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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02)화 (703/763)

 응. 리나가 부탁한 거야. 증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증인?""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만."

 아.""

 곧바로 깨달았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마리는 내 표정을 보고 살풋 웃더니 그레이스를 조용히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잘 알다마다. 나와 이어지기 위해 온갖 명분을 대었던 리나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성격 때문인지 빙빙 돌려 말하다가 결국 나에게 본심을 들켜버렸다."

 이후로 아예 작정하고 나와 이어지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마리의 황궁 방문도 이와 관련된 사항인 듯했다."

 그레이스가 있는데 괜찮겠어?""

 걱정 마. 딱 하루만 있을 예정이거든. 어머님에게도 말씀드렸어. 유모랑 같이 그레이스를 데리고 계시겠데.""

 설마 어머니에게도 리나의 은밀한 취향에 대해 밝힌 건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본인의 성적 취향이 퍼져나가고 있다."

 훗날 리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벌써부터 왁왁거리는 모습이 훤하다."

 아. 참고로 증인은 세실리도 있다? 아델 언니랑 케이트 씨는 주기가 위험해서 안 될 거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착착 진행되고 있었네.""

 네가 말했잖아. 꽤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러니 할 건 다 하고 가야지.""

 확실히 이번에 행할 세계 일주는 다른 때에 비해서 위험도가 크다."

 악마 숭배자가 아니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확룰이 높다."

 리나도 내 계획을 들었을 테니 여러모로 불안했겠지. 그녀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때마침 마리도 산후조리를 충분히 한 덕분에 건강하다. 도리어 그레이스를 가지기 전보다 더 건강한 것 같았다."

 알았어.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실망시킬 수는 없지. 대신 마리 너는 딱 하루만이야.""

 나도 바로 둘째를 가질 생각은 없네요. 그레이스 하나만으로도 힘들어.""

 헤헤.""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그레이스가 해맑게 웃었다."

 아기의 미소는 심장에 매우 해가 된다는데 사실인 것 같다."

 그 미소를 보자마자 세상의 온갖 걱정과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으니."

 너무 귀여워. 어쩜 이리 예쁘게 낳았지?""

 그러게. 마리 널 닮아서 정말 귀엽다.""

 아냐. 우리 엄마 말로는 딸은 아빠를 닮는데.""

 이래나저래나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말썽을 피운다는 게 흠이지만 사랑으로 보듬어줄 수 있다."

 물론 그레이스만 편애한다면 아리엘이 토라지겠지. 때마침 생각도 났겠다, 한 번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리엘은 어디로 갔어?""

 가기 전에 인사하려고?""

 응. 당분간 보기 힘들 테니까.""

 중간중간 저택으로 돌아오겠다만 빈도가 상당히 길 수밖에 없다."

 세실리가 있다지만 텔레포트는 마력 소모가 심하다. 하루에 왔다 갔다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아리엘도 그레이스를 잘 보살펴줘야 하는 입장인만큼 부탁도 할 것이다."

 이에 우리 세 명은 아리엘을 찾기 위해 저택 곳곳을 돌아다녔다."

 밖으로 나가서 축구를 하든 애들이랑 놀든 내 허락을 받고 나가기에 아직 저택에 있겠지."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리엘을 찾을 수 있었다. 내 침실에서 아델리아가 구워준 쿠키를 맛있게 먹고 있더라."

 앗. 아빠!""

 입 안 한가득 쿠키를 넣고 있던 아리엘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파닥파닥 날아왔다."

 이제는 날개를 스스럼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어차피 그녀가 천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

 나는 그녀를 가볍게 받아들며 얼굴을 마구 비볐다. 아리엘도 그동안 많이 큰 게 느껴졌다."

 쿠키 맛있게 먹고 있었니?""

 응! 동생도 먹을래?""

 그러면서 쿠키 하나를 그레이스에게 주는 아리엘이다. 순수함이 가득한 표정."

 물론 그레이스가 먹을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아직 그녀는 신생아였으니."

