시켰으며, 모두가 걱정하는 그 날은 오지 않을 거라 못 박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만 아이작의 증언까지 있었다니 하니 그나마 나아질 수 있었다. 일단 정세는 이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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