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667)화 (668/763)

 원래도 잘 웃으시는 편인데 약간 인조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루미너스 님?""

 말하렴.""

 혹시 화나셨어요?""

 가끔 화가 머리가 끝까지 나면 말없이 미소만 띠우는 사람이 있다. 루미너스가 그런 유형인 듯싶다."

 루미너스는 내 물음을 듣고 한참동안 미소만 띠우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평소 온화했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다소 살벌한 인상이다. 표정 하나로 분위기가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 건가."

 화날 수밖에 없지. 너 같으면 화가 안 나겠니?""

 그······ 이해는 합니다. 밥상이 엎어졌으니 화가 나시겠죠.""

 그것도 있지만 모라가 자기 멋대로 운명을 뒤틀어서 화가 난 거란다. 만약 네가 건강한 신체를 얻지 못한 채로 갔다고 생각해보렴. 그리 된다면 이 세상은 끝이었어.""

 모라 님이 바보도 아니고 그정도는 예상하지 않으셨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밥상이 엎어진 게 정말 아쉬웠는지 루미너스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복잡하다는 듯이 머리를 헤집는 걸 보면 확실하다."

 아무래도 밥상이 평범한 밥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에 궁금함을 담아 물었다."

 루미너스 님이 전쟁을 관조하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루미너스 님의 본질은 빛이잖아요. 전쟁은 필멸자들이 붙여준 거 아닌가요?""

 신들이 붙여준 거란다. 그리고······""

 루미너스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말고 중간에 말을 흐렸다. 약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과거와 연관된 문제인 것 같아 넘기는 게 좋겠지. 루미너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화제를 넘겨버렸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단순히 밥상을 엎은 수준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를 한참 넘긴거란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몇 년을 기다린 특별식을 누군가 중간에 가로채다 못해 뺏어먹은 격이지. 그것도 내 눈 앞에서.""

 밥상을 뒤엎은 게 아니라 훔쳐먹은 거군요.""

 그렇지. 하지만 훔쳐먹은 방법조차 화가 난단다. 자기가 직접 빼앗아먹었으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양을 꼬드겨서 자기 입으로 넣은 거지.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지구에서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이 있다던데 딱 그 모양 그 꼴이더구나.""

 루미너스가 이리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처음 본다.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나고 답답했으면 하소연을 하는 건지."

 전쟁으로 한 세계를 멸망시켰기에 전쟁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전쟁이고 나발이고 모라의 방식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물론 이미 지나간 일이고 돌아오지 않을 과거다. 더군다나 악마 숭배자 고위 간부도 잡아들였으니 일석이조이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한 루미너스에게 살살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그래도 결과는 좋잖아요. 제 얼굴을 보고 참아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성자로 강등시키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말려서 추방 정도로 끝낸 거란다.""

 그럴 권한이 있는 거예요?""

 ··· ···""

 내가 예리하게 지적하자 루미너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 화가 안 풀려서 그런지 말실수를 해버린 셈이다."

 어쩐지 모라를 추방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동급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추측했다. 그러나 이번 말실수로 확신을 가졌다."

 루미너스는 이미 최고신에 준하는 권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사실 만물의 아버지를 스스로 처단했을 때부터 예정된 결과다."

 비어있는 왕좌를 두고 그 앞에 앉아 군림하고 있는 거군요.""

 ······정확한 비유구나.""

 그러면 제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고 계시죠?""

 루미너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라와 달리 그는 여전히 관조자의 차원에 속해있다."

 나와 모라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내가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루미너스는 최고신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단순히 죄책감 때문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 그건 신화로 잘 버무리면 끝이에요. 제가 살던 세계도 그랬고요.""

 ······나를 굳게 믿는 신도들에게 미안해서 그렇단다. 패륜이 죄악인 건 모두가 알고 있지. 그런데 정작 최고신이 패륜을 저질렀는데 거대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구나.""

 잘못인 걸 알고 있으면 그만인거죠. 그에 합당한 이유도 있고요.""

 루미너스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알 것 같다. 자칫하다가 신자들의 신앙심이 크게 흔들릴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본인이 정작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죄악이라 설명하는 모순. 루미너스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중이다."

 정말이지 참된 부모의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신마저 널려있는 게 현실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만물의 아버지조차 본인의 잘못을 깨닫지 못해 사단을 냈지 않았는가. 루미너스는 훌륭한 반면교사인 셈이다."

 두려워하고 있는 거죠? 저에게서 영향을 받은 미래를 볼 수 없으니까요.""

 ······사실 그게 가장 두렵구나.""

 솔직하게 답한 루미너스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새하얀 공간밖에 없지만 마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다."

 너로 인해 셀 수도 없이 많은 미래가 영향을 받았지.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니······ 네가 정말 두려워지는구나.""