 마리는 귀엽기 그지 없는 아리엘의 제안에 빙긋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리엘. 그레이스는 쿠키를 못 먹어요. 엄마 젖만 먹을 수 있거든.""

 그래? 그럼 엄마가 먹어.""

 고마워.""

 아빠한테 안 주다니 이 나쁜 아이. 그래도 귀여우니까 넘어가자."

 아리엘.""

 응?""

 조금 있으면 아빠가 자리를 오래 비울거야.""

 미네르바 제국에 있을 때면 몰라도, 애니머즈로 넘어가는 순간 저택에 돌아올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약 3개월 이상을 저택에서 떠나야 한다는 소리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도 며칠에 한 번씩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리엘 입장에서 꽤 오래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아빠가 없는 동안 그레이스랑 잘 있을 수 있지?""

 응! 잘 지낼 수 있어.""

 내 물음에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나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그녀의 반응에 흐뭇하게 웃었다."

 누가 본다면 전쟁터로 떠나는 줄 알겠어.""

 그런가?""

 어쩐지 플래그를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 들더라니. 나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아리엘이 전해준 쿠키를 맛있게 먹으며 밖으로 나섰다."

 아빠. 아빠. 나 밖에 나가서 놀아도 돼?""

 물론이지. 뭐하고 놀 거야?""

 애들이랑 콜 오브 듀티랑 축구 하고 싶어.""

 축구하니까 심판이 떠오른다. 원래 심판은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가르츠가 대신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르츠도 개인적인 일정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그 사람은 루미너스 교단의 신자다."

 시비가 걸릴 일도 없는 것이, 심판을 맡는 사람이 이단심문관이다. 판정에 불만을 가진다면 루미너스에게 요청할 인물."

 지구에서 축구를 종교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이 세상의 축구는 종교와 밀접하다니 약간 오묘하다."

 너는 언제쯤 황궁으로 올 거야?""

 세실리가 부르는대로 갈 예정이야. 바로 옆이니 왕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테고.""

 부우우우.""

 아빠. 그레이스가 맘마 먹고 싶데.""

 또?""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인사까지 한 후에 저택 밖으로 나섰다. 저택 밖으로 나서니 함께 이동할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 마차도 마찬가지. 수도가 바로 옆인지라 텔레포트보다는 마차를 탑승할 계획이다."

 왔어?""

 응. 마리에게 듣자하니 꽤 재미있는 계획을 세운 거 같더라?""

 평생 잊을 수 없을 걸?""

 세실리에게 장난기가 담긴 말을 꺼내니 능청스럽게 넘어갔다. 보아하니 이정도는 예측하고 있던 모양이다."

 어차피 리나와 만난다면 전부 해결될 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지금은 첫 단추를 꿰러 가는 길이니 거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움무. 우무.""

 그때 그레이스가 케이트 쪽으로 팔을 뻗는다. 짧디 짧은 팔을 뻗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케이트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리에게는 엄마로서 애정을 표현한다면, 케이트는 약간 뭐랄까······ 애틋함?"

 실제로 아리엘에게 물어보니 그런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레이스가 정말로 케이트 씨를 잘 따르네. 전생에 무슨 연이라도 있나?""

 케이트가 그레이스를 안아드는 동안 아델리아가 꽤 예리한 질문을 날렸다."

 물론 저건 농담에 가깝다. 나는 특별한 경우여서 그런 거지 어지간해서는 전생을 기억하는 일은 없다."

 영웅의 혼은 신들이 아끼시는 영혼이죠. 어쩌면 저에게 루미너스 님과 아이작 님의 기운이 깃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 그레이스? 이제 저는 갈 테니까 엄마 품으로 가세요.""

 세실리의 추리에 납득한 케이트가 다소 그레이스를 돌려줬다."

 그레이스는 팔다리를 마구 파닥거렸다가 마리의 품에 안착했다."

 서로서로 인사까지 끝났겠다, 남은 건 수도로 향하는 것뿐이다. 이유는 몰라도 아카데미로 처음 떠날 때가 떠오른다."

