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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13)화 (714/763)

 다른 여자들은 결코 생각치도 못한 발상을 꺼낸 것부터 시작해 앞이 아니라 뒷쪽까지."

 참 대단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굉장한 변태다. 꾹꾹 누르고 있었다는 것마저 신기할 정도였다."

 됐고, 나도 어차피 독수공방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야. 여의치 않으면 기구라도 사.""

 그걸로 돼?""

 당연히 안 되지. 닥치고 참으라는 소리야.""

 으응······""

 결국 나와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리나가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리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그녀를 연달아 들들 볶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순번은 무조건 지켜야 해. 알겠어? 지켜보기만 한다니 그런 소리는 절대 안 통하니까.""

 ······순번이 가임기에 따라 나뉘는 거지?""

 그렇지.""

 뭔가 불안한데."

 나뿐만 아니라 마리도 본능적으로 그리 직감한 모양인지 표정이 오묘해졌다."

 뒤이어 리나는 손으로 튼튼한 내 몸을 살살 쓰다듬더니 은근슬쩍 아래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다른 쪽을······""

 야이, 변태년아! 그 손 치워!""

 찰싹!"

 상상을 초월하는 리나의 대답에 마리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후려쳤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꼽 위까지 도달했던 손. 하마터면 눈 깜짝할 사이에 거사를 치를 뻔했다."

 너는 무조건 후순위로 미룰 거니까 그리 알아! 다른 사람도 생각해야지!""

 으음······ 세실리?""

 ······나는 왜?'"

 이번에는 세실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리나. 세실리는 그녀가 무슨 질문을 할지 몰라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리나는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진출할 듯한 상상을 입 밖으로 꺼냈다."

 혹시 마법으로 분신은 못 만들어?""

 ··· ···""

 억······ 어억!""

 세실리가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있을 때 마리는 뒷골을 만지며 침대에 쓰러졌다."

 다행히 분신 마법은 일종의 환영 마법이라 실체가 없단다."

 실체가 존재하는 분신은 사실상 또다른 자신을 만드는 거라고."

 리나는 그 대답에 정말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내 몸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귀엽다."

 미네르바 제국은 앞으로도 번성하겠네. 저런 상상력을 국정으로 돌리면 진작에 우주까지 진출하겠어.""

 너희들은 관심 없어? 한 명이 아니라 여러명의 아이작이 너희에게 봉사하는 거야.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아?""

 ······솔직히 관심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

 괜찮을지도······ 다만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지 않을까?""

 큰일이다. 리나의 변태성이 다른 애인들에게까지 옮고 있다."

 리나는 자신의 말에 솔깃한 마리와 세실리에 이것 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 봐.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모두들 마음 속에 그런 로망을 갖고 있는 거라고.""

 아니. 네가 변태인 건 맞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쳇.""

 세실리가 딱 잘라 선을 그어버리자 리나가 혀를 찬다. 정말이지 무서운 여자다."

 아무튼 곧 있으면 애니머즈로 출발한다는 거지?""

 그렇지. 아마 레오나가 안내해줄 거야.""

 미네르바 제국 다음으로는 애니머즈다. 레오나가 따로 부탁해서 2번째 방문 국가로 점찍은 것이다."

 단순히 팬사인회만 하는 것이 아닌, 정치 쪽에서 말이 많은 부분도 해결할 예정이다."

 듣자하니 민주주의 도입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쪽이 있다고. 이유를 들어보니 수인의 본질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평화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따로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니까.'"

 개똥철학을 내세우면서 평화를 싫어한다면 '에휴. 병신'이라며 말을 말 것이다. 곤혹을 치르는 건 내가 아니라 애니머즈다."

 꽤 심도 깊은 논리를 내세운다면 진지하게 조언할 것이고. 나는 기나긴 평화 속에서 살다 온 인물인만큼 꽤 재미있겠지."

 과연 반대쪽에서 내가 예상하는 문제를 꺼낼지 말지 모르겠다만 한 번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세실리, 케이트 추기경, 크로스 경 이렇게 3명은 함께 다니는 거야?""