 ··· ···""

 이건 나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단다. 보이지 않는 미래의 내가 너에게 어떤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지. 물론 지구신들이 막을 테지만······""

 루미너스는 잠깐 말을 흐렸다가 강조하듯이 말했다."

 이건 신조차 모르는 미래라는 것. 그것을 명심하렴. 그 누구도 앞일을 모를 거란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지 받아들이마. 대신 책임만큼은 우리 둘 다 져야할 거란다. 최고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두렴. 잘못하면 내 신자와 너의 신자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루미너스의 말마따나 종교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문제다. 단순하게 생각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 더구나 루미너스에게 확실한 '정당성'을 부여해야 되며, 제일 중요한 '속죄'도 필요하다."

 '적당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서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뻔했다. 루미너스의 말처럼 이건 세계 자체가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이에 여러 번 조심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한 후, 루미너스에게 질문을 걸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신중히 쓰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질문이긴 한데······""

 달로스를 말하는 거겠지. 그렇지?""

 네. 달로스가 어떤 신이었는지 궁금해요.""

 불과 대장장이의 신이었다는 걸 보면 꽤 높은 직급의 신으로 추측된다. 자연의 일부 중 '불'이 속한 걸 보면 확실하다."

 아니나 다를까. 루미너스는 어딘가 아련한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이었단다.""

 그렇구······ 네?""

 상상을 초월한 대답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불과 대장장이의 신, 달로스가 루미너스의 아들이었다는 것."

 아들이 있다는 말은 즉, 아내도 있다는 뜻. 나는 설마하며 루미너스를 바라봤다."

 루미너스는 그에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을 신봉하던 민족의 후손이 나를 위협하는 것만큼 씁쓸한 것도 없더구나.""

 현자가 진짜 십새끼였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최고신과 대지모신의 아들인 루미너스에게 자식이 있다는 것을."

 오히려 없는 게 더 이상하다. 루미너스는 권위로나 힘으로나 모자란 부분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형제로 예상했던 불과 대장장이의 신, 달로스가 형제가 아닌 아들일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루미너스의 반려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형제 중 한 명이었을까."

 첫번째 아내는 따지고 보면 형제라 할 수 있겠구나. 생명의 원천이자 아버지인 바다에서 태어난 여신이었으니까.""

 혹시 이름이······""

 생명의 여신 테라. 나의 첫 번째 아내였단다.""

 그렇군······ 잠깐만요. 첫 번째 아내?""

 신화에서 흔히 볼법한 근친은 넘어갈 수 있다. 사실 근친이라기에도 애매한 것이, 바다에서 태어났다 했으니 불쾌함은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아내였다는 점이 귀에 거슬린다. 첫 번째라는 건 두 번째도 있었다는 게 아닌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묻자 루미너스가 비유를 대며 설명해줬다."

 전쟁은 언제나 지혜가 동반되어야 하는 법이란다. 내가 망나니였던 시절, 아버지에게 모든 권한을 빼앗기고 성자로 강등됐을 때의 나를 도와준 여신이었지.""

 그 여신의 이름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혜의 여신 아리스. 내 형제의 자식 중 한 명이었단다.""

 아리스는 고대어로 지혜라는 뜻이다. 맨 처음 밝혔던 첫 번째 아내, 테라도 고대어로 생명이라는 뜻이고."

 고대어에 신들의 이름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대놓고 신들의 이름을 알려준 셈인데 기록이 대부분 소실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아내가 두 명이나 있었다는 루미너스의 고백에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루미너스의 위치로 따지자면 저것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더 없으셨나요?""

 정식적으로 혼약을 맺은 아내는 둘뿐이란다.""

 그러면······ 아니에요. 제가 실수를 할 뻔했네요.""

 하마터면 불륜 관계에 놓여있던 여신이 있었냐고 말할 뻔했다. 당장 내가 그럴 질문을 할 자격이나 있을까."

 이런 건 천천히 물어보는 게 좋다. 정말로 불륜을 한 거라면 루미너스에 대한 이미지가 산산조각날 것 같다."

 미리 말하지만 반려가 있는 여신은 품지 않았단다.""

 다행이네요.""

 그럴 바에 전쟁하러 다녔거든.""

 ··· ···""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과부제조기냐, 카사노바냐의 차이점이다."

 그래도 제우스마냥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분명 금실이 좋았겠지."

 금실이 좋았던만큼 그 두 명을 잃어버렸을 때의 절망감도 컸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절로 숙연해졌다."

 본인은 덤덤하게 과거를 밝혔지만 루미너스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었을 것이다. 과오이자 비극이나 다름없었으니."

 하물며 아들이었다던 달로스는 뇌사에 가까운 상태였으며, 그 신을 숭배하던 민족이 악마 숭배자에게 휘둘린 상황이다."

 ······제가 괜한 질문은 한 건 아니죠?""

 물론. 오히려 꽁꽁 숨기고 있던 과거를 드러내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구나.""