 그때 받았던 아버지의 마법필은 꾸준히 앞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 사인도 이 마법필로 할 생각이다."

 이제 가볼게. 나중에 황궁에서 봐.""

 응. 그레이스. 아빠한테 인사하자.""

 마리가 품에 안은 그레이스를 부둥부둥하며 말했다. 대충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빠아!""

 그레이스가 세상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배웅해줬다. 환생이고 뭐고 정말 사랑스러운 미소다."

 앞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발생할 테지만, 그레이스의 미소 한 방이면 모든 근심이 사르르 녹는다."

 수도에 기사단은 배치했지?""

 아까 보니까 꽤 삼엄하더라. 리나가 장난식으로 황제도 그렇게 안 할 거라고 말하던데?""

 나는 마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도로 향했고."

 그래서 진은 왜 죽이려고 한 거예요?""

 ··· ···""

 팬사인회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전에 말했다시피 첫 팬사인회는 미네르바 제국부터 시작했다."

 리나에게도 말을 한데다가 머스크의 수완도 훌륭한 편이어서 건물도 대여했다."

 내가 알기로 팬사인회는 부스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만 여기는 그런 문화가 없다."

 그래서 커다란 건물을 통째로 빌린 후, 시간이 된다면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때까지 심심하지 않도록 콜 오브 듀티를 하라고 안내한 건 덤. 덕분에 독자들은 심심해하지 않고 무난히 기다렸다."

 '한 사람당 10분 정도 대화하니까······'"

 10명만 해도 100분이다. 나와 대화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는 뜻."

 그래서 미리미리 순번을 정해놓았다. 후번들은 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낸다."

 때마침 수도에도 축구장이 세워졌기에 거기서 많이 놀더라. 당연하지만 우리 영지의 축구장을 토대로 건설했다."

 이렇듯 순번을 기다리다가 누군가 오지 않았다? 잠깐 화장실을 갔을 수도 있었으니 그 번호는 잠깐 뒤로 미루고 다음 번호를 부른다."

 미네르바 제국은 인구가 인구인만큼 당첨자 수도 많다. 게다가 나를 한 번이라도 보려고 수도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치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에 황궁에서도 치안대를 대폭 늘렸다. 물론 이렇게 해도 안 되는 부분이 많다."

 황제가 직접 엄명을 내릴 수도 있지만 내가 먼저 이러한 말을 남겼다."

 [큰 문제가 생기면 곧장 떠나겠습니다. 조용히 즐겨주세요.]"

 그러더니 다들 안내원의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르더라. 심지어 한 성깔하게 생긴 모험가마저 예의를 가졌다."

 대신 콜 오브 듀티만큼은 얄짤없다. 이 새끼 사기를 쳤다니, 패를 빼돌렸다니 등등 온갖 음해가 돌아다니더라."

 이 같은 경우는 어찌할 부분이 없어서 간신히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축구도 판정 시비가 들린다더라."

 그래도 조용한 것보다 적당히 시끌벅적한 게 좋다. 나도 팬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다."

 어째서 진을 죽일 생각을 하신 건가요?""

 ··· ···""

 다만 비슷한 질문이 연달아 날아오니 정신적으로 피곤하더라. 특히 진과 관련된 질문이 매우 많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제논 일대기가 완결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 사이 피와 강철의 연재로 묻힐 줄 알았더만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그나마 다행히 외전이자 진짜 결말을 통해 진과 릴리가 이어졌다는 것."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질문의 반 이상이 진의 죽음과 관련돼 있었을 것이다."

 [진의 죽음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결국 안내인에게 따로 부탁했다. 진의 죽음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덕분에 독자분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부분 나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제논 님은 어떤 색깔을 좋아하세요?""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그럼 두번째로 좋아하는 색은요?""

 음······ 하얀색?""

 대충 저런 식의 질문이다. 독자들은 이런저런 질문을 충분히 준비하며 나와 대화했다."

 평소 나는 영지에 짱박혀 잘 나오지도 않는다. 설령 밖으로 나온다고한들 축구 심판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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