 응. 내 호위로 나서는 사람들이니까.""

 나도 외교 목적으로 따라가면 안 돼?""

 너는 나랑 오붓하게 있으면 되니까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리나다. 나에게 얼마나 흠뻑 빠졌으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달리는 건지."

 동시에 이해가 간다. 원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라고, 지금이 가장 격렬할 때다."

 독수공방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안타깝지만 리나는 타이밍이 안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후우. 내가 왜 아이작을 늦게 알아봤을까.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느낌이야.""

 ··· ···""

 나는 리나의 뒷말에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밤일에 한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여자다. 그래도 사랑스러우니 괜찮지 않을까."

 리나.""

 응?""

 정 아쉬우면 내가 좋은 걸 줄 수 있는데.""

 그게 뭐야?""

 잠깐만. 세실리 누나?""

 나는 그 좋은 걸 말하기 전에 세실리부터 불렀다. 세실리는 내 부름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에게 다가왔다."

 속옷 차림인지라 야시시하기 짝이 없는 그녀. 나는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하려던 걸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잠깐 귀 좀 빌려줄 수 있어?""

 내 부탁에 세실리는 고분고분 귀를 빌려줬다. 이윽고 나는 그녀의 귀에다 입을 대며 '좋은 거'의 정체를 알려줬다."

 뭐? 그건······""

 순간 세실리가 당황했다가 리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납득했다는 뜻이다."

 뒤이어 흥미롭다는 미소도 지은 것이, 그녀도 꽤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하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리나만 아니라 마리에게도 주면 되겠네. 아르웬 여왕이나 레오나한테도 괜찮을 거고.""

 누나는 괜찮아?""

 나는 상관없지. 오히려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기록할 수 있어서 좋은 걸?""

 그래서 그게 뭐야?""

 우리의 대화에서 조금의 유추도 할 수 없었는지 리나가 답답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마리도 궁금하지만 최대한 참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지금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뾰루퉁한 표정의 리나를 바라보다가 빙긋 웃어주며 입을 열었다."

 리나 네가 정말 좋아할 거야. 게다가 '증거'와 깊은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으음······ 그래도 모르겠는걸?""

 정말 좋은 거라고만 알려줄게. 단, 잃어버리거나 우리가 아닌 남들에게 보여주면 절대 안 돼. 알겠지?""

 혹시 모르니 분장 정도는 해야겠지. 마리?""

 이제는 마리에게도 알려줄 차례다. 세실리의 부름에 마리가 후다닥 기어왔다."

 이윽고 세실리로부터 정체를 알게 된 후에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이작.""

 응?""

 혹시 그것도 너희 세상의 문화야?""

 문화라면 문화라 할 수 있지? 기술의 발달도 자연스레 생긴 거니까.""

 그게 뭔데? 조금이라도 알려줄 수 없는 거야? 알려줘.""

 리나는 거의 애원 수준으로 부탁했다. 그러나 나는 당장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에게 남길 선물은 애니머즈로 가기 직전에 보여줄 계획이다. 앞으로 정확히 이틀 남았겠지."

 그때까지는 뭘 하냐. 간단하다."

 그 전에 리나.""

 응?""

 오늘 밤에도 할 거지?""

 나에게 흠뻑 빠진 그녀에게 나만의 색을 덧씌우는 것."

 리나는 내 머리카락처럼 얼굴을 잔뜩 붉히더니 내 배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달콤하면서도 끈쩍거리는, 성욕이 잔뜩 포함된 목소리다."

 ······응. 할 거야.""

 그리하여 황궁에서 짧은 시간 동안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나는 곧장 애니머즈로 입국했다."

 ******"

 아이작 일행이 애니머즈로 떠나는 날."

 마리마저 마이샬 영지로 복귀한 현재, 리나는 텅 비어있는 침실에 홀로 남게 됐다."

 고작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이작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과 떠들고 놀았던 침실."

 '침실이 이렇게 넓었나?'"