 루미너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답한다. 다행히 상처를 후벼파지는 않은 모양이다. "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었다는 건 사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조심스레 꺼내야 될 것 같다."

 다른 형제분들은 모라 님을 제외하고 누가 있으셨나요?""

 최초로 태어난 게 나와 모라란다. 1세대라고 할 수 있지. 그 다음에 생명의 여신인 테라부터 시작해서 하늘의 신 스카냐, 땅의 여신 그라. 그리고······""

 나는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손자처럼 잠자코 경청했다. 또한 잊어버리지 않게 수첩에다가 기록했다."

 수첩과 마법필은 항상 들고 다니는 물건들이다. 옛날에도 말했지만 나도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한다."

 그러면 인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진화인가요, 아니면 탄생인가요?""

 신화적으로 해석할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해석할지는 너의 선택에 달렸단다. 우리는 유전자만 살짝 조작하면 끝이지만, 너희 입장에서는 과학과 한참 동떨어진 신화니까.""

 끄응······""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진화설이긴 한데 종교적으로 접근하면 탄생설이다. 전생과 다를 바가 없다."

 신들의 능력이 말도 안 될만큼 지고하기에 분석이 꽤나 갈릴 것 같다. 무조건 신화적으로 노선을 잡아야 될 것 같다."

 수인, 드워프, 엘프······ 는 당시에 천사였으니 넘어가고. 다른 종족도 있었나요? 용족이나 리저드맨 같은 거요.""

 그런 건 없었단다. 대신 각 종족마다 다른 민족이 있었지. 인간은 지구로 치자면 동양인, 드워프는 붉은 수염, 수인은 팬더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 어쩌면 바다 너머에 남아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 모라 님에게도 들었어요. 바다 너머에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모른다고.""

 몇 십년이 지나면 철갑선도 발명될 테고 그동안 항해술도 발달됐을 테니 세계 일주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할 일을 해야겠지만. 어쩌면 바다 건너에 존재조차 몰랐던 신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아니란다. 정말로 신이 존재했다면 대지모신인 어머니가 인지하셨겠지. 남아있는 신들은 우리밖에 없단다.""

 인류가 있다는 건 인지하지 못하시나요?""

 이런 비유를 들기 좀 그렇지만 어머니에게 인류는 몸 안의 미생물 같은 존재란다. 존재 자체는 알지만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

 결국에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긴 하지만."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계속 여기서 죽칠 수도 없는 노릇."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현자부터 처리하고 오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강제 패륜을 저지르게 만든 현자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질문하고 넘어갈게요. 모라 님에게도 남편과 자식들이 있었나요?""

 음······""

 쉬운 질문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루미너스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동생과 관련된 거라 민감한 모양이다."

 다만 루미너스에게 아내들과 자식들이 있었듯이 모라도 있을 확률이 높다. 태초신에 가까운 존재들이니 수많은 자식들을 낳았을 터."

 하지만 루미너스로부터 나온 대답은 내 예상과 한참 동떨어져 있었다."

 있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없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구나.""

 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과거의 모라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었단다.""

 ?""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굳이 과거의 모라라고 강조한 건지 모르겠다."

 이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루미너스는 난처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보아하니 복잡한 사연이 있는 것 같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던 찰나, 루미너스가 어느 정도 각오한 표정으로 고백했다."

 나와 모라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인 건 맞단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 중에 하나지.""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라는 대전쟁 당시 소멸되었단다. 그로 인해 세상에는 밤이 없어지고 오직 낮만 존재하게 됐지.""

 ······응?""

 저게 무슨 말이야. 모라가 대전쟁에 소멸됐다니. 그럼 지금 존재하는 모라는 대체 뭐지."

 이에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루미너스가 말을 이었다. 빌드업을 차곡차곡 쌓는 모양이다."

 대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바다로 잠겼을 때도 밤은 존재하지 않았단다.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밤의 존재가 필요했지. 밤은 생명들에게 안식을 전해주는 시간이니까.""

 ··· ···""

 그래서 그때 잠깐 최고신의 권위를 잠깐 빌려서 모라를 부활시켰단다.""

 평범한 이야기인데 왜 그리 숨기고 있는 거예요? 혹시 모라 님께서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런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나도 모르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다면 놀라 자빠질 테니까."

 그러나 루미너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뭘까. 대체 무슨 진실이 숨겨져 있길래 루미너스가 이토록 말하기 꺼려하는 것일까."

 나는 눈을 부릅뜨며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수첩과 펜을 꽉 쥐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신성만 남은 상황에서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해. 이건 너도 들었을 거란다.""

 네. 하지만 최고신의 자리에 오르면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그래. 문제는 탄생을 위한 조건이라는 건데······ 얘야.""

 네.""

 너는 생명체와 생명체 사이에서 아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고 있니?""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모르는 게 이상하다."

 당장 나와 마리 사이에 그런 식으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됐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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