 아이작과 뜨거운 밤을 보낸 건 그녀에게 있어서 두 번 다시 없을 행복이었다. 여태까지 억눌린 본성을 마음껏 표출했으니."

 이뿐만이 아니라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이작의 여인들과 떠들었던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자극적인 색드립을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놀이를 하는 등."

 세실리조차 진정한 의미의 친구라 하기에는 애매했는데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리나에게 생전 처음으로 외로움을 자각시켰다. 전에는 이것이 외로움인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뭐지?'"

 리나는 아이작이 떠나기 전, 그가 남겨둔 '선물'을 쳐다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수정 구슬로밖에 안 보였다."

 하지만 평범한 구슬이 아니라 일반인인 자신조차 다룰 수 있는, 지극히 귀중한 아이템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헬리움 및 아르웬에서 따로 개조한 물품. 보통 영상을 기록하는데에 사용된다."

 흐음······""

 리나는 그 기물을 사용하기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녁이 지나가고 밤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녀는 침대 곁에 있는 등불을 켠 후에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수정 구슬을 손가락으로 두어번 두드렸다."

 파앗!"

 그러자 수정 구슬이 빛나며 천장에 네모난 틀을 생성시켰다. 영화 촬영을 위해 개조된 거라 창이 필요하다."

 리나는 영상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영화인줄만 알았다. 제논 일대기 영화도 이런 식으로 시작됐으니."

 하지만 그것이 영화가 아니라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리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왜냐하면 영상에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이 등장했으니까."

 그녀뿐만 아니라 아이작, 세실리, 마리까지 등장했다. 첫날밤을 치를 때 도움을 준 멤버다."

 어째서 영상에 그들이 등장하는 건지 의문을 표하고 있었을 때쯤이었다."

 !!!""

 안 그래도 커졌던 리나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와 동시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영상 속에서 보여주는 건······ 다름아닌 뜨거움이었다. 그것도 그녀의 취향을 정확히 존중하는 것."

 어째서 아이작이 '선물'이라 칭했는지 알 것 같다. 이정도 선물이라면 3달은 기꺼이 버티고도 남을 터."

 '그러고 보니······ 더 보내준다고······'"

 세실리가 말했다. 이것만 보면 지루(?)해질 테니 다른 것도 보낼 거라고."

 대신 유출만큼은 무조건 막으라고 당부했다. 어째서 당부했는지도 이제야 알 것 같다."

 하아······ 하아······""

 리나는 천장에 비추어진 영상을 보면서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얼굴에는 가열찬 미소가 지어지고, 몸이 슬슬 뜨거워진다."

 '정말로······'"

 아이작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어쩜 자신이 원하는 걸 쏙쏙 골라서 주는 걸까."

 그녀는 영상에서 비추어주는 아이작을 바라봤다. 아름답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

 으응······""

 첫날밤은 지나갔으나 그녀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훗날 이 영상 구슬의 존재로 수많은 논란을 낳게 되지만, 먼 미래의 일이다."

 리나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쥐어준 후에는 곧바로 수인의 나라, 애니머즈로 향했다."

 여태까지 방문한 나라는 헬리움, 알븐하임, 테르스 왕국 이 셋밖에 되지 않는다. 애니머즈는 처음이다."

 애니머즈는 건국된 지 불과 300년밖에 되지 않은 문명. 그렇다 보니 생활 양식 분야에서 다소 독특한 면모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부족 생활을 하다가 결집한 거라 그런지 돌로 이루어진 건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부족처럼 생활하는 것도 아니다. 약간 동남아의 전통 가옥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라 해야 될까."

 동남아와 몽골의 특징을 골고루 섞였다고 보면 편할 것이다. 역사가 짧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통일되지 않고 형식이 제각각이었다. 대충 때려박은 느낌이 강하다."

 너도 보다시피 건물이 다소 독특하게 느껴질 거야. 어찌보면 중구난방처럼 보이겠지.""

 안내인 역할을 위해 애니머즈에 남아있던 레오나가 우리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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